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영상도 있지만 브금 깔 거라는 내용)
오늘은 그냥 썰이 깁니다. 움짤도 있고 영상도 있지만 잡담 태그인 이유가 그래서에요. 스샷만 보고 넘기시는 분들 미안해요.
제 시작지점에 있던 룬석이 가리키는 에이크쉬르의 위치는 바다 건너 보이는 건너편 대륙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 목표가 뭔지도 모르고 넥과 죽고 죽이는 사투를 벌이던 저는 한동안 그 놈을 살려두기로 했습니다. 쫄았거든요. 그러다 첫 집을 짓고 사슴을 투창으로 잡는 것에 익숙해지니까 에이크쉬르가 친구들을 집에다 부르더라고요. 아 내가 이제 슬슬 진행을 해야 하겠구나 싶었죠. 이 게임이 항해가 개쩐다길래 마침 잘됬네 기대에 부푼 가슴을 안고 뗏목을 만들었고 실망했습니다.
아니아니 처음엔 와 뗏목 개커! 이러면서 좋아했는데 이게 항해가 아니라 표류를 하더라고요 우리 뗏목이가...그리고 더 웃긴 건 그 뗏목을 가지고도 반나절도 안 되서 반대 대륙에 도착하더라고요. 하 이거 바단줄 알았는데 또랑이었네. 근데 내가 그 또랑을 수영을 몬해가 저기를 못가니까 참 답답하더라고요. 사실 이 게임 제작진이 과거에 했던 게임중에 헤이븐 앤 허스가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 게임에서 '수영으로 강을 건넌다 = 자1살' 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아 이걸 여기다 구현하냐....싶었지만 어쨋든 시원섭섭한 느낌이 남더라고요.
아무튼 그렇게 실망스러웠던 첫 항해는 항해법 튜토리얼이라는 느낌으로 넘어갔고, 엘더는 더 먼 대륙이 있길래 저는 그게 제 세계의 보스 시드가 구린 건 줄도 모르고 '야 이런 식으로 점점 외각 탐험을 유도하는구나 재미있네' 이렇게 생각했지 뭡니까. '뗏목 = 뜨는 쓰레기' 라는 인식이 박힌 저는 카르베를 만들고 나서야 어느정도 이 세계의 항해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롱쉽이죠. 근데 이 롱쉽이로는 반대편 대륙을 가는데 방향 맞출려고 돌다가 어디 구석에 박혀서 그거 빼내느라 낑낑대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고요. 그렇다고 뜨는 쓰레기를 바다에 투척할 수는 없고...'다리를 만들자!'라는 목표는 그 때 생겼습니다.
그리고 롱쉽으로 주변을 돌아보니 이게 에이크쉬르 제단이 있는 왼쪽 대륙만 다리로 이어주면 헤엄쳐 지나갈 수 있는 계곡 사이로 시작 대륙보다 큰 대륙이 3개가 더 있으니, 제 발로 갈 수 있는 곳이 정말 크게 늘어나더라고요. 더더욱 다리가 짓고 싶어졌습니다.
막 다리 지어야징 ㅎㅎ 하던 그 시절에는 '철 들보 = 대륙도 이을 수 있는 신의 부품' 같은 인상이어서 '내가 철만 낭낭하게 있으면 어? 다리도 그냥 현수교로다가 그냥 확 어?' 이러면서 정신승리도 했죠. 사실 제가 봤던 작품 중에는 건설 규칙 폐지 모드 같은 걸 쓴 사람의 작품도 있었지만 그 때 그런 거 어찌 알겠어요.
다리를 짓고 싶다는 소망이 가면 갈수록 커져서, 한 번 내가 생각한 게 통하나 확인이나 해보려고 테스트용 캐릭을 하나 만들어 실험을 했습니다.
https://bbs.ruliweb.com/game/85637/read/2507726 지금보다 내용이 훨씬 부실하긴 했지만 이 글의 수정 전 원본이 그 때 쓰여진 겁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이거 생각보다 힘든 일이겠다' 싶었습니다. 해저 기반을 디버그 모드로 어케 올린다 하더라도, 바다 한복판은 깊을 텐데 주탑 간 간격은 어쩌지? 롱쉽 폭이 6m라 실질적으로 통과 할 수 있는 최소 너비가 7m인데 당연히 이거로 지으면 통과하다 다리 다 부셔먹겠죠. 도저히 롱쉽이 용이하게 통과할 만한 너비가 안 나올거라 생각했고, 한동안 다리 건설은 '치트를 쓰더라도 불가능한 영역'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마이홈을 개장하고, 작업장을 작업장과 포탈 허브로 쪼개서 증축하고, 사우나도 만들고 불꽃놀이도 해보고 할 일 없으면 세계를 탐험해서 크립트 많은 늪지대 찾고...하다보니 창고에 금속이 슬금슬금 쌓이더라고요. 제가 포탈 꼼수를 쓰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요령이 생기니까 포탈로 금속 빼고 다 옮기고 금속만 롱쉽 재료를 원정지에서 조립해서 바로 싣고 본진으로 나르는 식으로 운영하니까 게임하는 맛도 있고 시간 차이도 막 심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세계 막 왔다갔다하면서 로딩할 때 문득 찾아오던 현타가 사라져서, 개인적으론 잘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철도 쌓이고 나무 쇠 들보를 사용하는 경험도 쌓여가고, 마이홈의 야외 테라스에서 반대편 바다를 볼 때마다 씁쓸한 기억이 떠오르다보니, '다리 한번 지어봐?' 하는 생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레딧에서 본 어떤 건축에 크게 영향을 받았고, 해당 건축법을 나름대로 체화한 시점이어서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그 자신감 덕인지 예전에 떠오르지 못했던 생각인 깊은 수심에서 지면 올리기가 어디까지 올려줄까? 를 직접 확인할 마음이 생겨서 테스트캐릭을 다시 꺼내 테스트 세계에서 디버그모드로 실험을 해보니 생각외로 가능성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깊은 수심에 디버그모드 없이 어떻게 하게? 라는 생각에 결국 이번에도 포기하긴 했지만, 치트를 쓰더라도 불가능했던 것이, 대량의 철과 디버그모드를 쓰면 해볼 수는 있는 것이 되었죠.
그러다가 레딧에서 고무적인 정보를 발견했습니다. 물 속에서도 서 있을 수 있다면 스태미나도 차고, 건축물도 지을 수 있는 거였죠. 그래서 마치 다이빙벨마냥 수중 건축물을 짓고 그 안에서 건물을 지어보니, 이게 화면도 같이 출렁출렁거려서 스냅 맞추기가 고역이긴 했지만 성공은 했었죠. 이제 대량의 철만 찾으면 되는데.... 대략 50일 넘게 배만 타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는데 늪지에 크립트가 많은 곳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ㅎㅎ 세계의 끝에 시작 대륙만한 늪지에 크립트가 달랑 12개라니 말이 됩니까. 제 시작 대륙이 좀 작긴 하지만요.
다시 실망감에 빠져서 다리 지어보겠다고 모아둔 자원으로 기존 거점들 리모델링을 하고 나니 그래도 기분이 좀 풀려서, 에이 크립트나 다시 찾아보자 했죠. 그리고 아래 지역을 발견했습니다.
맵을 밝혀가면서 크립트를 하나하나 지도에 마킹하는 과정이 엄청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결국 다리 건설은 '대량의 철이 있으면 해볼만한 것' 에서, '대량의 철이 있으니 해보자'가 되었습니다. 지면 올리기 매커니즘이 바뀐 이후로 어떻게 됬나 적응 겸 컨셉아트 구현 겸 겸사겸사 항구 건물도 지어보고 말이죠.
그러니까 제가 지금까지 여기에 올린 글들은 어찌보면 다리를 짓기 위한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도저히 본인이 어떤 형태의 다리를 지을지 상상이 안가서 레딧과 루리웹에서 건축 양식을 배웠고, 여기 팁글 보다가 큰 건축을 지을 때는 나무를 심어서 숲을 정기적으로 가꾸는 게 좋다는 말에 늪지대 탐색이 다 끝나갈 즘에서야 쇠스랑을 만들어서 나무도 심고 순무도 가꾸고. 다리 짓는 데 참고하려고 위키 가서 정보 찾아보다 발견한 유익한 정보 한국에 번역된 글이 없어서, 가끔 소득없이 무료한 날에 부족하나마 옮겨보고. 실험해서 결과 안 좋음 다리 지을라고 모아둔 자원 털어서 딴 짓 하고 =-=;;
아무튼 시기적으로도 hearth & home 업뎃 전이고, 나름 외형도 결정했고 짓는 방식도 이젠 다 할 수 있고, 괜찮은 정보도 일단은 다 옮겼고. 다리를 짓는다면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석재가 좀 모자랄 거 같아서 돌을 좀 캐고.... 나중에 진짜 모자라서 저기서 좀 더 캤습니다.
크립트에서 철을 좀 모아옵니다. 목재야 틈틈히 나무를 심어서 챙겨놨으니 이젠 정말 다리 뿐이네요.
첫 시작. 일단 감을 잡아봅니다. 지어보니 저 위치에서 두 칸 오른쪽으로 보내면 적당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두 칸 밀고 그렇게 짓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쇠 들보로 주탑 간격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생각없이 들보 뽀개면 저렇게 아까운 쇠가 바다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나마 저긴 얕은 곳이라서 다이빙으로 먹어지는데, 나중에 최고 수심 작업할 때 조준 미스로 박살낸 들보는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최고 수심 지역에서의 삽질 ㅋㅋㅋㅋㅋ 노하우가 쌓이기 전이라 걸어 내려가면서 한단 한단 아래로 내려가는 개어려운 방법으로 시도했었습니다. 웃긴 건 저거 전엔 저 방법이 먹혔어요. 그래서 여기서도 그랬는데... 그러면 안됐어...
우여곡절 끝에 최고수심 지역에 주탑을 세우고 그 위에서 반대편 육지를 봅니다. 얼마 안 남았죠.
(깊은 절망)
그 와중에 개그하는 놈들. 아니 해골이 기습한다는데 대체 어딧는겨? 하다가 수면 아래 뽀글거리는 거 보고 설마? 하고 freefly로 확인해보니 옹기종기 모여섴ㅋㅋㅋㅋㅋㅋㅋ
결국 기습은 개뿔 붕쯔붕쯔나 하다가 그렇게 해산하더라고요.
그래도 얘네들은 괜찮습니다...
난관이었던 최고 수심 지역의 주탑 2개를 모두 설치한 다음 감동의 일주. 사실 중간중간 이렇게 의미없이 돌아다니느라 건설 시간이 길어진 것도 있습니다 ㅋㅋ;
마침내 반대편 땅에 도착! 현기증이랑 피로감이 싹 사라지던 그 기분 잊지 못합니다.
(참혹함)
포브스 선정 발하임에서 가장 비참한 스샷 1위
그리고,
마참내!
딱 아침 해가 뜰 때 저 계단들을 다 이었는데 참 상쾌했었죠 ㅎㅎ
교량 건설은 끝났으니 이제 외양을 꾸밀 차례입니다. 처음 생각했던 외양은 아래의 2개를 참고했습니다.
첫째는 전남에 무안과 영암을 잇는 무영대교. 저는 다리를 지을 때 처음부터 사장교 형식을 눈여겨 봤는데요. 이유 하나는 롱쉽을 통과시켜야 하는 이상 함부로 하단에 뭘 설치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길게 늘어진 석재 다리를 멀리서 봤을 때 정말 얇딱꾸리한데, 그걸 꾸미는 용도로는 사장교 형식이 더 맞다고 생각했고, 둘째는 사장교의 와이어는 대각선 들보만으로 구현이 가능해서 비바람에도 내구도 감소 없이 유지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발하임의 구조안정성 계산상 석재를 마냥 높게 쌓아올릴 수는 없었고, 최고 수심에서도 가능할 정도로 쌓아올릴 높이의 구조물을 찾다보니 '엑스트라도즈교' 라는 형식을 알게 되었고, 마침 무영대교가 딱 눈에 들어왔죠. 물론 저거도 발하임에선 불가능하긴 한데 암튼 낮은 주탑과 와이어를 이용해서 멋진 다리를 지었구나 싶어서 끌렸습니다.
....지금 보면 다리 교각 개튼튼하게 지은 거 뻔히 보이는데 말이죠 ㅋㅋㅋㅋㅋ
다음으론 이 컨셉 아트. 아니 다리 옆에 집을 짓는다고? 그리고 그 아래에 독을 만들어서 배를 정박시킨다고? 당장 하자!
다만 옆의 탑과 다리 위 주택을 동시에 건설하려다 보니 너무 한 쪽으로만 건물이 쏠려서 경관을 해치기도 하고, 뭣보다 지을 공간이 안남더라고요. 그래서 탑과 건물을 좌 우 나눠서 배치했습니다.
돌탑을 원형으로 구현하기로 하고 크기를 맞추려고 위처럼 간단하게 기본 틀도 짜봅니다.
그리고 이건 초창기 외장. 아니 분명 7m짜리 탑인데 너무 초라한 거에요. 와이어도 뭔가 부실부실하고.
지금 생각하면 와이어만 밀도 있게 깔았어도 훨씬 보기 좋았겠지만 아무튼 계획을 변경합니다.
내 다리 마련의 꿈을 이룬 바이김씨에게 휴식이란 없다. 얇은 사다리 하나에 온 몸을 맡기고 그는 건설노동에 한창이다.
안전 좋아 좋아 좋아!
......무사고 1일 째.
개인적으로 아까보다 낫습니다만 주탑이 너무 허하죠 ㅋㅋㅋ 복대처럼 나무 벽을 두르거나 X자 사선으로 도배하는 걸 좀 시도해봤는데 사실 설계 변경 자체가 계획에 없어서 아직 이렇다 할 아이디어가 없네요. A 자 형태로 점점 오므리는 형태가 보니까 매력적이라 일단 그쪽으로 생각 중이긴 한데....어 머리가 굳었네요 ㅋㅋ;
개인적으로 일단 바닥 석재 옆구리를 꾸며주면 아마 꽤 느낌이 달라질 걸로 예상 중입니다.
아래의 컨셉아트는 이렇게 구현했습니다. 건물과 탑을 좌우로 나눠서.
아래에서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탑 내부는 이런 광경입니다.
대충 올라가는 모습.
그리고 다리를 한번 건너봤습니다.
에이크쉬르 잡기 전에 사슴 트로피 먹으려고 주변 폐허하나 대충 고쳐 쓴 곳. 걸어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철도 거의 다 털었고요. 다시 채우면 됩니다. 일할 거리가 생기는 건 언제나 즐겁죠.
점점 뒤로 가네요 ㅋㅋ;;;
그 처음의 거점이 이렇게 바뀌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아직 고칠 부분이 산더미에요. 주탑은 그냥 폐허 같고, 탑에다가 배너도 주렁주렁 달아놔야 하고, 다리 옆구리 허전한 건 장식 붙이면 될 거 같은데 귀찮고... 철이랑 석재는 거의 동났고 할 일은 쌓여있고...
그래도 일단 이정도 일 했으면 쉬어도 되겠죠? ㅎㅎ 당분간 느긋하게 즐겨야겠습니다. 우선 바닥난 식량 창고부터 채워야겠습니다 ㅎㅎ
그러면 다들 즐거운 발하임 라이프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내용 추가.
이 정도만 해줘도 허한 느낌은 많이 주네요. 이제 다른 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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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감사합니다 ㅎㅎ 발하임 레딧에 시드니 하버 브릿지 만드신 한국인 분도 계시고 여러모로 연륙교가 제가 처음은 아니긴 하지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거여서 속이 후련하네요. | 21.05.11 12: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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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 21.05.12 20: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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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짓고 철이랑 석재 목재 다 바닥나서 채우느라 고생좀 했습니다. 겸사겸사 다른 것도 좀 채우고요 ㅋㅋ 재료도 모았으니 이제 다시 건축! | 21.05.16 17:5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