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번역 대환장 파티 시간이다.
사실 정리한 목록 상에는 제국이 먼저였지만 제국은 상대적으로 상태가 양호했다.
그렇다고 깐프랑 같이 묵기에는 다크 엘프가 좀 걸렸다.
하이엘프와 다크엘프의 번역 구도가 거의 무협지 정마대전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이번엔 선곡에도 꽤나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남아당자강이었다.
판관 포청천과 치열한 경합을 이루었으나 좀 더 무협 느낌이 살아있는 남아당자강을 선택했다.
하이엘프, 다크엘프, 드워프를 순서대로 올릴 예정인데 이 셋은 무협지가 따로없다.
구파일방과 팔대 세가에 사파가 따로 없다.
일단 간단하게 세력 명칭부터 확인해보다.
테클리스가 이끄는 진영 로어마스터 단(Order of Loremaster)다.
신 번역에서는 법성단이 되었다.
마법의 바람 대신 중원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 하다.
왜 저들이 법성단인지 곰곰히 고민해봤다.
Loremaster라는 것은 워해머 세계관에서 로어라고 하는 마법의 학파에 통달한 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자는 마법의 법자일텐데 성자는 근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시 뒤로 미뤄두고 다른 번역을 살펴보다가 바로 찾을 수 있었다.
호에스의 소드마스터(Swordmaster of Hoeth)다.
이들은 호에스의 검성이 되었다.
그렇다! 법성의 근본을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소드마스터를 검성이라고 했으니 로어마스터는 법성이 된 것이다.
소드마스터라는 말이 검성이라는 말과 1대 1로 매치되는 뜻은 아니지만
이들은 한번의 접촉과 한번의 휘파람만으로도 사람을 죽인다니
설정부터가 무협지스럽기는 하다.
묘하게 곤륜파가 떠오르기도 하고...
다시 한번 중원의 바람이 불어온다.
자연스럽게 동남풍을 불러오신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리고 여기에 박차를 가하는 이들이 있다.
실버 헬름(Silver Helm)
이름하여 은빛 투구대가 되겠다.
번역가의 연령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협지를 좋아한다는 점은 잘 알겠다.
그나마 은빛 투구대 수준에서 멈춘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여기서 더 나아갔다가는 어떤 해괴한 번역이 나왔을 지 모르니 말이다.
쉐도우 워리어의 정예연대 더 그레이(The Grey)다.
이들에게 마법의 바람 대신 중원의 바람을 주입하면 잿빛단이 된다.
앞으로도 계속 나오겠지만 번역가가 단 혹은 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실버 헬름도 그렇고, 더 그레이도 그렇고 원문에는 있지도 않은 단어들이 계속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이엘프의 주력 괴수인 용용이 3형제다.
차례대로 썬 드래곤(Sun Dragon), 문 드래곤(Moon Dragon), 스타 드래곤(Star Dragon)이다.
이 셋이 태양룡, 은월룡, 천체룡이라는 이름으로 번역 된 것을 보면
울쑤안에 마법의 바람 대신 중원의 바람이 분다는 가설에 확신을 더해준다.
썬 드래곤과 스타 드래곤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에 있으나 문 드래곤은 있지도 않은 은자가 들어갔다.
굳이 저걸 다 3글자로 맞춰야 했을까?
딱 무협지에서 별호를 정할 때 글자 수를 통일하는 것 같지 않은가?
정말 동방불패라도 불러야 할 것 같은 이름들이다.
여기서 슬슬 끝났으면 하지만 몇가지가 더 남아있다.
이쪽은 무협지 감성은 좀 빠졌지만 번역 자체가 오역인 경우다.
실버린 가드(Silverin Guard)다.
번역가는 이들을 은빛 근위대로 번역했다.
피닉스 가드가 불사조 근위대가 된 걸 보면 가드를 일괄적으로 근위대라 번역 한 건가 싶기는 한데
몇가지 예외들이 있어 단언하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 것은 오역일 수 밖에 없는데
실버린 가드는 근위대로써의 가드가 아니라 토르 이브레스의 정예 수비대로써의 가드다.
엘리리아 리버(Ellirian Reavers)
대략 해석하자면 엘리리아 약탈자 정도가 될 것이다.
이들이 대뜸 기마대가 되었다.
원문을 그대로 해석하기만 해도 됐을텐데 기병의 카테고리에 있다고 해서 그 프레임으로만 묶으려다 보니 원문이 훼손되었다.
이러한 케이스는 하나 더 있다.
드래곤 프린스(Dragon Prince)
하이엘프를 해본 유저들이라면 누구나 애증을 품을 법한 하이엘프 최고티어 기병대다.
최고 티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구리구리한 대장갑, 대대형 성능과,
엘프 내전에 최적화 된 스탯분배로 귀쟁이 이론에 힘을 더해준 유닛이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니 생략하겠다.
이들을 용공 기병대라고 번역하는 것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단순히 원문에 기병대라는 단어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들은 원래 진짜 드래곤 기수들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용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고,
탈 드래곤은 없는데 전쟁은 해야되니 어쩔 수 없이 말을 타게 된 이들이다.
용의 기수였다는 사실은 이들에게 굉장히 큰 자부심이고
저들은 스스로를 결코 기병대라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 그것이 자신이 지금 말이 아닌 용에 타고 있다는 망상으로 이어지기는 한다만...
어쨌든 배경 설정을 완전히 무시한 이름이라는 뜻이다.
배경 설정은 게임을 하는데 필수는 아니지만 알면 알수록 깊은 몰입감과 큰 재미를 제공한다.
드래곤 프린스의 설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유저가 용공 기병대라는 이름을 보게 되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게임에서의 번역은 단순히 외국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을 통해 유저들이 더 큰 몰입감을 느낄 수 있게끔 해주는 작업이기도 한 것이다.
실버린 가드의 사례 또한 그런 것이다.
이걸로 대강 하이깐프 정리를 끝냈다.
끝내고 보니 쓸데없이 진지하게 쓴 것 같은데
필자에게도 중원의 바람이 들어와서 그렇다고 이해해주면 되겠다.
마무리는 판관 포청천으로 하겠다.
부디 수정 될 것이라는 번역이 포청천처럼 명쾌하게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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