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에게 있어서 인삼은 무척 귀한 무역상품이었다. 명나라와의 교역관계에 있어서 가장 큰 이윤을 남기는 상품중 하나가 바로 인삼이었다. 그렇기에 해서여진계 세력이건, 건주건간에 이윤을 확보하고 그 이윤을 통해 병사들을 무장시키고 상대 세력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두 인삼의 확보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였다. 이렇게 확보된 인삼은 명나라와의 변경호시에서 팔렸고, 또 조공으로 진상되기도 했다. 변시와 조공 모두 여진 세력으로서는 경제적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루트였다.
누르하치는 인삼거래를 특히 신경쓴 군주였다. 그는 건주를 통일한 후 자신의 아래에 건주의 대명무역권을 독점하고 명나라에 조공을 하며 변시에서 물건을 거래했다. 거기서 인삼의 거래는 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명실상부히 효자상품이라고 칭할 만 했다.
1605년경, 그렇게 인삼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확보하고 있던 건주에 그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다. 후금/청의 기록에 의하면 이 무렵 명나라의 상인들이 건주와의 인삼교역을 거부하면서 건주가 확보한 수 많은 인삼이 썩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때 건주는 인삼을 물에 적신 상태로 팔았는데 명의 상인들이 인삼 교역을 거부하면서 이러한 형태로 상품화한 인삼이 썩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건주측은 본인들이 내놓은 인삼들이 거래 거부의 지속으로 말미암아 모두 썩어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까봐 인삼을 급히 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급히 처분한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1
후금측의 기록만 보자면 명의 상인들이 본인들의 이득만을 위해 고의로 건주에게 손실을 강요하고 인삼이윤을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사태의 책임이 온전히 명측의 상인들에게만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건주의 지도자였던 누르하치가 인삼거래를 독점하고 막대한 이윤을 확보하고 있던 상황을 생각해 보자면 명의 상인들의 거래 거부가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명측 거래상들은 서로간에 연대하여 폭리를 취하려는 누르하치에게 경제적으로 대항했고 그 결과 누르하치가 일시적으로 그들의 거래 거부에 굴복하여 인삼을 급히 판매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사진 출처 : 남한산성
이러한 인삼거래를 둘러싼 양측간 거래 분쟁은 1605년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 이듬해와 다다음해의 누르하치는 1605년에 일방적으로 명측에게 거래 압박을 당하여 싼 값에 인삼을 처분할 수 밖에 없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갑의 입장을 취하면서 명의 교역상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 때 누르하치는 관전, 애양, 청하, 무순 인근에 방치해 놓으며 그 인삼을 비싼 값에 사들이도록 강제했고 그로 인해 요동의 병사들과 주민들까지도 재산을 써서 그 인삼을 사들여야 했다.2
누르하치가 역으로 명나라 상인과 거래대상들을 상대로 이렇게 고압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1605년의 사태 이후로 인삼이 쉽게 썩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가공법을 개발, 본인의 인삼이 쉽게 썩지 않도록 하고 보존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명측의 인삼 거래 거부 담합에 대해 대치했기 때문이었다. 실록에 이르기를 이 때 누르하치는 인삼을 한 차례 삶은 뒤에 햇볕에 말리는 가공법으로 인삼의 보관기간을 늘렸고 그로 인해 명측이 거래를 거부하더라도 장기간의 보관을 통해 본인의 인삼이 썩는 상황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누르하치는 오히려 명나라의 상인들을 상대로 시간적, 상품적 우위를 잡을 수 있었고, 그들의 고가 거래 거부에 대처할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3
새로운 가공법을 만들어낸 누르하치는 기존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 가공법으로 인삼을 추가적으로 가공한 것을 내세워 명나라 상인들로부터 더 비싼 값을 받고 인삼을 판매하여 이득을 취했고 그것이 1606년 이후의 인삼거래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이러한 누르하치의 폭리 취득은 건주와 명나라 양측간의 인삼 거래에 대한 입장을 더욱 벌려놓았다. 이 시기 명측은 누르하치가 인삼을 감당하기 힘든 비싼 값으로 팔아 폭리를 취한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반면에 건주측은 본인들이 인삼의 제조에 당연히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고를 더하였으므로 거래대상인 명상(明商)으로부터 인상된 값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으므로 양측간 입장차는 확연했다.
인삼 거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명나라와 건주 세력간에 존재하는 갈등의 요인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사실, 이 시기 인삼 거래 문제만이 양측간 갈등의 요인이 된 것은 아니었다. 이 시기 누르하치는 명조에 대한 조공을 거부하면서 막대한 양의 운반비를 요구하고, 관전 6보에 접한 영토를 본인의 영토로 인정받고자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었으므로 명과 건주간의 경제적 분쟁은 심화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인삼의 문제까지 그에 연계되어 양측간 갈등의 불씨가 커진 것이다. 요컨대 인삼 문제는 양측간의 경제/정치적 문제가 심화되는 과정의 근본적 원인이기 보다는 그 과정을 심화시키는 요인중 하나였다고 여겨진다.
여러 복합적인 경제 문제의 충돌과 그에 필연적으로 연동되는 정치 문제의 충돌은 명나라와 누르하치간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1608년 무렵 명조와 누르하치간의 호시는 일시적으로 정지되었다.5 이는 당시의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의 복합적인 작용 때문이었다. 조공의 중지 문제, 교역 문제, 관전 6보 문제, 조선의 지속적인 건주에 대한 경고등이 명나라로 하여금 누르하치에 대한 경계심을 극도로 끌어올리게 했고 이에 따라 명나라는 누르하치를 경제적으로 압박했다. 기술에 의하면 이 무렵 10만근이나 되는 인삼이 썩어버렸다고 한다.6 누르하치의 혁신적 인삼 가공법 역시도 년 단위가 넘어가는 무역 제재에는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이후 누르하치와 명나라는 다시금 타협점을 찾아 교역을 재개했고 조공 역시도 재개되었다. 조공의 재개는 누르하치가 명나라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편인 동시에 명나라의 건주에 대한 내부 분위기를 살피기 위한 수단이었음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 이후 채 10여년이 안가 명나라에 대한 누르하치의 조공과 공식적 교역은 단절된다. 누르하치가 국가를 건국하고, 이어서 명과 후금 사이에 존재하는 필연적인 외교적 갈등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명나라에 전쟁을 선포함으로서 양측간 관계는 전쟁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이는 흔히 현대에 명청전쟁이라고 일컬어지는 전쟁이다.
1.만주실록 을사년
2.김선민, 명말 요동 변경지역을 둘러싼 명-후금-조선의 삼각관계, 중국사학회, 중국사연구 55, 2008, p.233.
3.만주실록 이상과 동문. 무황제실록의 한문본에 의하면 2배에 달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한다.
4.Nicola Di Cosmo, The Manchu Conquest in World-Historical Perspective: A Note on Trade and Silver, Journal of Central Eurasian Studies, olume 1, 2009, p.52.
5.구범진, 청나라 : 키메라의 제국, 민음사, 2012,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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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논문, 서적 출처가 중요한 것도 있고 이런 출처들 적어놓으면 나중에 다시 검정, 검토할 때 찾기도 편하고 해서 자작글이라도 붙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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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인데 “입었다고 한다.1 ” 처럼 숫자는 왜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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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생각보다 거래에 중요한 요소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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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은 언제나 막대한 수요를 형성하는 상품이었는걸 | 23.07.01 12:5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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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존나큰삼 등장 이전까진 항상 원탑 | 23.07.01 13:4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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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삼이 | 23.07.01 13:48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