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곳 게시판에는 글을 처음 올려보네요
저는 지금 프리랜서로 영상번역작가를 하고 있습니다
애니플러스, 애니박스, 애니맥스 등등의 일본의 애니메이션&드라마들을 방영하는 방송국에 자막을 납품한다던가
더빙용 대본을 만들어 성우들이 연기할 수 있게 스크립트를 만드는 사람이죠
일단 갓 데뷔한 사람이라, 대표작이랄 것 까지도 없습니다만, 열심히 자막을 만들고 있으며, 방송들을 보며 틈틈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게 본론이 아니지...
토요일 아침, 조조로 '너의 이름은.'의 더빙판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연예인 캐스팅은 예상 못한 건 아니었는데, 수입사의 행동들에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저도 꼬라지에 떨거지인 영상번역작가라
"그래도 뭔가 배울 점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얼마 있지도 않은 상영관과 시간대를 찾아서 어떻게든 보고 왔네요...
저 포함해서 한 6명 정도 있었던 것 같네요...
1.
"대본을 따로 안 만들고 자막을 띄워놓고 연기를 시켰나?"
라는 느낌이 강할 정도로 회화와 대사가 전반적으로 자막을 읽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막과 더빙의 다른 점은 받아들이는 감각이 서로 다르다는 겁니다.
자막은 당연히 눈으로 보는 것이고,
더빙은 귀로 듣는 것이며,
그에 따라 보거나 듣기 쉬운 말과 표현, 대사가 있는 법입니다
일본어는 일본어 만의 표현이, 그걸 한국어로 바꾸려면 당연하게도
한국어 만의 표현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미츠하의 친구들은 더빙판에서 한결같이 별명으로 불립니다.
테시가와라는 '텟시'로, 사야카은 '사야찡'으로
자막에서는 이 정도 표현이야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죠
하지만,
이게 처음 들었을 때 한국의 말과 어투에 맞는 호칭인가?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이고, 일본 정서이긴 하지만...)
라고 물어보시면, 저라도 '아니, 그건 좀...'이라는 반응이 나올 겁니다
'테시가와라'를 줄인 '텟시'야, '테 씨(氏)!'로 들릴 수 있다 치더라도
최소한 더빙에서 '사야찡'은 원래 이름인 '사야카'로 불렸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게 저의 느낌입니다
(엔딩 스텝롤에선 제대로 '사야카'로 나왔던 걸로 기억하네요)
이런 기본적인 것에 대한 고민이 하나도 나타나질 않았다는 거죠.
영화판의 '자막'은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의 은어와 욕,
그리고 유행어 같은, 일종의 개드립은 허용 되는 편입니다.
일례로 '스파이더맨:홈커밍'과 '데드풀' 자막을 만든 황석희 작가님이 계시죠.
방송용보다 어느 정도의 언어파괴가 허용되는 극장판 에니메이션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한국어가 자연스럽다는 전제하에서 허용되어야 하지,
자막에서 사용되는 딱딱한 문어체와 일본어 표현을 가져다 쓴다면...
연출가는 뭐하러 있는거죠?
2시간 가까운 이 참사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연출가의 기능이 제대로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전문 연출가께서 직접 대본을 보시면서 입을 맞춰보며, 번역가와 커뮤니케이션을 취했다면
사야카 역의 박지윤씨가
"쿠치카미자케"라는 대사를 "쿠치카 / 미자케"라고 띄어 읽는 일은 없었겠죠.
어떤 선배 님께서 대본을 만드셨을까 싶어서, 마지막의 마지막 스텝롤 까지 올라가서 상영관 불이 켜질 때 까지 기다렸는데
'번역' 항목이 없더라구요...
...왜지...
2. 캐스팅에 대해서
지창욱 씨의 타키에 대해 유난히 말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많은 분들이 예고편에서 들어서 실망한 만큼의 굵은 타키의 목소리는 아니었어요.
물론 연기는 많이 어색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카미키 군의 목소리가 약간 가늘었던 목소리로 들려서,
더빙이 된다면, 살짝 굵은 목소리로 듣고 싶긴 했는데
카미키 군 보다는 굵긴 했네요...
근데 좀 많이 굵었어요...(...)
성인이란 느낌이 좀 많이 강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5년 후의 성인이 된 이후의 목소리 톤에선 딱히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더라구요...
(물론 후반부라 귀가 망가... 아니, 익숙해져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카미키 군이 중3 초나 말 쯤의 느낌이라면
지창욱 씨는 군대를 가지 않은 20대 전반의 톤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것도 만약 전문 연출가가 했었다면 조금은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김소현 씨는 톤과 발성 모두 실사 연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실사 연기를 하듯 더빙 연기를 하며,
더빙 대본은 문어체 범벅이니,
참담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요...
아, 말은 이렇게 해도 물론 누가 더 나았냐 라는 말이 아니라, 결국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란 결론입니다
그러고보니 요츠하 역의 이레 양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음...
아직 어리니까 화이팅...
다음엔 더 많이 연구하렴...
3.
종합적으로 평하자면
"(아마도) 문어체의 더빙 대본과,
실제 촬영을 하는 듯한 연기,
그 두 가지를 조정해야 할 연출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삼위일체."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짧지 않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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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팩트폭행이다!
(IP보기클릭)61.84.***.***
더빙감독 타이틀 달아놨지만(숟가락 얻는식으로) 막상 한일은 없는거 같은 더빙감독.
(IP보기클릭)220.72.***.***
아뇨, 전 전문가가 되기 전인 올챙이에 불과 합니다ㅠㅠ
(IP보기클릭)121.163.***.***
저번에 다른 글에도 단 거지만, 그냥 새로 대본을 만들 노력도 의지도 없었던거겠죠. 그 사람들 하는 말 보면 더빙을 한국말로 말한거 녹음해서 틀기만 하면 되잖아? 수준으로 취급하는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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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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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억하기에도 자막의 표현이 더빙에 거의 반영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자막 번역은 번역가 겸 동화 작가셨던 분으로 기억하는데... 흠... | 17.07.17 0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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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전 전문가가 되기 전인 올챙이에 불과 합니다ㅠㅠ | 17.07.17 0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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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다른 글에도 단 거지만, 그냥 새로 대본을 만들 노력도 의지도 없었던거겠죠. 그 사람들 하는 말 보면 더빙을 한국말로 말한거 녹음해서 틀기만 하면 되잖아? 수준으로 취급하는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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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빙은 자막보다 더 세심한 작업을 요합니다... 성우들의 입길이도 맞춰야 하고, 대사들이 성우가 발음하기 쉬운가, 한번에 들었을때 대사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는가 등등... 일종의 서비스 직인데, 마음가짐으로썬 이미 서비스 를 받는 사람들 같더라구요... | 17.07.17 10:20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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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자세한 내막은 모릅니다만, 마치 자막을 읽는 듯한 대사들을 곳곳에서 느꼈습니다 예컨대, 라노벨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에 대본이 아닌 책을 주고 더빙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 17.07.17 10: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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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빙감독 타이틀 달아놨지만(숟가락 얻는식으로) 막상 한일은 없는거 같은 더빙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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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본인 커리어 1줄 채운거죠 뭐. 있는지도 의문스러운 프로의식은 개나 줘버리고 | 17.07.17 09:2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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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제나
그리고 개찌질... | 17.07.17 09: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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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번역작가 수업을 들으며 선생님께 많은 PD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분들이 하시는 일의 반은 했을까 하는 느낌입니다 | 17.07.17 10: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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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힘듭니다... 저 같은 경우는 평소에 말이 빠른 터라, 입길이가 영 안 맞아서 더빙 대본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죠... 더빙 현장도 가봤는데, 거기 있으신 분들의 노력이 겹쳐져야 어느 정도의 퀄리티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건...(절래절래) | 17.07.17 17: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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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반면교사였습니다... 물론 제가 더빙을 맡을 날은 아직 멀겠지만 말이죠... | 17.07.17 17: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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