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신주쿠, 밤의 골목
신주쿠의 밤은 더럽게 조용했다.
검게 젖은 아스팔트 위에 네온사인이 깜빡였고,
덴지는 평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꺼냈다.
“덴지.”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
덴지가 고개를 돌리자,
여름 교복을 입은 소녀 하나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루라한 교복 치맛자락, 잔잔한 한숨 같은 눈빛.
미타카 아사였다.
“너… 아사?”
그녀는 대답 대신 덴지의 손을 잡아끌었다.
골목 어귀로. 더 어두운 어둠 속으로.
누군가 보고 있던 CCTV 사각지대 안으로.
1화 : 지하실의 두얼굴의 소녀
덴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나는 건, 아사가 같이 대화하던 그순간
등 뒤에서의 둔기로 덴지의 뒤통수를 가격하게 퍽치기.
덴지는 그충격으로 쓰러졌다
눈꺼풀이 떨어지기전에 그가 본것은 같은 복장을 입고 손에
하얀색 볼링핀을 쥐고 있는 아사와 닮은 소녀
결국 그자리에서 기절한 덴지
그리고—
쿵.
쿵.
금속성 진동이 바닥을 타고 울려왔다.
덴지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어두운 지하실 속 철제 의자에 묶여 있었다.
손목은 철사에 묶여 있었고,
한쪽 다리는 피로 젖어 있었다.
“정신 차렸네.”
앞에 선 건 미타카 아사였다.
그 뒤엔, 아사와 똑같은 여름교복을 입은 또 다른 아사.
붉은 눈동자, 칼자국, 미친 듯 산발된 머리카락.
“전쟁의 악마, 요루.”
덴지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건 인간이 아니었다.
요루(덴지를 노려보면서):
“마키마는… 어떻게 죽었지?”
덴지(짜증난 표정):
“…몰라!.”
순간, 요루가 교복바지 주머니에서 포크를 꺼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의 허벅지에 꽂았다.
팍—!!
덴지(괴로워하는 표정): 끄아아야악!~아악!~
덴지는 비명을 질렀다.
의자째로 몸이 들썩였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
덴지는 충격으로 입에서 침이 떨어졌다
요루(인상을 쓰면서):
“이런 고통은, 마키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는… 아직 ‘끝난 존재’가 아니니까.”
그녀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아사는 물티슈를 꺼내어,
묵묵히 덴지의 상처를 닦아주었다.
이상하게 조용한 손길이었다.
요루(미소를 지으며):
“마키마는 지옥에서 돌아왔어.
그리고 곧… 너를 찾을 거야. 덴지.
넌 아직, 그녀의 손바닥 안이니까.”
덴지의 얼굴이 굳었다.
아사(심각한 표정):
“레제는 어디 있어?”
덴지(고개를 돌린체):
“죽었어. 1년전에.”
아사는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덴지가 레제와 함께 웃고 있었다.
날짜는 두 달 전.
아사(황당한 표정):
장난해?
“귀신이랑 사진 찍었어? 그게 가능해?”
덴지는 말을 잃었다.
거짓말이 목에 걸렸다.
그 순간—
요루는 덴지의 무릎에 올라타 그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피비린내, 화학약품 냄새, 광기에 젖은 숨결이 덴지의 뺨을 스쳤다.
요루(덴지의 얼굴의 귀속말로):
“넌… 연가시에 조종당하는 사마귀야.
마키마는 연가시. 넌 그녀의 연기를 흡입하고 살아온 꼭두각시지.
즉 연가시에 감염되어 뇌에서 조종하는 사마귀처럼
물에 빠지면 죽는 건 너야, 덴지.”
덴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이 먼저 눈치챘다.
아사:
“덴지. 이제, 진실을 말해.”
어둠 속에서 형광등이 깜빡였다.
덴지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