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가 우주에 퍼뜨린 '인간'들은 쿠가 떠난 후 대부분 멸종했지만 살아남은 종들은 자신들만의 생태적 지위를 얻었다.
웜즈
쿠가 태양을 마개조한 바람에 타는 듯이 뜨거운 태양 아래에 거주하던 인간. 수정같이 생긴 '식물'의 숲이 땅을 뒤덮은 덕분에 행성에는 아직 산소가 남아 있었고, 그 행성의 유일한 척추 동물이자 스타 피플의 마지막 후손인 웜(Worms) 또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외모는 전체적으로 창백한 과다성장 벌레같은 생김새. 땅을 파기 위해 손이 거대해졌고, 눈과 귀, 신경계 절반이 퇴화되었다. 신경계가 죄다 퇴화했으니, 땅을 파고 먹이를 먹고 짝짓기를 하는 것 외의 지능이 존재하지 않는 건 당연지사. 그나마 번식력이 왕성했던 덕분에 인류의 유산을 조금이나마 보존해냈다고 한다.
타이탄
사바나 행성에서 살아남은 거대한 인간이다. 길이만 40미터를 넘길 정도. 앞다리가 코끼리 다리처럼 퇴화한 대신 코끼리의 코처럼 아랫입술에 근육 조직이 발달했다. 이래뵈도 당시 은하계에 남아 있던 인간들 중에는 가장 영리한 인간 종에 속해서, 과장된 자세 덕분에 두뇌를 원시 인류 수준으로 다시 발달시킬 수 있었다. 아랫입술로 화려한 목재 조각품을 만들고, 옷걸이식 주택을 짓고, 심지어 원시적인 농업의 형태를 시작했을 정도. 광활한 평원을 가로질러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구전문학을 공유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타이탄은 이렇게 수 십만 년 만에 인류의 계승자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이던 인간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빙하기가 타이탄의 행성을 강타하는 바람에 멸종하고 말았다.
프레데터
육식 인류는 수많은 행성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죄다 한 종류는 아니고, 죄다 육식성으로 진화하는 방향을 골라서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가장 흔한 종류는 손가락에 날카로운 발톱을 탑재한 부류들이었다.
이들 중 가장 효율적 사냥 방식을 고른 종은 인류의 외부 개척지 중 하나에 살고 있던 프레데터였다. 고양이과 동물처럼 발톱을 넣었다 꺼낼 수 있었으며, 턱은 날카로운 이빨로 가득했고 귀 또한 먹이의 위치를 잘 포착할 수 있게 발달했다. 행성의 다른 인간들을 사냥하면서 이들은 다시 한 번 지능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맨텔로프
모든 인류가 쿠의 개조 하에 이성을 잃고 짐승이 된 것은 아니었다. 맨텔로프가 그 예로, 이들은 악기이자 살아있는 녹음기 역할을 하도록 개조당한 인간이었다. 쿠가 은하계를 떠나자, 맨텔로프는 행성의 생태계가 빈약했던 덕분에 겨우 초식성 네발 짐승의 생태적 지위를 획득해 살아남았다.
조금 불완전할 지언정 또렷한 인간의 정신과 불구나 마찬가지인 동물의 몸을 가지고 있는 맨텔로프의 삶은 괴롭기 그지없었다. 이 세상이 어떤 꼴이 났는지 이해할 수 있는 지능을 지니고 있었지만, 몸 때문에 세상의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었으니까. 수 세기동안 맨텔로프는 종교와 구전을 통해 절망과 상실의 노래를 부르며 초원 위를 돌아다녔다.
그나마 이들에게 다행이었던 사실은 자연선택이 그들의 고통을 줄여주었다는 것이다. 두뇌를 잘 활용할 수 없다면 두뇌가 발달할 일이 없었으니까. 우둔하고 지능 없는 맨텔로프들은 이성이 남아 있던 맨텔로프보다 빨리 성장했고 풀을 더 잘 뜯었다. 10만년만에 지성이 사라진 맨텔로프들이 기존의 개체들을 대체했으며, 그들의 우울한 세계는 영원히 침묵 속에 잠겼다. 진화에 성스러운 것이란 없었다.
스위머
쿠는 특이하게도 수많은 수중 인간들을 창조해냈다. 아마도 그들의 생명 주기가 수생 유충기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품종 개량이 이어지자 수중 인간들은 다양하게 분화했다. 사지가 없는 장어인간이나 고래같이 비대한 입에서 물을 뿜으며 헤엄치는 거대한 베헤모스, 식량으로 쓰기 위해 지능을 없애고 개조시킨 월로워(Wallowers) 등등 온갖 종류의 수중 인간이 존재했다. 이들은 죄다 길들여진 인간이었던 탓에 야생 적응력이 없는 수준이었으며, 쿠가 은하계를 떠나자 빠르게 멸종했다.유전자가 덜 개조된 스위머(Swimmers)만이 수중 인간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인공 아가미가 없었고, 앞 지느러미에 손의 흔적이 남아 있었으며 뒷다리 또한 남아 있었다. 눈꺼풀 뒤에 인간의 눈이 남아 있었으며, 어느 정도 대화도 나눌 수 있는 모양. 쿠의 먹이는 원래 지구에서 식량으로 쓰기 위해 들여온 동물들의 후손인 물고기와 갑각류로, 수천년 동안 쿠의 지배 아래 진화가 멈춰 있었다. 쿠가 떠나고 자연 선택의 손길이 다시 한 번 바다로 뻗어나가자, 스위머들은 지성의 축복을 버린 채 다시 한 번 먹이 사냥에 적합한 구조로 몸을 바꿔나갔다.
리저드 허더
리저드 허더(Lizard Herders) 는 다른 인간들과 다르게 꽤 운이 좋은 종에 속했다. 다른 인간들처럼 형태를 왜곡시키는 대신, 쿠는 발견적 학습을 발달시키지 못하도록 소뇌의 구조를 뒤틀어버리고 이들의 두뇌 발달을 가로막았다. 하필 이 행성에 포식자가 없었던 탓에 리저드 허더들의 지능이 높아질 요소가 없었다.
이들은 마침내 행성에 사는 다른 생물체들과 공생 관계를 이루었다. 본능적으로 거대 초식성 파충류를 '사육' 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얼마 안 가 열대 기후가 파충류들의 적응 방산을 이끌어냈고, 한때 별 사이를 여행했지만 개조당해 뇌가 망가진 멍청이들은 이 파충류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리저드 허더가 이 파충류들에 맞서서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진화는, 조용히 짐승의 망각 속으로 가라앉는 것 뿐이었다.
템터
암컷은 2미터 정도의 키에 부리 달린 커다란 나무줄기에 살이 붙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육식성 식물마냥 땅에 몸을 반쯤 묻고 지낸다. 수컷은 반대로 뒤틀린 펭귄 원숭이처럼 생겼으며 걸어다닐 수 있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 음식을 나르고, 암컷의 몸을 청소해주며, 암컷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암컷이 소리와 페로몬을 조합해 가장 강하고 순종적이지만 멍청한 수컷들을 골라 자기 뜻대로 조종하는 것이다. 교미할 때에는 암컷의 늘어난 음문 속으로 수컷이 들어간다어찌 되었건 문명이 발생하기에는 좋은 조건이었지만 유성우가 이들이 서식하던 숲을 쓸어버리는 바람에 멸종했다.
본 크러셔
쿠의 애완동물에서 파생된 인간. 쿠가 사라지자 애완 인간은 다양하게 분화했으며, 이 본 크러셔(Bone Crusher)는 지능을 발달시켰다.
키 3미터의 그야말로 설화 속 트롤에 가까운 이미지에 가까우며, 이빨이 합쳐져서 생긴 큼직한 부리를 가지고 있다. 시체를 먹는다는 한계 때문에 인구가 도통 늘어나질 못하면서 본 크러셔의 문명은 몇천 년이 지나 멸망했다고 한다.
콜로니얼
콜로니얼(Colonials)은 두어 번 쿠의 맹공격을 버텨냈지만 세 번째 침략에 쓸려나간 행성의 인류가 개조당한 모습이다. 쿠는 이들을 학살하는 것조차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고 여겨 눈 코 입이 달린 벽돌로 개조해버렸다. 이들은 쿠 문명의 폐기물을 먹는 살아 있는 여과 장치로 4천만 년을 고통 속에 살아 왔다. 이 모든 것을 징하게 자각하고 있었기에 쿠가 사라지자마자 맨틸로프 이상으로 절실하게 자살을 바랐던 종족이지만, 그들의 육체는 고통받은 만큼 효율적으로 변해 있었다. 결국 이들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누비이불마냥 행성 전체를 뒤덮으며 퍼져나갔다. 4천만년의 고통 끝에 드디어 콜로니얼에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플라이어
플라이어(Flyers)는 쿠의 영역에서 흔한 인간 종 중 하나였다. 적어도 12개 이상의 행성에 한두종 이상 존재했다는 듯. 대부분은 박쥐 또는 익룡과 닮았으며, 천사나 악마 하면 떠오르는 사람에 날개가 달린 모습에 가까웠다고 한다. 가스 분비샘을 이용해 날아다니는 종도 드물게나마 존재했다는 듯. 대부분 지성을 개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약지와 소지에 가로질러 뻗은 날개를 통해 날아다니는 날다람쥐 같은 종은 예외였다.
이들이 비행 인간 중 유일하게 쿠가 인위적으로 개발한 독특한 터빈과 같은 심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가슴 중앙에 위치한 불가사리 모양의 장기가 산소를 폐에서 혈류로 직접 조달했다. 지금까지의 호흡 기관을 다 씹어먹는 효율적 구조를 가졌던 것. 그래서 이들은 비행능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능같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기능을 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종이 생태계의 생태적 지위란 지위는 다 파고들도록 분화하면서, 한동안은 모든 후손들이 지능 대신에 다른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이 재능을 써먹었다. 폭격기 사이즈로 커진다던가 음속을 뛰어넘는 비행 능력에 투자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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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자
저것은 자연스러운 진화가 아니라 '쿠'라는 외계인이 자신들의 도구로 쓰기위해 또는 인류에게 형벌을 내리기 위해 유전자 개조를 거친 결과물입니다 | 18.10.10 21:3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