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은 주인공에게
자신이 타락한다면 용사의 검을 손에 들고 지나간 시간을 찾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성룡의 후손이 타락한 모습인 용왕을 쓰러뜨린 것은 먼 미래의 또 다른 용사였다.
그러면 결국 11 주인공이 살아있을 동안에는 성룡이 타락하여 과거로 돌아갈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11 주인공에게 한 부탁은 아무 의미도 없는 무의미한 것이었을까?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부제와 똑같은 대사인데도?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여기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11의 용사가 지키지 못한 약속을 먼 후대의 용사가 지켰음을 나타내는 장면이다'라고 했는데,
나도 처음에는 단순히 그런 의미인 줄 알다가, 군대에서 할 게 없어서 첫 휴가 동안 온 시간을 쏟아부었던 드퀘 11(결국 막보만 남겨두고 복귀함)에 대해 파고들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이 게임의 부제는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이다.
일어판에서는 성룡의 마지막 대사이기도 하며,
작중에서는 여러 번 '지나간 시간을 찾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작품 내에서만이 아니라,
이 작품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지나간 시간을 찾는 내용이기도 하다.
11에 대한 제작의도는 시리즈의 새로운 원점이며, 그 동안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 대한 헌정작이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는 과거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 상황, 음악이 넘쳐난다.
만약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오랫동안 즐겨왔던 사람이라면, 11을 하면서 부제대로 '지나간 시간을 찾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제작의도를 생각해보면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란 부제는 게임의 내용만이 아니라, 그러한 메타적인 의미도 담은 부제란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성룡이 한 자신이 어둠에 빠진다면 그 검을 들고 지나간 시간을 찾아달라는 부탁은,
단순히 드퀘 11의 용사가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직접 하는 메타적인 의미가 담긴 대사란 걸 알 수 있다.
드퀘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주인공=플레이어라는 원칙을 굉장히 중요하게 지켜왔다.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 용사의 검으로 타락한 자신을 물리쳐달라는 플레이어에게의 부탁은,
지나간 시간을 찾으라(드래곤 퀘스트 1을 클리어하라)는 플레이어에게의 퀘스트이다.
그에 맞게 드퀘 11이 막 나왔을 때는 클리어한 사람에게 드래곤 퀘스트 1을 무료로 플레이 할 수 있게 해주었다.
11의 주인공은 성룡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고, 1의 주인공은 성룡이 부탁한 사람이 아니다.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인 플레이어야말로 성룡의 부탁(드래곤 퀘스트)를 듣고,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 타락한 용을 처단하는 임무(드래곤 퀘스트)를 완수한 것이다.
드래곤 퀘스트 1은 매우 옛날 게임이라 스토리도 별로 없고, 그 위치도 3에 밀려 가장 옛날도 아닌 중간 시간대이다.
그런데도 호리이 유지는 시리즈의 최신작인 11과 가장 옛 작품인 1을 훌륭하게 연결시켰다.
중간에 3이 있는데도 11과 1의 연결고리가 너무나 훌륭하고 견고하다.
정말 호리이 유지는 천재적인 이야기꾼이자, 게임제작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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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로도 있는 걸로 기억합니다. | 21.02.01 14: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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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쯤부터 흘미가 생겨서 7, 9, 10 빼곤 전부 클리어했습니다ㅎㅎ 너무 재밌었어요 | 21.02.02 18: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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