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말해서 잘 만든 게임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스위치판으로 먼저 하고, 플스4판으로도 구매해서 두 번 했습니다.
뭔가 모를 매력이 있어서입니다.
출시전에서부터 홍보했듯이 이 게임의 세계관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소위 크툴루 신화로 대변되는 그것), 그 중에서도 인스머스의 그림자에서 대놓고 따온 것이고, 따라서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좋은 평가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드스페이스 같이... 기괴한 크리쳐들이 등장하는 광기의 소굴에서 살아남는 서바이벌 액션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그닥 취향에 안 맞을 것입니다.
1. 게임의 성질
사설탐정인 주인공은 이 비정상적인 공간에서 광기의 원인을 조사하며 그 진상에 다가가는 것이 시놉시스인데요, 셜록홈즈 게임 개발사답게 ‘조사’ 와 그에 따른 ‘추리’ 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기본이고 액션은 부가적인 것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은 진행에 따라 총기를 여러 가지 입수하게 되지만 딱히 총질하는 맛이 좋은 것도 아니고, 크리쳐가 다양한 것도 아닙니다.
즉 이 게임은 액션을 약간 가미한 어드벤쳐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어드벤쳐성이 좋은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현장 조사를 통해 증거들을 발견하고 그에 의해 생성된 ‘단서’ 들을 이어붙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식인데요. 셜록홈즈의 경우에는 그러한 결론이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지만, 싱킹 시티에서는 어떠한 결론을 내어도 게임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즉, 추리에서 A가 범인이다 라고 결론을 내려도 B를 족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증거를 찾기 위해서는 현장을 뒤져야 하는데, 이런 걸 꼼꼼하게 뒤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호에 맞을수도 있겠으나.... 이놈의 동네는 모두 똑같은 건축사가 했는지 건물 내부 생긴게 거의 다 똑같습니다. 뒤지는 재미도 그닥 없고요... 다만 찾을 것을 모두 찾아낸 경우에는 추가 경험치를 주기 때문에 나름 동기 부여는 있습니다.
2. 크래프팅과 주인공의 성장
경험치 시스템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경험치를 통해 얻는 스킬들이... 그닥 쓸모있는게 없습니다. (그나마 장탄수 UP이나 인벤토리 소지 상한 UP은 낫습니다)
체력회복제, 정신 회복제를 비롯하여 탄약까지 모두 직접 제조하는 방식인데요(이 게임에서는 상점이 없습니다)들고 다닐 수 있는 소재는 한도가 있기 때문에 어딜 가든 아이템을 줍줍하게 됩니다. 다만 특이하게 이 게임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 아이템이 다시 리젠되기 때문에 소재 없어서 고생할 일은 없습니다.
3. 그래픽과 프레임
저는 스위치판과 플스4, 플스프로로 다 돌려봤는데요, 스위치판이 프레임, 텍스쳐, 로딩 모두 제일 절망적이고(그나마 휴대모드로 해야 좀 나아보입니다...) 플스 4는 스위치판보다 텍스쳐와 로딩은 좋은 편이나 프레임드랍이 심한 편입니다. 그나마 프로로 하면 프레임이 좋아지지만... 이것도 심할 때는 30이 이하로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PC가 없어서 모르겠는데, 유튜브 영상 올라온 거 보면 부드럽게 움직이는게 아마 PC판인가 봅니다....
4. 오픈월드
커다란 맵을 진행도에 관계없이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고, 주 임무에 관계없이 부수 임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오픈월드라 정의한다면, 이 게임은 오픈월드가 맞습니다. 근데 꽤 넓은 맵을 만들어 두고 솔직히 자유롭게 할 수 있는건 없습니다. 홍수가 도시를 침수시켰다는 설정이라 맵의 1/3 정도는 물이 들어차 있어 보트로 움직이는데 오히려 귀찮습니다. 차라리 뜬금포이긴 해도 보트 위에서 낚시라도 할 수 있게 해 줬으면 합니다. 게다가 요새 흔한 미니 맵도 없어서 일일이 큰 맵을 열어 내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게다가 여기에도 낮/밤의 구별이 있긴 한데, 그게 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밤이라고 크리쳐가 더 나오는 것도 아니고, 더 세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에 따른 NPC나 퀘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시간대에 따라 도시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것을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 새벽녘에서부터 아침은 짙은 안개가 숨막히게 끼고, 조금 지나면 맑아지다가 일몰 쯤에 이르면 쓸쓸하고 절망적인 노을이 도시를 비춥니다. 이 부분은 광기의 도시에서 뭔가 이질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옵니다. (스위치판은 파티클 엔진이 별로인지 잘 안 보입니다...)
5.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제가 단점만 나열한 것 같은데, ...위에서도 썼지만 저는 이 게임을 두 번 샀습니다. 물론 풀프라이스가 아니라 세일할 때 산 것이긴 해도 무언가 모를 매력이 있다는 것이죠. 현재 루리웹게시판에 이 게임 평점이 4던데요. 절대 그런 점수를 받을 쓰레기작은 아닙니다.
뭔가 으스스한 곳을 배경으로, 홀로, 한정된 자원으로, 살아남아야 하고,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몰라도 꽤 심취하여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단순히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외에도, 1900년대 미국에 유행하던 오컬트적인 오마쥬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도 꽤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종래 이 회사의 셜록홈즈 시리즈를 재밌게 하신 분이라면 ‘오픈월드가 가미된 탐정물’같은 느낌으로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프로그웨어라는 회사가 아직 최적화기술이 부족한지 시각적으로는 별로인 부분이 많습니다만, 저는 발전된 셜록홈즈 IP의 과도기적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셜록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오픈월드게임을 현재 제작중이라는데, 싱킹시티에서 미흡한 부분을 대거 수정한다면 괜찮은 게임이 나올 거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