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훗, 전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니까요."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3학년이자, 해킹 동아리 베리타스의 부장이며, 현재는 초현상특무부의 부장인 아케보시 히마리는 자신감에 넘쳐있다.
왜 자신감이 넘치냐, 하면, 그것이 아케보시 히마리이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없었다. 그녀는 천재들이 즐비한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에서도 손꼽히는 천재였으며,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뿐더러, 밀레니엄 학생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육체도 그리 강하지 못했으며.
미소녀... 라고 인정할 외모였다. 실제로 그녀의 병약한 미모는 밀레니엄 스쿨에서 드문드문 화제가 될 정도기도 했으니 말이다.
해커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는 그녀였고, 또 그녀는 많은 것이 가능했지만, 그녀도 결국 학생인 이상 불가능한 것은 언제나 존재했다.
이를테면.
"이거 큰일이군요."
벽에 걸린 온풍기를 켜는 일 같은 것이었다.
본래였다면 리모컨으로 온도를 조절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자칭타칭 '전지'라는 학위를 보유한 히마리인 만큼, 그토록 간단한 사실을 모를 리는 없었을 테지만.
"설마 이제는 세상에서 없어졌다고 알려진 구세대의 온풍기일 줄이야."
리모컨이 작동되지 않는 고물 온풍기를 켜는 건,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는 그녀에게 있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이런... 이거 문제군요."
도움을 구하고 싶었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에이미는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겠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고, 선생을 부르기엔, 온풍기를 켜달라는 건 너무 무례하고 염치없으며, 또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그래도 이러다간...'
에이미가 낮춰둔 방 온도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히마리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럼 역시..."
어쩔 수 없는 순간이다. 히마리는 그런 생각을 했다.
"드론의 위치를 고정시키고..."
히마리는 키보드를 조작해 방안에 있는 드론들을 조작했다. 드론들은 히마리의 옷을 붙잡고 날아올랐다. 히마리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역시 초천재병약소녀해커인 저군요."
그 사실에 히마리는 빙긋 웃었지만.
"아이코."
작디작은 드론은 히마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히마리가 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
"후후... 이런 일은 상정했습니다만..."
코에서 피가 주룩, 흐르는 히마리.
"빈혈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못 했군요."
평소 병약한 히마리였기에, 자그마한 출혈에도 히마리는 현기증을 느꼈다.
고작 코피로 죽는 건가... 따위의 생각을 할 무렵.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부실의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이것 역시 계산했습니다."
들어오는 것은 여자다. 검은 머리, 늘씬한 몸매, 모두가 존경해마지 않는,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정점이자, 3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전지' 학위를 수여받은 또다른 존재.
"리오."
츠카츠키 리오였다. 리오는 평소처럼 날카롭고 빨간눈으로 다가오더니.
"또 이상한 짓을 저질렀나."
"후후... 천재병약미소녀은 이상한 짓 따위 하지 않는답니다."
"받아라."
히마리에게 하얀 손수건을 건넸다. 히마리는 그것이 의외였다. 리오는... 적어도 자신이 아는 리오는 자신과 그리 친하지 않았으니까.
"..."
리오는 그런 히마리의 눈빛을 읽어냈다.
"이게 합리적이니까."
"그런가요?"
히마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손수건을 받아들었다. 리오의 체취가 느껴지는 손수건이었다.
"이게 당신의 향기군요. 저 같은 초천재병약미소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향."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네."
리오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온풍기를 바라봤다.
"저건가."
또각 걸음소리를 내며, 리오는 온풍기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간단한 손짓으로 온풍기의 전원을 켠다.
우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온풍기가 작동을 시작한다.
"후훗..."
그제야 추위에서 벗어난 히마리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리오가 입을 열었다.
"몸조심해. 너는 우리 학교에서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니까."
"제가 대단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대접을 받고 싶진 않답니다?"
"..."
그 말에 리오는 대답하지 않는다.
"..."
동시에 히마리도 대답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알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구태여 말하자면, 평행선이었다.
결코 닿을 수 없는 평행선. '전지'한 두 사람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동정도, 바라지 않는다. 위안도 얻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평행이다.
"...그럼 가도록 하지."
"그래요."
리오는 바닥에 쓰러진 히마리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것은 그다지 효율적인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오는 알고 있다. 히마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히마리 역시 딴지를 걸진 않는다. 그녀는 리오의 행동원리를 이해하고 있다. 히마리 역시 리오의 생각을 알고 있다.
"..."
"..."
두 사람이 스쳐 지나간다. 말은 없다. 리오가 문앞에 선다. 문이 열린다. 한 걸음, 한 걸음만 나가면, 끝이다.
그 순간이었다.
"저기..."
"저..."
두 사람의 입이 동시에 열린다.
"..."
"..."
하지만 두 사람은 입을 열지 않는다. 어째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렇기에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간다."
"그래요."
리오는 잠시 머뭇거리다 부실을 빠져나간다. 그와 동시에.
"어라? 무슨 일 있었어? 웬일로 회장이 왔대?"
젖은 옷을 갈아입은 에이미가 부실로 들어온다.
"..."
히마리는 그런 에이미를 보며 입을 작게 움직인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하지 못하겠다. 아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사실은 잘 모르겠다.
"..."
히마리는 잠시 고민하다 작게 웃었다.
"에이미가 틀고 간 에어컨 때문에 죽을 뻔했답니다."
"온도를 너무 높게 설정했지? 옷 갈아입고 왔는데 더워죽겠네."
"후후... 제발 온도 좀 올려주세요."
두 사람은 떠들었다. 히마리는 지금 당장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히마리는 언젠간, 이라는 생각을 했다. 언젠간 무엇을 할 것인가.
그건 전지한 히마리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다. 그저 어렴풋이 느껴지는, 희미한 희망의 잔상이었다.
하지만 잔상, 신기루라는 것이 그렇듯, 손을 뻗어도 닿지 않으리라.
마치 평행선처럼 말이다.
그래도 히마리는 다짐했다.
'절대불변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법이겠죠.'
언젠가 평행선도, 방향을 바꾸게 만들, 무언가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그것이 무엇일까. 이름 없는 신들의 왕녀? 아리스? 선생? 어쩌면...
히마리는 그런 생각을 하다 웃었다.
"모르겠군요."
"어엉?"
에이미가 영문을 알 수 없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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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글이 안 써져서 손풀기 겸 머리굴리기 용으로 쓴 엽편소설.
일절 구상 안 하고 의식의 흐름으로 쓴 탓에 후반으로 갈수록 더더욱 이상해진다.
무의식적으로 휠체어에서 쓰러져 후훗, 하고 웃으면서도 사소한 것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히마리가 쓰고 싶었던 걸지도...
그래도 사랑해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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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들어본거 같은데ㅋㅋㅋㅋㅋ 무슨 내용일까ㄷㄷㄷㄷ | 23.05.31 22:0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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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에? | 23.05.31 22:1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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