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5145730
오늘은 선생님이 트리니티에 온다고 했다.
평소의 화장에도 공을 들였지만 선생님과 만나는 날은 특별하다. 진심으로 화장에 힘써야 해. 결국 좋아하는 상대에게는 언제나 예쁘고 귀여운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게 세상 여성들의 공통 인식이라고 생각하니까.
"티파티에 볼일이 있다고 했던가?"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것이 불만스럽기 짝이 없지만, 아직 선생님과 사귀고 있다는 건 주위에 비밀이기 때문에 불평할 수 없고, 그렇게 부담스러운 여자라 여겨지고 싶지 않다. 선생님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독점욕이란 자각 없이 나와버리니 귀찮아.
"......읏!"
방과 후 디저트부와 걷다가 저 멀리서 선생님을 발견. 저쪽도 이쪽을 알아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고, 나도 주위에 들키지 않도록 작게 흔들었다.
"......후후."
주변에 들키지 않게 사귀는 건 너무 힘들지만(주로 선생님이) 나는 둘만의 비밀이 있다는 게 왠지 신선하고 그것만으로도 두근거린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선생님이 나와 사귀는 줄 모르기에 내 마음도 모르고 선생님에게 다가가곤 한다.
"선~생~님~! 에잇!"
"와앗, 미카..."
"에헤헤, 와줬구나... 선생님♪"
순간 내 가슴을 조이는 혐오감과 내 선생님인데 하는 질투.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 넣은 손에 피가 번지는 게 느껴졌다.
"나기사가 불렀으니까 말이야."
"에에? 나기쨩 때문에 온 거야?"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미카를 위해서도 올 거야."
"그, 그ㄹ... "그리고 세이아를 위해서도."
"...흐~응."
확실히 저 사람은, 이전 트리니티에서 문제를 일으킨 3학년의... 미소노 미카... 선배였나. 그 일련의 소동 때문에 선생님을 자주 만난다고 소문으로 들었지만, 저 상황을 보니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미안, 먼저 가 있어."
"에? 카즈사쨩?"
아이리와 나츠, 요시미의 부름을 받았지만, 나로서는 멀찍이 보이는 두 사람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
"뭐 됐나. 티파티에 볼일이 있는 거면 같이 가자!"
"그러네, 갈까."
"선생님."
"카즈사?"
"......?"
내가 불러세우자 두 사람은 이쪽을 돌아보았다. 선생님은 조금 기쁜 듯이. 미카 선배는 누구? 같은 느낌으로.
"일 끝나고 시간 있어?"
"어, 시간? 있지."
"그러면, 잠깐... 괜찮을까?"
"응, 물론."
"끝나면 연락해."
"알았어."
선생님과의 대화는 아무 문제 없이 끝났지만 시종일관 미카 선배가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만은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선생님의 왼팔을 껴안고 있는 것도 화가 났기에 여기서 되받아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일부러 도발적인 행동을 했다.
"그리고 선생님."
"응?"
"―――넥타이, 비뚤어졌어."
"읏!?"
"아아, 미안해, 카즈사. 고마워."
"별말씀을. 그럼 나중에 또."
후후, 미카 선배는 내 행동에 놀라서 눈만 깜빡이고 있다. 덕분에 떠나면서 흘깃 보니 날카로운 시선이 완전히 적의 있는 시선으로 바뀌었지. 한바탕 난리치려나?
"...비밀을 지킨다는 건 큰일이네, 선생님."
아이리 일행에게 향하며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그렇게 중얼거렸다.
☆
"미안, 카즈사.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방과 후 디저트부에서 돌아온 참이라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가. 그보다 용건이 있었어?"
"...아니. 딱히 없는데."
"어?"
"...뭐야. 용건이 없으면 안돼!?/////"
"...후후, 미안미안. 나도 카즈사랑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으니까 용서해줘."
"우으. 그거, 나 말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뭐, 뭐어!? 더 이상이라니 뭐야!? 설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말해 버리는 일도 종종 있다고나 할까..."
"하아... 선생님은 정말 난봉꾼이네. 최악."
"으윽."
"흥, 이젠 몰라."
그렇게 말했지만 그다지 화가 난 건 아니다. 약간 질투가 나기는 했지만 지금의 그는 내 연인이니까. 전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의 나에게만 말해준다면 용서해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은 당황해서 어떻게든 내 비위를 맞추려고 하니까 그게 조금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미, 미안, 카즈사."
"......"
"카즈사~ ......."
"훗... 아하, 한심한 목소리 내지 마, 선생님. 난 화나지 않았으니까."
"에?"
"나랑 사귀기 전의 일이지? 그럼 사귄 후의 내가 이러쿵저러쿵할 수 없지. 그래도 앞으로는 나 말고는 말하면 안 돼?"
"네, 물론이죠."
"음, 좋았어. 그럼~ 에잇."
선생님과 보폭을 맞추며 왼팔을 껴안자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나도 아무도 보지 않는 걸 기회 삼아 몸을 선생님께 기대 한껏 응석 부리기로 했다.
"선생님. 이런 비밀을 주변에 숨긴다니 큰일이네."
"그러네, 하지만 난 둘만의 비밀이 두근거리고 좋은걸."
"와, 그거 아까 나도 생각했는데. 하하, 서로 닮는걸까? 생각하는 것도 똑같네~"
"정말? 카즈사도 두근두근했구나."
"응, 걸리면 어쩌지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몰래 사귄다는 건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그것도 선생님과."
"아하하, 빨리 공개됐으면 좋겠네. 이 관계."
"내가 졸업할 때까진 안 되겠지, 분명."
"그럼 오래 가겠구나."
"하지만 앞으로 2년은 두근두근 할 수 있어."
"카즈사와 있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니까 과잉공급이 되어 버리겠는걸."
"뭣.... 가, 갑자기 기습적으로.../////"
항상 기습을 당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한가운데 스트레이트가 지나쳐서 피할 틈도 없었다. 어떻게든 선생님에게 한방 먹이고 싶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떠오르지 않는게 현재 상황이고 ――
"말하는게 늦었지만, 오늘도 귀엽네, 카즈사."
"―――――――"
아~ 이길 수가 없네, 진짜로. 나 자신도 잊었지만, 설마 이 타이밍에 그 말을 해올 줄이야... 하아. 이 이상 내가 좋아하게 만들면 어떡해.
"고, 고마, 워... 하지만, 갑작스러움이 지나쳐."
"그럴 생각으로 말한 건 아니지만."
"화났거든."
"헤――――읍."
"음 ....푸하아, 후후. 잘 먹었습니다, 선생님."
미리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했으니 지금 건 못 봤겠지.
"갑자기 들어오다니 나쁜 아이구나, 카즈사."
"으흐흐, 나쁜 아이는 싫어?"
"카즈사라면 괜찮으려나?"
"아하, 얼굴이 좀 빨개졌는데? 선~생님♪"
"하아, 다음에 갚아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건 기대되네, 잘해봐?"
그렇게 주고받으며 사람이 늘어나는 거리에 나갈 때까지 껴안은 팔을 놓지 않았다.
☆
"그럼,, 선생님. 또 전화로."
"그래, 일 끝나면 걸게."
"응, 오케이. 바이바이."
"바이바이."
더 선생님과 있고 싶었지만 선생님에게도 볼일이 있고 업무도 있다. 그걸 알고 있으니 억지로 붙잡지는 않는다. 아무리 나라도 『나랑 일, 어느 쪽이 중요해!?』따위의 귀찮은 여자가 될 생각은 없으니까. 괜찮... 겠지? 응, 아마.
"그럼 나도 돌아가볼까."
나도 집에 가서 숙제를 얼른 끝내야지. 선생님 덕분에 최근에는 공부도 잘 되고, 전화 시간을 숙제 같은 걸로 깎는 건 바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던 참에 나에게 말을 거는 학생이 있었다.
"아, 있다있다. 야호~☆"
"―――에. 미소노...미카, 선배...?"
"나 알고 있어? 뭐 그것도 그런가! 그런 사건을 일으켰으니 트리니티에서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겠지."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어째서 이 타이밍? 아니, 아까 적의가 느껴지는 시선을 보낸 미카 선배다. 아무것도 없이 끝날 것 같지 않다.
"어라? 나, 엄청 경계받고 있는데?"
"...아뇨, 초면이면 저는 누구에게나 이런 느낌입니다."
"아~, 그런거야? 흐~응?"
싱글벙글하지만 난 안다. 목소리가 엄청나게 차가워. 마치 목덜미를 잡고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기분.
"이름 물어보는 거 깜빡했는데, 물어봐도 될까?"
"쿄야마... 카즈사, 입니다."
"카즈사쨩이라고 하는구나! 물어놓고도 그렇지만, 금방 잊을 거 같아☆"
"......큭."
"농담, 거짓말이야. 그건 그렇다 치고 말인데."
"...뭔가요?"
"선생님과 팔짱 끼고 키스까지 했는데... 너, 선생님의 뭐야?"
"윽!!?"
들켰다... 아니, 그럴 때가 아니야.
이 사람, 진심이다. 나도 몇 번인가 맛본 적 있는 이 시선... 살의밖에 깃들어 있지 않은 『눈』이다.
"뭐냐고 말하는 건 실례려나. 선생님의 연인이거나 한거야?"
"......"
"아하, 묵비를 관철할 셈? 그거, 세간에는 그렇습니다라고 말하는 거랑 마찬가지인데."
"...그, 그렇다면 어쩔건가요."
"흐~응, 선생님과 사귀는 거구나. 그런가..."
끙끙거리며 시종일관 여러 표정을 짓는 미카 선배에게 나는 그저 두려움만 느꼈다.
이 사람과 상대해서 싫어도 알게 돼버렸다. 이 자리에서, 아무리 나에게 좋은 조건이라도 이 사람을 정면으로 절대 이길 수 없다는걸. 경험의 차이 같은 것도 그렇지만 근본적인 『재능 - 배틀 센스』가 다르다고.
"하아, 나에게도 소중한 사람이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말이야."
"......"
"저기, 카즈사쨩... 이었나? 선생님을 나에게 양보해... "무리"
"......와―오, 즉답이네."
"선생님은 제 소중한 연인이니까. 그걸 누군가에게 양보한다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훗. 아하하하하!!! 그렇구나! 응응, 나도 같은 의견이야. 하지만 만약 내가 선생님을 빼앗게 된다면 ――――"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내가 깨달았을때 이미 미카 선배는 내 옆에서 나에게 속삭이듯이
미 안 해 ♡
"윽!! 그런 건 절대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후후, 사귀는 거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지? 그럼 나도 비밀로 해줄게."
"......큭."
"선생님을 빼앗는다면 정정당당하게 가고싶고☆"
"...절대 넘겨주지 않을 테니까."
"아핫, 힘내♪ 단지, 뭐어..."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안녕, 카즈사쨩."
"......"
설마 터무니없는 여자가 연적이 될 줄은... 이것은 마음이 안정되질 않는다. 미카 선배에게 틈을 보여버렸을때 어쩌면...
"......아니아니. 선생님이 나를 배신하다니... 그럴리 없겠... 지?"
가중된 불안은 점점 가속하며 늘어난다. 안 돼, 지금 당장이라도 목소리가 듣고 싶어. 듣고 미카 선배는 주의하라고 전해야지...
"후우... 진정하자 카즈사. 선생님을 믿지 않고 연인 같은 건 할 수 없어. 우선 돌아가야지."
불안만 안고 있어봐야 의미 없다. 선생님을 믿지 않고 언제까지나 귀찮은 여자 행세를 하고 있을 틈도 없으니까.
"......"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집에 가도 진정할 수 없는 나였다.
"그렇구나. 선생님, 연인이 생긴거였구나."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학생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 정도로 좋은 사람이니까. 그거야 다들 좋아하겠지.
"...후후, 카즈사쨩인가. 선전포고 했지만, 아마 나로서는 이길 수 없겠지."
실력이나 외모라면 나는 분명 그 아이를 이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진 상태고 무엇보다 ―――――
"선생님은 분명 일편단심일거고..."
억지로라도 육체관계를 맺으면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거기에 진정한 사랑따윈 없다. 나의 일방적인 사랑만 존재할 뿐. 나는 선생님이 사랑해줬으면 하는데.
그리고 나도 부서질 정도로 선생님을 사랑하고 싶다.
"하아."
선생님과 만나기 전이라면 억지로라도 빼앗았겠지만, 그 사건 이후로 선생님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커져 모든 게 귀찮아졌지.
"하하, 부담스러운 여자인 건 고쳐지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아. 이길 수 없다는 걸 고려한 연애 배틀은 의미가 없어. 『이긴다』 그것만 생각하면 안 되니까.
"기다려줘, 선생님♡"
![[블루아카,소설] 사귀기 시작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 쿄야마 카즈사_1.png](https://i1.ruliweb.com/img/25/03/01/1954fec95ec4df8a5.png)
(IP보기클릭)118.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