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못써서 내용이 좀 지리멸렬 합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기에 종종 수정할 것 같습니다.
조정이 지목한 첫째가는 반적(反賊), 유비는 적벽대전 이후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해야 했고, 제갈량이 내놓은 해결책은 4군을 삼키고 입촉(入蜀)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유비측은 손권의 지원을 얻어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4군을 침공하였고, 한편으론 서천(西川)에 스파이를 보내는 등의 사전공작을 벌였다.
61권 480화에서 제갈량이 살펴보고 있는 입촉(入蜀)루트 지도 역시 그러한 공작의 일환이리라. (비록 그 지도는 가짜로 판명되었지만.) 제갈량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천(西川)을 침공할 요량이었던 것이었다.
<'나쁜 사람'이 서천(西川)으로 침공하려는 지도를 먹칠해 무용지물로 만들어 놓는 유선>
하지만 제갈량이 살펴보고 있던 ‘지도’는 유선(劉禪)이 붓으로 먹칠을 하여 알아 볼 수 없게 망쳐놓는다.

<미디어물에서 제갈량이 으레 지휘할 때 들어 보이던 '학우선'을 들고 제갈량에게 나쁜사람이라 하는 유선>
또한 유선은 제갈량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인 ‘학우선’을 들고 제갈량에게 말한다. 당신은 나쁜 사람이라고.
이를 통해 보자면, 유선이 지도를 먹칠한 행위는 달리 보인다. 멀쩡한 땅에 침공하려는 제갈량의 행위를 어떻게든 무위로 돌리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이런 저런 잡음이 있다 한들, 유장(劉璋)은 서천(西川)을 질서정연하게 다스리고 있다. 그런데 유장을 쫓아내고 서천을 차지한다는 게 웬 말인가. 침공하지 않는다면 죽을 일 없을 사람들을 기어코 사지로 내모는 제갈량의 행위를 유선은 ‘나쁜 사람’이란 말로 압축해서 전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뒷 페이지에서 이어지는 유도의 행위와 대비된다. 영릉군 군장 유도는 끝까지 항전하기보다 항복을 택한다. 영릉군의 백성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기에. 그런 유도의 행위는 유비에게는 ‘참으로 큰 용기’라는 말로, 작가에게는 ‘천하의 인인(仁人)들이 이와 같기를’이라는 칭찬으로 옹호 받는다.
어찌 보면 이러한 영릉군 군장 유도의 행위는 훗날 유선(劉禪)이 항복하고 나라를 바치는 미래를 떠올리게 만든다. 하필이면 해당 장면에서 유비가 '싸움을 포기함은 곧 백성들을 도탄에서 구하는 일'이라는 대사를 읊어서 더욱 그러하다.
제갈량을 ‘나쁜 사람’이라 몰던 유선은, 제 아비의 말을 좇아 백성들을 도탄에서 구하기 위해 항복하는 것일까. 설령 그 대가가 후세 사람들에게 혼군(昏君)이란 악명을 뒤집어 쓰는 것이라 하여도.
제갈량의 '나쁜' 모습은 단발로 그치지 않고 61권 483화에서 재등장한다. 여기서는 아예 작가가 직접 나서 언급한다.
鞠躬盡瘁, 死而後已
국궁진췌, 사이후이라 했던가.
製造死亡, 是他每天的工作
죽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가 매일 하는 일이었거늘.
<61권 483화 ‘피로 논한 전쟁’의 도입부>
국궁진췌 사이후이(鞠躬盡瘁, 死而後已), 이 말은 제갈량이라는 인물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문장이다. 어떠한 일을 할 때 온 정성을 바쳐 하겠다는, 맡은 바 소임을 끝까지 해내리라는 그의 다짐인 것.
하지만 진모 작가는 여기에 붓을 들어 두 번째 문장, 製造死亡을 써넣는다. 두 번째 문장, 製造死亡은 첫번째 문장의 표현을 점진적으로 심화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엎드려 몸을 바치고 죽을 때서야 그만둔다는 행위가[鞠躬盡瘁, 死而後已] 다름 아닌 죽음을 제조하는 일[製造死亡]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갈량은 하산하고 난 뒤로 매일같이 죽음을 만들어내었으며, 기계적으로 죽음을 제조하는 행위는 그가 죽는 순간에야 끝을 맺었다는 소리다.
진모 작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제갈량의 캐치프레이즈나 마찬가지인 국궁진췌 사이후이(鞠躬盡瘁, 死而後已)를 전혀 다른 식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오함마 씬’.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나쁜 사람’ 제갈량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학우선을 잡은 손이 본질적으로 오함마를 잡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제갈량은 손에서 한시도 죽음을 떼어 놓지 않았단 의미>
오함마를 잡은 제갈량의 손과 ‘학우선’을 쥔 제갈량의 손이 포즈가 동일한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제갈량은 말 그대로 촉나라의 대소사를 주관하면서 언제 어느때고 죽음을 만들어 냈다는 소리다.
사소하게는 고문하여 사람을 죽이는 일에서부터(오함마를 쥔 손)
크게는 ‘학우선’을 쥐고 큰 전쟁을 일으키고, 북벌을 하며 승산없는 싸움을 위해 수 만명의 백골을 쌓아올린다는 것.(학우선을 쥔 손)
그리고 학우선을 쥔 제갈량에게 ‘냄새난다’라는 말을 하는 유선.
고문하면서 밴 피 냄새를, 학우선에 향낭을 잔뜩 피우는 식으로 어떻게든 없애보려 하나, 그런 피냄새를 유선이 기가 막히게 캐치하고 콜록 거리며 싫어하는 것. 제갈량과 유선의 대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방금까지 고문을 주관했던 제갈량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선에게 ‘사람은 모두 요순이 될 수 있다’는 [맹자]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는 필자의 입으로 계속해서 제갈량을 ‘나쁜 사람’이라 했어도,
작중에서는 유선의 입으로 ‘나쁜 사람’이라 직접적으로 비난당했어도,
제갈량 스스로도 본인을 ‘간신’으로 묘사하고 있어도 제갈량은 계속해서 죽음을 만들어 나간다.
어째서? 그 답은 모두가 알고있다.
사람은 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하므로. 결국 기골(骨氣)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기에.
유선(劉禪)의 방식은 이상의 법도를 세운 나라에나 통하는 것이지, 지금 같은 불인불의(不仁不義)한 난세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진정한 패주(覇主)인 유비는 알고 있다. 유비 뿐만 아니라 진정한 비바람(고난)을 겪어 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제갈량, 황충, 위연 등이 그렇다.
그렇기에 유비는 진흙탕에 몸을 더럽히며 더러움과 영합하려 마음먹은 것이요
그렇기에 제갈량은 하산을 택했을 때부터 두 손을 피로 적시기로 마음먹은 것이요
그렇기에 ‘충신은 두 주군을 섬기지 않는다’란 기골(骨氣)을 품었던, 죽을 때까지 그 가면(체면)을 쓰기로 결의했던 황충조차 체면을 집어던지고 새로운 주군을 모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고난은 겪어 본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고.
반면 한현(韓玄)은 고난을 제대로 겪어 본 적 없고, 인의(仁義)를 겉핥기로 배웠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는 유선(劉禪)의 방식을 지금 당장 실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유비가 더러운 무리들과 영합하며 그 울타리(圈子; 올가미)를 넓히고 있는 동안, 한현은 다른 4군 사람들과 쌈박질이나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유비가 4군을 함락하고 서천(西川)을 침략하여 동족형제를 죽일 궤계를 꾸미고 있을 때, 얼치기 애민(愛民)군주였던 한현은 장사군 백성들의 말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했을 뿐.
한현은 유비의 발끝에 미치지 못한다. 유비가 자신을 죽이리란 것도 예측하지 못한 사람인데... 그렇기에 그는 그저 삼분천하를 지켜볼 방관자로 남는 것이다.
반면, 현실을 깨달은 유비, 제갈량, 위연 등은 피로 물들은 길을 걸어갈 것이다. 스스로를 희생하여 수만 장병의 백골을 쌓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끝에 이상의 법도를 세운 나라가 있을 테니까.
=====
p.s
참고로 483화 마지막 장면에서 제갈량이 읊는 대사는 실제로 제갈량이 자신의 아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나오는 문구다.('계자서'로도 흔히 알려져 있다.) 제갈량은 해당 서한을 보내면서 아들에게 어떻게 학문을 닦아 입신양명할 것인지를 가르쳤다.
따라서 외재적 관점으로 볼 때 제갈량이 아들에게 가르쳤던 문장을, 화봉요원 작중에서 유선에게 암송시키는 것은 제갈량이 유선을 아들처럼 생각한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이하 원전 문장이다.
夫君子之行, 靜以修身, 儉以養德。
대저 군자가 행하는 바는 고요한 마음으로 심신을 수양하고 소박함으로 덕행을 도야陶冶하는 것이다.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욕심을 비우고 마음을 깨끗이 해야 뜻을 이룰 수 있으며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원대한 포부를 이룰 수 있다.
夫學須靜也, 才須學也, 非學無以廣才, 非志無以成學。
학문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야 하고, 배우지 않고서는 많은 재능을 가질 수 없으며, 포부가 없이는 학문을 이룰 수 없다.
淫慢則不能勵精, 險躁則不能治性。
방종하면 정신을 분발시킬 수 없고 조급하면 심성을 수양할 수 없다.
여기서 담박명지澹泊明志(욕심을 비우고 마음을 깨끗이 해야 뜻을 이룬다.), 영정치원寧靜致遠(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원대한 포부를 이룰 수 있다)은 유명해서 후세에도 널리 전해졌다. 필자도 [계자서]를 찾아 읽어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젊었을 때 공부 열심히할 걸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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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위연이 유비의 손길을 거절하고 유선의 손길을 받는게 뭐랄까 보기좋으면서도 찝찝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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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 현실을 황충에게 알려준게 바로 위연이라는 게... 언제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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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 관련 스포일러 때문에 댓글을 전부 삭제하고 다시 씁니다. 죄송합니다..ㅠㅠ 1. 한현은 기골(骨氣) 관련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오함마'로 상징되는 현실을 깨달은 제갈량,유비의 안티테제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솔오소리님 말씀대로 현실을 제대로 ㅂㅈ 못한 한계가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에 삼분천하가 벌어지리란 것을 예견했지만, 그걸 능히 실현할 재목은 되지 못한 것이죠. 진모 작가님은 이를 入木三分이란 고상한 사자성어로 꼬집고 있는 것이구요. 한현이 진정으로 현실을 깨달았다면, 장사군 백성(대중)들의 의견에 질질 끌려다닐 게 아니라, 유비가 그리했듯 솎아낼 건 솎아내고, 죽일 건 죽이고, 고문할 건 고문하고 그리 했을 겁니다. 4군 백성들을 사지에 내몰면서도 그 백성들에게 추대받는 유비의 스킬을 깨달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한현은 유비가 되지 못했습니다. 인재 관련해서도 그렇습니다. 유비는 자신의 아이를 버려가면서까지 요원화의 신임을 얻었습니다(장판파) 한현은 어떠했던가요? 한현은 귀가 얇아 장사군 백성들의 말만 들어 황충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더랬죠. 황충의 인심을 얻기는 커녕, 그의 기골(氣骨)을 알아볼 [사람보는 눈(相人)]조차 없었던 겁니다. 2. 심각한 스포일러라 쪽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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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 관련 보충) 한현은 마지막까지도 유비의 진의를 눈치채지 못한 채 어수룩했습니다. 하기사, 한현은 유비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할 만 했습니다. 4군을 삼키고 동족형제인 유장을 죽이며 서천을 차지한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서적을 좀 탐독한 통찰력을 가지고 어찌 이해하겠습니까. 빼도못할 악업을 이행하면서도 그 목적은 난세를 평정한다는 정의를 위한 것이라는, 행동과 동기의 모순에 이어 그 계획조차 이해 불가능한 수준의 무서운 음모라는 것을, 어수룩한 한현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겁니다. 한현 자신을 포함한 4군의 지도자를 모두 [간신(작중에서는 '원술'로 만든다로 표현)]으로 만들어 놓고 유비 본인은 정의지사로 포장한다는 계획을 그는 죽음 앞에 이르러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한현은 유비가 자신을 살려 줄줄 알고, '같은 길을 걷는 사람'운운하면서 유비에게 투항했던 겁니다. 그 비범한 계획의 편린조차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결국 삼분천하의 미래를 꿰뚫고 어느정도 스스로를 자부한 한현이였지만, 차원이 다른 사람들(유비&제갈량)들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던 겁니다. 그가 자부했던 입목삼분(入木三分)은...고작해야 잔재주에 불과했을 뿐이죠. 소중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삿말을 깜박했네요. 항상 감상평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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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제갈량과 한현이 이해가 가네요! 몇 년 전 화봉요원에서 제갈량이 망치로 사람 머리를 깨부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여러 매체의 제갈량들과 심히 다른 모습이었던지라 힙스터들이나 할 묘사라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삼국지의 책사들은 단순히 내치뿐만 아니라 자기 편의 피해는 줄이되, 적들은 최대한 많이 죽이는 계략들도 매순간 고안해냈죠. '적들의 머릿수를 많이 줄이는 효율적인 계책'을 짜내는 사람들이 순결무구할 리가 없고 오히려 그쪽으로 미쳐버린 사람들이야 말로 해낼 수 있으니, 제갈량이 직접 손을 더럽히는 모습은 이 현실을 달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네요. 반면 여기 한현은 처음 묘사된 것만 보고 백성들을 생각하는 어진 군주인데 비참하게 죽을 필요가 있나 생각했었는데, 사서의 이상적인 면만을 추구하고 정작 현실을 읽지 못하니 어찌 보면 현실에서 으레 보이는 머릿속 꽃밭인 사람들을 연상케 하네요... 그래서 앞머리도 꽃다발처럼 했나. 현재 진행되는 입촉 부분의 스포일러일 수도 있지만 제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데 나중에 등장하는 장송과 저기서 고문당한 장송은 다른 인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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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작중에서 현실을 황충에게 알려준게 위연이라니 아이러니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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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충이 유비의 마수(魔爪; 爪는 손톱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는 훗날 황제가 되는 유비의 '용의 손톱'을 의미하기도 함)을 겸허이 받아들였지만 유비는 유비의 마수(魔爪)를 가볍게 쳐냅니다. 짐승의 손톱인지, 용의 손톱인지는 몰라도 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위연은 현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비바람(고난)을 겪어본 사람이지요. 그래서 그는 그러한 행위로 삼푼(三分)의 골기만 드러내 보였던 겁니다. 유비를 아예 따르지 않는 건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아주 조금만이라도(三分)이런 빌어먹을 현실에 반항하겠다..그런 의미겠죠. 결국 위연은 나머지 칠푼(七分)에 따라 현실적으로 유비 휘하로 들어가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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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위연이 유비의 손길을 거절하고 유선의 손길을 받는게 뭐랄까 보기좋으면서도 찝찝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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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의상을 표현한건가? 싶기도하고 | 24.09.29 15:5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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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충이 유비의 마수(魔爪; 爪는 손톱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는 훗날 황제가 되는 유비의 '용의 손톱'을 의미하기도 함)을 겸허이 받아들였지만 유비는 유비의 마수(魔爪)를 가볍게 쳐냅니다. 짐승의 손톱인지, 용의 손톱인지는 몰라도 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위연은 현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비바람(고난)을 겪어본 사람이지요. 그래서 그는 그러한 행위로 삼푼(三分)의 골기만 드러내 보였던 겁니다. 유비를 아예 따르지 않는 건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아주 조금만이라도(三分)이런 빌어먹을 현실에 반항하겠다..그런 의미겠죠. 결국 위연은 나머지 칠푼(七分)에 따라 현실적으로 유비 휘하로 들어가지 않습니까. | 24.09.29 16:0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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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비타민제
그리고 그 작중에서 현실을 황충에게 알려준게 위연이라니 아이러니하네용 | 24.09.29 16:0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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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연이 진정 그 '반골의 상'이었다면, 아예 그 자리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어찌되었건 패주(覇主)의 길을 따라가기로 결심한 사람이지요. 칠푼은 타협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유비의 '개선식'에 참가했지만 삼푼(三分)의 기골(骨氣)은 아직까지도 남아있기에 더러움과 영합하는 유비를 도저히 용서하지 못했던 겁니다. 뭐, 작가가 말하듯이 세인(世人)들은 삼푼의 기골과 칠푼의 타협이 있음을 분간하지 못해 위연의 행위를 막연히 분기를 들고 일어난 의연한 사람으로 보겠지만, 유비는 그런 모습을 가볍게 읽어내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으로 대신하는 겁니다. 칠푼의 타협을 칭찬하는 것이죠. | 24.09.29 16:0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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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참 아이러니합니다. 그 현실을 황충에게 알려준게 바로 위연이라는 게... 언제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24.09.29 16:0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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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때 님글을 모아서봐용 | 24.09.29 16:0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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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제갈량과 한현이 이해가 가네요! 몇 년 전 화봉요원에서 제갈량이 망치로 사람 머리를 깨부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여러 매체의 제갈량들과 심히 다른 모습이었던지라 힙스터들이나 할 묘사라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삼국지의 책사들은 단순히 내치뿐만 아니라 자기 편의 피해는 줄이되, 적들은 최대한 많이 죽이는 계략들도 매순간 고안해냈죠. '적들의 머릿수를 많이 줄이는 효율적인 계책'을 짜내는 사람들이 순결무구할 리가 없고 오히려 그쪽으로 미쳐버린 사람들이야 말로 해낼 수 있으니, 제갈량이 직접 손을 더럽히는 모습은 이 현실을 달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네요. 반면 여기 한현은 처음 묘사된 것만 보고 백성들을 생각하는 어진 군주인데 비참하게 죽을 필요가 있나 생각했었는데, 사서의 이상적인 면만을 추구하고 정작 현실을 읽지 못하니 어찌 보면 현실에서 으레 보이는 머릿속 꽃밭인 사람들을 연상케 하네요... 그래서 앞머리도 꽃다발처럼 했나. 현재 진행되는 입촉 부분의 스포일러일 수도 있지만 제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는데 나중에 등장하는 장송과 저기서 고문당한 장송은 다른 인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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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 관련 스포일러 때문에 댓글을 전부 삭제하고 다시 씁니다. 죄송합니다..ㅠㅠ 1. 한현은 기골(骨氣) 관련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오함마'로 상징되는 현실을 깨달은 제갈량,유비의 안티테제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솔오소리님 말씀대로 현실을 제대로 ㅂㅈ 못한 한계가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에 삼분천하가 벌어지리란 것을 예견했지만, 그걸 능히 실현할 재목은 되지 못한 것이죠. 진모 작가님은 이를 入木三分이란 고상한 사자성어로 꼬집고 있는 것이구요. 한현이 진정으로 현실을 깨달았다면, 장사군 백성(대중)들의 의견에 질질 끌려다닐 게 아니라, 유비가 그리했듯 솎아낼 건 솎아내고, 죽일 건 죽이고, 고문할 건 고문하고 그리 했을 겁니다. 4군 백성들을 사지에 내몰면서도 그 백성들에게 추대받는 유비의 스킬을 깨달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한현은 유비가 되지 못했습니다. 인재 관련해서도 그렇습니다. 유비는 자신의 아이를 버려가면서까지 요원화의 신임을 얻었습니다(장판파) 한현은 어떠했던가요? 한현은 귀가 얇아 장사군 백성들의 말만 들어 황충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더랬죠. 황충의 인심을 얻기는 커녕, 그의 기골(氣骨)을 알아볼 [사람보는 눈(相人)]조차 없었던 겁니다. 2. 심각한 스포일러라 쪽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24.10.02 17:5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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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 관련 보충) 한현은 마지막까지도 유비의 진의를 눈치채지 못한 채 어수룩했습니다. 하기사, 한현은 유비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할 만 했습니다. 4군을 삼키고 동족형제인 유장을 죽이며 서천을 차지한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서적을 좀 탐독한 통찰력을 가지고 어찌 이해하겠습니까. 빼도못할 악업을 이행하면서도 그 목적은 난세를 평정한다는 정의를 위한 것이라는, 행동과 동기의 모순에 이어 그 계획조차 이해 불가능한 수준의 무서운 음모라는 것을, 어수룩한 한현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겁니다. 한현 자신을 포함한 4군의 지도자를 모두 [간신(작중에서는 '원술'로 만든다로 표현)]으로 만들어 놓고 유비 본인은 정의지사로 포장한다는 계획을 그는 죽음 앞에 이르러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한현은 유비가 자신을 살려 줄줄 알고, '같은 길을 걷는 사람'운운하면서 유비에게 투항했던 겁니다. 그 비범한 계획의 편린조차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결국 삼분천하의 미래를 꿰뚫고 어느정도 스스로를 자부한 한현이였지만, 차원이 다른 사람들(유비&제갈량)들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던 겁니다. 그가 자부했던 입목삼분(入木三分)은...고작해야 잔재주에 불과했을 뿐이죠. 소중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삿말을 깜박했네요. 항상 감상평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잘 것 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24.10.02 17:5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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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서툴고 모난 부분이 많은데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61권이 전투씬도 빡빡하게 채워져 있는 권이지만 여러모로 탐구할 부분이 많기도 해서 글을 많이 쓰게 되네요. 유비와 한현은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항전하지 않고 항복하는 충신과, 남의 땅(서촉)을 침공하려는 간신의 차이란. 등등 좀 더 자세히 쓰고 싶은데 언젠가 시간되면 다시 한 번 키보드 두드려보겠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고 지루한 글인데 잘 봐주셨다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25.06.14 22:3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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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너무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신경비타민제님 아니었으면 이렇게 심도있게 음미하기 어려웠을거 같습니다ㅎㅎ 화봉요원 처음읽을때 곱씹던 재미를 이제는 여기서 많이 느끼는거 같습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ㅎㅎ | 25.06.15 09:5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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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못난 글이 민트초코핫도그님께 새로운 재미를 드렸다면 저야말로 오히려 감사하죠! 제 글이 누군가에게 활력소가 되었다는게 정말 글쓰는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칭찬입니다 ㅎㅎ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주시고..정말 감사드려요! | 25.06.15 19:55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