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지 " 의 " 송강 " 이 " 강주 " 로 귀양을 가다가 , 중간에 " 계양진 " 이라는 곳에 들렸을 때가 있었는데 ,
여기서 봉술을 멋들어지게 구사하는 " 설영 " 이라는 사람의 봉술을 구경했음
근데 , 사람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정작 " 설영 " 에게 돈을 주거나 그가 파는 약을 사지 않는 걸 보고
의아하게 여긴 " 송강 " 이 그에게 돈을 쥐어줬음
( 판본에 따라서 약을 샀다는 버전도 있고 , 약은 놔두고 은자만 쥐어줬다는 버전도 있음 )
그러자 " 설영 " 이 ' 사람은 이토록 많은데 , 베풀 줄 아는 이는 고작 한 명 뿐이로구나 ! '
하면서 ' 니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 ' 하는 식으로 대차게 쏘아붙이니
갑자기 몸집 큰 사내가 패거리와 함께 사람을 헤치고 나와서 고함치기를
" 여기서 장사하는 놈들은 전부 이 어르신에게 자릿세를 내고 하는 것인데 ,
어디서 굴러쳐먹다 왔는지 모를 죄수놈이 감히 이 계양진의 법도를 어겨 ?
이 쳐죽여도 시원찮을 죄수놈아 , 어디 한번 당해봐라 ! "
하면서 달려들기 시작했음
그러자 " 설영 " 이 이 몸집 큰 사내 , " 목춘 " 을 단박에 제압하여 내동댕이쳤고 ,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야 " 설영 " 과 " 송강 " 은 통성명을 하게 됨
근데 , 그렇게 시원하게 " 목춘 " 을 혼내준 것은 좋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음
이 " 목춘 " 이라는 놈이 " 계양진 " 의 주민들에게 ' 이놈들을 받아들이면 내가 가만히 안 둔다 ! '
는 식으로 협박을 걸어놔서 도저히 쉴래야 쉴 수가 없는 거임
그러다보니 " 송강 " 뿐만 아니라 " 송강 " 과 동행한 두 공인들조차도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렸는데
어느 한 집에 다다르자 여기 아니면 이제 갈 곳도 없다는 심정으로 집 안의 사람을 불렀음
그러자 노인이 나왔는데 , 사정을 들은 노인이 ' 아이고 얼른 들어오시오 고생이 많으셨겠소 '
하면서 기꺼이 받아들여준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음
근데 , 어째 자는 도중에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서 일어나진 않고 살며시 귀를 기울이니
노인과 낮에 봤던 " 목춘 " 이라는 놈이 대화를 하고 있는 거임
알고보니 노인은 " 목춘 " 의 아버지였고 , " 목춘 " 은 자기 형인 " 목홍 " 을 찾아서 아버지 집에 온 거였음
" 송강 " 과 두 공인은 ' 아이고 , 우리가 호랑이굴로 들어왔구나 ' 하는 마음에 몰래 빠져나갔는데 ,
( 정작 이 " 목춘 " 과 " 목홍 " 의 아버지 되는 노인은 일의 내막을 자기 아들한테 듣고 나서
'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모질게 괴롭히면 못 쓴다 , 이제 그만해라 ' 하면서 나무라고 있었음
단 , 이 부분도 판본에 따라서 내용은 다르긴 함 )
그러던 와중에 배와 뱃사공을 보고 올커니 잘됐다 싶은 마음에 뱃사공을 부름
마침 뱃사공도 흔쾌히 타라고 해서 배에 탔는데 , 마침 " 목홍 " 과 " 목춘 " 이 패거리를 이끌고 들이닥쳤지만
천만다행으로 배는 이미 강 중간까지 가서 이 두 놈과 패거리들이 손을 못 썼음
그래서 이놈들이 뱃사공에게 ' 배를 돌려라 ' 느니 , ' 이 사공놈아 뒤지기 싫으면 이쪽으로 와라 ' 같은
오만가지 쌍욕을 뱉자 이 뱃사공이 한 차례 차게 웃으며 말하기를
" 이 어르신은 장 사공이다 , 어디서 개같은 놈들이 함부로 지껄이느냐 ? "
하고 내뱉자 순식간에 욕설과 고함을 지르던 패거리들이 조용해졌고 ,
" 목홍 " 과 " 목춘 " 도 고함을 지르다가 잠시 말이 없더니 공손한 태도로 말하기를
" 아 , 장형이셨구나 ? 다름이 아니라 , 그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에게 좀 내어주시오 "
하니 , 이 장씨 성을 쓰는 뱃사공이 너스레를 떨며 말하기를
" 아 , 이분들은 내 친척 분들이시네 . 오랜만에 국수나 좀 대접해드리려고 하는 거라구 "
하니 , 두 형제가 다시 말하기를
" 그들은 이 계양진의 법도를 어긴 놈들이오 , 그러지 말고 내어주시오 "
하니 , 이 사공이 다시 말하기를
" 내 술이 되고 밥이 될 놈들을 내어달라는 소리겠지 , 그렇게는 못 한다 "
고 받음
그러니 두 형제가 씩씩대다가 돌아갔고 , 송강과 두 공인은 세상에 이런 은인도 있구나 ! 하는 마음에 기뻐했는데
갑자기 이 장씨 성의 사공이 시퍼런 칼을 꺼내고 하는 말에
( " 박도 " 라는 칼인데 , " 수호지 " 에서 이 칼 쓰는 인물이 적잖게 나옴 )
" 자 ,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계산을 좀 해 보자 . 가진 걸 다 내어 주겠느냐 ?
아니면 이 칼에 토막이 나서 고기덩어리가 되겠느냐 ? "
하고 , 순식간에 태도를 싹 바꿔서 이야기함
( 참고로 , 이문열 버전에서는 칼국수가 될래 ? 물만두가 될래 ? 하는 식의 선택지를 주는데 ,
칼국수는 박도의 날에 비명횡사하는 것이고 , 물만두는 가진 거 다 내어놓고 알아서 빠져죽는 거임 )
즉 , 이 사공은 사실 수적 , 그러니까 배를 타고 강도질하는 도적놈이었고
그것도 단순한 도적놈이 아니라 이 일대를 휘어잡고 있는 도적 중에서도 한가닥 하는 " 장횡 " 이었음
갑자기 태도를 싹 바꾼 " 장횡 " 을 보고 , 송강과 두 공인이 아이고 진짜로 죽었구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배를 타고 누군가 다가옴
그 사람은 , 다름 아닌 " 혼강룡 " 이라는 별호를 가진 " 이준 " 과 " 동위 " , " 동맹 " 세 사람이었음
이게 " 장횡 " 이 " 송강 " 과 두 공인을 잡은 걸 알고 온 건 아니고 ,
그냥 잠도 안 오고 영 심심한데 뭐 껀수 없을까 해서 배 타고 돌아댕기다가 이 광경을 본 거임
" 장횡 " 도 반갑게 인사했는데 , " 이준 " 이 배 안에 누구 있냐고 물으니
' 요 며칠동안 돈이 궁했는데 두둑한 놈들이 걸렸다 ' 면서 " 장횡 " 이 대답함
( 정확히는 " 장횡 " 이 노름을 즐겨 했는데 , 솜씨가 별로라 다 털려서 돈이 궁했던 차였음 )
" 송강 " 과 두 공인은 " 이준 " 을 보고 ' 우리 좀 살려달라 ! ' 고 고함을 질러댔고
" 장횡 " 이 이놈들이 미쳤나 하면서 본격적으로 털어먹으려던 찰나 ,
" 송강 " 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 이준 " 이 놀라서 배에 뛰어든 덕분에 겨우 살아났음
" 장횡 " 은 의아해서 아니 누군데 구해줍니까 ? 하는 식으로 물어봤고
" 이준 " 은 한바탕 크게 웃은 뒤에
" 이분이 누구신줄 아는가 ? 바로 급시우 송공명 형님이실세 ! "
( " 급시우 " 는 ' 때를 맞춰 오는 비 ' 라는 뜻인데 , 가뭄에 시달리던 차에 내리는 단비를 뜻함 )
즉 , 그만큼 귀하고 존경할만한 분이라는 뜻인데 ' 송강 ' 을 이렇게 많이들 부름 )
하니까 " 장횡 " 이 놀란 나머지 ' 아니 내가 이 이름 높은 호걸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야 ?! '
하는 태도로 허둥지둥하면서 황급히 두 사람을 풀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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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장횡과 만남은 이렇게 끝나는데 , 나중에 " 목춘 " 과 " 목홍 " 한테도 " 장횡 " 이 인사를 시켜줘서
이 소동은 일단락됨
( " 송강 " 은 제정신이냐고 경악했는데 , " 장횡 " 은
" 형님이 누구신지 몰라서 그랬을 거 뻔합니다 ,
괜찮습니다 , 걔네도 누군지 알면 놀라 자빠질껍니다 ㅋㅋㅋㅋ "
하는 식으로 받았고 ,
실제로 두 형제도 자기네가 쫓던 사람이 " 송강 " 인줄 알고
" 장횡 " 처럼 ' 우리가 급시우 어른께 무슨 개같은 짓을 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 면서 경악하고 사죄함
판본에 따라서는 " 이준 " 이 두 형제를 불러서 " 송강 " 에게 인사시켰다는 내용도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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