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보면 좋은
미메시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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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우리는 신비와 공포의 한 면만을 관측할 수 있고 어쩌구-”
-유게이, 아직도 코코나가 없다-
“음 음, 그래도 그동안 노아쨩이 설명해준 내용들 덕분에 알겠네. 숭고라는 건 무시무시한 존재로부터 안전해서 얻는 감정이니 공포랑 같이 느낄 수 없는 거지.”
“그러니 우리는 트리니티의 지하의 교의로 눈을 돌렸다.”
“어라, 그러고 보니, 숭고하다는 표현이 미학에도 쓰이지만 종교에도 쓰이고, 그리고 개념도 종교랑 미학에서랑 큰 차이가 없네?”
“게다가 저번에 미메시스도 처음에는 신의 모습을 어쩌구 하는 개념에서 시작했다고 했지 않았나? 왜 종교랑 미학이 관련있게 된 거지?”
-우시오 노아, 기록한 게 많이 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어디서든!”
“세미나 소속, 우시오 노아가 설명해드릴게요!”
“아니 이제는 후배 대사도 뺏네…”
“시작에 앞서, 질문이 잘못되었어요.”
“신학과 미학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둘은 원래 하나였답니다.”
“으엥? 종교는 신에 대한 탐구를 하는 거고, 미학은 아름다움에 대해 탐구하는 거잖아? 둘이 분야가 다르지 않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눈에 신과 아름다움은 서로 다른 것이지만, 고대인들 눈에는 그렇지 않았나 봐요. 이번에도 고대 그리스 시절이 시작이랍니다.”
“고대 그리스 시절에는 수많은 철학이 만들어졌고, 그 중에서는 당연히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도 있었어요. 플라톤은 여기서 원시적인 미학을 만들었지요.”
“자세한 설명 전에, 유게이군은 화가가 그린 그림과, 누군가가 그린 낙서 둘 중 어느 그림이 더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체로 화가의 그림 쪽이 아닐까? 낙서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화가의 그림이 대체로 기술적인 측면이라든가 더 나을 테니까.”
“그렇다면 두 그림 중 어느 것이 “이상적인 형태의 그림”에 더 가까울까요?”
“보통 그림이라고 하면 잘 그린 걸 떠올릴테니, 화가의 그림이 더 가깝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럼 다음 질문이에요.”
“운동을 열심히 한 헬스 트레이너의 몸과, 살이 쪄 뚱뚱한 사람의 몸, 둘 중 어느 게 더 “아름다운 몸”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음… 헬스 트레이너의 몸이겠지. 아무래도 그분들은 몸을 가꾸는 게 일이기도 하고. 예시 사진만 해도 그런 면이 있고.”
“그렇죠? 그렇다면 둘 중 어느 것이 “이상적인 몸” 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응? 어… 앞쪽이지? 아무래도 뚱보보다는 근육질인 사람의 몸 쪽이 더 건강하고 부러움도 많이 살 테니까.”
“어라, “아름다운 것”과 “이상적인 것”에 대한 대답이 대체로 같네?”
“맞아요. 이렇듯이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은 대체로 “이상적인 진리가 무엇인가?” 에 대한 대답과 거의 같은 대답이 나오죠.”
“그리고 신의 존재가 당연시되던 고대 그리스 시절에, 각 분야에서 가장 이상적인 존재는 신이였죠.”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와 “신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은 같았고, 이 때문에 플라톤은 아름다움과 신을 그닥 구분되지 않는 개념으로 여기게 된 거죠.”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 자체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기원하고, 이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신과 아름다움은 사실상 같은 개념이였다는 거구나!”
“맞아요. 그리고 이후 기독교 세력이 신학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러한 플라톤의 생각은 자신들의 이론에 잘 맞는 것이였어요.”
“신이라는 형이상학적인, 다르게 말하면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찾는다는 과정을 아름다운 것을 쫓는다는 제법 이해하기 쉬운 행위로 바꿔주니까요.”
“이 플라톤의 철학은 신플라톤주의라는 이름으로 기독교 신학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답니다.”
“즉 질문이 잘못됐다고 한 게, 원래부터 종교와 예술은 같은 것 취급이였으니 “둘은 왜 연관이 있냐”는 질문이 의미가 없는 거였구나.”
“그러면 반대로, “예술과 종교는 언제부터 서로 다른 것이 되었나?”라고 묻는 게 맞겠네!”
“그렇죠!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 있어서는 교부이자 성인인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빼놓을 수 없어요. 이 사람에 의해 하나로 취급받은 두 개념은 분리되기 시작했답니다.”
“종교계에서는 “악의 문제”라고 부르는 오랜 난제가 있죠. 간단히 요약하면 “신이 선하며 전지전능하다면, 세상에 대체 왜 악이 존재하는가?” 라는 의문이에요.”
“교부이자 신학자인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의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이 미학에 대한 개념을 빌렸어요.”
“조각이나 그림 등의 예술에서, 모든 부분이 아름답지는 않죠. 예를 들어서 피카소의 그림은 언뜻 보기에는 인체 비율도 엉망이고, 색도 이상하니 사람을 그렸다기에는 아름답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그러나 이 맞지 않은 인체 비율과 특이한 색상 등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더 큰 아름다움을 낳았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선과 악도 이것과 비슷하게, 아름다움과 추함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 큰 아름다움을 낳듯, 선과 악도 조화하여 더 큰 선을 낳는다고 주장했답니다.”
“신이 전지전능하다면, 애초에 조화도 필요 없이 세상을 선만으로 채울 수도 있었던 것 아냐?”
“아무래도 그렇겠죠?”
“이 이론은 결국에는 선이 옳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만큼, 결국 신이 “나쁜 것”인 악을 세상에 남겨뒀다는 점에서 악의 문제의 완벽한 답변이 되지 못했어요.”
“그러나 이 주장은 종교가 아닌, 미학에 있어서는 큰 전환점이 되었지요. 아름다움에 대해서만 탐구하던 미학의 역사에 있어, “추함”이 “아름다움”의 반대가 아니라, 둘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개념이였다는 주장이 되었으니까요.”
“지금까지 하나의 학문이였던 미학과 종교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는 뜻이겠네!”
“맞아요, 그리고 이렇게 서로 다른 개념이 계속 하나의 학문으로 묶여 있을 수는 없었겠죠?”
“천 년이 지나 태어난 다른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미학은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어요.”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자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에요. 이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 개념에 주목하여 예술을 설명하고자 했지요.”
“이 과정에서, 예술과 종교는 본격적으로 분리된답니다.”
“어떻게 주장했길래?”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메시스” 개념은 저번에 설명했죠? 간단히 요약해서 다시 말하면, “예술이란 현실의 어떠한 개념이나 이상적인 형태를 모방하여 예술의 틀을 통해 보여주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 개념을 써서 예술이란 “신의 창조로 만들어진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의의”라고 주장하였답니다.”
“어… 거기서 어디가 종교랑 예술이 분리된 거야?”
“물론 현대인의 눈에 이 주장은 신에게서 전혀 탈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요. 세상을 신이 만든 것이라고 정의하는 건 여전하니까요.”
“그러나 아까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을 다시 볼까요? 자연, 즉 이 세상에는 선과 악이 분명히 둘 모두 존재하고 있어요.”
“아우구스티누스는 악을 부정하고 이 선과 악은 결국 더 커다란 절대선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답니다.”
“반면에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러한 선과 악 모두를 모방하는 “미메시스”를 통해서야 예술이 의의를 가진다고 여긴 거에요. 결정적인 차이가 보이지 않나요?”
“...아! 그동안 종교, 그리고 신학에서는 선하고 전지전능한 신을 말하고 있지만…”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한 예술에서는 선도 악도 있는 불완전한 이 현실을 모두 묘사하고 모방하는 것을 통해 예술의 의의를 말했으니 신학과 예술 둘이 서로 다른 것이 된 거구나!”
“바로 그거에요! 이렇듯 토마스 아퀴나스는 종교와 예술의 개념이 서로 다르다고 말함으로써, 둘을 분리했어요.”
“이 주장은 “신”과 “아름다움”의 개념이 서로 다르다는 선언이였죠.”
“이후 이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한 “아름다움”의 경우 자연과학의 발달과 함께 자연주의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철학을 낳으며 신학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되었지만, 이 부분은 생략할게요.”
“내용을 정리해볼까요?”
“미학의 시작은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이 시대에는 “신”과 “아름다움”이 서로 구분되지 않았으니 자연히 신학과 미학은 하나였어요.”
“그리고 중세의 초대 교부 성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 “추함”이 “아름다움”의 반대가 아니라는 주장이 태동하였고, 이는 “신 = 아름다움”이라는 기존의 논리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되었지요.”
“이후 토마스 아퀴나스가 예술과 신학을 서로 구분함으로써 미학과 종교는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둘이 연관되는 부분이 많았던 건, 처음부터 둘은 같은 학문에서 시작했기 때문이겠고!”
“맞아요! 어떤 의미에서는 전형적인 학문의 분화 과정을 거쳤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식으로 같은 학문이였다가 분화되는 학문들 간에는 서로 연결되는 점이 많이 남아요.”
“원래 하나였다 분리된 자연과학과 공학 사이에서도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있죠. 자연과학은 자연을 이론적으로 탐구하고, 공학은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서로 다른 학문이지만 둘은 단위계나 이론 법칙 등이 서로 같으니까요.”
-히메사카 노아, 뺏긴 횟수가 설명 무사히 끝낸 횟수보다 슬슬 더 많을듯-
“모오오오오!! 또야 또! 또 나 빼놓고 설명을 다 해버렸잖아!!”
“노아가 이런저런 학술적인 지식을 설명하는 이 게시글도 본래 노아쨩 밈에서 시작되었으나, 이제는 둘이 같은 것이라고 부르기 애매하여 노아위키라는 다른 이름으로 분리되었지요.”
“그럼에도 여전히 노아와 개구리 페페의 대화라는 큰 틀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건 학문에게 좀 모욕적인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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