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일이면 아바타2가 개봉할테고, 이제 이 작품도 극장에서 보기 힘들어질테니
괜찮게 본 영화를 리뷰할까 합니다.
1.
이 영화의 테마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보는 것. 보이는 것. 볼수 있는 것.
둘째.
말하는 것. 발설하는 것. 고발하는 것.
2.
이 두 행동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 바로 주인공 천경수입니다.
그는 맹인으로 행세하고 실제로 불빛 아래에서 앞을 볼 수 없지만
사실 불이 꺼지면 앞이 보이는 주맹증 환자입니다.
따라서 천경수는 맹인이 아니죠.
그는 '못 본 척, 못 들은 척, 그렇게 자신과 타인을 속이며 생존하는 하류 계급'이 형상화된 존재이며
그 하류 계급 중에서도 가장 아래에 위치해, 권력자와 서민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불가촉천민에 가깝습니다.
'맹인은 ㅂㅈ 못한다. 따라서 무시해도 된다.'
그렇기에 류준열은 왕과 중전의 굳게 쳐진 장막 안으로 들어가 침투할 수 있는 존재이며
동시에 침으로 피부를 뚫고 사람들의 속내를 진단할 수 있죠.
침술사라는 직업은 작중 꽤 절묘한 위치인데,
피부라는 장막을 뚫고 침의 떨림으로 진실을 꽤뚫어보는 존재이며
또한 그 침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살릴 수 있는 자이기도 합니다.
장막 뒤에서 은연중에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 자이죠.
말이 나온 김에, 피부의 메타포는 이 장면에서 유난히 강렬합니다.
발악하는 몸을 붙잡고 핏물을 전부 닦아냈지만,
그럼에도 피부를 뚫고 눈에서 한이 흘러나오는군요.
3.
그렇다면 맹인은 누구일까요?
첫째는 당연히 인조입니다.
마비가 와 일그러진 얼굴은 사팔뜨기를 연상시키며, 쳐진 눈가에서 시선은 방황합니다.
마치 대낮에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하는 주인공 천경수처럼 말이죠.
방황하는 시선은 사방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는 의심암귀로 비롯된 것이며, 그는 진정으로 권력에 눈이 먼 맹인입니다.
둘째는 바로 관객입니다.
친구놈(영화전공) 말로는 이 영화의 필터는 필시 포그 장치로 연기를 피워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저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영화가 적극적으로 관객의 눈을 가리려 든다는 것이죠.
연기를 피운 것처럼 밤의 세상을 뿌옇게 만들면서요.
인조의 장막은 그를 스스로 맹인으로 만드는 장치이지만
동시에 관객들에게서 그 실체를 가리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소현세자 암살극의 진실이 관객에게 밝혀질 때는
인조가 그 장막을 걷고 나올 때라는 점이 의미심장하죠?
4. 그렇다면 이 영화의 숨겨진 위협은 누구일까요?
인조가 두려워한 무언가, 주인공을 진정으로 위협하는 존재, 작중 인물들 모두가 피하려 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낮의 태양입니다.
낮은 모든 진실을 까발리는 존재이며, 모든 의심암투를 걷어 버리는 시간입니다.
특히 명도와 채도가 낮은 본작에서, 낮의 햇빛은 유난히 강렬하고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인조가 차양으로 햇빛을 가리며 세자를 사랑하는 아비를 연기해도
대낮에 행차한 청 사신 일행에겐 무력할 뿐이죠.
명이 망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남한산성의 치욕을 다시끔 일깨워주는 것은 낮이었습니다.
빛은 권력자의 나약함을 폭로하고, 하류 계급인 주인공에겐 모든 능력과 시야를 박탈합니다.
이 영화 위협은 칼날을 세우고 바라보는 세상 그 자체입니다.
소현세자와 천경수의 대화에서, 촛불이 벽으로 묘사되는 씬이 있었는데요.
세자는 벽을 후 불어 꺼뜨리고 하류 계급과 소통했지만, 태양과 낮은 그 힘의 크기가 다릅니다.
인조가 어두운 궁궐 안에서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그 대낮이며,
그래서 인조는 그 대낮의 빛으로 무력화됩니다.
아무도 곁에 오지 않고,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인조는 아무도 볼 수 없고,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맹인이 됩니다.
그는 세상에게 버림받았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불가촉천민인 주인공이 빛과 대낮을 극복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5.
바로 '진실을 말하는 것' 이었습니다.
주인공 천경수가 행한 많은 행동은 비밀과 야음을 틈탄 것이었죠.
세자가 암살당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다가 사태가 끝난 이후에야 달려왔고,
밀서는 정체를 숨기고 전달하려 했습니다.
인조의 왼손 필적을 얻기 위해서 몰래 팔을 마비시키는 수작을 부립니다.
결과는 모두 부정적이었습니다.
세자는 이미 죽은 상황에 자신은 범인으로 몰렸고,
밀서를 전달받은 세자빈은 역으로 투옥되었습니다.
겨우 얻어낸 인조의 증거는 최대감의 거래로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대낮의 빛 아래에서 아무 증거 없이 진실을 말할 때,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소경의 목격담을 믿게 됩니다.
영화 후반부, 최대감이 주인공 경수에게 '이제 네 역할은 다 했으니 궁에서 도망쳐라' 라고 권할 때,
천경수의 시야에는 영화 초반, 부의 상징으로 이야기되던 기와집이 어둠 속에서 보입니다.
하지만 하늘과 땅은 모두 어둠에 잠겨 있었는데요.
하지만 그가 대낮에 진실을 폭로하고 한밤중 처형되기 직전,
그의 시야에는 소나무 위 별들이 보이는군요.
그는 진실을 말한 죄로 죽게 되었지만, 진실을 말한 공으로 다른 하류 계급들에게 구출되어 살아가게 됩니다.
궁녀도, 침술사도, 형을 집행하는 무관도 왕의 명령 한마디에 목이 날아가는 하류 계급이었으니까요.
6.
[올빼미] 였습니다.
개인적으론 유해진의 연기력에 몹시 감탄한 영화였고,
동시에 후반의 작위적인 전개가 많이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
'저 후반 처리만 아니었어도 한국 사극 최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을텐데...' 싶었죠.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꽤 잘 뽑힌 사극은 분명하다고 생각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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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가 맨날 사도세자 뒤주에 집어넣는 거랑 같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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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영화 생각나는 문체네요 좋은 분석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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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면 그냥 인조 암군물이 되어서 남한산성 꼴 남 볼만은 한데 흥행은 ㅈ박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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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식으로 사이다 먹일 바엔 차라리 대체역사를 가라고 속으로 한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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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무난하게 잘 나온 영화인듯. 최종병기 활 이후인가? 부터 명청교체기 조선사극데 만주어 쓰는 풍조도 아주 맘에 들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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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거 자주 생각하긴 함 한군은 은근 아직 대역뮬 가야할데를 안가고 안가야할데를 가는등 좀 대역물을 못다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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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결말은 감독이 흥행을 위해 타협한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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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영화 생각나는 문체네요 좋은 분석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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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결말은 감독이 흥행을 위해 타협한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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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식으로 사이다 먹일 바엔 차라리 대체역사를 가라고 속으로 한탄했.... | 22.12.13 22:1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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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몽키
안하면 그냥 인조 암군물이 되어서 남한산성 꼴 남 볼만은 한데 흥행은 ㅈ박는 | 22.12.13 22:1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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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OG+
나도 그거 자주 생각하긴 함 한군은 은근 아직 대역뮬 가야할데를 안가고 안가야할데를 가는등 좀 대역물을 못다루지 | 22.12.13 22:1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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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바스타즈처럼 대체역사 사이다를 좀 기대했는데 아쉬웠어요 | 22.12.13 22:2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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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발로
영조가 맨날 사도세자 뒤주에 집어넣는 거랑 같지 뭐... | 22.12.13 22:1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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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논쟁거리가 많기도하고 미디어로 다룰때 흥미로운 주제다보니 | 22.12.13 22:2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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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반에 류준열이 복수하러 돌아오는건 '아니 뭐 그 동안 다 갈아치워서 얼굴 알아볼 사람이 한 명도 없대? 진짜 이거 맞아??' 싶었는데, [아무도 인조가 더 살기를 바라지 않았기에 그랬다고 할 수 있다] 하는 해석에 전개 자체는 납득함. 여전히 설득력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 22.12.13 22:1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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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후반부 개연성은 위에서 호평한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불만스럽긴 했습니다. 인조는 같은 날 밤에 세자와 세손이 죽는게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다는 것도 이상하고, 권력을 위해서 자식, 손주까지 망설임 없이 죽이는 인조와 최대감이 이제 와서 진상을 전부 아는 주인공을 굳이 한번 살려주겠다는 것도 정말 이상하고, 맹인 침술사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 맹인 침술사가 또 왔다 간 후 왕이 죽었다고 하는데 아무 개입이 없는 최대감도.... | 22.12.13 22:2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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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 파워로 어떻게든 밀어붙인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잘한 인과관계 말고 눈앞의 장면에 집중하게 만들어서 스리슬쩍 넘어가는 기술. 마치 깊고 넓은 크레바스를 뛰어넘어가는 것처럼 막대한 힘이 들어가지만 정말 들이는 추진력만큼 관객을 휘어잡을 수 있는 위력. 막판에 무너져가는 발밑을 애써 외면하고 결말을 향해 땅을 박찼는데, 어떻게 보면 엉망진창의 착지를 보여줬지만 또 어떻게 보면 그래도 구덩이에 처박힌 채 영화가 끝나지는 않아서 선방이라는 의미일지도, 하게 되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 22.12.13 22:3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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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무난하게 잘 나온 영화인듯. 최종병기 활 이후인가? 부터 명청교체기 조선사극데 만주어 쓰는 풍조도 아주 맘에 들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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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극 중에선 준수하게 잘 뽑혔다고 생각합니다 ㅇㅇ | 22.12.13 22:1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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