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분량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도 저는 재미있습니다. 보시는 분들은 지루하게 느끼실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서술하는 사건은 나름 필요하다고 느낀 부분입니다.
인물들의 서사를 정리하는 것을 생각하는건 재밌네요.
개연성은 독자분들께서 판단하시겠지만...
월영전은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되고 있는 2차창작, 팬픽입니다. 본작의 스토리에서 따와 개인이 만든 것이니 본작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있지 않습니다. 별개의 작품입니다. 월영전은 활협전이 아닙니다.
저는 활협전의 본 스토리를 존중합니다.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이 밝았다.그 어느 때보다 새벽바람이 주변의 은은한 기운을 머금고 시원하게 불어온다. 새벽을 지나 풀 내음이 이슬을 머금은 듯 촉촉하게 코를 스쳐 지나갔다. 해는 아직 멀찌감치 고개를 들기 직전이었지만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것을 보니 오늘의 하늘은 쾌청하고 맑을 것이 당연해 보인다.침상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이부자리를 차곡차곡 정리한다. 자신의 잠자리 옆은 여전히 허전하지만 두 눈을 감고 인내한다. 오늘은 생각 이상으로 바쁘고 중요한 날이 될 것이다. 아직 떠지지않은 두 눈을 비비며 이제 그만 세상을 바라본다.맑은 물을 받아놓은 대야로 다가가 얼굴에 새벽동안 쌓인 먼지를 두 손에 물을 묻혀 삭삭 털어낸다.촤악. 촤악.옆에 곱게 놓인 녹두분(綠豆粉)을 손에 묻혀 얼굴에 고루 바른 뒤, 담긴 물을 두 손으로 가득 떠서 묻은 분을 말끔히 씻어내면 기름기마저 사라지니 한층 더 말끔해졌다.씻어낸 물을 버리고 다시 깨끗한 물을 받는다. 이번엔 부스스해진 머리를 물에 담가놓고 불리고 살살 감는다. 조각목(皂角木)의 열매를 빻아 기름을 짜낸 것을 머리에 털어 작은 손으로 구석구석 바르면 머리의 기름도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고, 다시 받아놓은 물로 천천히 헹구면 그날은 하루 종일 머릿속이 개운해 집중이 잘되는 기분이다.세안이 끝나고 머리를 다 감았으면 피부를 타고 뚝뚝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준비한 새하얀 면포(綿布)로 물기를 빨아들이고 짜내고 다시 닦아내고 짜내기를 반복한다.물기가 어느 정도 잡혔으면 이번에는 정심당(正心堂)에서 사용하던 향인 청매운수(靑梅雲水)를 곁에 두고 싱그럽고 은은한 향을 피워내 머리를 말리면서 머리에 착향한다. 참나무로 만들어진 빗을 이용하여 곱게 빗질을 하다 보면 어느새 깊고 짙은 향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배어 스스로가 여성임을 확실하게 만드는 머리 손질이 끝이 난다.기름기가 빠진 건조한 피부에는 고운 매분청향(梅粉淸香)을 부드러운 면포에 고루 묻혀 작은 얼굴에 톡톡 펴바른다. 매분청향의 매화향이 얼굴에 곱게 안착하면 연홍유월(煙紅六月) 을 새끼 손가락 끝에 살짝 묻혀 입술에 바른다. 작고 은은했던 입술이 부끄러운 아낙의 연홍빛 마음씨처럼 달아오르니 소녀는 어느새 여인이 되어 거울을 마주한다.곱게 접혀진 연분홍빛 옷을 잡고 그것을 차분히 두른다. 중간중간에 달려 있는 무심히 늘어진 옷고름을 잡고 팔, 허리, 다리 부분을 동여매 옷가짐을 한층 더 깔끔하게 잡아낸다. 그리고 준비되어 있던 구릿빛 방울을 목, 팔꿈치 부근, 팔목, 다리에 평소처럼 달아 놓으면 비로소 활동할 준비가 끝이 난다."후우......"가슴속 깊이 몽우리져 뭉친 갑갑한 한숨을 내쉬고 깔끔한 새로운 공기를 들이쉬어 가득 채운다고 해도 근심과 걱정이 끝이 난 것은 아니다. 다사다난한 어제를 보내면 또 다른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게 되니 숨 쉬는 것조차 말끔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날 내내 편안하지 않으리라.맑고 총명하게 뜬 두 눈은 이제 막 열린 아침을 직시한다. 탁한 시야가 없이 맑고 개운하니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 오늘도 부디 별일 없기를 속으로 삼킨다."령 언니! 일어났어요?"조운이 아침일찍 묵령을 맞이한다. 그녀의 천진난만하고 쾌활한 목소리가 묵령의 귀를 맞이하니 한 층 더 힘이 나는 듯 고양(高揚)된다."응. 예정대로 준비는?"조운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답한다."완벽해요! 사람들은 북적이며 대회장을 가득 메웠고, 참가자들도 준비만전이에요. 언니가 대회 선언만 하면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것이에요. 모두가 언니를 기다립니다!"두 눈을 감고 부군을 떠올린다. 그를 쫓아가는 시간은 아직은 멀었지만 이번 대회가 끝나면 반드시 구하러 가리라. 그리고 무림은 아직 평화롭다고 전해드리리라. 세상은 아직 그에게 가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리라.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리라."응. 시작하자."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대회장은 주변 지역의 사람들로 가득 메웠다. 주변이 어수선하다지만 그것을 덮을 정도로 예상 외의 인파들이 자리를 잡자 당문의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키거나 떨리는 팔을 부여잡고 아무 일도 아닌 듯 자신을 숨기기도 했다. 또는 자신스럽게 대회장을 쳐다보기도 하고, 가면을 쓰고 있어 표정을 전혀 모르기도 했다."오... 생각보다 많이 모였구려. 예상 외입니다. 역시 당문이라는 곳의 이름값이 제대로 발휘하는 것 같군요."외지인인 모용비가 긴장감 없는 첫 마디를 띄우니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긴장감없는 모습에 당포의가 달라붙어 묻는다."우리가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서로의 무공을 맞이한다면 금방이라도 친해질 것 같소만, 어떻소? 대회가 끝나고 뒷풀이라는 중한 자리가 있을 텐데 오시겠소? 지금은 이자리에 없지만 사 사제 유원이도 장사가 끝나면 당도할 것이니 그쪽은 걱정마시고."모용비가 씨익 웃더니 답했다."이곳에 남협이 얼마 없는데도 당 대사형의 말씀에 무게감이 제법이군요. 뒷풀이란, 자고로 술과 안주가 빠져선 안될 텐데, 그 부분은 걱정안해도 되겠습니까?"당포의가 손뼉을 탁치며 말했다."이야. 모용 공자 말씀이 뭐하나 틀린 법이 없군요! 물론입니다! 거기 엽 공자께서도 함께 하시지요!"어색한 미소를 띄며 그들의 작당모의에 수줍지만 재미있어보이는 눈빛으로 다가가는 엽운주."하하. 재밌는 작당모의 이십니다. 어찌 얼마없는 사내들 모임에 제가 빠질 수가 있겠습니까? 불러주시는 것 만으로도 영광입니다."그리고선 그들끼리 어깨동무하며 여자들을 멀리한채 머리를 맞대고 조용히 수근대기 시작했다.' 술, 안주 다음에 여자가 빠진 것 같은데 그것은 의도이실까요, 배려이실까요? 아니면 다들 정인(情人)이라도 있으신지요? '당포의가 땀을 삐질 흘리며 두려운 얼굴로 말했다.' 당차게 이야기는 꺼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뒤에서 용 소저가 보고 있어서 어렵군요. 평소엔 둔한데도 감히 그녀의 성미는 건들기 꺼려집니다.'' 호오... 그쪽? 소월과 비슷해 보이는 성격의 여협이던데. '' 모용 공자께서는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팽 소저의 큰 칼을 보면 여협께서 보통이 아닌 것 같소만... '모용비도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봉용검(峰蓉劍)이 한창 춤사위를 펼치겠지요. 그래도 남자인데 한번쯤은 엇나가는 것, 좋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엽 공자라고 하셨던가? 그쪽은 어떻소? '엽운주도 식은 땀이 나고 있었다.' 양 부인의 침술은 온몸의 혈맥을 모조리 꿰고 있습니다. 여자문제가 끼인다면 무슨 업보를 받게될지 두렵군요. 그러니 술과 안주 만으로 만족해야지요. 하하...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난봉꾼들은 하나같이 여자 문제로 한숨 쉴 뿐이었다. 하지만 어찌하리.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눈에 띄는 짓은 그만두어야 하는 법. 그런 모습을 뒤에 있는 여협들이 지켜보고 있었으니, 이미 눈에 띄기 좋은 모습이었다.하후란이 그들을 보고 한숨 쉬며 말했다."하여간 남자들이란... 뭐,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 놔두시고, 우리도 대회가 끝난다면 같이 뒷풀이하는 것이 어떻소? 남자들에게 그런 것까지 지고 싶지는 않소만. 팽 소저라고 하셨던가요? 괜찮겠습니까?"소월이 덤덤한 표정과 은은한 미소로 답했다."저야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외부인인 본녀를 이리 가깝게 맞이해주시니, 언니이신 하후 여협의 말씀에 어찌 발을 뺀단 말입니까?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하후란이 흡족한 표정으로 답했다."멋지군요. 대답도 시원시원하시니 듣는 우리 자매들도 기쁘게 맞이하는 보람이 있어 좋군요. 성정은 마치 상아와 비슷하니, 덕분에 다가가기 편한 느낌입니다."용상도 마침 궁금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 했다."비슷한가요? 그것도 그것이지만, 팽 소저의 커다란 검은 정말 놀랐습니다. 아무리 저라도 힘을 쓴다고 쳐도 쌍검술이 최선인데, 대검을 부릴 정도의 완력이면 한 수 접어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소월이 미소지으며 말했다."사실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이왕 이리 된 것, 제 힘으로 만들어 낸 것이지요. 하후 소저를 비롯해서 나머지 분들도 대부분 공동파 소속이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죽 소저였던가요? 아마 소저께서 힘을 얻은 것과 같을 것이라 생각됩니다."욱죽이 놀라서 물었다."암혈혼단(巖血魂丹)은 철권문의 극비입니다. 어떻게 그 약을 드신 겁니까?"상관형이 소월의 옆에 있다가 그 사실을 이실직고 했다."본녀가 어릴 적에 상단에서 철권문을 통해 한가지 단약을 얻었지요. 그걸 몰래 가져와 소월에게 먹인 것이 지금까지 흘러 온 것입니다. 지금와서 말씀드리자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덕분에 소월이 고생을 했다하니 책임을 느끼는 군요."욱죽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뇨,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는 지금 철권문 소속도 아니고, 일개 대장장이일 뿐입니다. 게다가 철권문 소속이었어도 별 책임감이 없었을 겁니다. 본녀는 그것보다 망치질이 더 중했으니까요."하후란이 아쉬움에 입을 열었다."죽이 그리말하니 조금 아쉽긴 하구나. 무공을 쓰는 열골마와는 대련해보고 싶었다.""란 언니...""그래도 지금은 욱죽의 완벽한 반대의 여협이 눈 앞에 있구나. 얼마나 강할지 감이 오지 않지만 나조차도 감당 못 할까 걱정되는구나. 후후. 제자들과도 대련해보고 싶지만 팽가의 무공이 매우 궁금하다. 아마 이중에서 가장 일순위가 팽 소저의 무공이 아닐까 싶소만."사실 모두가 그리 생각하고 있다. 괴력의 욱죽을 직접 마주한다면 무슨 느낌일까? 하북팽가의 무공은 어떤 것일까? 모두들 하나같이 그 생각을 하고 있었고, 거대한 봉용검의 위력도 보고 싶은 마음이 대부분이었다. 사실상 소월은 집중공략의 대상이었으니 그들의 눈초리가 따가운 상황이었다.정작 당사자인 소월은 그런 눈초리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오로지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고 싶을 뿐이었다.위국이 물었다."팽 소저의 얼굴표정을 보아하니 마치 어린아이 같군요. 평소의 얼굴이면 냉정함이 가득한데 마치 대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일까요?"소월이 위국의 물음에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사, 사실 팽가와 모용세가는 극히 폐쇄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사실상 저의 대련 상대는 부군이 전부였지요. 부군도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외의 문파들의 무공이나 강함은 본 적이 없으니 본녀는 그저 궁금할 뿐입니다.""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에 눈을 뜨면 보통 걱정과 두려움이 앞설 것인데 이것도 반대군요? 저도 내력만 온전했어도..."소월이 아까워하는 표정의 위국을 바라보며 물었다."공동파 현공문 장문인 아니셨습니까? 떠밀려 나오셨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어찌 무공을 못 쓰시는 것입니까?"위국은 제법 쓸쓸한 과거가 기억이 났는지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며 말을 이었다."공동파를 나올 때 저와 자매들의 목숨을 담보로 거둬간 것이 제 내력입니다. 아예 빼앗겼지요. 그래서 지금은 더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애초에 저에게 있어 벗이란, 글 공부와 작문 이외에는 없었는데 현공문 장문인의 자리를 하나 덜어낸 것 같아서 후련한 것 같기도......"위국의 말끝이 흐려졌다. 사실 아무 이유도 없이 장문인의 자리를 맡은 것은 아니었다. 글 공부와 작문은 분명히 좋아하는 분야였다. 그러나 그녀 역시 협을 추구했던 여협. 무공 역시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다. 자신이 남모를 사건으로 자결을 결심했을 적, 행화림에 거두어지고부터 남몰래 무공서를 읽고 배우며 내력을 쌓기도 했었다. 그러다 현공문의 장문인이 되었고, 현공문의 극의인 역대 장문인들로부터 이어받은 일자전승의 철비파공(鐵琵琶功)을 받아들게 되었다. 그리고 조활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딛었지만, 세상 현실이라는 세계 속에서 계획했던 일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장문인으로서 저항 한번 해보지도 못한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었다. 하다 못해 싸워봤으면 어땠을까? 살아남고 모두를 지킬 수 있었을까?위국은 천천히 욱죽과 우소매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이 마주보니 그제서야 아쉬움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깟 무공이 무슨 소용이오. 자매들이 두 눈뜨고 건강하니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지언데...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그래도 위국은 스스로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뜬금없이 팽소월이 입을 열었다."잠시 맥을 보아도 되겠습니까?"위국이 소월의 말에 놀랐지만 어째선지 자신도 모르게 손을 그녀에게 내줬다."음. 맥을 짚으신다고 느끼시는 것이 있을까요? 금나라 신의(神醫)라고 하시는 양 부인께서도 포기하셨는데...""일단 맥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본녀도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소월은 특유의 덤덤한 표정으로 맥을 짚으며 이야기를 했다."꼭 방법이 없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비슷한 경우를 제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이렇게..."소월은 자신의 내력을 슬쩍 위국에게 흘려보냈다."후후... 그래도 없는 내력을 직접 봐주시는 점, 감사드리...윽...?"위국에게 잠시나마 진기가 미세하게 느껴졌다. 엄청난 압박감에 답답함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고통을 신음하려는 찰나, 위국의 얼굴 표정을 본 소월이 얼른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욱죽을 쳐다보았다. 욱죽은 그녀의 눈빛에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저, 저를...?"소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욱죽은 우물쭈물하며 위국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소월이 욱죽의 손을 펴잡고 그대로 위국의 손목을 감싸쥐는 모양으로 만들었다."죽 소저. 내력을 흘려넣는 방법은 알고 계십니까? 과거 철권문 적전제자이시라고 들었습니다만.""아. 저, 그... 이리 말씀하시는 연유를 물어도 괜찮을까요? 도통 예상이 되지 않습니다만..."소월은 무언가 알고 있는 듯 했다."원론적인 문제입니다. 단약을 복용한 후, 평소에 내력을 사용하지 않고 억누르며 살아오신 것으로 압니다만, 맞으신가요?""그, 그야 저는 무공에 그리 관심도 없고, 대장장이 일이 제 천직이니 망치질하고 살아온 것이 전부입니다. 발산해 볼 생각은 단 한번도 없었지요."소월은 두 눈을 감고 하던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혹시 소저께서는 암혈혼단(巖血魂丹)의 효능을 모르십니까?"욱죽과 위국, 하후란과 우소매가 서로를 쳐다보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뜻했다. 욱죽이 입을 열었다."비록 한 알짜리 단약이라도 철권문 극비의 약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어리기도 했고, 설명을 들을 새도 없이 억지로 복용했기에 그것의 효능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어볼 생각도 안했지요. 단지 엄청난 괴력을 낸다는 것 밖에는 알 길이 전혀 없었습니다. 철권문 장문인께서도 그리 쉽게 이야기하는 성격도 아니었으니 괴력만이 단약의 효능이라 여겼습니다. 대체 무슨 효능이 있길래 이리 물어보시는 겁니까?"소월은 욱죽의 이야기를 경청하고는 차분히 답했다."암혈혼단으로 인해 생긴 것은 괴력 뿐 만이 아닙니다. 본인 안의 내력을 느껴보신 적이 없으십니까?"욱죽은 굉장히 예리한 곳을 파고드는 질문에 또 다시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딘."어... 어... 그러고보니... 스스로 내력을 밖으로 내볼 생각이 없어서 해본 적이..."소월은 자신의 소매를 걷어 손바닥을 욱죽에게 가져갔다."그럼, 위 소저께 내력을 흘려넣기 전, 제 손을 잡으시고 있는 힘껏 내력을 내보시겠습니까? 어차피 저도 그 단약의 복용자이니 타격이 크게 없을 겁니다. 안심하고 해 보시지요."욱죽은 걱정되는 마음에 주변인들을 쳐다보았고 다들 그러라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수 없이 소월의 손을 맞잡고 이를 악물며 지난 날에 이론적으로만 습득했던 내력을 바깥으로 출수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제 손바닥의 한 점입니다. 그곳에 한 번에 내력을 출수해 보시지요.""에잇...! 한번 해보...으으으아아!! 자, 잠깐...!!!"부우우웅...! 빠직빠직...!마주잡은 두 손안에 욱죽의 거칠고 둔탁한 내력이 소용돌이치듯 충돌하여 엄청난 파공음을 냈다. 바람이 사방으로 몰아쳐 대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주변이 엉망이되기 시작했다. 욱죽은 폭주하는 내력을 거두는 방법이 서툴렀기에 이를 알아챈 소월이 재빨리 자신의 내력을 출수하여 힘과 힘의 충돌을 야기시켜 손쉽게 와해시켰다.파오오오... 휘이이잉...바람이 멎고 먼지 안개가 가득했다. 욱죽은 어안이 벙벙해져 멍하니 허공만 바라볼 뿐이었다. 소월은 맞잡은 손을 떼어냈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욱죽을 일으켜 세웠다. 그때 힘의 충돌로 인해 주변으로 퍼졌던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욱죽에게 다가왔다."죽? 괜찮은 게냐? 이, 이게 무슨...""소죽! 괜찮아?""괜찮은가요? 소죽, 어떻게 이런 힘이...""......어? 어??"...욱죽은 주변인들을 쳐다보다가 너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헛소리가 나왔다. 소월은 그러면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어떠십니까? 새로운 세상에 오신 기분이?"우소매가 물었다."새로운 세상이라니요? 뭐가 어찌된 영문인거죠?"소월은 미소지으며 말했다."대답은 죽 소저께서 직접 하시지요.""아... 아..."욱죽은 순간 우소매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왜, 왜 이래! 왜 갑자기 본매의 얼굴을 어루만지는거야?? 지, 징그럽잖아!"그때 위국은 욱죽의 상황을 알아차렸다."서, 설마... 소죽, 너... 시야가 '잘' 보이는 거니?""무슨 말이야, 국 언니? 소죽의 시야가 갑자기 잘 보일...리...가...?"우소매는 굉장히 맑아진 욱죽의 눈과 마주쳤고, 흐려서 잘 안 보여서 짓는 특유의 찡그린 표정이 온데간데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맞잡았다."소죽, 너... 괜, 괜찮은거야??"......"너무... 너무...!""너무??"..."너무 잘보여! 이게 너야, 소매?? 우와!? 언니? 란 언니?! 국 언니?! 뭐야 이거??""뭐야, 본매의 얼굴이 잘 보이는거야??"갑자기 잘 보이는 시야 덕분에 욱죽은 우소매도, 위국도, 하후란도, 나머지 주변인들도 차례차례 쳐다보면서 관찰하기 일쑤였다. 그 모습을 보던 하후란이 턱을 괴며 소월에게 다가가 말했다...."그렇군요. 암혈혼단(巖血魂丹). 괴력만 준 것이 아니라 가공할 만한 내력도 줌과 동시에 인체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부작용이라니... 그리고 그것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소월이 하후란의 추측에 덧붙였다."몸 안에 응축된 내력을 출수하여 주기적으로 해소시켜야합니다. 그래야 무력화된 인체기능을 다시 살릴 수 있습니다. 암혈혼단의 부작용이지요. 이 효능은 제가 가전무공을 익히면서 알게된 사실입니다. 저는 청력이었는데 죽 소저는 시력이었던 것 같군요. 괜히 철권문의 극비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군요. 이런 단약을 제조했었다니..."하후란이 말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제조법은 소실되었다고 이야기들었습니다. 철권문 장문인이 직접 폐기했다고 했으니... 사실상 단약 복용자는 세상에 둘 뿐이겠군요.""다행입니다. 혹시나 저들의 손에 넘어갔다고 생각하면..."욱죽은 맑은 날의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보았고 그저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자신이 다르게 보았던 세상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담기 시작했다. 나무의 푸르름, 땅의 척박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녹음(綠陰), 그리고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이는 주변인들의 얼굴색. 모든게 소중하고 특별했다.기뻐하는 욱죽을 뒤로 한 채 하후란이 물었다."그런데 지금 주제는 위국이지 않았소? 혹시 욱죽의 암혈혼단과 위국의 상태가 연관관계라도 있는 것이오?"소월이 걷어붙인 소매를 다시 펴며 말했다."제 내력으로 그녀의 안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녀의 내력은 제가 느끼기로, 분명 '빼앗긴'것이 맞습니다만, 내력을 낼 수 있는 혈이 닫힌 상황입니다. 안쪽에서 닫혔기 때문에 내력이 외부로 느껴지는 것이 어려웠고, 그것을 열어주기 위해서는 억지로 개입해야 합니다. 내력의 혈을 푸는 열쇠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방대한 양의 내력이고, 제 경험에서 보건데, 그것은 일반 무림인들의 양으로는 안됩니다. 방대해야 합니다. 마치 암혈혼단으로 얻게된 내력 수준의 것으로 말이지요."듣자하니 이상했다."헌데 그녀의 내력의 혈이 닫혔다는 것은 어찌 아시는 것이오? 나도 그렇고 양 부인께서도 그런 것은 간파해내지 못 한 것인데?"소월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도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제 내력을 흘려넣었을 때 위 소저께서 고통스러워 하셨지요? 그것은 타인의 내력을 받지 않겠다는 신체의 본능적 반발입니다. 자의적이지도, 타의적이지도 않은 숨겨진 본능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되어 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열려면 안에서부터 풀어야 하는데 정작 본인은 그 방법을 모르니 반대로 외부에서 억지로 열어버리는 것이죠."순간 걱정이 밀려들어오는 하후란."허나... 그리한다면..."당연한 수순이 될 것인 상황."주화입마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방대한 양의 내력을 단숨에 주입할 경우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암혈혼단의 내력을 조금씩, 흘려 구슬리는 것이지요."하후란은 턱에 손을 괴며 머리 속으로 계산하듯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구슬린다라...""닫힌 내력의 혈은 극히 폐쇄적입니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법이죠. 그래서 일반적인 내력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제 경험상, 암혈혼단의 내력은 조금만 흘려넣어도 그 양이 제법 되는지라 혈을 두드릴 때 반발력이 비례해서 고통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내력을 단숨에 넣는다면 반드시 주화입마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조금씩 흘려넣는 것입니다.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인내해야할 것이죠."그 이야기를 듣고있던 우소매가 끼어들어 물었다."그렇다면, 팽 부인께서 직접하시면 되는 것 아닙니까? 어째서 소죽에게...""저는 외지인입니다. 도움에 외지인인 것이 무슨 이유냐 하실텐데, 사실상 저는 어제 막 이곳에 당도한 상황입니다. 당문대리인께서 저희 부부를 직접 보증하셨지만, 저를 함부로 믿으시겠습니까? 그러니 본녀보단 가장 믿음이 가는 욱죽 소저가 하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쪽이 가장 의미있을 것입니다. 그러니..."모두는 소월의 이야기를 듣고 욱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모두를 선명한 시야로 볼 수 있음에 신기했지만 마치 위국의 것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달려 있음이 걸려 있었기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 부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욱죽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으으... 국 언니...? 괜찮겠어요?"위국은 이미 마음을 굳힌 느낌이었다. 굳은 의지로 다문 입술이 그녀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었고, 흔들림없었다.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자신도 분명히 지금의 난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픈 마음 뿐이었다.욱죽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그리고는 위국의 팔에 손을 가져다 댔고, 둘은 눈빛을 교환했다. 소월도 욱죽의 손을 잡고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조절만 잘 하시면 됩니다. 최대한 약하게. 그리고 느긋하게. 본능적으로 걸어잠근 문을 살살 구슬리는 겁니다. 인내를 가지고 차근히 내력을 흘려 넣는다면 닫혀 있던 내력의 문이 열릴 것입니다. 그것을 욱죽 소저께서도 직접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차분히 손을 떼고, 위 소저께서 내력을 출수하듯 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결과를 알게 될 것입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하후란은 욱죽과 위국, 둘의 곁으로 다가가 모두의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였다."내가 곁에 있어주마. 걱정말거라. 너희를 지켜주지 못해 후회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너희를 지켜주마. 안심하고 일을 치루거라.""나, 나도! 나도 있어!"우소매도 나섰다. 서로 이유가 있어 멀리하기를 했지만, 그녀들은 결국 매란국죽이었다. 자매들은 서로가 소중하고 각별했다.위국은 사실 매란국죽의 일원이 된지는 그녀들보다는 그 길이가 짧았다. 그래서 어색할 법도 했는데, 동생이라 다가온 그녀들은 서로가 의지하려했다. 서로의 감정으로 인해 껄끄러운 사고가 있기야 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 어색함도 가까스로 사라졌으니 모두가 미소지어도 더 이상 어색할 수가 없었다.하후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와 똑닮은 호연국의 의지를 이었다고는 생각치 않았으나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그리 심오한 것은 존재치 않았다. 단순했다. 서로 죽이고 죽는 것보다 서로 부둥켜안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제자도, 자매들도 소중하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욱죽은 모두의 격려와 응원으로 결국 마음을 다잡았고, 위국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녀의 눈빛은 실로 맑고 청아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욱죽을 원망하지 않을 것이었다."슬슬 대회가 시작되려는 것 같습니다. 나오시지요."바깥에서 양유시의 소리가 들려왔고, 그 상황을 모르는 듯 갸우뚱 거렸지만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는 딱히 막을 생각은 없었다."대회는 자기 때가 된다면 나오셔도 상관없습니다. 당문 장문대리인께서도 일러두신 것이니 천천히 나오십시오. 나머지 준비가 되신 분들은 나와 주십시오."매란국죽을 제외한 나머지 협도들은 그녀들에게 무사 기원을 저마다 바란 뒤, 한 명, 한 명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하후란은 그녀들의 중앙에 서서 모두에게 다정한 언니로 돌아가 말했다"우리 자매들은 별일없을 것이다. 우리 한번 해보자꾸나."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안녕하십니까.본녀는 현 당문 주인이신 촉중 당가 중령 장문인의 장문지녀(掌門之女), 대리인 묵령(默鈴)이라 합니다.
본녀, 말재주가 부족하여 장황히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때 시급한 이 마당에,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 본녀가 이 대련 대회를 연 이유는 단 두 가지입니다.
하나,
어지러운 이 무림계를 평정하려 한다며, 스스로 무림맹을 자칭하는 극락교의 위선과 야욕 앞에, 이곳 당문에 모인 협도(俠徒) 여러분의 굳건한 의기를 널리 알리고자 함이오.
둘,
한때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던 우리 당문이, 여전히 강고하며 다시금 일어섰다는 것을 무림 천하에 당당히 보여주고자 함입니다.
본녀는 과거 당문이 불타던 날, 무력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결국 목숨 하나 부지한 채,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를 욕하셔도 좋습니다.
저를 업신여기셔도, 본녀는 감히 반발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본녀는 그 나약했던 과거를 기어코 끊고자 합니다.
무림의 평안과, 의협의 대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림계의 안녕은 곧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의 안전과 직결되기에, 본녀는 이를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족한 저이지만, 저를 믿고 손을 내밀어준 이들의 뜻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 대련대회를 지켜봐주시고, 우리 협도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무(武)와 협(俠)의 정신은 아직 멀쩡히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대련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몰린 인파들은 묵령의 어색하지만 또렷한 목적에 대해 하나같이 박수를 보내며 극락교 타도를 외쳤다. 그녀의 작고 아담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희생적인 면모를 지켜본 이들이었기에, 다소 호소력이 불안하고 가냘픈 목소리는 오히려 큰 힘이 되었다. 그녀가 이루고자 하는 의협과 대의에 대한 의지만큼은 확실하게 전달받았기 때문에, 여린 그녀의 출사표(出師表)를 듣고 감탄을 금치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당문 대사형 비협(飛俠) 당포의, 사사형 무공불입(無孔不入) 당유원, 용녀협(龍女俠) 용상, 창송검객(蒼松劍客) 엽운주, 창빙란천(蒼氷蘭天) 번소천. 모용세가(慕容世家) 모용비, 하북팽가(河北彭家) 팽소월. 가면의 비연. 그리고 아직 안에 있는 매란국죽 자매들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짧은 선포문에 한 층 성장한 모습의 묵령 덕분에 저마다의 생각에 빠졌다.당문의 멸문을 가장 가까이 눈 앞에서부터 지켜보고, 하나 뿐인 지아비를 빼앗긴 상태로 무력하게 도망만 다녀야 했던 지난 세월을 이겨내고 당문으로 다시 돌아와 재건에 힘쓴 그녀. 아직 그녀가 딛어야 할 관문이 겹겹이 쌓여 있었지만, 이제 그 단단한 문짝을 꿰뚫고 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그녀의 행보를 그저 묵묵히 뒤에서부터 떠밀어주리라,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대회시작의 선포를 뒤로 하고 묵령을 포함한 나머지 당문의 협도들은 저마다의 표정으로 하나같이 외성 중앙으로 모였다. 그리고 대회의 순서를 정하는 제비를 뽑기 시작했다. 조운이 제비를 담은 통을 가지고 나와서는 변동된 내용에 대해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현재 참가자이신 매란국죽 여러분들께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잠시 출전을 미룬 상태이니, 모두의 순서를 이자리에서 한꺼번에 정하지 않고 일번째 순서를 뽑은 협도분을 첫 대련에 선출하겠습니다. 대련 종료 뒤에도 같은 방법으로 선출하겠으니 이 점 확인 바랍니다!"...구석에 앉은 어떤 사내가 조운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가출했다더니. 이런 곳에 와 있었을 줄이야... '.....모두가 제비를 뽑고 난 뒤 결과를 확인하니, 일번째의 순서는 당포의였다."거참, 일번째라니 너무하잖아. 앞으로 몇 번을 대련할지도 모르겠고... 그나저나 지명의 규칙이라. 흥미롭군. 엽공자도 재미있어. 이런 것을 생각할 줄은..."당포의는 의기롭게 경기장에 서서 모두를 한 번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용상이 몇 번째 순서든 그녀를 만나는 것은 확실했기에, 그녀는 일단 넘기는 것으로 생각했다. 창송검객의 쾌검, 팽가의 거대한 대도, 설산 직계의 날카로운 장법, 가면 뒤의 수줍어보이는 검법, 천지무성세의 숨겨진 정체.그들 중 가장 구미가 당기는 인물이 있었으니..."대련 상대를 정했소. 그들이 누군지는 세간에 전혀 알려진 바가 없었으나, 단지 어지러운 무림계의 혼란과 당문에 입은 은혜 하나로 달려오신..."당포의는 손가락을 펴고 그 인물을 가리켰다."모용세가 모용비 공자. 당신과 합을 해보고 싶소만, 이의 있으시오?"모용비가 슬쩍 미소짓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당포의가 먼저 올라온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여러모로 귀찮지만, 상대해 드리지요. 본인도 모용가의 이름을 날릴 좋은 기회이니 당문의 가르침. 확실하게 받들겠소. 비협이시여, 부디 가르침을 주시지요."당포의는 금전을 손가락을 팅기면서 의기롭게 다가온 모용비를 마주했다."당문비전의 독과 암살술은 감히 따라오기 어려운 심오한 무공이라네. 뭐, 나는 독공보단 격파술이 좀 더 성미에 맞지만 말이지. 초출내기의 협도께 내, 직접 가르침을 드리겠소."모용비는 두 손을 공손히 들고는 예의를 차렸다."후후. 초출에게 져서 당문의 사기를 해치지는 않으실까 걱정됩니다. 각오하시지요.""흥! 문답무용! 자세 잡으시오! 지렁이를 밟는 즐거움을 마주하겠으니 이보다 즐거울까?!"그렇게 첫번째 대회의 막이 올랐다.월영전(月鍈傳) (27).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