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게임즈에서 개발한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는 여러 가지 의미로 현세대 게임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시 당시 기준으로 매우 충격적이었던 그래픽과 보수적인 고정관념을 박살내버린 하드코어한 연출, 그리고 기존 3인칭 게임들의 장점만을 취합하여 TPS 장르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플레이 방식 등,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가 구축해놓은 게임성은 PS4/Xbox One 세대로 넘어온 지금까지도 여러 게임들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언리얼'이라는 이름이 게임 제목이 아닌 엔진 이름으로 더 유명해진 것도 기어스 오브 워의 발매 이후였죠.
그러나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원래 개발사였던 에픽 게임즈는 후속작의 개발에서 손을 뗐고, 4편은 마이크로소프트 산하의 개발사인 코얼리션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코얼리션이라는 이름은 기어스 오브 워에 등장하는 세력인 C.O.G.(Coalition of Ordered Government)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전 이름은 블랙 터스크 스튜디오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휘하 개발사가 게임에서 비롯된 단어를 개발사명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일례로 번지 소프트 이후 헤일로 시리즈의 개발을 이어받은 343 인더스트리는 게임 내에 등장하는 A.I.인 343 길티 스파크에서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 두 회사 모두 타사의 IP를 넘겨받아 개발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만큼 기존의 팬들로부터 시험을 받는 입장에 놓였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기어스 오브 워 4를 제작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에픽 게임즈로부터 아예 판권을 사들이는 한편,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원작자 중 한 명인 로드 퍼거슨을 영입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4편 이후 기존 작품들과 다소 다른 테이스트를 지니게 된 헤일로 시리즈와 달리 기어스 오브 워 4는 기존의 3부작과 많은 점에서 유사성을 보입니다. 이는 기어스 오브 워라는 게임이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현세대 게임계에 통용될 수 있는 세련된 게임성을 갖추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게임 내적인 부분을 세세히 따져보면 새로이 도입되거나 바뀐 부분도 꽤나 많아 기존의 팬들 입장에서도 나름 신선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1편의 리마스터링 작품인 얼티밋 에디션에 이어 PC 버전도 출시되었다. |
가장 큰 변화는 역시 하드웨어의 세대 교체에 따른 그래픽의 발전입니다. 1편과 그 리마스터링 작품인 얼티밋 에디션에 이어 시리즈 중에서 세 번째로 PC 버전이 출시되어 캠페인과 호드 모드를 제한 없는 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발매된 포르자 호라이즌 3의 PC 버전이 최적화와 버그 등 갖가지 문제로 크게 혹평받은 것에 비해, 기어스 오브 워 4는 그래픽 퀄리티 대비 최적화가 꽤 잘 된 편입니다. 유저 입맛대로 그래픽을 세팅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지는 한편, 콘솔 버전에는 없는 시야각 등의 유니크한 옵션도 존재합니다. 심지어는 프레임 선호 유저를 위한 가변 해상도 옵션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콘솔 버전 기어스 오브 워 4의 경우 30프레임이긴 하지만 그만큼 그래픽 퀄리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부분이 엿보입니다. 반면 멀티플레이는 슈팅 장르의 조작감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60프레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멀티플레이와 캠페인 모두 마우스 슈팅보다는 패드 슈팅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매우 반길 만한 변화였습니다. 대신 PVP 매치는 콘솔 버전과 PC 버전을 확실하게 구분함으로써 조작 체계에 따른 불이익을 없앴고, 협동 캠페인과 호드 모드는 기종을 불문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매우 유연한 환경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Xbox 앱을 이용해 연동되는 콘솔 버전과 PC 버전 사이의 파티 플레이와 매치 메이킹은 그 어떠한 오류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안정성을 자랑합니다.
넓은 시야각과 훌륭한 최적화, 제한 없는 프레임은 PC 버전의 장점. |
콘솔 버전도 멀티플레이는 60프레임을 지원한다. |
캠페인의 도입부는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역사와 스토리를 되짚어보는 형식으로 시작됩니다. 프롤로그 미션은 기존 3부작에서 언급으로만 등장했던 해머 오브 던 탈취 작전과 이머전스 데이를 배경으로 한 명의 기어가 되어 작전을 펼치게 되는데, 도미닉과 호프만, 김민형, 앤야 등 여러 그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올드 팬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이후 진행되는 메인 미션은 전작의 주인공인 마커스 피닉스의 아들, JD(제임스 도미닉) 피닉스의 입장에서 진행하게 됩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젠 늙은이가 된 마커스 피닉스와 더불어 이전 시리즈의 주역들까지도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어스 오브 워 4의 스토리의 긍정적인 면은 이전 시리즈의 분위기와 역사를 잘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열었다는 것입니다. 캠페인을 즐기다 보면 게임 곳곳에서 로커스트 박멸 이후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드러내는 단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새로이 등장한 적군인 로봇 군단 디비(Deebees)와 스웜의 정체는 모두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으며, 기존의 3부작에서 풀지 못한 로커스트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금 등장할 조짐을 보입니다. 사실 코믹스 등 여타 매체에서 이미 로커스트의 탄생에 대해 다룬 바 있긴 하지만 게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다뤄진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죠. 특히나 엔딩에서 던지는 떡밥이 매우 강력해서 다음 작품은 어떤 스토리로 진행될 것인지 매우 궁금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잠시 시리즈의 흑역사인 기어스 오브 워 : 저지먼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개인적으로 저지먼트에서 가장 실망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유머'가 사라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시니컬한 주인공 마커스와 다소 가벼운 성격의 도미닉, 찌질한 투덜이 베어드, 그리고 호남아 콜 트레인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개성과 확실한 유머 코드를 지니고 있던 기어 4인방의 매력이 사라져버린 저지먼트의 싱글플레이는 슈팅의 손맛은 살아 있을지 몰라도 캠페인의 재미를 더하는 감초가 빠진 느낌이었습니다. 다행히도, 4편에는 유머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주인공 3인방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게임 플레이에 끊임없이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진 총리도 악역이라고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불쌍한 역할을 도맡아 나름 유머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이젠 흘러가버린 과거의 주역들. |
아들도 아버지 못지않은 망나니다. |
지난 2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
그러나 기존 기어 4인방에 비해 본작의 JD와 케이트, 델은 캐릭터성이 지나치게 희미하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주인공 JD는 외모부터 주인공보다는 엑스트라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특징이 없습니다.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외모를 자랑하는 아버지와 사뭇 비교되지 않을 수 없지요. 케이트는 스토리에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아무리 험한 상황에서도 모자를 본드로 붙인 것처럼 헤어 스타일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 빼고는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델은 주인공 일행이 2명으로는 부족하니까 어떻게든 한 명 더 집어넣은 캐릭터라고 느껴질 정도로 존재감이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3편에서 단발성으로 등장한 사만다 같은 캐릭터들이 얼마나 돋보이는 캐릭터성을 갖추었는지 생각해보면, 새로운 세대의 첫 등장이라 그렇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가 거의 프롤로그에 가깝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합니다. 게임 내에서 분명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생고생을 하기는 하는데, 종반부에 도달하면 그냥 커다란 떡밥 하나 던지고 게임이 끝납니다. 4편에 처음 등장한 자연현상인 벼락 폭풍의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떡밥 중 하나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점들이 후속작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본편 내에서 벌어진 사건 자체는 확실히 종결되었고, 스웜의 기원에 대해서도 확실히 밝혀두고 있기에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추측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엔딩에서 던진 떡밥의 속뜻은 전작에서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한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재조명이기도 합니다.
캐릭터성이 너무 옅은 것이 아쉽다. |
본작에서 최고로 불쌍한 캐릭터. |
벼락 폭풍의 원인도 후속작에서 중요한 떡밥으로 다뤄질 것 같다. |
캠페인의 전반적인 플레이 감각은 소규모 근접전 위주였던 기어스 오브 워 1편의 느낌에 가깝습니다. 전체적인 레벨 디자인은 기존 시리즈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완성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적재적소에 강한 화력 무기가 배치되어 있어서 무기를 바꿔가며 싸우는 맛이 있고, 장시간 접전이 필요한 구간에는 우회로가 마련되어 있어 샷건을 이용한 근접전의 활용성이 높아졌습니다. 스토리 진행에 소모되는 지역 이동이나 컷신은 딱 필요한 만큼만 등장하고 대다수의 레벨 구성이 전투에 집중되어 있으며, 각 미션 사이에는 감초 같은 연출이 등장하여 지루함을 덜어줍니다. 전투의 호흡이 상당히 긴 편이라 다소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하드코어한 전투를 즐기는 유저들은 상당히 환영할 만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게임 전체를 통틀어 딱 3번 등장하는 호드 모드 방식의 디펜스 미션은 도대체 왜 넣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방식은 이미 기어스 오브 워 : 저지먼트에서 한 번 시도했다가 크게 혹평받은 전례가 있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나간 과오를 쇄신하겠다는 의도였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본작의 디펜스 미션은 저지먼트와 비교해도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디펜스 미션의 본질은 끝없이 밀려오는 물량을 상대하는 '도전'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캠페인 플레이는 레벨 디자인과 스토리를 맛보는 '경험'의 측면이 강하며, 이는 적절한 변화와 흐름을 동반할 때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리뷰한 '둠 리부트'의 경우 한정된 공간 내에서도 끊임없는 무빙과 상황 판단을 요구했기 때문에 디펜스 방식의 미션이라도 호평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본작의 디펜스는 은·엄폐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리 잡고 버티는 것이 전부라 둠의 디펜스에 비견될 만한 박진감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소규모 분대전 위주로 회귀한 전투 방식. |
연출 부분도 나름 공들여 만들었다. |
디펜스는 그냥 호드 모드에서만 즐기고 싶다. |
캠페인 구성이 다소 전형적이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레벨 디자인과 훌륭한 전투 디자인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이렇다 할 임팩트가 느껴지는 장면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죠. 앞서 언급한 밋밋한 캐릭터 문제와 더불어 1편에 등장했던 버서커나 라암 장군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보스 캐릭터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을 겁니다. 딱히 성장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직선 진행 게임이라 오로지 전투의 손맛과 레벨 디자인을 공략하는 재미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 점이 마음에 듭니다. 어설픈 성장 요소나 반강제적인 수집 요소는 오히려 다회차 플레이의 재미를 깎아 먹는 주범이며, 특히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경우 연출 같은 게임 외적인 요소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게임 플레이 그 자체에만 집중한 캠페인 구성을 지니고 있어서 시리즈 대대로 몇 번을 플레이해도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가 추구하는 캠페인의 방향성이 다소 올드한 방식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미 너무 많은 전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뭘 만들어도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과 어디선가 한 번 써먹은 레벨 디자인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요즘엔 아예 싱글 캠페인을 배제한 슈팅 게임도 많은데다가 순수한 레벨 디자인 지향적인 싱글 캠페인은 조금씩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게임들은 영화적 연출이나 내러티브 같은 게임 외적인 요소에 너무 많은 플레이 타임을 소모하거나 수집, 성장 등의 부가 시스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관점에서 봐도 기어스 오브 워 4의 캠페인은 옹호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간간히 보이긴 합니다. 앞서 언급한 호드 디펜스 미션의 문제나 다소 부족한 캐릭터성도 그렇고 플레이 타임도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요. 이전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에 비하면 연출력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개발사로 넘어갔음에도 이 정도의 완성도라면, 다음 작품은 더 잘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기에는 충분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전투. |
그래서 마음에 든다. |
과도기에 선 작품으로서는 충분히 합격점. |
레벨 디자인 이외에 캠페인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점도 본작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첫째로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무기 밸런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저지먼트에서 유일하게 호평받은 무기인 마르크자에 이어 인포서, 오버킬, 드랍샷, 앰버 등 각양각색의 무기가 추가되었음에도 무기들 사이의 밸런스도 잘 맞고 장단점도 뚜렷합니다. 기존의 무기들도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대미지와 명중률, 탄착군의 크기, 반동 등 많은 면에서 리뉴얼을 거쳤습니다. 일례로 기어스 오브 워 3에서 초기 밸런스 논란을 야기했던 소드 오프 샷건은 아예 삭제되었고, 레트로 랜서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탄 퍼짐 정도와 대미지 사이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한편 PVP 로드 아웃에서는 미리 고를 수 없도록 변경되었습니다.
둘째는 적들의 구성과 전투 패턴이 체계적이고 인공지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본작에 새로이 추가된 적군인 디비는 초반에 주로 등장하는데, 그중 보병에 해당하는 셰퍼드는 움직임이 굼떠서 게임을 갓 접한 유저들이 손을 풀기에 적당합니다. 그러나 오버킬을 사용하는 DR-1과 기습적인 뒤치기를 시도하는 트래커, 공중에서 중화기를 퍼붓는 가디언 등을 상대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난이도의 상승을 느끼게 됩니다. 스웜이 등장하는 중반 이후에는 인공지능 수준도 한층 높아집니다. 특히 후반부에 만날 수 있는 강화 스웜은 코너에 조용히 숨어 있다가 플레이어가 접근하면 수류탄을 부착하고 도망가거나 아군 스웜의 지원 사격을 받으면서 샷건을 들고 돌진하는 등 매우 스피디하면서도 위협적인 패턴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플레이어가 넉다운될 경우 전작과 달리 아군이 빨리 살려주지 않으면 가차 없이 처형해버립니다. 그만큼 협동 유저 또는 아군 NPC와의 연계 플레이가 매우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죠.
새로운 무기가 추가되고 밸런스가 대폭 조정되었다. |
그 결과는 매우 긍정적. |
새로이 추가된 몬스터 디자인과 인공지능 역시 수준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 |
이런 점들은 캠페인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려 50 웨이브에 달하는 호드 모드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요소로도 작용합니다. 두 번째 웨이브까지는 그나마 상대하기 편한 셰퍼드와 트래커만 등장하다가 세 번째 웨이브부터 가디언과 DR-1이 함께 나오고, 나중에는 파운서와 사이언 등 위협적인 적들이 섞여 등장하면서 난이도를 높입니다. 보스급 몬스터의 인공지능 역시 매우 위협적이면서도 개성적인데, 특히 넉다운된 아군을 납치해가는 스내처는 캠페인 스토리에도 중요한 몬스터로 등장함과 동시에 호드 모드에서는 아군의 단합력을 테스트하는 독특한 패턴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왕 호드 모드의 이야기로 넘어간 김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작에 이르러 3.0으로 버전 업 된 호드 모드는 거점을 세우고 방어 진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2.0 버전에 이어 병과 별로 뚜렷한 개성을 부여함으로써 한층 수준 높은 완성도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아군 중 한 명이라도 병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클리어하기가 상당히 곤란할 정도로 팀플레이 요소가 매우 강해졌고, 능력치를 부가하는 카드시스템과 병과마다 따로 레벨을 올려야 하는 성장 요소가 도입되어 반복 플레이의 중독성을 부여합니다. 데스매치용으로 만들어진 맵들의 대다수가 호드 모드를 즐기기에 괜찮은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강화된 팀플레이 요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다는 모순점도 생겨났습니다. 공개 방에서 플레이하다 보면 게임 도중에 나가는 유저가 너무나도 많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유저가 대다수라 사실상 팀플레이보다는 운에 의존하게 됩니다. 타 병과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좋은 팀원을 만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음성과 텍스트 채팅으로 소통을 시도해도 그에 답하는 유저는 정말 극소수라 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보완점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합을 맞춰 플레이하더라도, 아직은 병과별 밸런스가 좋은 편이 아니라 온갖 버프를 다 받은 중화기병의 살보 로켓이나 공병의 구조물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게임을 풀어가게 됩니다. 물론 이런저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호드 모드의 중독성이 정말 대단하다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시스템적 보완과 밸런스 조정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고요.
병과와 카드를 고르고 게임을 시작. |
구조물을 체계적으로 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정찰병은 팀의 전력을 책임진다. |
대인전 멀티플레이는 기어스 오브 워 4에서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부분입니다. 소위 '월 바운싱'으로 일컬어지는 현란한 무빙 기술과 샷건을 이용한 깊이 있는 근접전은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멀티플레이의 백미라고 할 수 있죠. 시리즈마다 노줌 시 샷건의 탄착군이 다르고 캐릭터의 속도와 에임 조작감이 판이해서 늘 새로운 감각을 요구했는데, 4편의 경우 3편의 UE의 특징을 교묘하게 섞어놓은 느낌입니다. 여기에 60프레임으로 쇄신한 그래픽과 다소 가벼우면서도 정교하게 바뀐 에임 조작감이 더해져 한층 쾌적한 멀티플레이 환경이 완성되었습니다. 또한 본작에 이르러 추가된 여러 근접 조작 기술과 강화된 팀플레이 요소 덕분에 긴장감 넘치면서도 깊이 있는 대결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폐물 너머의 적을 발로 차고 넘어갈 수 있었던 3편에 이어 4편에서는 아예 적을 플레이어 쪽으로 끌어올 수 있고, 여기에 Y버튼으로 수행하는 단검 처형 액션이 추가되었습니다. 로디 런 도중 A버튼과 B버튼을 함께 누르면 엄폐물을 바로 뛰어넘을 수 있는데,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타이밍에 맞춰 근접 공격 버튼을 누르면 넘어오는 적에게 카운터를 날릴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액션들은 후딜레이가 있거나 다소간의 패널티를 안고 있기에 함부로 남용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성공했을 때는 확실히 킬을 딸 수 있기 때문에 엄폐물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근접전의 긴장감과 심리전 요소가 대폭 늘어났습니다.
근접 샷건 싸움의 비중이 매우 높았던 UE의 멀티플레이와 달리 4편에서는 원거리 견제와 팀플레이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일단 랜서와 해머버스트의 대미지가 상당히 강해져서 무턱대고 돌진하다가는 총알의 집중포화를 맞아 사망하기 딱 좋습니다. 새로이 추가된 무기인 인포서는 탄착군이 넓게 퍼지는 만큼 중거리전에서는 상당한 위력을 자랑합니다. 맵 디자인도 곳곳이 개방된 형태라 중요한 거점을 잡고 적들의 위치를 끊임없이 공유하면서 지원사격을 해줘야 하고, 마구잡이로 달려들어 샷건으로 서로 터트리면서 싸우는 것보다는 맵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지점을 중심으로 조금씩 포위망을 좁혀가는 플레이가 요구됩니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멀티플레이는 뒤치기를 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체력도 많은 편인 데다가 대미지를 입혀도 바로 사망하지 않는 '넉 다운' 판정이 있다 보니 초보가 요행으로라도 고수를 잡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게임입니다. 로드 아웃은 지극히 한정적이고 킬 스트릭 같은 밸런스 파괴 요소도 없어서 개인의 피지컬이 매우 중요한 게임으로 인식되어왔죠. 하지만 그런 하드코어한 점이 역설적으로 신규 유저의 유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곤 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편의 대인전 멀티플레이는 소셜 매치와 코어 매치로 양분함으로써 고도의 경쟁을 원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확실히 구분하고 시작합니다. 소총을 이용한 원거리 견제와 거점 자리싸움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샷건 싸움에 능하지 않은 사람도 팀에 기여할 여지가 생겼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근접 샷건 싸움의 필요성은 남겨둠으로써 하드코어한 게이머와 일반 게이머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신나게 수박 터트리는 게임 |
당신의 수박은 온전합니까? |
위치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
자리만 잘 잡아도 쏠쏠하게 킬을 딸 수 있다. |
기어스 오브 워 4의 완성도를 보면, 정말 많은 면에서 '한 번 사면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눈에 띕니다. 캠페인은 다소 올드한 타입이긴 하지만 게임 플레이 그 자체에 집중한 디자인과 협동 플레이의 지원을 통해 다회차 가치를 살렸고, 멀티플레이는 호드 모드와 데스 매치 모두 역대 최고의 완성도를 달성함으로서 PVE 유저와 PVP 유저의 입맛을 전부 충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즌 패스 구매자가 아니더라도 매치 메이킹 환경에서는 차후 추가될 신규 맵을 즐기는 데 제한이 없어서 DLC에 따른 유저 분산 문제도 전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성과는 과거에 대한 존중과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했을 때 차별점이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디까지나 큰 그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세세한 부분을 따져보면 바뀐 점이 의외로 많습니다. 게다가 자잘한 변경점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밸런스를 조정하고 게임 플레이에 잘 녹아들도록 노력한 흔적마저 엿보입니다. 사실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는 1편에서 이미 시스템적으로 완성된 게임이었기에 이후 시리즈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더 많은 총알과 더 많은 시체와 더 많은 전기톱이면 됩니다. 부활의 신호탄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이번 작품을 기반 삼아, 5편에서는 좀 더 나은 변화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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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이상원 기자 petlabor@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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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랄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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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기어워4가 처음이었는데 싱글 캠페인에 만족했음. 화끈함이 살아있는것 같음 ㅋㅋㅋㅋ 그리고 리뷰에는 싱글에 디펜스 모드가 왜 들어갔냐고 불만이라고 지적했지만 저같이 시리즈 첨 접해본 유저는 호드모드가 아예 뭔지도 몰라서 맛보기가 될 수 있어서 좋았음. JD 캐릭터성이 빈약한건 동의. 상대적으로 마커스 피닉스 캐릭터가 너무 쎄니까 아빠가 아들보다 훨씬 더 돋보였던것 같음. 차기작에서는 여자친구 케이트를 더 살려서 전장을 헤쳐나가는 달콤 살벌한 연인 느낌이면 되려나? ㅋ 어쩄거나 기어즈 오브 워 4 강추함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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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후회는 안 함. 근데 역시 전기톱으로 써는건 로커스트가 써는 맛이 있음. 로봇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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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Fire Egg의 신호탄으로 읽고 들어온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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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 재밌습니다. 특히 호드모드 지금 20시간 째인데 하루종일 호드하고 싶단 생각 밖에 안드네요.
(IP보기클릭)218.41.***.***
사서 후회는 안 함. 근데 역시 전기톱으로 써는건 로커스트가 써는 맛이 있음. 로봇은........ ㅜㅜ
(IP보기클릭)210.126.***.***
전기톱으로 썰때 비명지르면서 피가 팍팍 튀겨서 그런거 아닐까요! 기계는 확실히 좀... | 16.11.01 10:36 | |
(IP보기클릭)220.86.***.***
(IP보기클릭)218.51.***.***
겁나 재밌습니다. 특히 호드모드 지금 20시간 째인데 하루종일 호드하고 싶단 생각 밖에 안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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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기어워4가 처음이었는데 싱글 캠페인에 만족했음. 화끈함이 살아있는것 같음 ㅋㅋㅋㅋ 그리고 리뷰에는 싱글에 디펜스 모드가 왜 들어갔냐고 불만이라고 지적했지만 저같이 시리즈 첨 접해본 유저는 호드모드가 아예 뭔지도 몰라서 맛보기가 될 수 있어서 좋았음. JD 캐릭터성이 빈약한건 동의. 상대적으로 마커스 피닉스 캐릭터가 너무 쎄니까 아빠가 아들보다 훨씬 더 돋보였던것 같음. 차기작에서는 여자친구 케이트를 더 살려서 전장을 헤쳐나가는 달콤 살벌한 연인 느낌이면 되려나? ㅋ 어쩄거나 기어즈 오브 워 4 강추함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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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1~2편만 하고 저도 이번엔 pc로 하는 중인데 캠페인 디펜스는 pc로 첨 하는 사람들을 위한게 아닐까 싶네요. 저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 16.10.28 13: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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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 Fire Egg의 신호탄으로 읽고 들어온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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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 부라르!!! | 16.11.01 22: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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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랄로 봤습니다. | 16.11.02 01: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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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보고 뭔가 싶어서 들어왔습니다. | 16.11.02 18: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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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 16.11.03 01: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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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님들 다 가아앙드으으응!!!! | 16.11.04 19: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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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랄이 아니고 부랄이였군.. | 16.11.06 12: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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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쳐서 쓰부랄...푸히힛! | 16.11.06 13: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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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랄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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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참유저인정합니다 이번만은저도 진짜 부랄로보고옴 ㅋㅋㅋ | 16.11.02 07:4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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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뢀의 향기를 느끼며... | 16.11.02 11: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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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즈는 진동이 무조건 있어야 되서 손맛쪽에서 패드가 압도합니다... | 16.11.02 16: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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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 댓글 감사합니다 플사패드를 연결하던지 엑박패드를 사던지 해야겠네요 | 16.11.02 18: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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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 추가로 주는거는 6만원짜리 일반판이 아니라 11만원인가 하는 얼티밋 한정 아니었나요? | 16.11.05 2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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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스토어에서 구매가능해요. 윈도우10 전용입니다. | 16.11.19 16:5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