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파이더맨을 제외하고는 마블 캐릭터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저 역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빌워를 보고 감탄해서 그 이후로 다 챙겨보고 있는데요.
영화를 보고 호감을 느껴 이 어벤져스 게임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멀티가 가능하다는 말에 땡기기도 했죠... 좋은 IP치고 평이 별로라 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단 해보고 까보자는 느낌에 했습니다. 싱글 캠페인 엔딩 보고, 캐릭터는 토르 빼고 50레벨 달성하고, 현재 파밍 노가다 하는 중입니다.
-그래픽
제 눈이 그닥 높지 않아서, 꽤 좋습니다. 스토리 영상 나올때는 그냥 영화보는 기분으로 했고요. 인물 표정 같은 것도 실사처럼 잘 구현되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프레임이 그닥... 그리고 대사 자막 자체는 크게 할 수 있지만 기타 텍스트(자막을 제외한, 옵션이나 스테이터스 화면의 글자)는 깨알같아서 눈이 아픕니다. 데스스트랜딩 패치 이전의 글자 크기보다 더 작은 것 같아요. 게다가 자막이 길어지면 그냥 깨어집니다. 안 나온다는 소리죠. (2줄로 나온다고 가정하면 2번째 줄부터는 안 나옵니다. 그나마 그 정도라면 대충-우리 듣기평가 능력을 최대로 활용해서 유추할 수라도 있는데, 아예 자막이 안 나오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현재 계속 패치를 하고 있다 해도 이부분은 아직도 여전하네요.
-시스템과 진행방식
인왕같은 느낌의 미션 선택제입니다. 동시에 이 게임은 레벨이 아니라 파밍을 통한 성장시스템인데요. 그러니까 몬스터헌터같이 장비를 잘 맞춰야 합니다. 레벨은 스킬점수를 얻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스테이터스에는 전혀 변동이 없습니다.
이 게임이 그지같은게 무슨 멋 낸다고 스테이터스명을 독자적으로 갖다 붙여놨습니다. 무력=근접공격력 정확도=원거리 공격력(그러니까 무력이 아무리 높아도 원거리 투척공격과는 무관하다는 얘기에요) 열정=저항, 숙련도 = 치명타율, 회복력 = 방어력, 결의 = 체력. 장비마다 등급(일반, 희귀, 특급, 전설, 경이)이 있고 등급이 올라갈수록 위 스테이터스 업 효과가 다양하게 붙는건 타 파밍게임하고 같은데, 생소하게도 ‘파워’ 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파워라는 건 등급하고는 또 무관한... ‘강함의 평가’ 같은 건데요. 파워100짜리 장비라 해도 파워70짜리 전설장비보다 못한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그 수치가 강함과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근데, 이 파워 수치는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몬스터헌터나 인왕의 경우에는 우리가 레벨이 얼마든지, 장비가 얼마나 좋든지 적의 스테이터스는 (미션별, 개체별) 고정이죠(파티플레이시 조정되는 것은 제외)근데 이 게임은 우리가 걸친 장비의 파워 수치에 따라 적들 파워도 올라갑니다. 우리는 파워가 올라간다가 마냥 쎄지는 건 아닌데, 쟤들은 파워가 올라갈수록 그 강함이 급상승합니다. 물론 후반에 좋은 아이템으로 맞추면 진짜 슈퍼히어로가 뭔지 보여준다는데.... 글쎄요... 그 좋은 아이템으로 맞추는 과정이 참..
-액션성
아마 많은 분들이 무쌍류를 기대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체는 다구리 당하는 처절한 전투인 것 같습니다. 적으로 나오는 놈들이 초 강화병 아니면 기계같은 놈들인데요(그도 그럴 듯이.... 어벤져스가 아무리 약해도 기본적으로는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초인들인데 보통 인간이 상대가 될리 없죠..)이것들이 플레이를 진짜 그지같이 욕나오게 합니다. 일단 원거리 공격이 무지 아프고, 정신없이 쏴댑니다. 게다가 거의 유도가 됩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나마 방패로 막을 수 있지만, 못 막는 게 더 많습니다. 근접공격 하는 놈들은 나중 가면 슈퍼아머 걸고 때리는데, 이 원거리 공격이 그 사이에 뿅뿅뿅 하고 들어옵니다. 그 속도가 아주 경이적이죠. 사람 미칩니다.
물론 공격당하기 전에 피격 경고도 있고, 회피도 있고 패링도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가시거리 밖에서 들어오는 원거리 공격은 피격 경고도 안 들어와서 답답하고, 대충 예상하고 피해도 그게 유도로 따라 들어오거나 너무 멀리 피하는 바람에 공격의 맥이 끊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패링은 무적이냐? 아닙니다. 보통 난이도에서도 패링불가 공격(빨갛게 빛납니다)을 사정없이 시도하고, 패링불가 공격정도 되면 동작이 크고 굼뜨던지 해야 하는데 엄청 빠르게 움직입니다. 한 대 맞으면 죽는다고 봐야 합니다. (맞고 넉백되기 때문에) 여기서 안 죽으면 주위 잡졸들이 다구리 칩니다. 패링 하느니 그냥 회피하고 다시 때리러 가는게 안전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여기 패링은 배트맨처럼 하는 도중에 무적이 아니고, 하면서도 주위 눈치 봐야 합니다. 캐릭터가 무적이 되는 순간은 패링이 아니라 테이크다운(기절한 적에게 날리는 큰공격입니다)뿐이고, 그나마 장비를 잘 맞추고 특수공격 잘 하면 테이크다운이 자주 뜬다는점이 위안입니다.
이까지만 쓰면 참 게임 스트레스 받으려고 하냐는 생각이 드실수도 있는데...근데
이 게임, 짜증나는데 전투가 참 재밌긴 합니다....
애들이 기계라 그런지 타격음이 묵직한 쇠빠따로 치는 것처럼 ‘깡’ ‘떵’ 하는 소리가 대부분이라 과장된 효과음(빠각!! 이라든지 철썩!!! 같은거)은 없지만, 저렇게 정신없이 치고 빠지고 하면서 때려패는게 참 재밌습니다... 손맛이 있다는 거죠. 적들이 기본적으로 방어를 충실하게 하기 때문에, 강공격과 연타를 상황에 맞게 써야 되고, 순간적인 임기응변이 중요하니까 일반 무쌍류게임과는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캐릭터들의 개성도 다 살아있습니다. 방패를 던지면서 쉴새없이 쥐어패는 캡틴 아메리카,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현란하게 농락하는 블랙위도우, 자유로이 날아다니며(진짜 날아다닙니다.) 묵직하게 때려패는 토르, 고무고무하게 찰지게 패는 미즈마블, 닥치고 팬다 헐크.. 등등, 개인의 기본공격은 물론 스킬, 특수공격도 모두 다양해서, 캐릭터마다 다른 방식으로 싸우는게 참재미입니다.
아마 어벤져스 게임을 까는 다른 사람들도 전투 하나는 재밌다고 인정하실 겁니다. 저도 욕이란 욕은 다 하면서도 계속 하게 만들거든요...
-멀티플레이
초반부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미션이 무조건 팀을 이뤄서 나가게 됩니다. 누가 어벤져스 아니랄까봐... 멀티가 아니라면 AI가 알아서 해주는데. 솔직히 얘들 돌대가리라서 답답합니다. 멀티로 플레이하면 아마 위와 같이 거지같은 전투상황에서도 서로 역할분담 잘 하고 지원하면서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멀티하려면 별도로 스퀘어에닉스 계정에 가입해야 된다고 하네요. 크게 귀찮은 것 같진 않지만 아직 안해봤습니다.
-총 평
마블팬이라면 후회하시진 않을 겁니다.
파밍 난이도가 좀 악랄하고 반복노가다라서 이런 데 취미 없으시면 금방 질립니다.
전투가 상당히 재밌기 때문에, 정신없는 다구리 액션을 좋아하신다면 취향에 맞습니다.
마블 좋아하는 사람끼리 멀티하면 잘 하실 겁니다
싱글 캠페인 스토리 짧은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