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모바일 게임이 주류 시장으로 올라선 이후, 유사한 게임성과 과도한 과금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면서 이러한 현상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비단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이에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은데, 인디나 중소 업체에 비해 방향 전환이 쉽지 않은 중견 게임 업체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넥슨, 신선한 요소 및 수익 모델 실험
넥슨은 기존의 국내 모바일 게임에서 찾아 보기 힘들었던 요소를 도입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80년대 레트로풍의 픽셀 그래픽에 현대적인 플레이를 적용한 액션 게임 '이블팩토리', 다양한 퍼즐을 통과하며 길을 찾아가는 어드벤처 게임 '애프터 디 엔드: 잊혀진 운명'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블팩토리]
1:1 보스전으로만 구성된 이블팩토리는 작금의 모바일 게임에서 기본 사양화된 자동 전투를 지원하지 않아 플레이어가 직접 보스의 패턴을 파악하면서 적절한 무기를 찾아야 하고, 서정적인 사운드와 그래픽의 애프터 디 엔드는 엔딩 콘텐츠가 존재할 뿐 아니라 4600 원에 유료로 판매되고 있다.
[애프터 디 엔드: 잊혀진 운명]
이외에도 동사는 보스키 프로덕션에서 개발 중인 FPS '로브레이커즈'를 북미 지역에 패키지 형식으로 출시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넥슨 측은 "2001년 최초로 온라인 게임에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넥슨이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게임의 본질만 남긴 채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자평하며,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호흡으로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넥스트플로어, 콘솔 게임 개발에 도전
넥스트플로어는 아직까지 국내 중견 업체들이 백안시하고 있는 콘솔 게임 시장 진출에 대해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가장 먼저 공개된 '키도: 라이드 온 타임' 이후 '창세기전 2'와 '창세기전 3'의 휴대용 콘솔 리메이크를 결정한 데 이어 2월에는 '베리드 어 라이브'를 발표한 것.
창세기전 제작을 위해 이에스에이로부터 지적재산권을 인수한 김민규 대표는 '게임 플레이는 완전 리빌드 하면서, 시나리오를 현대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으며, '검은방'과 '회색도시'의 진승호 디렉터가 참여하는 베리드 어 라이브는 PS4와 VITA로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넥스트플로어 측은 "창세기전의 경우 이 게임을 잘 모르는 지금의 10대, 20대 유저들에게 한국에도 좋은 IP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고, 베리드 어 라이브는 SNS와 어드벤처의 결합이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하고, "이들 게임을 통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이며, 당장의 성과를 노리기보다는 개발력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 미래에는 콘솔 게임을 통한 AAA급 프랜차이즈를 구축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루홀,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의 개척
'테라'의 개발사로 잘 알려진 블루홀 역시 콘솔 플랫폼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장르의 개척에 나섰다. PAX East를 통해 정식으로 발표된 테라의 콘솔 버전, 그리고 배틀 로얄 모드의 창시자 브렌든 그린이 합류해 만들고 있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바로 그것이다.
[테라 콘솔 버전]
컨트롤러의 조작감을 살려 논타겟팅 시스템의 액션성을 극대화시키게 될 테라 콘솔 버전은 콘솔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 및 전투 조작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며, 100인의 유저가 고립된 섬에서 최후의 1인만 남을 때까지 경쟁하는 배틀그라운드는 정식 버전 출시 후 콘솔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이에 대해 "테라 때부터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양질의 게임을 만들자는 게 회사의 방향이었다."고 언급한 블루홀 측은 "게임 제작의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해왔기에 특정 플랫폼을 고집하지 않고 있으며, 테라와 볼링킹, 아처리킹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과 노하우를 체득, 조용히 게임성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개발에 매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성과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 중 시중에 출시된 것으로는 이블팩토리, 애프터 디 엔드, 그리고 3월 24일 스팀에서 얼리억세스에 들어간 배틀그라운드의 3종이 있는데, 이블팩토리는 35일 만에 150만 다운로드, 애프터 디 엔드는 10개 국가 애플 앱스토어 유료 게임 1위와 구글플레이 인기 유료 게임 3위라는 성과를 올렸으며, 배틀그라운드는 첫 주말 3일 간 40만개 판매 및 스팀 내 최대 동시접속자 3위를 달성하여 화제가 됐다.
하지만 눈 앞의 매출에 급급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이용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개발 저변을 확대하여 신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향점인 만큼, 당장의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될 지에 더 주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