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어렴풋한 사랑의 향기가 나는 한 송이의 꽃. (1)
[번역] 어렴풋한 사랑의 향기가 나는 한 송이의 꽃. (2)
[번역] 어렴풋한 사랑의 향기가 나는 한 송이의 꽃.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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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먹고 있는 건 없어. 부끄러워 하고 있는 것도 없어.
단지 겁을 먹고 있는 마음과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을 뿐이야.
하타노 코코로는 비겁한 자와 거짓말쟁이를 매우 싫어한다. 시시비비가 하타노 코코로의 신조이기도 하고, 그 신조를 본인도 여태까지 거스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눈 앞에 있는 존재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모든 것이 비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였다.
「네 녀석의 비겁함은 이젠 질리게 느껴질 정도로군.」
「그거 다행이네. 그대로 나를 향한 흥미도 없애줬으면 좋겠는데.」
「네 녀석에게 흥미는 없어. 네 녀석이 뺏은 내 가면에 흥미가 있는 거지. 그 보다 안 돌려주면 좀 곤란한데. 돌려줘.」
「옛날 사람인데도 말투가 요즘 사람 같네.」
「말 돌리지 마.」
「난 말이야. 희귀한 물건을 모으는 걸 좋아해.」
「모으는 것 까진 괜찮지. 다른 사람의 취미 가지고 뭐라 할 것까진 없으니까. 그렇다고 취미니까 도난을 한다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해?」
「그럼 줄래?」
「안 준다고 하면 어쩔 건데.」
「빼앗아야지.」
「도난이잖아!」
이런 식의 대화를 이미 20번 정도 해왔다. 그 후의 진행도 아마 똑같을 것이다.
「나 화났다.」
「화난 얼굴이 아닌데?」
「이건 분노의 가면이다!」
「근데 본체는 무표정이잖아.」
「이 몸은 본체가 아냐! 가면을 부속품 취급하는 말은 하지 마라!」
「응? 그럼 지금 내 앞에 있는 귀엽고 여성스러운 모습을 지닌 분은 누굴까?」
「우리라는 개념의 총합체다. 가면에 비해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가면이 화나면 어떻게 되는데?」
「네 녀석을 쓰러뜨리겠다.」
「예이. 그렇게 나오셔야지.」
그 후로 탄막 놀이가 전개 된다. 눈 앞에 있는 증오의 숙적인 코메이지 코이시는 언제나 즐거운 것 같이 보인다. 화가 날 것 같은 상황이면 일부러 화를 돋우고 적당히 논 다음에 만족한다 싶을 때에 적당히 져준다.
「아아, 분하네. 유감이야. 오늘은 이 쯤에서 포기할게.」
이 말도 나오기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코코로에게서 빼앗은 가면을 내던지고 살랑살랑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진행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코코로는 자주 생각한다. 코이시가 진심을 다하지않고 놀고만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처음부터질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음 날이 되면 코코로의 가면을 뺏으러 온다. 이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 행위만을 위해 쓸데없이 체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코코로는 긴 수명을 가진 생물이다. 아니 생물이라 부르기에도 애매하다. 그녀의 본 모습은 66개의 가면이고 츠쿠모가미로써 존재하고 있는 도구다. 도구로써 천년 이상 동안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래서 코이시와 이러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라면 잔뜩 있다.
매일 해야만 하는 일이 산처럼 쌓여있는 것도 아니다. 한가한 날이 더 많을 정도로.
시간 낭비라곤 생각하진 않지만 가끔 노력 낭비가 아닌가 생각 하기도 한다.
최근 코코로의 생활은 반복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방금 전처럼 코이시와 노는 것마냥 가면을 뺏기고 되찾는 행위를 한다던가, 명련사에 가서 히지리 뱌쿠렌에게서 조언을 듣거나 명련사의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것. 이 2가지를 반복 하고 있다.
변화가 부족한 반복이라고 본인도 느끼고 있다. 다음으로는 가끔 수상한 너구리가 수상한 얘기를 하는 걸 흘려 듣거나, 하쿠레이 신사에서 카구라를 추거나,
그 주변에 있는 마법사에게 끌려가 이상한 버섯 캐는 걸 도와주거나, 자칭 부모라 하는 이상한 성인의 조언을 흘려 듣는 정도가 불규칙적으로 발생한다.
또 이렇게 생각하니 변화가 풍족한 매일인 것 같다. 나쁘지 않아.
이치린 씨에게 상담을 받아볼까 코코로는 생각하는 가면을 띄우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가면이 아닌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 그 자체지만 그녀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이치린 씨는 명련사의 청강생이다. 일단 청강생이지만 주지 스님인 뱌쿠렌에게서 신뢰도 두텁고, 같이 살고 있고, 뭣보다도 코코로를 매우 잘 돌봐주고 있다.
다른 명련사의 사람들도 대부분 차별 하지 않고 잘 대해주고 있고, 이치린과 같이 다니는 운잔하고는 서로 솔직한 성격이기에 잘 맞는다.
코코로는 고민이 생기면 뱌쿠렌이나 이치린에게 솔직하게 상담한다. 복잡하거나 진지한 상담은 뱌쿠렌에게, 뱌쿠렌에게 상담할 건 아닌 것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땐
이치린에게 상담하고 있다.즉 코이시에 대한 건 코코로에 있어서 중요한 상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푸념을 말하고
싶은 상대가 필요한 것 뿐이었다. 이치린 씨에게 물어보자. 코코로는 당연한 결과인 것처럼 결심했다.
일단 과자를 사자. 코이시와 탄막 놀이를 한 탓인지 조금 기분이 안 좋아졌지만 이치린과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이 더 컸다.
코코로는 인간 마을로 향했다. 벌써 날이 밝았다. 그 탄막 놀이를 밤새도록 했다는 사실에 한숨을 쉬었다. 코이시라는 요괴는 시간대를 맞추지 않는다. 아침에 올 때가 있으면
점심에 오는 날도 있고, 밤에 오는 날도 있다. 방금 전은 마침 오늘이 새벽에 오는 날이었던 것이다.
정말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코메이지 코이시라는 요괴는 그런 애매한 개념을 한데 모아 꾸겨서 내던져버린 것 같은 존재였다.
코코로는 본인이 자유롭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코코로는 츠쿠모가미다.
그리고 1500년 정도 살아왔다. 혼자 있었던 적이 더 많았다. 거의 대부분 혼자였다. 어디에 정착해서 살고 있지도 않다. 누군가의 곁에서 같이 산 적도 없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토지를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음을 띄우는 것만 영원히 해왔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코이시는 별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돌아갈 집이 있고, 돌아오는 걸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다. 그것은 행복한 속박이다.
코코로는 여태까지 코메이지 코이시의 행복한 속박을 부러워한 적이 없었다. 애초에 가면에게 그런 종류의 감정하고는 인연이 없기에.
하지만 뭔가 기묘한 위화감이 들고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잘 모르겠다. 한 없이 넓어 막연한 모래사장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걸으려고 하면 제대로 움직이질 못한다. 모래와 자갈이 손에 휘감긴다.
시선을 발 밑으로 내리면 파도가 다리에 닿고 있다. 새로운 모래와 자갈이 다시 손을 휘감는다. 그런 것이 계속 반복된다.
코코로는 자신의 상상에 어느 정도 만족 했다. 그리고 납득했다. 확실히 그건 모래사장과도 같은 녀석이었다고 끄덕였다. 환상향에는 존재하지 않는 멀고 먼 환상.
그 윤곽이 없는 공상은 코메이지 코이시라는 존재와 딱 들어맞듯이 동화 되있었다.
(그 녀석은 가족과 무슨 이야기를 할까.)
코코로의 뇌리에는 코이시의 잘 모르겠는 미소만 떠오른다. 애매한 말과 에두르는 본심이 보이지 않는다. 보였다 싶으면 유야무야 넘어가버리고 결국 아무것도 안 보이게 된다. 살아있는 개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가 않는다.
그런 코이시도 가족이 있다고 들었다. 지령전이라는 지저에서 유명한 저택에 살고 있다고. 살고 있다기엔 돌아다니는게 너무 심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리고 또 지저에서는 유명한 언니가 있다고 듣기도 했다.
그 애매모호가 구현화한 것 같은 존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표정을 띄우는지. 신경이 쓰였다.
가족이란 건 무엇일까?
코코로는 그걸 잘 모른다. 가족이란 게 존재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코코로는 츠쿠모가미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도구에겐 가족은 없다.
도구는 피가 통하지 않는다. 혈연 같은 건 당연히 모른다.
같이 생활하고, 같이 살아간다. 그것이 행복한 속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에겐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자유라는 건 대체 무엇인 거지?
그 코메이지 코이시라는 애매모호한 요괴는 어떻게 그런 이상한 자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눈 앞에 보이는 인간 마을도, 요괴의 산도, 어디를 가든 인간이 있고, 요괴가 있고, 신도 있다. 츠쿠모가미라 해도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던
코코로지만 지금같은 가족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는 자신의 처우를 의식했다.
코코로에겐 모르는 것들 뿐이다. 66개의 가면 안에서 감정을 찾아봐도, 아무리 오래 살아와도 모르는 건 계속 생겨난다.
아침의 냄새가 난다.
코코로는 아침의 맑은 공기를 가장 좋아한다. 그걸 말했더니 히지리는 웃으면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하잖아요.」라 말했다.
그럼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벌레는 명도의 안내인에게 보내지겠다고 답하니, 「당신은 그런 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품성이든. 목숨이든.」이라며 웃었다.
(품성 같은게 나한테 있나?)
코코로는 아침 안개 속에서 어렴풋이 생각했다.
(나는 그저 살인자일 뿐이야. 품성같은 건 없어.)
히지리가 그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코코로는 그런 걸 생각해가며 적당한 바위에 앉아서 인간 마을의 가게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건 잘한다. 계속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살아왔다.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그 누군가가 먼저 죽어버리고, 또 다시 남겨져 버리고, 다시 누군가를 기다렸다.
희생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렇게까지 살아가는 것을 바래져 왔다. 그렇게 시체의 산에 앉아 높은 하늘을 바라보기만 한 것이다. 혼자서.
코코로는 그렇게 혼자서 지내왔다. 코코로는 대체로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번 어느 남자의 곁에서 살아왔던 적이 있다.
이름은 하타노 카와카츠라 한다. 코코로는 지금도 가끔 그에 대한 일을 떠올린다. 특별한 감정이 있었다기 보단 가족을 향한 친애와 같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와의 이별만큼은 후회하고 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후회하지 않는 걸 모토로 삼는 코코로도 그 일 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걸 이치린에게 상담하면 비웃을지도 모른다고 코코로는 조금 불안해졌다. 이치린이 사람의 과거사를 듣고 웃을만한 성격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무서워진다. 히지리한텐 더욱 더 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런 감정도 행복인지 불행인지 코코로는 감추기 쉽다. 천 년 이상을 그렇게 혼자 살아왔다. 그건 고독한 것이 아니다. 고고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충분하게 살고 있다. 문제는 없다.
코코로는 고독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 혼자였다.
나는 내게서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아.
오후. 매미가 울기 시작할 무렵, 코코로는 명련사에 도착했다.
이치린은 코코로가 선물로 들고 온 물양갱을 매우 기뻐했다. 코코로가 가져다 주는 선물에 꽝이 있었던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다. 역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진짜 가게의 맛을 잘 알고 있는 건가 싶어서 나중에 그런 걸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럼 같이 먹을까.」 라며 코코로를 환영했다.
코코로는 명련사에 얼굴을 내민 지 얼마 안 됐지만 명련사의 일행들과 매우 친한 것 처럼 보였다. 이치린은 코코로를 매우 마음에 들어하고 있다.
코코로를 의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정도의 신뢰가 있다. 이치린의 일방적인 신뢰이긴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그녀에겐 존재하고 있었다.
한여름 때에 명련사의 일행들과 같이 사람들에게 점심을 대접해 줬을 때의 일이다. 대접이라고 할 정도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소면이었다. 코코로는 그 자리에
초대 받아 정좌하고 손을 맞춰 「잘 먹겠습니다.」라고 작게 말했다. 말한 후에 작게 인사를 했다. 끄덕이기만 했다기엔 머리를 많이 내렸다. 분명히 머리를 밑으로 숙였다.
눈 앞에 있는 식사에. 그리고 천천히 젓가락을 집고 후루룩 먹기 시작했다.
그저 그 뿐인 광경이었다. 이치린의 이목을 끌 만큼 식사 예절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딱히 고상하게 밥을 먹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아주 자연스럽게 먹을 것에 대해 그런 인사를 하고 있는 츠쿠모가미를 그냥 놔둘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치린은 하타노 코코로라는 츠쿠모가미가 착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이외는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다고도 생각했다. 이치린은 자신의 판단을 대체로 바꾸지 않는다.
하타노 코코로라는 면령기에게는 그 정도의 평가로 매우 충분하다고 생각 될 정도로 좋은 평가였다. 그 만큼 신뢰가 있다.
「먹으면서 들어도 괜찮으니까 상담할 게 있어. 이치린 씨.」
코코로가 자신을 이치린 씨라고 부르는 맑은 울림을 이치린은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코코로는 히지리를 히지린 공이라 부른다. 쇼우는 토라마루 공이다.
그리고 이치린은 이치린 씨고, 나머지는 말을 놓고 있다.
너무 어색하지도 않고, 너무 친하지도 않다. 이치린과 코코로의 적당한 관계성을 보여주고 있는 좋은 말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치린은 물양갱을 자르고 3분의 2는 다른 사람들에게 먹이기 위해서 남겨놓고 3분의 1을 반으로 나눠서 서로의 접시에 올려뒀다.
코코로는 얌전히 정좌세로 기다리고 있다. 이치린은 차가운 보리차를 가지고 왔다.
「그래서 무슨 이야긴데?」
「최근, 그러니까 이치린 씨와 알게 된 시기와 같은 정도에 알게 된 녀석이 있는데.」
「응.」
「이름은 코메이지 코이시라고 해. 그 녀석이 여러가지로 곤란하게 만들고 있어.」
「어떤 식으로?」
「가면을 빼앗아.」
「그거 큰일이네.」
「근데 그게 진심으로 빼앗는게 아니야. 나를 화나게 만들고, 내가 쫓아가는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아. 날 놀리고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뭔가…… 목적이
그 것만 있는게 아닌 것 같아.」
「코코로 양과 놀고 싶어 하는 거야?」
「모르겠어. 근데 그런 건 아닌 거 같아. 그 녀석은 놀고 싶은 게 아니야…… 하지만 뭘 하고 싶은지를 잘 모르겠어.」
「왜 놀고 싶지 않다고 생각 하는 거야?」
「그 녀석의 탄막에는 살기가 조금 느껴지거든.」
「어머 무서워라.」
「그래도 결국엔 내가 이겨. 어느 정도 진행되면 봐주기 시작해. 그 녀석은 정말 모르겠어.」
「코코로 양이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싶은지가 먼저 아닐까?」
「나?」
「코코로 양은 그 사람과 어떻게 지내고 싶어?」
「대답하기 어려운 걸 물어보는군. 아예 신경 써본 적도 없는데.」
「그렇네. 누구라도 그런 건 평소에 신경 안 쓰지.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고는 살아갈 수가 없는 걸.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건 의외로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아.」
「그래?」
「하지만 우연히 보이게 되는 거지. 그게 까다롭다고 느껴지게 되는 걸. 왜 이런 걸로 고민을 해야 되나 싶다는 걸.」
「그렇군.」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그래도 그런 식으로 헛된 생각을 하고 있을 때라는 건 결국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는 때라는 거야.
자신에게 아니면 상대에게 멋대로 자신의 이상을 강요하고 멋대로 실망하는 것뿐인 거지.」
「듣기 거북한 이야기구만.」
「코코로 양을 나쁘게 말 할 생각은 없어. 이건 나 자신의 교훈으로써 말하고 있는 의미가 더 크거든.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그러면 답은 보이게 될 거야.」
「이치린 씨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때가 있나?」
「있지. 그런 건 자주 있는 거야.」
「의외네.」
「그런가?」
「이치린 씨는 그런 것하곤 인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내가 그렇게 쾌활한 성격으로 보여?」
「적어도 탄막은 그래.」
「아, 응.」
「솔직한 성격이라고도 생각하고 있고.」
「그런 소린 자주 듣지.」
「그런데도 고민을 하는구나. 그렇군. 이치린 씨에게 또 한 발 다가섰네.」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코코로가 너무나도 귀여웠기에 양갱의 큰 부분을 코코로에게 넘겼다. 코코로는 자신의 접시를 보고, 이치린을 바라보며 고맙다고 말했다.
「이치린 씨의 그런 점을 언제나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
코코로는 접시를 보며 잘 먹겠습니다 인사를 한 다음 이쑤시개를 손에 집었다.
「코코로 양은 날 꽤 높이 평가해주는구나.」
「정당한 판단이라고 자부하는데. 보고 배울 점이 많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물양갱을 먹고 있는 올곧은 자세의 코코로를 보며 이치린은 자기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 대사야.」
이치린도 질 수 없어 자세를 올곧게 잡고 물양갱을 손에 집었다.
「운잔은 안 먹어?」
「운잔의 식사는 이게 아니야. 딱히 못 먹는 건 아니지만. 근데 운잔 양갱은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네.」
「그런가. 실수를 범했군.」
운잔은 코코로의 말을 듣고서는 만족하며 코코로의 주위를 한 바퀴 돌은 다음에 이치린의 뒤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코메이지의 여동생이라.」
「아는 사이인가?」
「그렇게 친하지는 않지만…… 예전에 나랑 무라사가 지저에 있었을 때, 조금 신세를 졌었었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오. 신세라면.」
「나도 무라사도 지저 깊숙한 곳에 봉인 되어 있었거든. 길고 긴 잠이었어. 무라사가 평생 잘 만큼 잤으니 이제 자지 않아도 될 거 같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무라사는
농담 같은 걸 할 애가 아닌데 말이지. 그래서 지저는 코메이지 씨의 관할이란 말이지. 토지의 관리를 하고 있다고.」
「뭣이? 그런 높은 사람이었단 말인가. 그런 것 치고는 품행이 좋지가 않던데.」
「높은 사람인지 아닌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들이 봉인 돼있었던 장소를 보호해주고 있던 게 지령전의 주인인 코메이지 사토리 씨야.」
「보호?」
「위험한 요괴가 봉인 되어있다고 그 구역을 봉쇄하고 있었어.」
「그건 보호라곤 도저히 못 말하겠는데…….」
「지저에는 성격이 거친 요괴들이 많아. 아무 것도 안 하고 방치 해뒀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몰라. 봉인이 풀리고 이렇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일 조차 안 왔을지도 모르지.」
「즉, 명목 상의 봉쇄 인 건가.」
「그렇지. 이것도 전부 히지리 언니에게 들은 거지만. 코메이지 씨는 그런 건 말을 해주지도 않고. 언니가 말한 거니까 분명 그럴 거야. 그나저나 대체 뭘까 그 사토리 요괴는.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그렇게 많이 만나보지도 않았지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
「그 코메이지 코이시의 언니인가…… 그럼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를만하군…….」
「그래서 보호해준 것도 있기에 일단은 명련사와 지령전이 교류는 하고 있어. 아니 없나? 별로 없긴 하지.」
「어느 쪽인 거야.」
「그야 지저는 우리들한텐 별로 기분 좋지 않은 장소거든. 봉인 되어 있었던 토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장소. 눈을 돌리고 싶은 장소.」
「그렇군.」
「하지만 눈을 돌리기만 하면 앞으론 나아갈 수가 없잖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눈을 돌리고 싶으면 그래도 된다 생각 해. 그래야 할 때가 온다면.」
「코코로 양 치고는 드문 말을 하는걸.」
「물론 계속 눈을 돌리라는 건 아니야. 언젠가는 마주봐야 할 때가 오니까. 전진하는 것은 좋은 거야. 해야하는 거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지.」
「그렇지.」
「가끔은 멈춰서도 좋다고 생각해. 자신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보는 것도 전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니까.」
「흠. 역시 코코로 양은 코코로 양이었네.」
「무슨 납득이지?」
「나야말로 배울게 많다는 납득이야.」
「그건 이치린 씨에게 한 말이었는데.」
「응?」
「방금 전의 말.」
「아아. 고마워. 알고는 있어. 하지만 난 지금까지 계속 멈춰서 있었어. 그러니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지.」
「그런가. 이치린 씨가 그렇게 말하면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인연이란 건 참 신기하네.」
「코메이지 코이시 말인가.」
「응. 좁디좁은 곳이다 보니 역시 만나게 되는 것도 내가 아는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네. 여긴.」
「그 녀석은 언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음. 사토리 씨 하고도 그렇게 친하지 않고, 동생 분은 별로 만나 본 적도 없으니 상상도 안 가는데.」
「애당초이긴 하지만 난 가족이라는 걸 잘 몰라.」
「그렇네. 츠쿠모가미니까.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도구잖아. 그럼 만든 사람이 부모가 아닐까?」
「그렇게 말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역시 부모가 아니지. 그리고 나는 조금 사정이 있기도 하고.」
「흠. 코코로 양도 복잡하네.」
이치린은 일부러 깊게 파고 들지 않았다. 그걸 해버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치린은 코코로를 신뢰하고 있다. 그 마음에 거짓 된 것은 없다.
하지만 코코로가 생각하는 이치린이 어떤지에 대한 확증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이치린은 이 새로운 친구의 마음에 흙발로 들어가 신발의 진흙을 바닥으로 닦는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보지 않았다.
「가족이라고 부를만한 남자가 예전에 한 명 있긴 했어.」
하지만 코코로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여자 가면을 써서 코코로의 표정도 감정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다. 코코로는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말이 이어지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적어도 행복한 결말이었겠지?」
이치린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물어봤다.
인간과 그 이외의 존재는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없다. 당연한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결말 정도는 괜찮길 바란다고 생각한다.
눈 앞에 있는 착한 친구가 슬픈 과거가 없기를 빌고 있다. 작은 바람이다. 좋아하는 자가 가능하면 굳건하게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매우 당연한 바람이다.
코코로도 또 아무 일 아닌 것 같은 상태로 말하기에 이치린은 다음 말에 놀라게 되었다.
「내가 죽였어.」
매미가 멀리서 울고 있다.
나를 봐줘. 나를 보지 말아줘.
둘 다 진심이야.
지금 상황에 딱히 불만은 없다. 하지만 만족하냐 물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일단은 아무 문제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게 올바른 길인지는 모른 채 나아가고 있는 상태다.
갑자기 시작해서 갑자기 끝나버리는 존재. 그것이 코메이지 코이시라는 요괴 였다. 1부터 10까지 완전하게 철두 철미 철저하게 영문을 모르겠는 공백 그 자체인 소녀였다.
뭐든지 적당하고 뭐든지 애매했다. 적당히 태어났기에 적당히 살아가고 애매하게 태어났기에 애매하게 살아간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둘째치고 마치 그런 신조가 있는 것같은 행동. 머리부터 발 끝까지 뒤죽박죽으로 구성 된 불완전한 완성도 였다.
그녀의 인생에는 “정신 차리고 보니” 라던가 “내키고 보니” 라던가 “어쩌다 보니” 라던가 “또 다시” 라던가 “마음 내키는 대로” 라던가 “그러지도 못한다”던가 그녀의 의지가 없는 사례가 너무 많다.
지나가는 장소에서 하루 종일 하늘을 올려다 본다거나, 동물을 계속 쫓아가거나, 요괴에게 쫓기거나, 호수에서 익사체 놀이를 한다거나, 모래밭의 모래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파다가 다시 원상복귀 시킨다거나, 충분한 용돈을 주머니에 넣은 상태로 공복에 시달린다.
그 어느 것도 그녀에게 있어서 의미를 지닌 행동이 아니었다. 이유도 인과도 없었다. 빈 시간을 메우기만 하는 작업과 같은 일상이었다.
그런 그녀가 최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하타노 코코로라는 면령기였다. 그녀의 희망의 가면을 어쩌다 보니 (벌써 나왔다) 줍게 되고, 그녀가 그 것을 돌려달라고 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거절하게 되었고 당연한 흐름이지만 탄막 승부가 펼쳐졌다. 그것이 하타노 코코로와의 만남이었다. 그 이후로 코이시는 한가해지면
(한가하지 않은 시간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 코코로의 가면을 적당히 빼앗아, 탄막 승부를 하는 일상을 보내왔다.
코코로는 진지하고 솔직한 성격이다. 코이시에게 질려 하는 표정을 보이지만 코이시를 무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마 그 것이 코이시가 코코로를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 일 것이다. 코이시 본인은 자각을 못하고 있겠지만.
「네 녀석의 목적은 대체 뭐냐.」
코이시의 장난이 상습화 됐을 때, 코코로가 정말 지친듯한 목소리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코코로 자체는 무표정이지만 목소리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코이시를 이해 못하겠다는 것이 매우 큰 증거다.
「목적이라던가 그런 게 필요해?」
코이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대답했다.
「그런 게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거야?」
「아무 것도 못하지는 않지. 해야 할 의미도 없고.」
「의미가 없는 행동은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러라곤 못 하겠다만…….」
「목적이라던가 이유라던가 의미라던가 원인이라던가 의지라던가 그런 건 전부 아무래도 좋잖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뿐이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해.
거기에 “왜” 같은 건 필요 없어.」
「그럼 네 녀석은 내 가면을 빼앗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인가?」
「아니?」
「아니라고?」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 거야. 정신 차리고 보니 네 가면을 빼앗은 거지. 가끔 생각해. 내일은 좀 다른 걸 하자고. 그렇게 마음 먹어도 내일이 된 내가 뭘 생각하고 뭘 하게 될지는 오늘의 나는 전혀 모르잖아?」
「엉망진창이군.」
「왜? 도구인 너라면 잘 알 텐데. 도구인 네가 존재의의 같은 게 필요 해? 누군가가 쓰니까 있는 거지. 네 의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네가 싫어해도 좋아해도 슬퍼해도 기뻐해도 널 쓰고 있는 사람은 아무 신경 안 쓰고 널 쓸 뿐이잖아. 그거랑 같은 거야. 내 몸을 움직이는 나는 아무 신경도 안 쓰고 날 움직이게 해.」
「우리 도구의 의의는 사용 되는 것에 있다.」
「그럼 아마도 내 의의는 내가 날 사용하는 것일 거야.」
「적당히 아무 말이나 던지면 다인가?」
「그렇네. 적당하기만 하지. 나도 뭘 말하는지 잘 몰라. 그래도 그걸로 재밌으니까 된 거 아니야? 그리고 지금은 별로 곤란한 일도 안 생겼고.」
「내가 곤란하잖아.」
「그건 나와 아무 연관이 없는 일인 걸.」
코코로는 이 짧은 문답을 이후로 코이시에게 그 어떠한 질문을 던지는 걸 그만뒀다. 코메이지 코이시라는 잘 모르겠는 것에 대해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코메이지 코이시라는 존재는 파탄 나있고, 파쇄 돼있고, 파괴 되어있다.
악의가 없는 해의의 덩어리. 인과가 없는 요괴. 공상 속의 악몽과도 같은 순수한 악이다.
왜 이런 요괴가 이렇게 되었는지. 그걸 먼저 말하려면 그녀의 언니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코메이지 코이시의 이야기를 하려면 코메이지 사토리의 이야기를 먼저 진행해야만 한다. 하지만 페이지를 할애 해 이 기묘한 자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직은 아니다.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시간이 온다면 그 때 할 수 있을 것이다.
코이시는 코코로를 잘 모른다. 잘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재밌는 면령기 정도로만 생각 하고 있다.
코이시는 비교적 대화의 래퍼토리가 적다. 그녀의 무의식 능력은 타인에게서 그녀의 존재를 없애버리기 때문에 대화의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타인에게 다가가는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아예 없다고 봐야한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걸 말하고 싶을 때 말할 뿐이다. 그 이외엔 조용히 있는다. 그런 성격이었다.
그 결과로 코코로와의 대화는 거의 대부분의 주도권을 코코로가 가지고 있다. 주도권 이라고는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을 쥐고 있는 건 코코로이기에 코코로가 대화를 성립하기 위해서는 말을 계속 해야만 했다. 코이시가 코코로에게 말을 거는 상황은 거의 없다.
그런 상황이기에 코이시는 코코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그녀가 어떤 경위로 면령기가 됐는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어떤 성격이고 어디서 살고 있는지 평소에
뭘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흥미도 없다.
그래서 코이시는 가끔 코코로를 찾기 위해 하루의 전부를 소비한 적도 있다. 결국 찾지 못하고 다음 날까지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다음 날에는 잊어버릴 때도 있고,
코코로를 찾았는데도 찾은 것에 만족해 말도 안 걸고 돌아갈 때도 있다. 코이시의 행동은 읽을 수 없다기 보단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 맞다.
내키고 보니 코코로를 찾고. 내키고 보니 코코로에게 말을 걸고. 내키고 보니 코코로의 가면을 빼앗고. 내키고 보니 코코로에게 가면을 돌려준다.
이 반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돼서야 코이시는 깨달았다.
그리고 의문점도 나왔다.
왜 나는 하타노 코코로라는 면령기에 구애 되고 있는 것이지?
코이시는 몇 번이나 그 이유를 생각해봤지만 몇 분이 지나서 질려버리고 다른 걸 할 때도 있었고, 일주일 내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있었지만 그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답이 나오지 않은 사실에 조금 화가 나서 어떻게든 답을 알고 싶어진 적도 있았다.
이건 코이시에게 있어서 매우 드문 일이다. 답을 찾아내는 행위에 질리지도 않고 몇 일이 지나도 신경이 쓰인다는 건 정말 있을리가 없는 일이다.
신경 쓰이는 건 누군가에게 물어본다. 그것이 코이시의 철칙이다. 그래서 코이시는 코코로에게 솔직하게 물어봤다.
「나 말이야. 너에 대해서 신경이 쓰이고 있는 것 같아.」
「갑자기 그런 말을 왜 하는 거지?」
「왜 그럴까. 나도 신기해. 너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데. 그러고보니 이름이 뭐야?」
「나 화낸다.」
「넌 언제나 화나 있잖아?」
「네 녀석이랑 있을 때만 그런다고.」
「그래? 그럼 나한텐 언제나라는 표현을 써도 상관 없는 거잖아? 그래서 이름은?」
「이제 말 하는 것도 지겹다…….」
「응? 이름 말한 적 없잖아?」
「몇 번이나 말했어!」
「그렇구나. 잊어버렸으니까 한 번 더 말해 봐.」
「하타노 코코로다!」
「코코로?」
「그래.」
「너 이름이 마음이야?」
「그렇다고.」
「그래? 이상한 이름이네.」
「아 정말 화 났어. 안 되겠다 진짜 화 났다고!」
「무표정이잖아.」
「이건! 분노의! 가면! 이것도 대체 몇 번째냐!」
「네 마음은 어디에 있는 거야?」
「어디에 있냐니?」
「후두부 부근? 아니면 전두엽 근처?」
「왜 부위가 뇌 근처로 한정 되어있는 건데.」
「그 이외엔 어디에 있는데?」
「마음이라면 여기에 있지.」
코코로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슬쩍 얹고 눈을 살짝 감으며 말했다.
「두 사람 몫의 마음이.」
「두 사람?」
「그래. 나와 카와카츠의 마음.」
「그게 누군데.」
「네 녀석에게 알려줄 의무는 없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알고 싶어지는데.」
「그럼 네 녀석의 마음은 어디에 있지?」
「나? 없지않아?」
「너무 순순히 인정하는군.」
「그야 내게 마음이 있다고는 생각 들지 않잖아. 그런 게 있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살아갈 수 없다고?」
「살아가는 건 멋져. 하지만 그 짐이 너무 무거워. 감정이란 건 답답해. 그런 걸 잔뜩 지니고 있으면 양 손을 못쓰게 되고 발걸음도 무거워져. 그래서 버렸지.」
「마음을 버렸다는 건가?」
「능력을 버린 거야. 마음 같은 건 못 읽어도 돼. 그런 건 기분 나쁘니까.」
「다른 이의 마음이 기분 나쁘다는 건가?」
「정말 못 봐주겠어.」
「네 녀석의 언니의 마음도 말인가?」
코이시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의미 불명인 수다도 딱 멈춰버렸다.
「언니의 마음은 나를 향해주지 않았어.」
조용하게 말했다.
지금까지의 즐거운듯한 말투와는 전혀 다른 침착하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나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어.」
「네 녀석을 그리고 네 언니를 나는 잘 모르지만 가족이란 그런 건가? 언니가 동생을 내버려두는 것이.」
「아무래도 좋았다고!」
공기가 굳어버렸다 코이시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그러니까 이제 아무래도 좋아.」 조용히 말했다.
「나 같은 건 아무도 신경 안 써.」
코이시는 그 말을 한 이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코코로도 말을 꺼내지 못한 채 몇 십 초. 코이시는 아무 일 없다는듯 평소처럼 웃으며 「그럼 돌아갈게. 바이바이.」
손을 흔들면서 돌아갔다. 돌아갈 장소가 어디인지 코이시는 잘 모른다. 지령전이 돌아갈 곳임에도 왜 일까? 언제나 이상하게 깨끗한 누구도 쓰지 않는 자신의 방을 바라 볼 때,
청소 되어있는 걸 봤을 때 여기는 돌아갈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어디에도 돌아갈 장소가 없다. 어디로 돌아가면 좋을지 모른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코이시는 이유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전속력으로 달렸다.
전속력으로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