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일이다.
입시 학원 다닐 때 안면을 터놓은 친구랑 어떻게 다시 만나서 꽁냥꽁냥했었다.
그 때 데이트 썰 중 하나를 소개 하고자 한다.
어느 비 냄새가 미처 가시지 않은 선선한 여름날.
차 밥 영화 데이트라는 늘상 만나면 하는 것에 지친 우리는 그녀의 자취방에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피자를 먹기로 했다.
나는 대학 다닐 때나 지금이나 노트북을 들고 다녔기에 내 일터를 옮기는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에어컨을 안 틀어도 될 선선함에 대신 틀어둔 선풍기가 윙윙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각자의 작업에 집중하였다.
아무리 선선해도 결국은 여름이었던가.
머리를 위로 올려묶은 그녀의 관자놀이에선 땀 한방울이 또르륵 떨어지고 있었다.
나도 사실 조금 더웠다.
에어컨을 틀고 싶었지만 집주인은 내가 아니었기에 맘대로 틀긴 좀 그래서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웃옷을 펄럭거리며 땀을 좀 식혔다.
작은 입으로 피자를 우물우물 먹으면서 그런 나를 곁눈질로 보던 그녀는 장난인지 아닌지 모를 말로 더우면 옷을 벗으라 이야기 했다.
차라리 에어컨을 틀면 어때라는 나의 주장을 전기세 아껴야한다는 주장으로 묵살시킨 그녀는 씩 웃으며 한마디 했다.
뭐 어때, 알거 다 알잖아.
20대 초반인 나는 마치 사춘기 소년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점점 습해지는 여름의 향기, 창문을 등지고 앉아 반 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의 얼굴, 매미 울음 소리, 정리되지 않은 그녀 방의 향기.
모든 것이 어우러지며 압박당하며 질식할 것 같은 느낌에 그걸 이겨내보고자 반팔티를 벗어던졌다.
햄스터처럼 입에 피자를 빵빵히 넣으며 우물거리던 그녀는 진짜 할거란 생각은 못했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리곤 뒤돌아서 책장에서 a4용지 사이즈의 무지 노트를 하나 꺼냈다.
가만 있어봐.
그렇게 말한 그녀가 뭘 하려는 것인지 알았다.
크로키.
어떠한 대상이 움직이는 동세를 빠르게 그려내는 것이다.
우리 입시때도 이런거 많이 했었지 하며 나는 일단 취하고 있던 어쩡쩡한 자세를 2분 후에 그녀가 됐다고 말할 때까지 버텨내었다.
그리고 나도 노트를 한 권 받아 서로의 크로키를 하기로 했다.
우리는 마치 19살의 소년 소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그 순간을 즐겼다.
시간이 점점 지날 수록 포즈를 취하고 그런 상대방의 몸을 핥듯이 관찰하며 노트에 담아내면서 점점 몰입해갔고 에어컨도 틀지않은 20대 프리랜서 여자의 자취방은 둘의 체취로 가득찼다.
그녀도 옷을 한 꺼풀 벗었다.
나도 바지를 벗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서로 알몸이 되었을 때...
아아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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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 24.03.20 13:5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