흔히 백제가 일본한테 영향을 많이 줘서 백제가 왜색 느낌난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맞는 말임
근데 엄밀히 말하면 불충분한 설명이라고도 할 수 있음 왜냐?
현대 기준으로 보면 백제'만' 왜색 느낌 나는건 아니기 때문임
정확히는 한반도 남부 전역(즉 가야, 마한, 신라 등등 모두 포함)에 걸쳐서 현대 기준으로 다소 왜색스러운 풍이 있었음
이건 그만큼 고대 한반도 남부와 일본의 교류가 활발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됨
그래서 (현대 기준으로는 왜색 느낌이 나는 양식과 한국 느낌나는 양식이 모두 포함된)한국풍 + 중국 영향 + 유목민족 영향이 뒤섞인 게 한국 고대 양식이라고 생각하면 됨
그래서 이게 전부 다 신라 복식 고증해서 그린 건데... 이거 여기 올렸을 때 '와 일본같다' 소리 진짜 많이 들었음
특히 저 고깔모자가 일본 느낌 난다고 많이들 그러던데
아마 일본 헤이안 시대에 많이 착용했던 고깔모자, 에보시를 떠올린 거 같음
근데 저 고깔모자는 한반도 남부 고유 양식임(왜 '남부'라고 하냐면 고구려나 발해에서는 저 양식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임)
학자에 따라서는 삼국시대 고깔모자의 영향으로 에보시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확실하진 않음
아무튼 저 양식은 삼국시대로 끝이 아니고, 통일신라-고려-조선까지 약간씩 변하면서 계속 흔적이 남아 있었음
통일신라 복식
고려군 복식(다만 고려는 시각 자료가 굉장히 부족해서, 추정이 많이 들어간 그림이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음)
(내가 그린 게 없어서 사진으로 대체) 조선시대 나장의 고깔모자
이러한 복식을 왜 드라마나 영화에서 잘 안 비춰주느냐 이런 이야기 나오면 흔히 하는 말이
"시청자들이 왜색이라고 자꾸 민원 넣어서 힘들다" 라는 말인데
개인적으로는 참 아쉬운 대응이라고 생각함
애초에 사람들은 옛날 복식 고증에 대해서 잘 모름... 시청자들이 아는 '고증' 이라는 것도 역덕, 그것도 나처럼 복식사 파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대다수는 사극으로 인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고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임
당장 조선시대 하면 압도적으로 두정갑 이미지가 강하잖아
근데 병자호란 때까지도 위 그림과 같은 찰갑을 굉장히 많이 썼음
사람들이 조선시대=두정갑 이라고 생각하는건 그때 두정갑 말고 다른 갑옷을 안 써서 그런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소품 만들기 편하다는 이유로 두정갑 위주로 입고 나오니까 걍 이미지가 그렇게 형성이 되어서 그런 거지
막 시청자들이 고증에 정통해서 그런게 아니라는 말임
애초에 일반인들 절대다수는 역사를 대중매체 속 이미지로 인식하지 역사책으로 인식 안함
그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우리만 그런게 아니고 다른나라도 똑같음), 나는 그렇기에 사극 만드는 사람들이 시청자들의 불만을 좀 덜 민감하게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거지
물론 그걸 핑계로 정당한 민원도 악성민원 취급하고 무시하면 안되겠지만
가끔 보면 그런 사례 말고도 억지로 트집잡는 거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서 해도 되는걸 못하는 사례도 많아서 그럼
특히 KBS같은 공영방송에서 만드는 사극은 오히려 그런 민원이 들어와도 "국민 여러분 사실 이게 고증입니다" 하면서 다큐같은거 한두 편 편성해주면 굉장히 좋은 대응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듬
실제로 예전에 정도전은 매 화 끝날 때마다 관련 유적 설명하는 짤막한 다큐 나왔었고
지난번 고려거란전쟁도 그랬는데 대하사극 나오면 거기서 다룬 사건으로 관련 다큐나 예능 막 찍어서 시청자들한테 설명을 충분히 해주거든
인제 이런 다큐나 예능은 주로 이 사건의 원인과 전개 과정, 결과가 뭔지 이런 아주 거시적인 거 위주로 가긴 하는데
복식사도 이제는 다뤄봐도 괜찮다고 생각함
(IP보기클릭)112.170.***.***
오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