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쨘자쟌~ 하쿠레이 신사의 새로운 투숙객이랍니다!”
며칠 되지 않은 일이였다. 하쿠레이 신사의 새로운 투숙객이라며 유카리가 데려온 인물을 레이무가 받아들이게 된 지는.
“..이번엔 또 누구를 데려온거야?”
레이무는 새로운 식객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유카리를 바라봤다. 틈새에서 몸을 빼꼼 내밀은 그녀의 옆에는 어벙한 표정을 지은 채 영문을 몰라 하는 의문의 남성도 있었다.
곧 레이무가 눈을 찡그렸다. 더 이상의 식구는 사양이였기 때문에. 새로운 손님인 신묘마루를 들인지도 별로 되지 않은 후인데다가, 빠듯한 식비는 이제 가계부를 바닥내고 있었으니 그녀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였다.
“난 레이무를 위해서 이 사람을 데려온건데...”
“날 위해서라면 내 가계부부터 좀 어떻게 해주지 않을래?”
하아, 한숨을 내뱉으며 레이무가 불제봉으로 제 어깨를 툭툭 쳤다. 다시 의문의 남성 쪽으로 눈을 힐끔 돌리더니 유카리에게 말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누군데.”
“네 듀얼 선생이 되어줄 사람이야.”
“선생?”
후훗 얇은 눈웃음을 짓는 유카리의 말에 레이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냐하면 레이무는 듀얼리스트로서의 실력에는 꽤나 자신감이 있었으니. 그리고 그 자신감을 뒷받침할 운도, 실력도 충분했으니까. 그런데, 자신을 가르칠 선생이라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이 사람은 네 듀얼 택틱스를 길러줄 사람이 아니야. 듀얼의 규칙을 가르칠 사람이지.”
“규칙?”
“응응. 규칙.”
“다들 알아서 지키고 있지 않아?”
“전혀...”
고개를 갸웃하는 레이무의 의문부호에 유카리가 허탈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장갑 낀 손으로 부채를 펼치며 제 입 부근을 가렸다.
“아무튼, 이변 이후로 인요들을 제어할 새로운 수단도 필요했던 참이잖아? 같이 있어봐! 생각이 많이 달라질거야.”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곧 다시 부채를 접고 눈가 부근에 명랑한 미소를 다시 짓는 유카리를 보며, 레이무는 이번에는 한 번 물러나주기로 했다. 이번의 유카리가 한 말은 의외롭게도 전적으로 옳았으니. 게다가 듀얼에서의 규칙을 지킨다면야 나쁠 것은 없었다 생각해서.
음, 그를 위해서 앞으로 투자될 비용이 마음에 좀 걸렸지만.
“자자, 가 봐.”
“감사합니다, 야쿠모 씨.”
유카리는 남성의 등을 가볍게 떠밀었다. 머뭇거리던 남자는 잠시 뒤를 돌아봐 유카리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인사했다. 웬일로 예의가 바른 녀석이 왔네. 레이무는 생각했다.
“그리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돼. 유카리로 좋아. 우리는 초면이 아니잖아?”
“...저는 모르지만요.”
“내가 아니까 괜찮은걸. 그럼~”
잘 있어. 유카리는 그 말과 함께 여느 때처럼 경계를 통해 사라졌다. 잠시 일어나있던 레이무는 툇마루로 돌아가 앉더니 남자 쪽을 보았다. 그리고는 옆자리를 툭툭 두들겼다. 이리로 와서 앉으라는 의미로.
“서있지 말고, 이리로 와서 편하게 앉아.”
“네.”
“말은 편하게 해. 앞으로 같이 살아야 하는데 그러면 대하기가 힘들어.”
“...그래.”
“이름은?”
레이무는 그리 말하며 다시 차를 홀짝였다. 규칙을 가르칠 자라면, 신사에 머무르는 시간은 꽤나 오래될 것이다. 안면부터 트고 시작하는게 좋겠지.
“......몰라.”
레이무의 몸이 잠시 멈칫했다. 정면을 향해 들고있던 고개가 곧 남자를 향해 돌아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남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정면을 향했다. 지고있는 해를 잠시 바라보던 남자는 깍지 쥔 손가락을 약간 풀어 꼼지락대었다. 곧, 남자가 말을 더했다.
“내가 누군지, 나는 전혀 몰라.”
“......이런.”
기억을 잃었음을 확정짓는 그 말에 레이무는 눈 부근을 미세히 찡그리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젠장, 귀찮은 녀석이 왔어. 라고 한숨 사이에 혼잣말을 읊조리며.
결국에는 고심하여 이름부터 쥐어줬다.
교화의 의미로서, 쿄우카(敎化)라는 이름을.
오키테가미(掟上)라는 성은, 유카리가 이름만 있으면 너무 심심하다며 다시 찾아왔을 때 붙인 것이였다.
제법 맑은 날씨의 하늘. 우중충해서 습했던 어제와는 달리 산뜻한 바람이 상쾌히 아침을 맞이하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은 신사의 일원과 걸어가는 쿄우카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도록 했다. 하지만, 목적지는 모른 채였다.
“어디로 가는거야?”
“식사하러 묘렌사에.”
묘렌사? 언뜻 듣기로는 사찰의 이름인 지명에 쿄우카가 고개를 갸웃거려 궁금함을 표했다. 절에 식사를 하러 가는건가? 아니면, 이름이 묘렌사인 식당일 뿐인건가. 쿄우카가 궁금증에 그곳이 어디냐고 다시금 물었지만, 레이무에게서 돌아온 것은 그냥 절이라는 대답 뿐이였다.
으음, 언제부터 절이 식(食)을 해결하러 가는 곳이 된 건지. 대답을 들어도 궁금증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레이무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 눈치채여서 볼을 양껏 꼬집히는 신묘마루를 보니, 괜시리 의혹만 더해졌다.
“아으으... 왜, 아무 말도 안했잖아.”
“문제없잖아. 그 쪽에서 거절하지도 않는데다, 우리는 지금 자금상태가 척박하다고.”
얼얼해진 볼을 양손으로 문지르는 신묘마루. 쿄우카는 레이무의 마지막 말에 난처로움을 느껴 쓴웃음을 짓고는 외면했다. 그 자금상태의 척박함이 누구 때문인지는... 크흠.
그대로 얼마나 걸었을까. 빗자루를 쥐고 길을 청소하던 강아지 귀의 요괴를 뒤로하여 도착한 장소는 인간 마을 근처의 사찰이였다. 처음 보는 건물에 쿄우카는 잠시 낯설음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봤다. 입구부터가 수다를 떠는 인요가 가득해 왁자지껄하여, 약간은 정신이 사나웠다.
“환상향은 잊혀져서 환상이 되어버린 것들이 흘러들어오는 곳이라고, 내가 말 했었나?”
“첫 날에 했었어.”
“잊혀져서 여기로 흘러들어온 대부분의 요괴들은 인간의 공포를 제 근간으로 해. 그래서 인간을 습격하지. 자신을 존속시킬 공포를 수급하기 위해서.”
하지만, 인간에 대한 무차별적인 습격은 결국에는 요괴들 스스로를 파국에 이르도록 하기에, 습격당하는 인간들의 목숨에는 위협이 되지 않도록 ‘듀얼 몬스터즈’라는 ‘놀이’를 도입했다. 그것이 듀얼 몬스터즈가 환상향에 들어오게 된 계기.
“뭐, 듀얼은 ‘습격한다’라는 구실만 챙기는거지만 말이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니 상관없지. 레이무는 잠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각자 생각이 다르듯이, 모든 요괴들이 인간을 습격하는 것은 아니야. 이곳 묘렌사의 요괴들은 약간 특이하니까.”
“응? 어느 점이?”
“인간과의 공존을, 그리고 화합을 위한다는 점이.”
“흠...”
그래서인지 여기 모이는 요괴들은 좀 태평하고, 조용히 놀기를 좋아하는 녀석들이야. 레이무가 고개를 기울여 쿄우카를 바라보고는 추가적으로 덧붙였다.
“마침 오네.”
쿄우카는 그 말에 레이무를 바라보던 고개를 틀었다. 주홍기가 다분한 노란 머리칼에 군데군데 검은머리가 섞여있는, 마치 호랑이의 가죽같은 색 배합을 가진 인물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곧 그 인물은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레이무에게 물었다.
“어라? 오늘은 한 명 더 데려오셨군요.”
“응. 신사의 새로운 투숙객이야.”
“흠, 당신이 손님을 들이다니, 꽤 신기하군요.”
“뭐, 그렇지.”
당연히도 레이무와 안면이 있기에 친근한 말투. 레이무도 대하기 편한지 거리낌 없이 말을 되받아넘겼다. 레이무가 잠시 눈을 흘겨 양 측을 바라봤다. 곧 쿄우카가 고개를 가볍게 굽혀 인사를 했다.
“오키테가미 쿄우카라고 합니다.”
“비사문천 대리인 토라마루 쇼입니다.”
쇼를 간단히 이름을 밝히고 쿄우카를 따라 인사했다. 주변의 시끌시끌한 분위기와는 달리 꽤나 정적인 만남이였다. 자자, 딱딱한 인사는 여기까지. 레이무가 그리 언질하고는 손을 휘휘 저으며 쇼를 바라봤다.
“히지리는?”
“히지리라면 지금 안에서 설교중입니다.”
“또 누가 말썽 일으켰구만...”
“하하... 무라사가 심심하다며 삼도천의 배를 가라앉히게 한지라.”
더 자세히 말할 수 없는 모호한 사정에 쇼는 쩝, 다시는 소리를 내며 웃어넘겼다. 레이무도 더 말을 않고 다른 주제로 말을 돌렸다. 곧 둘은 사찰 내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쿄우카와 신묘마루는 따라나서다 중간쯤부터는 이곳에서 기다리라는 레이무의 말을 듣고 멀뚱멀뚱히 서 있었다.
“미안, 이야기가 좀 길어졌었네.”
“괜찮아. 그런데 그건?”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온 레이무의 손에 들린 도시락. 쿄우카의 물음에 레이무는 꼬여있는 도시락의 실을 풀어헤치며 답했다.
“여기는 주말마다 이야기의 장이 열리거든. 이 도시락은 식사를 통해 인요 간에 정 좀 붙여보라는 의미로 주는거야. 장소랑 식사라는 계기를 주면 친해질 놈들은 결국 친해지니까.”
아, 그래서인지 이 도시락 외부 반출 금지야. 그 말을 마친 레이무는 뚜껑을 열어 도시락의 내용물을 흡족한 미소로 보았다.
“사실 그건 핑계고, 레이무는 밥만 먹으러...”
“시끄러.”
“아윽.”
진실을 토로한 탓에 다시 레이무에게 볼을 쥐어짜인 신묘마루를 뒤로하고, 쿄우카는 받아들은 도시락을 따라서 깠다. 잡다한 색깔의 온갖 음식들이 줄지어져 있었다. 보이는 것만 해도 연어, 딸기, 사과, 감자튀김, 소시지, 새우튀김......
‘뭐지 이거. 특제 싱크로 도시락...?’
“원래는 교리에 따라 풀밭이었는데, 고기를 달라는 ㅁㅊㄴ들이 하도 많아서 이것저것 추가하다보니.”
“...어, 그렇..구나.”
예상치 못한 내용물에 잠시 어리둥절하던 쿄우카가 곧 젓가락을 건네받고는 맛보기 시작했다. 외견만을 봐서는 그저 끼니를 때울 정도겠다 싶었지만, 먹어보니 느껴지는 감탄스러운 맛에 눈이 놀라 껌뻑였다.
“의외로 맛은 굉장히 안정적이네.”
“안정적인 맛이란건 뭐야 도대체.”
“글쎄...”
젓가락과 함께 음식물을 우물거리며 별 진척 없을 대화 따위나 하였다. 신사에서는 꽤나 조용조용해서 말을 자주 않던 쿄우카였지만, 이번에는 북적거리는 주변 분위기를 타서인지 꽤나 많은 말이 오갔다.
“......”
“레이무?”
그러던 도중, 화목하던 레이무의 표정이 급격히 굳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고개를 쳐들었고, 눈이 새파란 하늘을 전부 훑었다.
“......모두 머리 숙여!!”
급히 외친 레이무였지만, 그 목소리에 반응한 인요들은 무슨 일이냐며 어리둥절하다 의문을 품을 뿐이였다. 평범히 시간을 보내던 차에 들려오는 재난경보같은 것이다. 잠시 주의는 끌리더라도, 그리 심각하지 않는 반응을 보이는.
“숙이라고!!”
그렇기에 레이무가 다시 한 번 쩌렁쩌렁 외쳤다. 이번에는 사찰 전체에 들릴 정도로 크게. 그리고는 품에서 부적다발을 꺼내 공중으로 투척했다. 하쿠레이 레이무 자신이 가진 힘, 영력을 이용해 만들어두었던 수호부였다. 그 순간 빛이 일며 모두의 시야를 가렸고, 그와 거의 동시에 묘렌사 너머까지 퍼질만큼의 강렬한 굉음이 일었다.
콰아ㅡㅡ!
단순한 의성어 하나만으로는 표기하기 힘들었다. 단 한번만이 아닌 복수의 소음이였기에. 무언가 추락하는 소리이기도 했고, 먼지폭풍이 이는 소리이기도 했다. 쿄우카는 굉음과 함께 휩쓸려나가 청각으로 더 이상 소리를 들을 처지가 못 되었다.
“쿨럭……. 무슨 일이야.”
여파 때문에 튕겨져 나간 쿄우카는 켁켁 기침을 내뱉으며 간신히 주변을 살폈다. 그렇지만 발생한 먼지가 한 치 앞만을 간신히 분간할 정도로 짙었기에 별 소득 없는 행위였다. 레이무와 신묘마루는 보이지 않았고, 무언가를 파악하더라도 자신처럼 여파에 쓸려나간 인요들이였다. 거의 대부분은 충격을 버티지 못 한 인간이였지만.
“신묘마루!! 레이무!”
외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주변에는 아직도 폭음이 한창 들려오고 있었으니.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사고가 끝난 것은 아니였다. 그렇기에 쿄우카의 목소리는 다급해져, 다시 레이무의 이름을 외쳤다.
털썩.
소리를 외치던 쿄우카의 몸이 한 차례 쓰러졌다. 근육이 놀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된 탓이였다. 무언가를 짚지 않고서는 중심조차 잡기가 힘들었지만, 이런 곳에 그런 도구가 있을 리가. 걸음을 시도하려 몸을 애써 일으켜도 다시 힘이 쭈욱 빠지는 행위가 반복될 뿐. 그렇게 다시 넘어지려던 찰나.
“괜찮으십니까?”
“아, 네..”
누군가가 쿄우카의 몸을 부축하며 말했다. 방금 전에 보았던 쇼였다. 덕분에 기울여진 몸에서 간신히 중심을 잡아낸 쿄우카는 곧 쇼에게 레이무와 신묘마루의 행방을 물었다.
“근처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 지금은 몸을...”
“아뇨, 저보다는 다른 분들을 먼저 도와주세요. 저는 근육이 놀란 것뿐이니...”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다시 넘어지지 않도록 천천히 부축을 풀은 쇼는 그대로 쓰러진 인요들을 향해 달려가 방금처럼 부축을 반복했다. 쿄우카는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는데, 신기할 정도로 중상을 입은 이는 없었다. 쿄우카 자신뿐만이 아닌, 주변의 모든 인요들이 그랬다. 레이무의 부적 덕인가?
“레이무, 신묘마루!! 어디있어!”
연발하는 굉음에 외침은 묻힐 터인데도, 쿄우카는 계속해서 외쳤다. 그의 발걸음은 당연히도 진원지 쪽을 향했다. 레이무가 자신이 환상향에서의 조율자와도 같다고 했었기에, 이 사고에서도 가장 먼저 반응했었기에, 가장 먼저 해결하려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콰앙ㅡ!
그렇기에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도착한 근원지. 무언가 추락했는지, 지형은 완전히 붕괴되어 있었고, 크레이터가 생겨 완전히 가파른 구멍이 되어있었다. 쿄우카는 고개를 숙여 구멍 안을 바라봤다. 믿기지는 않겠지만, 안에 있던 것은 두 명의 여인이였다.
한 쪽은 등에 정체불명의, 날개라기도 뭐한 이형의 것이 존재했다. 위쪽으로 향한 붉은 것은 칼처럼 예리하여 금방이라도 무엇이든 잘라낼 듯하였고, 아래쪽으로 향한 푸른 것은 마치 악마의 꼬리와도 비슷했다.
다른 쪽은 로브라기에는 짧은, 얼굴은 덮되 어깨까지만 흘러내려오는 푸른색 두건을 꽁꽁 싸맨 자였다. 손에는 황금색 고리를 들고있었다. 더 자세히 확인해보고 싶었으나, 더 보기에는 적색 먼지가 구름마냥 그녀 주위를 완전히 덮고 있었기에 무리였다.
투확ㅡ!
그리고 쿄우카는 잠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둘 간의 주먹다짐이 이어지자, 방금까지 들었던 충격음이 다시금 재현되었기 때문이였다. 땅은 깨부서졌고, 다시 굉음이 울렸다. 사투의 여파라고는 믿기 어려웠지만, 아무튼 그랬다.
서로가 달려들어 부딪히고, 충돌하여 튕겨나가자 둘은 잠시 공격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숨을 고르고 있다기에는 공격태세는 그대로인터라 서로가 쉴 틈도 없었지만.
“...하! 겨우 술 한 병 가지고 쪼잔하게스리 이러기냐? 좀 그 마빡만큼이라도 넓은 마음을 가져보지 그래? 우라라 마빡!”
“뭐, 누구보고 우라라 마빡이라는거냐!”
“이치린, 너지 누구겠어? 왜 다시 말해줄까?”
“누에, 이 자식이...!”
이치린은 잠시 말을 나누더니 다시 이를 빠드득 갈았다. 잠시 그녀가 태세를 정비하자 먼지바람이 이형의 형태로 변하여 거인의 주먹처럼 변했다. 누에는 손에 쥐었던 뱀이 휘감긴 창을 내보였다. 금방이라도 싸움이 다시 시작되려하는 형국이였다. 서로가 도약을 시작하고, 방금까지처럼 충격파가 일려는 순간.
“......이게, 뭔 짓이야?”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레이무가 그대로 그 둘의 목을 쥐어잡고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내던졌다. 그리고는 부적을 던졌다. 곧 부적 하나하나가 두꺼운 황금색의 금줄이 되어, 둘의 목을 억세게 동여매었다.
“악ㅡ”
누에가 저항하려 금줄을 양 팔로 쥐어잡자 레이무는 다시 누에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이치린은 눈을 가늘게 떠 누에를 아니꼬운 표정으로 쳐다볼 뿐, 별 다른 저항을 하지는 않았다.
“무슨 짓이냐 물었어.”
곧 레이무가 누에를, 이치린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완전히 압도시켰다. 처음에는 눈을 질끈 뜨고 금방이라도 덤벼들 모양새의 누에였지만, 곧 레이무의 표정을 보고는 금세 꼬리를 내렸다.
“……무녀님, 단순한 주먹다짐이였어.”
“뭐, 주먹다짐? 니들은 주변을 반 초토화 시켜놓고, 그냥 주먹다짐이라는 소리가 나와?”
하, 어이가 없는지 레이무는 헛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잠시 눈치를 살피던 이치린을 보고도 “너도 마찬가지야.” 라며 나무랐다.
그 말을 듣고서야 누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야말로 풍미박산이 나있는 상태의 묘렌사를 보고 침을 꿀꺽 삼키며 X됐다 라는 표정을 실시간으로 지었다. 이치린도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가는지, 누에와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내가 공포하지 않았었나? 환상향에서의 결투는 듀얼로 결정내라고.”
“......”
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무덤덤하던 평소와는 달리 완전히 돌변해버린 레이무를 보며 찬찬히 고개를 숙여 패배의 의미를 내보였을 뿐이다. 멀리서 바라볼 뿐인 쿄우카도 자연스레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매우 고민이야. 본보기삼아서 너희들을 퇴치해야ㅎ...”
“레이무!!”
이름을 부르는 그 외침에 레이무의 고개가 서서히 돌아갔다. 그녀에게 있어선 친근한 목소리, 쇼의 것이였으니.
“......쇼.”
쇼는 진땀이 빠졌는지 헉헉 거친 숨을 내쉬며 레이무에게 향했다. 옷에서 흰색 모직물 부분은 먼지바람을 헤쳐서인지 엉망진창으로 된 채였다. 흰 끼는 어슴푸레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것도 이제는 아니였지만.
“죄송합니다.”
쇼가 바로 레이무의 앞에서 무릎을 꿇어버렸으니.
“일어나. 네가 죄송해야할 필요는 없어. 문제는 이쪽의 둘이지.”
쇼가 무릎을 꿇었지만, 그럼에도 레이무는 단호히 대답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그저 사과를 받고 넘기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고.
“부탁드립니다.”
쇼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무릎꿇은 상태에서 다시 고개를 숙여 바닥을 향했다. 친한 둘이였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 것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쇼도 그 우정을 빌미로 유야무야 넘길 생각은 아니였다.
“......”
레이무는 단순히 사과만을 반복하는 쇼를 보며 잠시 난처함과 당혹감을 느꼈다. 이토록 사과만을 반복하는 이에게 호통을 내지를만큼 레이무는 냉정치는 않았다. 지금 사과를 하는 주체가 사건을 일으킨 누에와 이치린이 아니라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쯧, 혀를 차며 레이무는 누에와 이치린을 바라봤다. 짜증스런 표정이 그 둘의 시야에 들어오자 바로 고개를 깨갱 숙여 정적만을 취했다. 곧 레이무가 하, 한탄스런 한숨을 내쉬며 쇼에게 말했다.
“다친 인요들은?”
“지금 치료중입니다.”
“...그들이 받아들일 때까지 무조건적으로 사과해.”
“반드시 하겠습니다. 모두가 합당하다 생각할 때까지.”
또박또박 대답을 내뱉는 쇼를 레이무가 일으켰다. 그리고는 묻은 흙먼지를 일일이 제 손으로 친절히 털었다. 쇼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하려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거부권 따위가 있을 리가.
먼지를 완전히 털어낸 레이무는 다시 고개를 틀어 누에와 이치린에게 가늘은 눈을 향했고, 그들의 목에 묶여있던 금줄을 해제하였다. 둘은 금줄이 풀린 것을 기뻐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한 번만 말한다. 둘이 한꺼번에 덤벼.”
둘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였다. 곧 레이무가 말을 덧붙였다.
“쉬이 넘길 수는 없어. 사과는 사과고, 심판해야할 것은 심판해야지. 그러니 덤벼. 듀얼로.”
그리고는 다시 몸을 틀었다. 이제는 부상자들이 모여 있을 법한 곳으로 향해 치료나 도와주려 하였으니. 아, 가볍게 소리를 낸 레이무가 고개를 틀어 마지막으로 말을 더했다.
“듀얼은 모두의 치료가 끝난 뒤 시작할테니, 튀기만 해봐. 죽어 아주.”
장난스런 어조였지만,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기에, 살벌한 선포와도 같다고 생각한 누에와 이치린은 잠시 공포에 굳어 벌벌 떨 뿐이였다. 화났을 때의 레이무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그녀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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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을 모르면 좀 이해하기 힘든 소설일듯 합니다
설명을 붙여도 부족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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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byperro
...아무리 듀얼 소설이라도, 듀얼만 본다는 말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 마셨으면 하네요 | 17.08.26 00:26 | |
(IP보기클릭)112.140.***.***
후타츠이와 마미조
사실 말만 저렇지 동방은 잘 모르지만 다 읽어봤어요... 생각없이 말해서 죄송합니다. | 17.08.26 00:32 | |
(IP보기클릭)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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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칭놈이라 검열인가보네용.. 루리웹 필터 존재를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윽 | 17.08.26 14: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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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17.08.26 16:57 | |
(IP보기클릭)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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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들이라면 평범한 스케일입니아(아마도) | 17.08.28 01: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