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통 사람이랑 다른 게 있다면 삶에 미련이 별로 없다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세속적 욕심은 있다. 빚 없이 살고 싶고 적당히 사고 싶은 거 살 수 있었음 좋겠고 그냥저냥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 아프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이야 몸뚱이가 있는 한 있을 수밖에 없겠지,
내가 얘기하는 건 좀 다른 부분이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잘 살고 싶어하고, 그게 안 되면 살고라도 싶어하는데 나는 어떻게든 산다는 선택지는 후순위다. 그렇게 되는 상황이 왔을 때 '이 세상 떠도 할 수 없지'라는 생각이 그저 들 뿐이다.
30여년을 살면서 인생의 2/3가 고통스러웠던 기억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 시간동안 내 인격은 지워진 거나 다름없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게 살아왔으니까.
지금 내 인생을 객관적으로 보자면 썩 나쁜 건 아닐 거다. 비록 평생 연인같은 것 없이 살았지만 어차피 자연에서 수컷은 거의 다 도태되니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하면 그만이고, 목 때문에 조금 아프지만 디스크가 새는 것도 아니고 돈이 궁하지만 그렇다고 사고 싶은 걸 아예 못 사는 것도 아니니까. 적당히 사는 데는 문제없다.
그런데 살만해지면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해질 줄 알았는데, 우울증에서 완치되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하나도 돌아오질 않는다. 참 신기하다.
그저 내가 없어지면 부모가 따라올까 그게 걱정되어 살아있을 뿐.
예전에 스님이 윗집에 있었을 때 절에 귀의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실업자였고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멋모르고 두려움에 거절했다.
지금은 왜 스님이 내게 그걸 권했는지 잘 이해된다. 다만, 이제는 거기로 가기에는 늦었으니까.
마음이 갈 곳을 잃은 걸까나... 아니면 고통스러웠던 세월 동안 인격이 지워져서 복구되지 않는 걸까나.
복잡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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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2/3기간동안 참 오랫동안 병원에 왔다갔다 했죠. 저에게는 학원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자기가 완치됐다고 주장하는 정신병적 증세는 의사 말 안 듣고 나아진 기분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대다수니 말씀이 이해가 갑니다만, 병리적 증상과 제 상태를 대조했을 때 없어진 게 맞고 의사 선생님도 직접 처방까지 '종료'하였기 때문에 완치는 맞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조현병인가 생각해 보면 그 도와주세요 한의사같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이상한 놈이 넋두리한다 너그러이 생각해주세요. | 22.02.16 23: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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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게 병원쪽이라면 정신병적으로는 끝났지만 이제 심리 상담 같은 일상 생활에 도움 주는 재활이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 22.02.16 23: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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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쪽 흉터는 많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인생의 전환점도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4년 전 심리상담을 받은 후였거든요. | 22.02.16 23: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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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보다는 체념같긴 한데 머릿속 정리가 안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봐야겠습니다. | 22.02.16 23: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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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를 그랬나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때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이겠죠. | 22.02.19 21:4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