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춘협까지 데려다주고 그 깜짝 놀란 400 부품을 정말 비빗자에게 받음에, 제 말마따나 춘전의 바다나 되는 길을 비를 맞아 가며 질퍽거리고 온 비빗자 생각은 아니하고, 거저나 얻은 듯이 고마웠다. 졸부나 된 듯이 기뻤다. 4링크도 못 달은 67랩 밖에 안 되는 약한 비빗자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주면서, “한 번만 더 하자.”라고 또다시 내쫓았다.
그러나 시간은 이미 밤 10시, 비빗자는 털털거리며 이 우중에 수면 군수를 출발할 일이 꿈밖이었다. 노동으로 하여 흐른 땀이 식어지자 굶주린 창자에서, 물 흐르는 옷에서 어슬어슬 한기가 솟아나기 비롯하매, 초보 지휘관의 단짝이란 말이 얼마나 괜찮고 괴로운 것인 줄 절절히 느끼었다. 지휘부를 떠나는 비빗자의 발길은 힘 하나 없었다. 온몸이 옹송그려지며 당장 그 자리에 엎어져 못 일어날 것 같았다.
“젠장맞을 것! 일요일이 됐는데도 장비중제조 퀘스트를 안 했담. 이런 빌어먹을, 군수만 똑바로 돌면 매일 넉 번 씩은 한다는데!”
그는 몹시 화증을 내며 누구에게 반항이나 하는 듯이 게걸거렸다. 그럴 즈음에 그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쳤나니 그것은,‘이러구 갈 게 아니라 퇴근하면서 나머지 제대를 끌고 나가 빙빙 돌면 또 손님을 찾게 될는지도 몰라’란 생각이었다. 오늘 군수가 괴상하게도 좋으니까 그런 요행이 또 한번없으리라고 누가 보증하랴. 꼬리를 굴리는 행운이 꼭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내기를 해도 좋을 만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고 핵소땅 소른이의 등살이 무서우니 손을 잡고 끌고 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일이라 바로 계획모드로 제대를 움직이게 한 뒤, 복귀하는 길에 있던 제대를 데리고 옆길로 새어 손님을 찾기로 하였다. 얼마만에 제대는 왔고 50%나 되는 주력제대의 대성공 확률이 표시됐다. 그러면서 손님을 물색하는 김 소린의 눈엔 풀어 해친 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손에 들고 맨 발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선자리 퇴짜맞은 노처녀의 모양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헬리안님, 안전한 심야 귀가길 아니 필요합시오?”
헬리안은 매우 인상을 쓰며 입술을 꽉 깨문 채 김 소린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김 소린은 구걸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연방 그녀의 기색을 살피며,
“아씨, 자칭 소린이 애들보담 아주 싸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하고 추근추근하게도 그 여자의 들고 있는 짝퉁 클러치백에 제 손을 대었다.
“차라리 위험하고 으슥한 귀가길이었으면 좋겠다!”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김 소린은 어랍시요, 하고 물러섰다.
4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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