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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무모한 일을 벌인 거니?"
(중략)
생각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다. 각오를 다지기 위한 시간이었다.
"......그것 말고는 너와의 관계를 이어나갈 방법이 없었으니까."
"뭐?"
유키노시타가 걸음을 멈추고 휙 나를 돌아보았다. 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했고,
어정쩡하게 벌린 입에서는 당장이라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봉사부가 없어지면 접점도 사라지니까. 달리 너를 끌어낼 구실이 떠오르지 않았어."
(중략)
애초에 합당한 이유도 없이 그 손을 만지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유는 있었다.
단 하나,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놓쳐버리면 다시는 잡을 수 없어."
(중략)
"이런 소리 하는 거, 무진장 쪽팔려서 지금 당장 죽고싶은 심정이다만....."
(중략)
"넌 원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난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
의무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야.
그러니 네 인생을 뒤틀 권리를 내게 줘."
(중략)
이따위 말로 이해할 수 있을 리 없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전해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전하고 싶을 뿐이다.
내 처량한 쓴웃음을 물끄러미 발보던 유키노시타가 마침내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나 말이야, 아마 굉장히 피곤한 타입일 거야."
"알아."
"계속 민폐만 끼칠걸?"
"새삼스럽게 뭘."
"고집도 세고, 귀여운 구석도 없어."
"그건 그렇지."
"좀 부정해주면 어디 덧나니?"
"억지 쓰지 마."
"너한테 전적으로 의존해서 점점 더 구제불능이 되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러면 내가 더 구제불능이 되면 그만이지. 모두가 쓰레기가 되면 쓰레기는 없어지는 법이잖아?"
(중략)
"성격이 너무 꼬여서 가끔은 정말로 이해가 안 되고 열 받을 때도 종종 있다만,
그런 건 다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할 수 있고, 어차피 나도 별 차이 없으니까,
...... 아마 투덜대면서도 어지간한 건 받아줄 수 있을 걸?"
대답한 순간 이번에는 말없이 얻어맞았다.
그것을 달게 받아들이고, 그 가냘픈 손을 살며시 잡았다.
정말로 다른 게 있었으면 좋았으리라.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었다.
더 쉽게 전해지는 말이 있다면 좋았으려만.
더 간단한 감정이라면 좋았으련만.
단순한 연모나 사모의 감정이었다면 분명 이토록 애타지는 않았을테지.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을 거리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다.
"인생을 뒤트는 대가로는 부족할 테지만, 아무튼 다 주마.
필요없으면 버려. 성가시면 그냥 잊어버려라.
내가 멋대로 주는 거니까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어."
유키노시타가 코를 훌쩍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확실하게 말할게."
그리고 내 어깨에 살포시 이마를 기댔다.
"당신의 인생을 저에게 주세요."
"......부담스러워......."
입가로 나직하게 한숨을 흘리자, 항의하듯 유키노시타가 다시 이마를 콩 부딪혀왔다.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모르니까, 어쩔 수 없잖니......"
고양이처럼 이마를 대고, 새끼 고양이가 잘근잘근 깨물듯 내 가슴을 꼭 움켜쥐었다.
아무리 많은 말로도 다 전할 길 없는 마음을, 맞닿은 온기만이 뚜렷이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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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함이 치사량이었던 마지막 권 고백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