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 인류 몰락의 날.
몇몇 게임들은 그냥 이게 왜 훌륭한지 잘 대답을 할수가 없을때가 있습니다.
저니처럼 직접 플레이 해봐야 한다던가 그런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요.
레지스탕스가 바로 그 예제입니다.
이 게임은 별 특징이 없어요, 적어도 언차티드는 온갖 요소들을 따와서 자신만의 유니크한 점을 구축했잖아요.
레지스탕스는 기본적으로 2차 세계대전스러운 콜 오브 듀티의 배경과
헤일로 시리즈의 SF 요소들과 50년대 B급 영화의 분위기를 녹인 게임입니다.
그러면 이걸 왜 이 리스트에 올려 놓느냐?
왜냐하면 그냥.. 웰메이드니깐요, 게임이 매우 평범하면서 잘만들어졌어요.
레지스탕스는 소니의 엘리트 개발사들(너티독, 서커펀치) 세명중
한명인 인섬니악이 처음으로 만화풍 게임을 버리고 현실물로 도전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3 런칭 타이틀이었고요, 상당히 히트를 함으로서 엑스박스 360에 대항할 총질 게임으로 앞세워졌습니다.
안타깝게도 무슨 이유인지 기어즈 오브 워와 비교당하면서 크게 평가절하되고 말았지요.
애초부터 서로가 FPS와 TPS인데다 게임 성향 자체도 완벽하게 다른데 도대체 왜 그런 비교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후로 플삼 독잠작들이 많아짐으로서 레지스탕스는 서서히 잊혀져갔습니다.
이후로 2편이 나왔지만 크게 실패하고, 3편도 마찬가지로 크게 실패했고요.
아이러니하게도 레지스탕스 세편 전부 기어즈 오브 워 세편 전부과 같은년도에 출시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인섬니악 측 개발자 한명이 뺑소니 사고로 인해서 하반신이 잘려나가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을때
이 소식을 접한 에픽 게임즈는 기부를 위해 3개의 랜서 모형들을 이베이에 경매로 내놓았음)
모든 분들께서 3편을 시리즈 최악으로 치지만 의외로 전 괜찮게 했었거든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2편을 시리즈 최악으로 칩니다, 메타크리틱이나 많은 리뷰어들이 최고작으로 치는 2편을 말이에요.
그러니 1편 그 자체를 리뷰하는 대신 이번 글에서는 한번 레지스탕스 2편과 비교하면서
이 게임이 왜 잘만들어졌는지 한번 얘기해보겠습니다.
게임의 특이한 점은 바로 시작 버튼을 누르자마자 오프닝에서 세계관이 물쓸려오듯이 설명된다는 겁니다.
플레이어에게 어떤 준비도 주지 않은채로요.
내용은 뜬끔없이 키메라라고 불리는 군대가 러시아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을 침공합니다.
1년도 안된 사이에 영국을 제외한 유럽은 전부 무너졌고, 섬나라인 영국은 유럽 최후의 보루가 되지요.
결국엔 영국 또한 키메라에 의한 대침공을 당해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동안 미국은 영국을 지원하기 위해서 수만명의 미군을 영국으로 보내기 시작하죠.
나레이션은 키메라가 대체 무엇인지, 어떤 맥락과 상황 전개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은채 우리 모두 안다듯이
그 즉시 플레이어를 "키메라가 지구를 침공했다" 하나 만으로 전대미문의 전쟁 속으로 말려들게끔 합니다.
심지어 키메라가 외계인인지 뭔지도 얘기해주지 않아요, 그냥 키메라가 유럽을 먹었다라고 말할뿐이죠.
이것은 개발진에 의해 의도적인 플롯 장치였습니다.
실제로 인섬니악은 게임 시작에서 군함에서 아르마 2 초반처럼 자세한 브리핑으로 시작하려 했다고 해요.
하지만 만약 실제 게임의 오프닝이 이랬으면 효과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럴경우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할때 플레이어의 충격과 혼란성이 크게 줄었을테니깐요.
오프닝에서는 군대는 자신들이 싸우는 적이 대체 어떤 존재인지, 전황의 흐름이 무슨 상황인지
그 어떤 보고도 받지 못하고 그 즉시 징집당하여 출동했다고 합니다.
정확히 플레이어 자신처럼 말입니다.
또한 50년대 영화에서 나레이션으로 과도한 설명을 쏟아내는 오프닝에 대한 패러디이기도 하지요.
아까 언급했다시피 레지스탕스는 기본적으로 로스웰 사건으로 대표되는 50년대 B급 외계인 침공 유행에 큰 영향을 받은 게임입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기반으로 두어서 복고풍에 현대적 세련미를 살린 게임이지요.
우주 전쟁이나(스필버그꺼 말고), 지구 최후의 날과 지구 대 비행접시같은 영화 말입니다.
실제로 게임의 배경이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1951년이기도 합니다.
각본은 솔직히 말해서 특출나지는 않아요, 굉장히 잘 쓰여진 게임도 아니고 복잡하거나 캐릭터들의 개성이 뛰어난것도 아닙니다.
게임의 몰입성은 바로 분위기에 의해서 지탱됩니다.
나레이션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것같이 흑백 사진과 함께 주인공 네이선 헤일의 영국에서의 행적을 묘사합니다.
그냥 평범한 일반적인 미군 병사인 그의 뒷배경은 그 누구도 모르고,
그가 어떻게 해서 영국을 키메라로부터 구해냈는지 설명을 하지요.
아군들인 모든 미군들은 게임 초반부터 죄다 죽어버립니다,
결국에는 주인공 한명만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미군 병사가 되어버리죠.
심지어 살아남아 계속 키메라에 저항하고 있는 잔존 병력들인 영국군들도 별로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보내야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혼자서 어둡고 절망스러워 심지어 폴아웃 느낌이 날정도로
폐허가 되어버린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느낄수 있었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는 거였죠.
이것이 레지스탕스 2편이 놓쳐버리고 크게 실패한 점입니다.
마치 게임이 당시 인기 FPS였던 콜 오브 듀티같은 평범한 제 2차 세계대전 게임으로 소비자들을 속였던 1편과는 달리
2편의 경우 자기 자신이 결국엔 콜 오브 듀티가 되어버리죠.
시리즈가 자신만의 고유의 색을 유지할수 있었던 복고스럽거나 B급 영화 같은 분위기는 전부 가버렸습니다.
오히려 당시 차세대기 치곤 매우 투박한 비주얼이 매력이었던 그래픽은 완전히 컬러풀하게 되어버리고,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잡한 스토리는 오히려 게임에 큰 해를 끼치게 됩니다.
적어도 전작의 캐릭터들은 개성이 없었지 2편처럼 짜증나지는 않았다고요.
그 게임은 1편의 인기 요인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상업적인 성공을 쫒다가
고유의 색을 버리고 스스로 인기 게임이었던 헤일로와 콜옵의 짝퉁이 되어 잡탕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2편은 게임플레이 면에서도 고전 FPS의 요소들까지 버렸어요.
1편의 매우 정교하면서 잘짜여진 레벨 디자인은 극히 선형적으로 퇴보했습니다.
아군들은 뭘 맞아도 죽지 않는 무적의 동료들로 인해서
게임 특유의 절망적인 분위기를 축소시킬뿐만 아니라 게임성면에서 쉬워지는 역효과가 발생했고요.
자주 쓸데없는 스크립트 이벤트들이 덕지 덕지 발라져 있었고, 심지어 체력 시스템조차도 자동 회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 자동 회복 시스템조차도 잘 작동하지 않았어요,
어쩔때에는 뜬끔없이 한대만 맞아도 죽거나 심지어 자신이 왜 죽어버렸는지 모르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타격감마저도 전작의 무게감이 있던 찰진맛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전작이 전반적으로 2차 세계대전의 재래식 무기와 외계인의 신식 무기의 조합이 특징이었던것도 사라졌고요.
게다가 마지막으로 들고다닐수 있는 무기가 두개로 제한됨으로서
1편의 큰 매력이었던 온갖 다양한 무기를 동시에 들고다니며 키메라를 갈길수 있었던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게 라쳇 앤 클랭크 게임들의 큰 부분이었던것을 레지스탕스에서도 계승하여 인섬니악이 게임에서 가장 잘하는 점이었는데도 불구하고요.
그러니 매니악한 슈터가 될 가능성이 있었던 시리즈를 속편에서 올드스쿨 FPS의 미학을 없엠으로서 1편의 팬들을 버리고,
심지어 콜옵형 슈터의 아류로서도 완성도가 높지도 않아 신규 유저들까지 외면해버렸지요.
어쩌면 우리는 레지스탕스 시리즈를 하나의 예제로 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틈새시장을 통해서 발전할수 있었던 시리즈를 게임 시장의 급격한 유행에 맞춰 오히려 퇴보시켜
비평과 상업성의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놓친 사례 말입니다.
드래곤 에이지 2가 그랬고, 바이오 하자드 6가 그랬고, 보아하니 데드 스페이스 3까지 그런것 같습니다.(아직 해보진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3편이 시리즈의 코어한 명맥을 이을려고 시도했지만, 보아하니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고 때가 너무 늦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니 만약 현대 FPS에 질리시고 고전적인 올드스쿨 형 FPS를 원하신다면, 바로 이겁니다.
인류 몰락의 날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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