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용의 해를 여는 첫 확장팩 ‘어둠의 반격(Rise of Shadows)’이 출시되고 두 달여가 흘렀다. 그간 ‘워크래프트’ 속 영웅에서 잔.악.무.도 악당으로 돌변한 플레이어들은 졸개를 부리고 계략을 꾸미며 메타의 새바람을 불러왔다. 전체적인 평가가 저조했던 까마귀의 해와 달리 ‘어둠의 반격’ 초기 흥행세는 준수한 편이고, 물고 물리는 직업간 상성도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 이제 PvP도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슬슬 지쳐가는 플레이어를 위한 1인 모험이 나와줘야 할 때다.

다가올 새로운 1인 모험은 이른바 ‘달라란 침공(The Great Dalaran Heist)’이다. 플레이어는 제목 그대로 악의 앞잡이가 되어 마법 도시 달라란을 속속들이 들쑤셔야 한다.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은 기존 미궁 탐험이나 괴물 사냥과 흡사하지만, 그 규모와 깊이는 훨씬 확장됐다. 이번 모험은 여러 장에 걸쳐 진행되며 저마다 달라란의 주요 거점을 무대로 삼았다. 각 장에는 고유한 우두머리들이 버티고 있으며 그 장에서만 적용되는 특별한 규칙도 있다. 가령 보랏빛 요새에서는 죄수들이 전투 도중에 합류하고, 하수구에서는 모든 하수인의 공격력과 생명력이 뒤바뀐다.

'달라란 침공' 공식 영상, 한국어 자막 지원 (설정 → 자막 → 한국어)

덱 구성을 위한 선택지도 크게 늘어났다. 우선 아홉 가지 직업에 대응하는 아홉 명의 악당이 등장한다. 여기서 각 악당은 세 가지 영웅능력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으며 다시금 네 개의 덱(하나는 무작위)이 주어진다. 즉 모험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미 108(9x3x4)개의 선택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영웅능력을 예로 들면 마법사 라카니슈는 일반적인 화염 작렬 외에 불타는 기지와 서리화상을 선택 가능하다. 불타는 기지는 내 손에 있는 카드의 비용을 감소시키고 서리화상은 대상을 빙결 상태로 만들거나 이미 얼어붙었다면 피해 2를 주는 식이다.

비전투 대전 형식의 새로운 덱 편집 기능도 ‘달라란 침공’에서 새로이 선보이는 시스템이다. 이제 플레이어는 모험을 진행하는 와중에 선술집에 들려 휴식을 취하고 카드를 교환할 수 있다. 만약 덱에 쓸데없는 카드가 섞였다면 당장 해고하고 반대로 강력한 전설 카드가 보인다면 그 자리에서 고용하자.

끝으로 ‘달라란 침공’의 모든 장을 잠금 해제하면 변형 모드를 즐길 수 있다. 이는 마치 선술집 난투처럼 1인 모험에 무작위 규칙을 추가해주는데, 일례로 마법 폭주 변형은 모든 주문이 한 차례 더 시전되고 호화찬란 변형은 높은 비용의 카드를 낼 때마다 보물이 손에 들어온다. 변형 모드의 규칙은 매 모험을 시작할 때마다 바뀌므로 원치 않는 효과가 걸렸다면 다음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음 주부터 시작될 ‘달라란 침공’의 첫 지구는 무료 제공되며 2장인 보랏빛 요새도 곧장 구매가 가능하다. 이후 3, 4, 5장은 몇 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 과연 ‘하스스톤’ 개발팀은 이처럼 대규모 1인 모험을 통해 ‘하스스톤’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그리고 출시로부터 두 달이 흐른 ‘어둠의 반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한국을 찾은 벤 톰슨((Ben Tompso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딘 아얄라(Dean Ayala) 리드 디자이너에게 보다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벤 톰슨, 리드 디자이너 딘 아얄라

● 반갑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서 ‘마녀숲’, ‘폭심만만 프로젝트’, ‘라스타칸의 대난투’로 이루어진 까마의 해에 대한 자평을 듣고 싶다

벤: 까마귀의 해에는 여러 카드 세트와 그에 걸맞은 스토리를 선보였기에 매우 만족스럽다. 이번 용의 해는 세 개의 확장팩이 하나의 긴 스토리에 걸쳐 진행되므로 디자인적으로 색다르면서도 보다 통일성 있는 구성을 기대해도 좋다.

● 연초 출시된 ‘마녀숲’ 카드는 상위덱에 다수 기용된 반면 ‘폭심만만 프로젝트’와 ‘라스타칸의 대난투’는 그다지 각광받지 못했다.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

딘: 바쿠와 겐의 홀짝덱이 오랫동안 강세였다는 것은 동의한다. 새로운 카드 세트를 만들 때 여러 아키타입을 시도하지만 모두 다 성공적일 수는 없다. 일례로 ‘폭심만만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합체덱은 우리의 예상보다 사용 빈도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용의 해에는 무작정 새로운 아키타입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빛을 보지 못한 덱을 보완하고자 한다. 아울러 새로운 확장팩이 나왔다고 ‘어둠의 반격’ 카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확장팩에 걸쳐 다양한 카드가 기용될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 바쿠와 겐이 예정보다 빨리 정규전에서 제외된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해도 보상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해당 카드는 신비한 가루로 반환된다 해도 홀짝덱을 위해 맞춘 다른 카드는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

딘: 바쿠와 겐은 홀짝덱에 반드시 필요한 카드라 보상했지만 그 외에는 기준이 애매하다. 홀짝덱이라고 모두 동일한 카드를 쓰는 것도 아니고 핵심 카드가 사라지더라도 다른 것들은 여타 덱에 계속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운 확장팩에서 무료팩을 얻을 기회를 더 늘리는 쪽으로 대처하고 있다.

● 바쿠와 겐 외에도 강력한 효과로 악명을 떨쳐온 죽음의 기사들이 야생으로 떠났다. 실제로 지난 두 달간 파워 인플레가 많이 해소되었나

딘: 그렇다. 이번 ‘어둠의 반격’ 카드 세트는 좋은 카드가 직업마다 적절히 배분되어 있고, 일견 굉장히 강력하게 보이지만 막상 얻고 나면 쓰임새를 고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디자인 측면에서 만족스럽다. 실제 메타를 보아도 처음에는 전사가 잘 나가다가 곧 드루이드가 올라오고, 요즘은 주술사가 선전하는 등 끊임없이 물고 물리는 추세다.

● 올해가 용의 해다. 크라켄의 해는 ‘고대신의 속삭임’이었고 매머드의 해는 ‘운고로를 향한 여정’, 까마귀의 해는 ‘마녀숲’이었는데, 용의 해와 ‘어둠의 반격’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벤: 올해는 세 가지 확장팩이 하나의 스토리에 걸쳐 나오니만큼 장엄하고 강력한 용이 잘 어울리지 않나. 그 외에 앞으로 용과 관련된 내용이 나올지도 모르고.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웃음).

● ‘어둠의 반격’ 핵심적인 추가 효과는 졸개, 계략, 이중 주문이다. 졸개는 쓸만한 전투의 함성을 지닌 데다 전설 악당 카드와 연계가 가능하고, 계략은 손에 들고 있으면 매 차례마다 효과가 강해진다. 이중 주문은 시전 후 같은 카드가 다시금 내 손으로 돌아오고. 이들 키워드가 기대만큼 잘 쓰이고 있나

딘: 알다시피 졸개는 도적의 아키타입을 갈아치울 정도로 아주 성공적이다. 흑마법사도 위니덱이 꽤나 강세를 보이고 있고. 계략의 경우는 무한히 성장할 수 있다는 로망이 담긴 효과인데, 당장은 잘 쓰이지 않더라도 차후 확장팩에서 재평가될 잠재력을 지녔다. 가령 방어도를 올려주는 ‘박사 붐의 계략’은 강화된 채로 복사해주는 카드와 만난다면 엄청난 떡장갑을 제공할 것이다. 이중 주문도 마찬가지로 연구 가능성이 충분하다. 작년에 나온 합체가 기계 테마 확장팩에서만 반짝하고 사장되는 반면 이 둘은 언제든 다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특정 키워드가 4개월만에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사후 지원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딘: 1년간 스토리가 쭉 이어지므로 나머지 두 확장팩에서 더 많은 졸개를 선보일 계획이다. 계략과 이중 주문을 더 추가할지는 미정이긴 하다. 어쨌든 모든 키워드가 확장팩 완결과 함께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생명력 흡수, 발견, 속공처럼 게임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전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키워드는 앞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벤: ‘탐험가 연맹’에서 처음 선보인 발견은 지금까지 계속 쓰일뿐더러 새로운 키워드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운고로를 향한 여정’에 나온 적응은 사실 발견과 마찬가지인데 카드가 아닌 능력을 고르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성에 보탬이 되는 키워드는 지속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 대도 라팜, 강도왕 토그왜글, 부인 라줄, 마녀 하가사, 폭탄광 붐까지. 악당들의 반격이란 컨셉이 상당히 신선하고 흥미롭다

벤: 이제껏 ‘하스스톤’을 개발해오며 재미있는 컨셉의 악당 카드가 많이 쌓였다. ‘고대신의 속삭임’ 당시 부인 라줄은 이름도 없이 시네마틱에 등장했을 뿐인데 영웅들 못지않은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나. 라팜, 토그왜글, 하가사 등 각 확장팩 보스들도 플레이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래서 이 악당들이 주역인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저마다 확장팩 하나씩을 책임지던 악당들이니 다섯이 모였을 때는 그만큼 사건의 규모도 커져야 했다. 그래서 1년에 걸친 스토리를 구상하게 되었고 달라란 침공을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간 ‘하스스톤’은 확장팩 당 시네마틱 트레일러가 하나씩 나왔는데 올해는 모험 모드와 관련해서도 더 많은 영상을 접하게 될 것이다.

● 달라란 침공이 시작에 불과하다면 잔.악.무.도의 다음 목표는 어디일까. 설마 스톰윈드인가

벤: 글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스톰윈드는 아니다(웃음). 달라란에는 마법사들이 모아 놓은 강력한 마법 아이템과 재물이 많고 보랏빛 요새에는 온갖 죄수와 괴물들이 갇혀 있다. 잔.악.무.도가 어떤 원대한 계획의 교두보로 달라란을 침공했는지는 다음 확장팩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 1인 모험 ‘달라란 침공’의 규모가 굉장하다. 9개 직업마다 세 가지 영웅 능력이 있고, 다시 또 네 가지 덱(하나는 무작위) 중에서 하나를 고른다. 우두머리 수도 예전보다 훨씬 많고 각 장마다 변수를 창출하는 변형 모드도 눈에 띈다

벤: 1인 모험은 여러 단계에 걸쳐 발전해왔다. ‘코볼트와 지하 미궁’이 기틀을 다졌다면 ‘마녀숲’에서는 직업을 줄이는 대신 고유한 영웅 능력을 선보였다.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 때는 상대방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묘수풀이를 통해 승리하는 방식을 시험했으며 ‘라스타칸의 대난투’는 덱과 전략의 다양성을 크게 넓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집대성된 완성형 1인 모드가 바로 ‘달라란 침공’이다.

● 우두머리가 많이 늘기는 했는데 자리는 고정인가. 더는 무작위성이 없는 건가

딘: 그렇지 않다. 초반 우두머리는 여전히 여러 지구에 걸쳐 등장한다. 다만 후반부 우두머리는 각 지구 고유의 존재들이다.

● ‘신비로운 지혜의 공’이란 카드가 굉장히 재미있다. 가끔씩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합니다.라는 지속 능력인데 갑자기 규칙을 어기고 강력한 버프를 주거나 하더라

딘: 두 명의 디자이너가 힘을 합쳐 만든 카드다. 보통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카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나. 그래서 처음에는 못미더운 인상을 주면서도 누군가는 이게 뭐지?하는 호기심 느끼도록 만들었다. 가끔씩 굉장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정말 별 쓸모 없는 조언을 할 때도 많다. 모험 모드에서 이 카드 때문에 패배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얼어붙은 왕좌의 기사들’ 당시 1인 모험을 무료화하며 그 순기능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콘텐츠를 돈 주고 팔면 OP 카드를 보상으로 넣어야 하고, 그걸 누구나 얻을 수 있도록 난이도도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따라서 1인 모험이 무료가 되면 보다 자유로운 게임 설계가 가능해진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제와 다시금 유료화하는 것은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것 아닌가

벤: 콘텐츠 측면에서 이번 1인 모험이 역대급으로 큰 규모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그리고 다섯 지구 가운데 첫 번째는 무료 개방되며 나머지도 골드(인게임 재화)로 해금이 가능하다. 첫 지구를 플레이해보고 더 하고싶다면 골드를 쓸지 유료 구매할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모험 모드를 돈 주고 열어야만 얻을 수 있는 카드는 절대 없다.

● 알았다. 그러면 ‘달라란 침공’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무엇이 있나

딘: 모든 지구를 전부 공략했다면 ‘어둠의 반격’ 카드팩 15개와 황금 오리지널 카드 1장. 그리고 카드 뒷면이 일반과 영웅 난이도에 각각 1개씩이다. 그리고 ‘위대한 위즈뱅 님’처럼 한 장만 넣어도 다섯 악당 가운데 무작위 덱으로 바꿔주는 카드가 있어서 PvP 덱 장만이 부담스러운 플레이어에게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