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엑을 사고 이 게임 저 게임 해보다가, 파크라이5가 게임패스에 있어서 오랜만에 2회차 클리어를 했습니다.
파크라이5를 해보셨다면 조셉 시드가 주인공을 세뇌하려고 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에 이 명제가 낯설지는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예 이 게임의 본편이 전부 세뇌과정의 환상이라는 생각입니다.
오프닝을 보면 어떤 사람이 에덴의 문의 예배장면을 스트리밍 방송하였고, 그걸 본 조셉 시드가 촬영자를 살해하는 장면이 실시간 방송됩니다. 이 사태를 포착한 정부에서 연방보안관을 파견하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지역 보안관과 그의 부하인 신입 보안관보 플레이어는 연방보안관과 함께 조셉 시드를 구속하러 호프 카운티 중앙의 섬에 착륙하고,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그를 구속해서 헬리콥터로 수송하려던 때 공격받아 추락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죠.
먼저 제 개인적 견해는 체포를 선택해 본편이 시작되는 시점, 즉 유비 소프트 로고가 뜬 시점부터 전부 환상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게 생각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헬기가 추락하고 더치에게 구조되어 눈을 뜬 시점부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 납치되기 전이라도 북쪽 끝에 위치한 제이콥 시드의 건물에 다가가면 온리유 노래와 함께 바로 기절합니다. 아직 납치되어 세뇌되지 않았다면 그 노래는 그냥 노래일 뿐입니다. 쓰러질 이유가 없지요. 다시 말하자면 이미 더치의 벙커에서 깨어난 시점에서 플레이어는 세뇌된, 혹은 세뇌중인 상태인 겁니다. 이는 사실상 세뇌가 완료되는 엔딩지점이 더치의 벙커라는 점, 즉 오프닝 이후 게임 플레이 내용은 전부 세뇌 과정에서 본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죠.
작중 어느 집에서 들을 수 있는 자동응답기 내용에 세뇌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놈들은 세뇌를 시키기 위해 약물, 폭력, 게임마저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지요. 그렇습니다. 바로 이 게임의 플레이 자체가 조셉 시드의 세뇌과정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조셉 시드의 교리는 기본적으로 사이비의 전형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멸망의 예언, 심판의 날과 인류의 파멸, 자신들은 특별하며 구원받으리라는 계시, 자신이 신의 대리인이라며 '아버지(Father, 성부)'라는 칭호를 쓰는 점. 또한 교인들은 여기저기에 예배당을 짓고 약에 취해 통성기도를 하며 자신들의 종교를 믿지 않는 이들을 핍박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보여지는 지역의 사람들은 굉장히 독립적이고 집안에 피난용 소형 쉘터를 갖춘 집도 많은 등 집단적 사이비에 쉽게 빠질 타입의 사람들은 아닙니다. 주인공은 이 지역의 신입 보안관보이기 때문에 이 모습은 주인공의 인식일 것입니다.
그래서 조셉 시드는 사람들을 약물과 폭력, 언어적인 압박을 통한 정신 붕괴를 통해 자발적 선택을 한것처럼 착각하게 유도하여 세뇌합니다. 이것은 민간인의 대사를 통해서도 널리 행해지고 있음을 접할 수 있습니다만, 플레이어가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작중 끊임없이 주인공을 향해 날아드는 '전부 네 탓이다!', '네가 이렇게 만든거다'라며 죄의식을 자극하거나 '도움은 오지 않는다', '정부는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말로 정신적인 압박감을 주면서 마음을 꺾으려 듭니다.
또한 플레이 흐름을 끊어버려 욕을 많이 먹은 강제 납치 이벤트도 이것이 세뇌과정의 환상이라면 납득이 가능해집니다. 납치 중에 보여지는 감언이설, 약물중독, 폭력, 감금, 절식, 파블로프의 개처럼 신호에 반응하게끔 목숨을 건 반복훈련을 시키는 등의 모습은 세뇌과정 그 자체입니다. 일련의 상황이 진행되면서 조셉 시드는 끊임없이 자신의 교리가 옳으며 자신의 말이 실현될 것이라는 식의 은유적 대사를 계속해서 주입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공포와 절망을 기반으로 상대를 지배하는 세뇌방식인 조셉 시드는 주인공이 마음이 꺾여 더이상 일어날 수 없는 깊은 절망에 빠져야 지배를 완료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환상이던 아니던 끊임없이 적을 보내 공격하고, 감금하고 약물을 이용하고, 동료를 죽여 희망을 잃게 하려 하지만 주인공은 끊임없이 버텨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후에 핵폭발과 멸망이라는 더할나위없는 상황을 보고나서야 주인공은 절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제서야 조셉은 웃으며 주인공을 마주하고 자신의 예언이 옳았다는 강력한 암시를 통해 주인공을 완벽한 세뇌에 빠뜨리고 자신이 주인공을 구했고, 세상에 오직 너와 나만이 남았다는 식의 환경을 주입해 주인공의 세뇌를 완료하며 엔딩을 맞이합니다.
그냥 돌아간다를 선택하는 엔딩도 환상속이라고 가정하면 밖으로 나가 주방위군을 불러오겠다는 심리가 드러나는 순간 세뇌가 발동되죠.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자신의 믿음을 선택하지 않으면 무한 반복될 뿐이라는... 제이콥의 반복훈련이 떠오르게 됩니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핵전쟁이나 기타 커다란 사안들은 전부 가짜이며, 실상 호프 카운티의 막장 상태, 에덴의 문이 도시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사방에 희생자의 사체를 십자가에 못박고 불태우는 꼬라지도 전부 주인공을 세뇌하기위한 극한 환경의 환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저런 극한 환경을 보여주며 강자만이 살아남고 예언자 조셉 시드를 따르라는 압박이 효과가 좋겠지요. 조셉 시드가 떠드는 수많은 종교적 은유와 예언이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도 전부 허상일 뿐입니다.
예전에 풀버호벤 감독이 연출한 스타쉽트루퍼스가 '영화 전체가 프로파간다'라는 컨셉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도 이와 비슷한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리즈의 역사상의 정사는 주인공이 체포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선택이죠. 숨겨진 엔딩에서는 그대로 교회를 벗어나며 스탭롤이 나오기 때문에 후에 어떤 전개가 기다릴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연방보안관이 호프 카운티 밖으로 무사히 벗어났다면 정부에 심각성을 보고해서 제대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반정부 무장단체 결성과 ㅁㅇ 대량생산 유통에 살인까지 했으니 사형을 피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뭔가 길게 쓰긴 했는데 별 내용은 없네요. ㅋㅋㅋ
아무튼 재미있었습니다. 6도 해봐야할텐데... 이상하게 6는 손이 안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