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의 스크린샷과 내용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잔인한 내용에 민감한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우리는 어릴 때 그림동화를 본 기억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마냥 밝고 좋은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던 동화들이 실은 마냥 밝고 즐거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약간 충격을 받거나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어릴 때 봤던 동화에서는 백설공주의 계모인 여왕이 어떻게 되는지 나오지 않지만, 실은 굉장히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 동화책에 그대로 나와 있는 것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겠지요.
지금부터 이야기할 게임인 '로제와 황혼의 고성(이하 황혼의 고성)'은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동화에서 자주 나오는 공주 같은 귀여운 소녀가 주인공입니다. 그녀의 이름은 로제. 하지만 로제에게는 아름다운 성과 착한 주변 인물이 없습니다. 그녀가 깨어난 곳은 황폐한 고성의 지하 감옥이고, 주위에는 약간 이상하게, 하지만 친근하게 생긴 거인만이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동화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만약에 밝은 내용만을 기대했다면, 살짝 각오하고 게임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고성에서 깨어난 로제는 자신을 도와주는 거인을 만난 뒤에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노력을 합니다. 과연 그녀는 동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로제. |
동화풍의 배경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
■ 정신을 차리고 본 그곳은 시간을 잃어버린 고성
로제가 눈을 뜬 곳은 폐허가 된 고성입니다. 하지만 이 고성은 단순한 폐허가 아니라 색이 없는 이상하고 불길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로제를 노리는 수많은 트랩과 다양한 퍼즐이 숨어 있습니다. 과연 로제는 이 고성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고성을 로제를 순순히 탈출시켜 주지 않으리라는 것과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로제는 이런 장소를 과거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로제는 성의 가장 깊숙한 지하 감옥에서 눈을 뜹니다. |
성은 로제를 쉽게 밖으로 내보내주지 않습니다. |
로제와 황혼의 고성은 htoL#NiQ-반딧불이의 일기(이하 반딧불이의 일기)를 연출한 후루야 마사유키 디렉터의 신작입니다. 전작인 반딧불이의 일기와 황혼의 고성은 닮은 점이 상당히 많으며, 제작진은 황혼의 고성을 반딧불이의 일기의 후속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황혼의 고성을 플레이하다 보면 전작에서의 많은 비판점을 수용하고 수정한 흔적을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두 작품의 구체적인 비교점을 계속 언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전작인 반딧불이의 일기는 소문만큼 나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신규 IP가 굉장히 적은 요즘 신선한 도전을 한 작품이었고, 나름의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인 답답한 조작과 플레이어를 화나게 하는 것이 목적임이 분명한 난이도, 그리고 그 난이도를 전제로 만들어진 시스템 등은 이 게임을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암 유발 게임'이라는 호칭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 발매된 황혼의 고성은 반딧불이의 일기와는 매우 다른 게임입니다. 공통점은 유사한 장르라는 것과 굉장히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과 황폐한 분위기, 각 주인공이 앞으로 자신을 노리는 장소의 가장 깊은 곳에서 깨어나는 점인 동시에 자신을 도와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입니다. 게임의 설정이나 일러스트, 캐릭터 등은 유사하지만 조작 체계나 난이도 같은 게임의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점이 다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계속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매우 큰 변화와 발전이 있어서 이 점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반딧불이 일기의 주인공 미온도 엄청 귀엽습니다! |
하지만 암 유발 게임으로 유명했습니다. |
다시 본 작품의 배경인 고성으로 돌아가자면, 이 고성은 전작인 연구소로 추정되는 장소에 비해서 굉장히 드라마틱한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작의 무대였던 연구소는 미온이 눈을 뜨고 탈출해야 하는 장소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고성은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피의 기억'과 연구 일지, 책 등의 아이템으로 고성과 로제에게 일어났던 일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전작보다 굉장히 스토리가 풍부해졌고, 그래서인지 로제는 미온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은 감정 표현을 보여주는 편입니다. 이 고성이라는 무대는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인 분위기 구축에 큰 역할을 해낸 것입니다.
뒤에 조금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굉장히 잔혹하지만 동화 같은 이야기를 가진 이 게임에서 황폐한 고성이 가지는 특유의 느낌은 로제와 함께 모험을 하는 유저들에겐 최적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래픽뿐만 아니라 사운드도 조금 으스스한 게임의 분위기 조성에 매우 큰 역할을 하는데, 스릴러나 공포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조금 따뜻한 느낌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나오기도 하니, 사운드의 선곡은 퀄리티를 떠나서 적절한 수준입니다. 조금만 더 다양한 음악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게임의 볼륨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적으로 느낀 점인데, 이제는 보기 힘든 시리즈가 된 캐슬바니아 시리즈와 거의 흡사한 고성의 구조를 보며 해당 게임을 추억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구조가 캐슬바니아에서 나오는 성과 비슷합니다. 악마성이라 로제를 괴롭히나? |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장소도 존재합니다. |
■ 소녀에게는 저주받은 가시나무가 자란다
로제의 몸에는 가시나무가 자랍니다. 이 가시나무는 여러 가지 힘이 있으며,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가시나무는 로제의 몸에서 자라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등장합니다. 다만 로제의 몸에서 자라는 가시나무는 주변 사물의 시간을 흐르게 하거나 멈출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전작의 주인공 미온에게는 아무런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매우 큰 변화입니다. 심지어 미온은 플레이어가 직접 움직일 수 없었지만, 로제는 드디어 플레이어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전작을 플레이해본 유저들의 암을 치료할 정도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멈추지 않고 주인공에게 드디어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 것입니다. 이는 전작을 플레이한 유저들을 드디어 구원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쾌적하게 바뀐 부분입니다.
로제는 붉은색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
로제는 붉은색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가시나무는 로제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곳곳에 있는 가시나무는 로제를 위협합니다. 로제는 가시에 찔리기만 해도 그 자리에서 죽어버립니다. 실은 로제도 미온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화 속 공주가 그렇듯 굉장히 연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직접 움직이고,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시간을 멈추거나 직접 도망갈 수 있게 된 것만으로 죽는 일이 굉장히 줄어들었습니다. 난이도뿐만 아니라 직접 주인공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감정 이입과 동기 부여에 큰 도움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고성에 홀로 남은 소녀인 로제는 자신의 가시나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가시나무는 로제에게 있어서는 저주와도 같은 것이지요. 심지어 로제는 가시나무의 저주로 인해 죽을 수도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동화 속 소녀들은 로제와 같이 많은 저주를 받게 됩니다. 백설공주는 독이든 사과를 먹게 되고,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영원히 잠들게 되죠. 하지만 그런 소녀들을 돕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백설공주의 일곱 난장이나 신데렐라의 요정 대모 같은 존재 말입니다.
로제도 매우 쉽게 죽습니다. |
하지만 비교적 다른 존재의 도움이 없어도 충분히 살아남을 능력도 있습니다. |
■ 잠자는 거인과의 만남
잠에서 깨어난 로제는 혼자서 불안하게 성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혼자인 데다, 성은 폐허가 되어버렸으니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로제는 이내 홀로 있던 거인을 만납니다. 로제는 거인을 두려워했지만 거인은 그녀에게 친절했습니다. 심지어 여러 위험이나 위협에서 로제를 구해주기도 했죠. 로제도 이런 거인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국 로제는 거인과 함께 성을 빠져나가기로 합니다.
거인과의 첫 만남. 저래 보여도 상냥합니다. |
거인이 로제를 들고 다닐 때가 가장 귀여웠습니다. |
반딧불이의 일기에서는 미온을 돕는 존재로 반딧불이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반딧불이는 미온과 같이 연약해서 자신에게도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로제를 돕는 거인은 그 누구도 두렵지 않은 천하무적의 존재입니다. 게임 내에서 어떠한 방법으로도 거인은 제거당하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곳에 떨어지지만 않으면 거인은 언제나 로제를 보호합니다. 덕분에 유저들은 거인의 안전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로제만을 보호하면 됩니다. 덕분에 전작에서 계속 죽었던 미온에 비해 로제가 죽는 경우는 굉장히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멈춰진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할 수 있는 로제와 거인은 힘을 합쳐서 성의 다양한 트랩과 퍼즐을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반딧불이가 해야 했던 미온과는 달리 거인과 로제는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거인은 낙사를 제외한 모든 충격에 무적입니다. |
실수로 로제를 이상한 곳에 던지지 않게 주의합시다. |
■ 두 사람은 서로를 도와서 고성 밖으로 향한다
거인과 만난 로제는 서로를 도와가면서 고성 밖으로 향합니다. 거인의 힘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거인이, 거인이 통과할 수 없는 곳에서는 로제가 노력합니다. 어느새 두 사람의 호흡은 척척 맞아가고, 처음에는 거인을 경계했던 소녀도 거인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거인도 로제를 원래 알던 사람인 것처럼 대하며 아낍니다. 소녀는 거인과 함께 성을 탐험하며 조금씩 성에서의 탈출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의 일기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주인공인 미온이 아니라 반딧불이를 조종해야 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온은 반딧불이를 따라오기만 합니다. 그래서 두 종류의 반딧불이를 조종해서 다양한 트랩을 직접 제거하거나 길을 만들고, 미온을 유도해서 통과해야 합니다. 조작감이 별로 좋지 않지만, 무력한 미온을 필사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점에서 액션 게임 특유의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제와 거인을 번갈아가면서 조종해 트랩을 무력화하거나 다른 한 쪽이 통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실제 장르인 고성 탐험 액션보다는 퍼즐 게임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미 많은 분이 해본 아캄 나이트의 리들러 챌린지와 굉장히 흡사한 느낌이 납니다. 로제는 직접 조종할 수 있어서 반딧불이의 일기보다는 액션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나지만, 실제로는 순발력을 요구하기보다는 퍼즐 게임처럼 머리를 써야 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전작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은 오지만 조작성이 매우 나빠 막혔죠. 이번엔 거의 정반대 상황입니다. 심지어 어떻게 하는지 감이 와서 시도해봤지만 실패해서 다른 방식으로 해봤더니 앞서 생각한 해답은 오답인 경우도 있습니다.
전작인 반딧불이의 일기에 비하면 황혼의 고성은 암 치료제에 가까운 게임이 되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충분히 유저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부분은 존재했습니다. 그래도 머리로는 알겠는데 손가락이 따라오지 못해서 클리어를 못 했다거나 부조리하게 사망하거나 어이없이 막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액션이 필요한 부분도 대부분 조금만 플레이해보면 금방 익숙해져서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두 캐릭터를 계속 변경해가면서 퍼즐을 풀어야 합니다. |
로제만 통과가 가능한 곳도 있습니다. |
거인과 로제는 서로 전혀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혀 다른 능력을 순차적으로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사용할지 머리를 써야 합니다. 로제가 사망을 해서 끊기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두 캐릭터의 액션 범위도 조금 다르지만, 각자가 굉장히 명확하게 역할이 분담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두 사람이 협동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전작에서 명확하게 능력이 달랐지만 서로 협동이 아닌, 각자의 분야에서 분업하던 두 반딧불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소녀와 거인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며 진행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죽지 않는 거인이 그 힘을 이용해서 로제의 길을 열어주기도 하며, 정지한 물건을 다시 움직이게 하면 거인이 다시 그 물건을 이용해서 길을 열기도 합니다. 덕분에 앞서 표현한 것처럼 액션 게임보다는 퍼즐 게임에 가까운 인상을 받게 됩니다.
거인은 주로 힘을 쓰는 일을 합니다. |
위험할 것 같을 때는 거인이 로제를 들고 다니면 됩니다. |
그리고 퍼즐의 레벨 디자인이 생각보다 흥미로웠습니다. 우선 대부분 구역이 각각 다른 방식의 퍼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구역은 로제의 능력이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하고, 처음에는 필요하지 않던 순발력도 갈수록 조금씩은 요구하게 됩니다. 어느 구역에서는 로제의 목숨을 노리는 데스 트랩은 존재하지 않지만, 머리를 최대한 쓰면서 풀어야 하는 논리 퍼즐이 주로 존재하는 구역도 있습니다.
구역이 넘어가면서 매우 조금씩 어려워지는 레벨 디자인은 전작에서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어려웠던 난이도에서 벗어나 초반에는 정말 쉬운 퍼즐에서 후반부의 제법 머리를 써야 하는 부분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이 쉽게 지루해지지 않게 됩니다. 대신 이런 종류의 퍼즐 게임은 클리어하는 방법만 알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게 되죠.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서인지 황혼의 고성에는 타임 어택이 존재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클리어해야 얻을 수 있는 트로피가 상당히 많으니 게임이 쉽다고 생각하시는 유저는 이쪽을 노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타임 어택 트로피 중에 1시간 20분 안에 클리어하는 것도 있어서 플레이 타임을 걱정하는 유저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감각으로는 평균적으로 15~20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보장하고, 플래티넘을 따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머리를 써야 하는 구역도 존재합니다. |
이 트로피는 제법 어려울 것 같습니다. |
■ 고성에 흘러드는 피의 기억
로제와 거인은 성을 빠져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성이 안고 있는 비밀은 그녀의 생각보다 무시무시하고 로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것이었습니다. 로제는 충격적인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서 성장해나갈까요? 아니면 슬퍼하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로제 자신도 잘 모르는 과거의 수수께끼는 과연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기억은 로제와 관련된 기억입니다. |
거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
황혼의 고성은 전작인 반딧불이의 일기에 비해서 텍스트 분량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반딧불이 일기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유저가 플레이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텍스트의 비중이 작았습니다. 말 그대로 텍스트는 전혀 안 나오는 수준이었죠. 황혼의 고성은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텍스트가 나옵니다. 특히 어떤 장소는 텍스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힌트가 없다면 클리어가 아예 불가능한 곳도 존재합니다. 덕분에 한글판이 나온 것이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 되었습니다.
스태프 롤까지 꼼꼼하게 한글화되어 있습니다. |
책을 보면 나오는 텍스트로 배경 설정을 알 수 있습니다. |
텍스트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표현 방식에서도 전작과 큰 차이점을 보여줍니다. 전작은 텍스트나 음성이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과거를 통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대략 예상하는 정도로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황혼의 고성은 풍부한 텍스트와 피의 기억을 통해서 전작보다는 더 구체적으로 스토리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그 스토리가 밝혀지는데, 현재보다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피의 기억은 시간 순서에 상관없이 하나씩 볼 수 있는데, 그때 나오는 영상은 음침한 게임의 분위기와 굉장히 어울립니다. 심지어 즐거운 기억도 색채와 게임의 분위기, 타이밍 때문에 그리 좋게만 볼 수는 없었습니다. 피의 기억은 반딧불이의 일기에서 나왔던 기억의 조각과 거의 같은 물건입니다. 하지만 에어리어를 클리어하면 어디쯤 있는지 알려주고, 발견하기도 쉬워서 전작보다는 더 편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의 기억뿐만 아니라 연구 일지나 책 등으로 게임의 배경 스토리와 로제에게 일어난 일들을 간단하게 알 수 있습니다. 게임 진행의 힌트도 제공하기 때문에 로제뿐만 아니라 유저들도 다음 목적지나 해야 할 행동 등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은 여기저기 숨겨져서 찾아다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도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황혼의 고성은 앞서 언급한대로 동화 풍의 배경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제는 조금씩 얻어가는 피의 기억과 문서를 통해서 점점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아가게 됩니다. 사실 게임의 처음부터 황폐한 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마냥 좋다고 하긴 힘들지요. 하지만 이런 음침하고 기분 나쁜 분위기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황혼의 고성은 최고의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고성의 분위기와 로제에게 숨겨진 과거는 그저 음침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성을 탐험하던 로제와 거인의 앞에는 무시무시한 장소 또한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저 구석에 있는 토끼가 너무 신경 쓰입니다. |
읽을 수 없다면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한 장소도 있습니다. |
■ 가시나무에 매료되어 소녀는 피를 바친다
로제에게 붙어 있는 가시나무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바로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능력이었습니다. 이 능력을 이용해서 위험한 곳도 결국에는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로제는 고통스러워 하지만 꾹 참고 성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하지만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한 문은 가시나무가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가시나무로 막혀 있는 문은 로제의 피를 바쳐야만 열리는 것 같습니다. 로제는 결국…
로제가 죽는 장면은 생각보다 끔찍합니다. |
로제뿐만 아니라 다른 끔찍한 장면도 자주 나옵니다. |
황혼의 고성은 18세 이상 이용가로 심의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어두운 분위기의 게임이라고 해도 얼마 전에 발매한 동사의 공포 게임인 요마와리도 15세 이상 이용가를 받았지만 본 작품이 18세 이상 이용가를 받은 이유는 바로 폭력성 때문입니다. 굉장히 귀여운 캐릭터인 로제가 주인공이고 거인도 보기에 따라서는 귀여운 디자인이어서 릭터 디자인만 보면 그저 귀여운 소녀가 노력해서 던전에서 탈출하는 게임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유저들의 첫인상을 기어코 박살내고 맙니다.
전작에서는 구체적인 사망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황혼의 고성에서는 모든 사망 장면을 생략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로제는 다양한 방법으로 죽을 때마다 유저들에게 자신이 죽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로제의 디자인이 귀엽고 전체적인 디자인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아주 끔찍하지는 않지만, 리얼한 효과음과 붉을 색을 강조하는 색감 덕분에 썩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게임의 특성상 로제는 죽고, 또 죽기 때문에 안쓰러운 느낌마저 들게 됩니다. 전작인 호타루의 일기나 요마와리도 게임 특성상 주인공이 계속 죽지만, 그래도 구체적인 사망 장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로제는 굉장히 다양하게 죽는데다 그 장면도 구체적이라서 유저에 따라서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은 계속 강조해온 이 게임만의 훌륭한 분위기에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이런 조용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최고의 게임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아름답고 행복한 동화가 아니라 잔인한 동화가 바로 로제와 황혼의 고성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처형실에서 로제가 당하는 끔찍한 일들은 이런 장면에 내성이 없는 유저들에게 큰 정신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장소에서의 사망은 적들이나 트랩에 걸려서 사망하는 것이 아닌, 유저가 스스로 로제를 그곳으로 밀어 넣는다는 느낌을 주게 되기 때문에 다른 장소에서 죽는 것 보다 더 크게 정신적인 충격을 줍니다. 그래서 이런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은 황혼의 고성을 플레이하는 걸 한 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처형실의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아직 구매하지 않은 유저가 이 리뷰를 보고 귀여운 디자인에 혹해서 게임을 샀다가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이 사항은 꼭 언급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이 이상으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피를 바치기 전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
데드 신 스크린샷도 자세한 건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
■ 아름다운 마지막 장미
로제는 고성에서 진실을 알게 되었을까요? 로제는 거인과 함께 성에서 빠져나갔을까요? 모든 것을 직접 플레이해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동화 같은 분위기를 상당히 좋아했고, 전작인 반딧불이의 일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했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반딧불이의 일기를 좋아했던, 혹은 플레이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전작과 연결하지 않아도 황혼의 고성은 훌륭한 퍼즐 액션 게임입니다. 그래도 이 게임의 주 대상은 역시 전작을 플레이해본 유저라고 생각이 드네요. 특히 전작에서 미온을 구해준 분들이라면 이번에도 거인과 함께 로제를 구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혹은 결국 구해주지 못하셨던 분들은 이번에야말로 로제를 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화 속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던 로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폐허가 된 황혼의 고성의 비밀은 무엇인지 함께 풀어보지 않겠습니까?
로제가 넘어질 때마다 너무 귀여워요! |
로제와 거인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
■ 요약
● 전작인 반딧불이의 일기와 비교해서 매우 많은 점이 개선되고 좋아졌다.
● 캐릭터를 이용한 퍼즐 액션 게임에 가깝다. 생각보다 매우 훌륭한 레벨 디자인을 보여준다.
● 음침하거나 폐허 등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추천하는 게임이다.
● 끔찍하게 죽는 장면을 보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기 힘들다.
● 플레이 타임은 생각보다 길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약 15~20시간 정도. 플래티넘에 도전한다면 더 길어진다.
(IP보기클릭)61.75.***.***
저의 경우 순수하게 클리어하는데(타임어택 제외하고)8시간 10분 남짓 걸렸죠. 당연하지만 플레이 타임은 유저에 따라 달라질듯..
(IP보기클릭)218.145.***.***
저도 10~15와 15~20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게임을 잘하는 사람(그렇다고 해서 제가 잘하는건 전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ㅠㅠ)과 못하는 사람 중 어느쪽에 맞춰야 할까 고민하다가 15~20시간으로 했는데 제 판단이 좀 많이 틀린 것 같습니다. 귀중한 의견 감사하고 딱히 뻥치려고 했던건 아니었어요 ㅠㅠ
(IP보기클릭)123.141.***.***
잔혹한 동화이야기 같은이아니라 잔혹한 동화 인대....
(IP보기클릭)114.199.***.***
로제가 철푸덕하고 넘어질때 정말 귀엽죠 거인이 로제를 던지고 들고다닐때도 귀엽고 그런데..처형실에선...
(IP보기클릭)59.6.***.***
공략 않보면 15시간넘어요 ...
(IP보기클릭)21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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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보기클릭)15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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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합니다. | 16.07.09 10:01 | |
(IP보기클릭)1.228.***.***
감사합니다 | 16.07.09 21:32 | |
(IP보기클릭)61.75.***.***
저의 경우 순수하게 클리어하는데(타임어택 제외하고)8시간 10분 남짓 걸렸죠. 당연하지만 플레이 타임은 유저에 따라 달라질듯..
(IP보기클릭)218.145.***.***
저는 10시간 조금 더 걸렸는데 실력이 굉장하시네요. 넷에서 다른 분들 플레이 타임까지 찾아보니 대충 넉넉잡고 15시간 정도면 플레 빼고 다 따는 것 같아서 저정도로 책정했습니다. | 16.07.09 10:02 | |
(IP보기클릭)114.199.***.***
7시간 20분걸렸는데 최종보스전이 제일 오래걸린듯... | 16.07.10 12:21 | |
(IP보기클릭)112.171.***.***
(IP보기클릭)125.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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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 시스터
그건 아닌것같아요. 저도 오늘사서 해봤습니다 ㅎ | 16.07.09 23: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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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가 철푸덕하고 넘어질때 정말 귀엽죠 거인이 로제를 던지고 들고다닐때도 귀엽고 그런데..처형실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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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동화이야기 같은이아니라 잔혹한 동화 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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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리뷰 작성자인 "드릴소년"님이 댓글에 달아뒀습니다. 왜 그렇게 책정했는지를... | 16.07.12 18: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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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모
공략 않보면 15시간넘어요 ... | 16.07.12 22: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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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접 공략 안보고 했는데 10시간 안넘는거 같은데요 ..? | 16.07.13 03: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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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시간 이라고 했으면 납득할만 한데 15~20시간이라고 써놔서 좀 그렇네요 | 16.07.13 03: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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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모
저도 10~15와 15~20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게임을 잘하는 사람(그렇다고 해서 제가 잘하는건 전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ㅠㅠ)과 못하는 사람 중 어느쪽에 맞춰야 할까 고민하다가 15~20시간으로 했는데 제 판단이 좀 많이 틀린 것 같습니다. 귀중한 의견 감사하고 딱히 뻥치려고 했던건 아니었어요 ㅠㅠ | 16.07.18 11: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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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호타루의 일기도 재미있었지만, 로제도 재미있으니 꼭 한번 해보세요. 조작이 바뀐점을 개선이라고 한 부분은 전작에서 많은 분들이 비판을 했었고, 이번에도 비슷한 조작으로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지 바꿨기 때문에 이렇게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말씀해주신대로 전작의 그 어려운 조작방식은 저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받아들이셨다면 전적으로 제 글솜씨가 미숙해서 일어난 일 같네요. 저도 전작의 미온이 이번작의 로제처럼 움직이면 게임 자체가 붕괴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 16.07.18 11: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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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제가 개선점이라고 느낀이유는 후속작임에도 불구하고 조작방식을 일부러 바꿀정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호타루의 일기는 그런 조작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특한 게임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조작감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인식 했었습니다. 그래도 적어주신 의견을 보고 이 덧글을 쓰다보니 제가 개선이라고 표현한게 제 의도에서 약간 벗어난것 같았네요. 다른 식으로 표현했어야 했던것 같습니다 ㅠㅠ 귀중한 의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리뷰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16.07.18 11: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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