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Ledman 님께서 번역중이신 5pb의 걸작 어드벤쳐게임 `슈타인즈 게이트`를 한국에 좀 더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연재하는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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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pb의 과학 어드벤쳐 시리즈 2탄, 슈타인즈 게이트, 시작합니다.
- 랩에 돌아온 나는, 낮에 연기를 뿜으며 침묵해 버린 고물 TV를 수리 맡기기 위해서 아래층에 있는 브라운관 공방으로 향했다. 통이도 마유리도 오늘은 돌아가 버렸기 때문에 오오히야마 빌딩의 좁고도 경사가 급한 계단을, TV를 들고서 혼자서 내려오는 작업은 상당히 고생스러웠다.
- 엉덩이로 공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날이 저물어서 어두운 가게 안에, 해외 뉴스 방송을 비추고 있는 거대한 브라운관 빛은 여느 때보다 더 눈부시게 느껴졌다. 42인치 브라운관 TV. 이제 일본에서는 입수할 수 없는 녀석인 모양이다. LCD TV가 일반적이 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엄청나게 크게 자리를 차지하는 브라운관 TV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 : 여어, 무슨 일이냐, 오카베.
- 그 거대한 브라운관 앞에 앉아서 스포츠 신문을 보고 있는, 근육질인 불량 중년. 이 남자가 바로 공방의 주인이자 빌딩 주인이기도 한 텐노지 유고다. 나는 이 남자를 미스터 브라운이라 부르고 있다. 브라운관을 더없이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이다.
린타로 : 무슨 일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군요. 텐노지씨한테서 받았던 TV가 부서졌어.
텐노지 : 이 자식, 내 브라운관을 난폭하게 취급했군.
- 묵직한 TV를 나는 간신히 카운터 위에 놓았다.
텐노지 : 사랑이 부족한 거야, 사랑이.
- 곰 같은 아저씨가 사랑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릴 줄이야. 닭살돋잖아.
린타로 : 수릴 부탁하고 싶은데. 최우선으로.
텐노지 : 여전히 이상한 말투로 말하는군, 넌.
- 점장이 곧바로 TV 고장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걸 기다리는 동안 나는 할 일이 없어서 가게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먼지 때문인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구석구석까지 브라운관으로 가득차 있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그것들은 모두 고철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미스터 브라운 말로는 모두 다 돌아간다는 모양이었다. 30년은 되어 보이는 오래된 것, 평면 타입, 거기에다 LCD TV로 옮겨가기 직전에 발매된 하이비전 브라운관 TV까지, 뭐든지 다 있다고 했었다.
린타로 : 오늘은 늦게까지 영업하시는군요. 여느 때라면 밤 7시에 가게를 닫잖습니까?
- 아키바는 밤이 되면 급속히 사람이 줄어든다. 대형 가전 양판점조차도 밤 8시나 9시쯤 되면 가게 문을 닫는다. 그러고 나면 낮의 활기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이 거리는 조용해지게 된다.
텐노지 : 오늘은 좀 있다가 손님이 오거든.
린타로 : 손님? 예의 작은 동물 말입니까?
텐노지 : 이 자식, 내 사랑스런 딸을 동물 같은 식으로 부르지 마라.
- 날 노려보고 나서, 점장은 품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내서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거기엔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무언가를 보면서 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 근육질 중년 남성이 변태 로리콘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이 사진에 있는 여자애는 점장의 친딸이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 정도 되었던가. 이 아저씨가 더없이 사랑하는 것, 그 2다. 이름이 뭐라더라. 가끔씩 이 공방에 놀러오는 걸 본 적이 있다.
텐노지 : 나에한테 손대면 죽여버릴 테다.
- 맞아, 텐노지 나에. 꽤나 희한한 한자를 쓰는 이름이었지. 가끔씩 이 가게에 얼굴을 비칠 때가 있어서, 2층에 사는 우리하고도 교류가 있었다. 우리라고 할까, 마유리하고만 친하다고 하는 편이 맞겠군. 나하고 통이는 무서워하는 듯, 그다지 가까이 오지 않으려고 한다. 그 나이에 이미 내가 내뿜는 광기의 아우라를 눈치채다니, 실로 전도 유망한 소녀다. 점장은 딸이 찍힌 사진에다 대고서 거침없는 포즈로 키스를 했다. 정말이지 기분 나쁜 광경이다.
린타로 : 그런데 딸 이외에도 이 공방에 손님이 오는 일은 있나요?
- 내가 랩을 빌린 지가 반 년 정도 되는데, 이 가게에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돈이 안 되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수지가 맞는지조차도 수상하다.
텐노지 : 손님이랄까, 뭐랄까.
- 사진을 집어넣고, 다시 TV의 상태를 조사하기 시작하며, 점장은 애매하게 답변했다.
텐노지 : 흠, 이건 아마도 기판 접촉 불량이로군. 고칠 수 있겠어.
린타로 : 그런가요. 그럼 잘 부탁합니다.
텐노지 : 기다려. 견적서를 만들어 주지.
린타로 : 뭣이!? 돈을 받는 건가!?
텐노지 : 당연하지. 돈을 안 낼 생각이었던 거냐!?
린타로 : 이 TV는 텐노지씨한테서 받은 건데.
텐노지 : 그게 어쨌다고. 애프터 서비스까지 공짜로 해 주겠다곤 안 했어.
린타로 : 이런, 수명이 거의 다 된 고물을 떠넘겨 놓고선, 그런 소릴…!
텐노지 : 시끄러. 그러면 다시 가져가도록 하지. 가전 리사이클 법에 정해진 회수비는 받겠지만 말야.
린타로 : 그건 횡포야! 인류사의 미래를 바꿀지도 모르는 남자를 등쳐먹으려 하다니!
텐노지 : 하아? 그건 누구 이야기지?
린타로 : 물론 내 이야기죠.
텐노지 : 이빨이나 닦고 자라, 꼬맹아. 애당초 2층을 거저나 다름없이 빌려주고 있는 내게 그런 소릴 하다니, 배짱 한 번 좋구나.
린타로 : 훗, 수리비는 외상으로 하죠, 미스터 브라운.
- 결국 난 이 아저씨한테는 게길 수가 없다. 그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 그쪽을 보자 여성 손님이 한 명 들어온 참이었다. 중고품스러운 디자인을 한 츄리닝을 입은, 팔다리가 가늘고 긴 운동 선수 같은 여성이었다. 꽉 끼는 스패츠를 입은 허벅지에는 튼튼한 근육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
??? : 안냐세요―
린타로 : ……
텐노지 : ……
- 한 순간 『더 월드』 스탠드가 발동된 게 아닌가 싶었다. 있는 그대로 지금 일어난 일을 말하고 싶은 기분이다.
??? : 어, 어라?
- 그 여자는 양 손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서 우리 쪽으로 내민 채로,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 인사법은, 몇 년 전에 남성 아이돌이 쓰기 시작해서 어린애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했던 것이었다. 아니, 개인적으로는 동TV의 아침 방송에 출연했던 베테랑 성우가 원조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간에 꽤나 오랜만에 본 거다. 방금 전에 점장이 이야기했던 손님이란 건 이 여자를 말하는 건가. 손님이 아니라 점장의 지인일지도 모르겠다. “예의 작은 동물”하고는 배다른 또 한 명의 딸인가? 그렇지 않으면 내연 관계? 그 여자는 간신히 “안냐세요―” 자세를 풀고서,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아마네 : 으음, 좀 전에 전화했던 아마네입니다.
- 거기서 드디어 시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텐노지 : 아, 알바 면접을 보고 싶다던 애로군. 내가 점장 텐노지다.
린타로 : 알바 면접이라고!? 이렇게 젊은 여성이!? 이 텁텁하고, 미적 감각은 제로에다가 장사도 안 되며, 땀내 나는 아저씨가 점장인 브라운관 공방에, 알바를 희망한다는 건가―
텐노지 : 이 자식, 다음 달부터 2층 집세 1000엔 더 내라.
린타로 : …전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물론 제 3자가 참견할 문제는 아니지만. 하지만 브라운관 공방에서 알바를 모집하고 있을 줄이야. 이렇게 한가해 보이니 그럴 필요성은 전혀 없어 보이는데.
아마네 : 아― 그건 제가 전화를 해서 간곡하게 부탁한 거예요.
- 그 여자는 조금 죄 지었다는 듯, 그렇게 대답했다.
아마네 : 처음에는 거절하셨지만, 점장님한테 제가 꼭 일하고 싶다고 부탁해서,
- 그건 정말이지 의외다.
텐노지 : 요즘 세상에 참 별난 젊은이도 있더군. 뭐, 거기 그 의자에 앉아, 아가씨.
아마네 : 시, 실례하겠습니다.
- 아무래도 정말로 이제부터 면접을 할 모양이었다. 난 돌아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별 소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동석하게 되었다. 여자의 표정은 딱딱하다.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알바 면접 정도의 일에? 더군다나 “간곡히 부탁했다”라는 방금 전의 말하고는 달리, 그 태도에선 그다지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텐노지 : 그래서 이름은 뭐라고 하지?
아마네 : 아마네 스즈하입니다.
텐노지 : 나이는?
아마네 : 18.
- 나하고 동갑인가.
텐노지 : 학생?
아마네 : 아뇨.
- 그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백수인가.
텐노지 : 어째서 우리 가게에서 일하고 싶은 거지?
스즈하 : 브라운관이 좋거든요.
텐노지 : 채용! 내일부터 나와라!
린타로 : 잠깐, 그걸로 된 거야? 랄까, 이건 개그야? 혹시 몰카!?
스즈하 : …고마워요, 점장님.
- 하지만 아마네 스즈하라고 이름을 밝힌 여자는, 여기서 드디어 안도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나서 내 쪽으로 힐끗 시선을 준다.
스즈하 : 그런데 말야, 넌 누구야?
린타로 : 내 이름… 듣고 싶다는 건가? 아니, 관두는 게 좋아. 그걸 알게 되면 너한테도 재앙이 내릴지도 모르니까.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이 내 이름을 안 것만으로 “기관”의 표적이 되었지. 미국의 새라, 이탈리아의 크라우디아, 프랑스의 시모누… 더 이상 누군가를 위험하게 만들 수는―
텐노지 : 어이, 등신 같은 망상에 빠지지 말라구.
- 큭. 조금도 마음씀씀이가 없는 딴지였다.
텐노지 : 이 멍청이는 2층에 세들어 있는 오카베 린타로라고 하는 놈이지.
- 점장이 대신 날 소개했다.
린타로 : 오카베가 아냐, 난 호오인―
텐노지 : 시끄러. 집세를 1000엔 더 올릴까보다.
린타로 : …오카베 린타로다.
- 여자는 일어서서는 내 어깨에 손을 짚고서 진지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스즈하 : 널 노리고 있는 그 “기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곤란한 일이 생기면 나한테 상담해, 오카베 린타로. 그런 데엔 익숙하니까.
린타로 : …하?
텐노지 : …?
- 익숙하다니, 뭐가?
스즈하 : 경우에 따라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혼내 줄 수도 있고 말야.
린타로 : 미스터 브라운. 그녀를 채용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텐노지 : 그래, 뒤숭숭하군. 소동이라도 일으키면 짜를 거니까 알아서 해. 애당초 그 기관이다 뭐다 하는 건 오카베가 창작한 거니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스즈하 : 창작…?
린타로 : 그냥 그렇게 생각해 두는 편이 좋을 거다.
-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세계는 이 내 앞에 엎드려 빌게 되겠지. 후하하하! 그 때 또다시 아마네 스즈하가 날 가만히 쳐다봤다. 그녀에겐 다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즈하 : 그런 게 유행하고 있는 거구나. 하나 배웠네.
- 유행하고 있진 않은 것 같은데.
괴게임, 애니메이션 서브컬쳐 이야기 나눔터, Nex32.net입니다~
// 슈타인즈 게이트 번역 - 1장-7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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