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다음주부터 휴가기간이라 뜸해질 예정입니다.
쉬면서 업뎃되는 활협전을 할 생각에 기분이 좋군요.
다들 활협전을 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관심 부탁드려요~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링크 남깁니다!
월영전은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되고 있는 2차창작, 팬픽입니다. 본작의 스토리에서 따와 개인이 만든 것이니 본작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있지 않습니다. 별개의 작품입니다. 월영전은 활협전이 아닙니다.
저는 활협전의 본 스토리를 존중합니다.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긴장감이 감도는 대회장의 상황. 묵령은 바로 전의 대련을 벌이고 또다시 대회장으로 나와 가면을 쓴 그녀를 마주하고 있었다. 비록 휴식을 했다하나, 피로가 그리 쉽게 풀릴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부탁을 위해 자신은 천천히 호흡하며 내력을 회복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엽 공자."
"......?"
당포의 였다.
"무슨 상황입니까, 이건?"
"그걸 왜 저한테 묻는 것입니까?"
"그야..."
엽운주는 당포의의 물음에 그저 대회장에 시선을 고정시킬 뿐이었다.
"두고보시면 아실 일입니다. 저에게 물어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을겁니다."
"흐음...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당포의는 짤막하게 답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괜찮겠지."
엽운주는 머리 뒤춤으로 넘어간 삿갓을 두 손으로 머리에 씌워 자신을 향해 비추는 태양빛을 가렸다. 그리고 눈빛을 가다듬고 대회장의 두 여협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괜찮을 거야."
"갑자기 쉴틈없이 대련하기위해 불러세운 것은 죄송합니다만, 준비되셨습니까?"
대회장의 비연이 묵령에게 물었다.
"내력 회복에는 문제 없습니다. 연 소저를 상대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말이지."
"?"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흠흠."
비연의 작은 목소리에 묵령은 의미를 몰라 고개를 갸우뚱했다.
휙휙. 착!
비연은 목검을 휙휙 돌리며 자세를 잡았고 묵령 역시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양손을 등 뒤로 접어 자신의 수를 숨기는 자세를 보였다. 비연의 표정은 가면에 가려져있었지만, 어째 그 표정을 알 것만 같았다. 검을 잡고 자세를 잡았지만 검 끝은 살살 떨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심정을 어렵지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 왜 떠는거지? 바라던 일이 아니었나? 이전의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
묵령은 그녀의 알 수 없는 손 끝의 떨림에 의아한 기분을, 내려간 입꼬리가 증명하고 있었다. 비연의 검은 그런 묵령의 표정에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휘두를 준비를 끝마쳤다.
묵령과 비연사이에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고, 곧이어 대련을 시작하는 첫 수가 대회장에 뿜어져나왔다.
"비검격(秘劍擊)!"
"?!"
비연의 첫 수가 섬광과 같이 날카롭게 찔러들어왔다. 이전에 느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가와 생각 이상으로 놀란 묵령. 그때의 여유로워 보이던 천진난만한 모습보다 월등히 날카로움을 보인 비연의 첫 수였다. 묵령의 잔털이 긴장감에 곤두서기 시작했다.
' 워, 원래 이런 검격이었나? 과연... 대충이 아니구나, 오늘은. '
놀란 것은 비단 묵령만이 아니었다.
' 내 혼신을 실은 비검격이 안먹혔어? 그것도 기습을 노린 첫 수가? '
서로가 당황한 눈빛이 마주쳤고, 그제서야 멈췄던 몸들이 하나하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찔러들어간 비연의 목검은 그대로 묵령을 향해 방향을 틀어 베어들어갔고, 묵령은 그녀의 목검이 자신의 결을 따라 올 것임을 눈치채고는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 그대로 뒤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이마저도 알고 움직이는 비연의 눈빛이었다. 마치 그녀를 잘 알고 있는 움직임을 적나라하게 보였다.
"!!"
검과 경공이 어우러져 그저 피하기만 하는 묵령의 궤적을 정확히 찔러 들어갔다. 묵령은 이전 경기를 순간적으로 복기하여 사방을 울려퍼뜨렸던 번소천의 무공을 떠올렸다.
"격공탄보(激功嘆步)!"
발에 공력을 깊게 실어 그대로 바닥을 딛었다.
파아앙!!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묵령을 중심으로 파동이 주변 것들을 모조리 밀어냈다. 그것은 비연의 몸도 함께 밀어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강고한 파동의 한 보(步)였다.
"윽!! 아직이야!!"
비연은 묵령의 무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악착같이 붙어들려 애를 썼다. 자신을 밀어내려는 날쌘 바람을 파고들어 다시한번 묵령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 그, 그와중에 다시 들어온다고? 어찌된 강심장...!? '
비연의 검은 묵령의 찰랑거리는 머리를 비집고 들어가 얼굴에 노렸지만 안타깝게 닿지 않았다.
"방향이 그 사이에 바뀌었어...?!"
묵령은 그대로 뒤로 뛰어 더욱 간격을 벌렸고, 뒷주머니에서 암기를 두어개를 꺼내 그대로 비연을 향해 던졌다.
팅! 팅!
날아오는 두 암기를 막은 비연은 곧바로 앞을 쳐다봐 묵령을 살폈지만 이미 온데간데 없이 자취가 사라진 뒤 였다.
"윽...!"
짧은 감탄을 뱉고는 곧바로 검을 자신의 뒤를 향해 휘둘렀지만 바람을 베어내는 소리만 공허하게 날 뿐 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빠져나와 시야간격을 넓혔고, 공중에서 암기를 던지려는 그녀를 겨우 발견했다.
휙! 휙!
묵령은 기다렸다는 듯, 암기를 또다시 두어개를 던졌고, 비연은 생각이 바뀌었는지 막기는 커녕, 그 궤적을 눈으로 보고 피해버렸다. 그녀의 움직임에 묵령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 이, 이걸 다 피해? 그것도 눈으로 보고? 마치 내 움직임을 아는 것처럼 움직여. 어떻게 이럴 수 있는거지? '
"......"
묵령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는 곧장 그녀에게 달려들어 검을 뽑아들었다.
"비검무(秘劍舞)!!"
비연의 검이 묵령에게 파고들어갔고, 묵령은 재빨리 그 궤적을 따라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내 피했다. 가까스로 검격을 피해낸 묵령은 그녀가 뻗은 검을 따라 팔을 뻗었고, 공력을 실은 장을 자신의 손을 통해 쏘아냈다.
"격공장(激功掌)!!"
뻐어엉!!
공기가 커다란 굉음과 함께 터졌고, 그 충격의 여파가 대회장의 모든 공간을 울려 퍼뜨렸다. 하지만 장이 터져 나간 곳에는, 이미 비연은 모습을 감춘 뒤였다.
"윽...! 그사이에 아래로?"
비연은 묵령의 격공장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지만 가면에 금이 가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에 간신히 피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연은 기지를 발휘하여 묵령의 발목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비검기(秘劍氣)!!"
비연의 검기는 그녀에게 철천지 한이 맺히기라도 한듯, 끈덕지게 따라붙기를 고수했다. 묵령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탄식했다.
"윽! 너무 집요해!! 떨어뜨리려해도 계속해서 쫒아오다니!"
"놓치지 않아!!"
가까운 거리에서 휘둘려 쏘아지는 검기는 생각 이상으로 강하게 묵령을 조여들었다. 비연의 비검기를 차마 피할 틈도 없이 그것을 두 손을 교차시켜 막아냈지만, 그 강고함에 막았던 두 손이 버티지 못하고 얼굴 위쪽으로 튕겨져 올려졌다. 묵령의 완전 무방비상태가 비연의 눈에 들어왔다.
기회였다.
"비월(秘月)!!"
비연이 크게 원을 그리며 검을 휘두르니 밤하늘의 보름달 같은 검기가 사방을 흩뿌렸고 그대로 묵령의 시야를 덮쳤다.
"......"
순간 비연은 그녀의 더욱 냉정해진 눈빛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 ...?! 그녀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것도 틀리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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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령은 그녀의 움직임에 의문을 깊게 품을 수 밖에 없었다.
' 안되겠어. 비연은 나를 아는 사람이야. 나를 아는 사람들치곤 이렇게 날카롭게 들어오는 무림인은 얼마 없을 텐데... 해봤자 당문사제 사형들, 란 소저, 엽 공자... 그리고... 그... 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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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 다시 만나자. }
"......!?"
묵령의 눈에 순간 스쳐지나가는 소녀의 모습. 묵령은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 그럴리없어. 그 아이가 무공을 쓴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도저히 그려지지 않아. 그런데... 그런데 왜 네가 겹쳐보이는거지? 목소리도, 키도 전부 다른데, 그런데 왜? '
묵령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듯 조용히 비연을 응시할 뿐이었다. 비연과 묵령은 그대로 지면에 착지했지만 비연 만큼은 늦을세라 가만히 굳어있는 묵령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 아직은 아니야. 더, 더 강하게 몰아붙이는 거야!! '
"비소상격무(秘嘯裳擊舞)!!"
비연의 찌르기와 베기가 현란하게 출수되어 묵령의 주변을 에워싸 들어갔다. 순간 정신을 차린 묵령은 그녀의 날카로운 난무에 묵령보의 모든 것을 발휘해 피해냈다. 하지만 전부 피하지는 못해서 비단이 찢어지는 소리가 간간히 났다. 너덜너덜해진 묵령의 옷자락이 비연의 검무가 얼마나 날카로웠는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탁! 탓! 타!
꽃잎처럼 날아 지면을 박차고 내뻗는 묵령의 손끝에는 어느 틈엔가 공력이 모아져 있었다.
"격공충탄(激功衝彈)!"
격공장을 응축시켜 손끝에서 쏘아진 날카로운 탄지공은 비연의 가면을 예리하게 노렸지만, 비연 역시 절대 양보할 생각이 없이 절묘하게 피해냈다.
쿵!
서로가 근접하여 팔목이 부딪혀 묵직한 소리를 냈고, 부들부들 거리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휙! 퍽!
비연이 남아있는 주먹을 뻗어 내지르니 묵령도 남은 손으로 그것을 막았다. 서로의 공격이 막힌 채 곧바로 발을 내지르는 묵령이었지만 무릎을 올려 내질러지는 발을 막는 비연이었다.
"으으..!"
"으... 지지 않아...!"
순간의 틈을 놓치지않고 손을 재빨리 풀어 묵령의 가슴 소매를 잡고 끌어당겼지만 비연도 어느샌가 소매를 붙잡혀 대치상황이 계속되었다.
"하앗...!"
"...!"
비연은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묵령의 안면을 향해 돌진했다. 묵령은 피하려했지만 초근거리에서의 그녀의 타격은 두 손과 다리를 봉인당해 막을 길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를 악 물고 그대로 박치기를 받아냈다.
빠악!!
"큭...!"
묵령의 자세가 크게 휘청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묵령은 맨살, 비연은 가면이었기에 타격은 오히려 묵령이 심했다.
"비, 비겁하게...!"
"싸움에 비겁을 운운하지 마!"
충격에 휘청이는 묵령을 그대로 밀어버리고, 다리를 걸고는 그대로 발로 차, 공중에 띄웠다. 빠르게 다시 목검을 붙잡고 묵령을 향해 날파람을 싣고 날카롭게 휘둘러 들어갔다.
"비소상격무(秘嘯裳擊舞)!!"
또다시 비연의 난무가 시작되었고, 묵령은 방어를 굳힌 채 그녀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기 시작했다.
퍼퍼퍽! 탁! 파박!
"......"
"저리 당하고 말다니. 비연 꼬마도 굉장하군. 설마 소사매를 허수아비꼴로 만들어 버리다니. 가면을 이용한 것이 묘수가 되어버렸나. 나도 소사매를 저리 때려본 기억이 없는데, 정말이지 가차없군."
엽운주와 당포의가 그녀들을 보고는 팔짱을 껴고 지켜볼 뿐이었다. 예상을 벗어난 비연의 선전에 다들 말문이 막혔다.
"묵령 동생이 저리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위국이 당하고 있는 묵령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움에 비파를 세게 쥐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애틋한 것은 비단 당문 뿐이 아니었다. 그녀가 힘들 때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이 위국이었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며 마치 나약했던 모습의 묵령이 겹쳐보였다. 왠지 가슴 한 구석이 미어져왔다.
"당 대리인의 상태가 아깝군. 대회를 연속으로 뛰니 쉬는 시간이 있었다 한들, 불리한 것은 매한가지. 게다가 비연 소저는 자신이 쓸 수 있는 묘책으로 가면을 이용하다니, 제법 재치가 있군. 검무도 제법 예리하고, 기회를 포착하였으니 전력으로 공격한다. 확실한 방법이군. 자, 장문대리인. 어찌 나올 것인가?"
냉정한 눈으로 그녀들을 지켜보고 있던 하후란도 팔짱을 낀채 손가락을 툭툭 튕기며 아쉬움을 보였다. 역시 경험과 순발력은 둘 다 대담하고 날카로웠으나, 자신이 가진 무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기 관건인 싸움이었다. 작은 묘수라도 사용해야 승리를 가져오는 것. 그것이 그녀들의 싸움이었다.
몰아치는 검무에 너덜너덜해진 묵령의 차림이 비연의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비연은 비소상격무를 멈추고 묵령이 굳힌 방어를 향해 발로 밀어차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속에서 알 수 없는 묵령의 위화감을 느꼈다.
' 뭐, 뭐지? 분위기가... 달라졌...다?! '
"......"
비연의 난무와 발차기에도 묵령의 눈빛은 오히려 날카로워져 있었다. 비연은 마치 심연 속에서 찔러드는 비수에 심장을 꽂힌 것 같이, 그녀의 눈빛에 가슴 깊숙이 공포감에 사로잡혀 버렸다. 보이지 않는 가면 뒤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소리가 들려왔다.
{ 짤랑짤랑. }
방울소리가 어느 사이에 비연의 뒷통수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뒤? 뒤에 뭐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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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어!? 잠, 잠깐 소사매!! 멈춰!!"
"!!"
당포의와 엽운주가 서둘러 묵령과 비연의 곁으로 뛰어들었지만, 비연은 어리둥절하며 묵령의 상태를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자신에게 무엇이 다가오는지도 모른채. 묵령은 피로로 인해 이미 정신을 놓아버렸고 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심연을 풀어놓은 상태였다.
[ 비연유성...(飛燕流星) ]
파바바밧! 파박!
큰일이 벌어질 찰나, 가까스로 당포의는 묵령을 제압해 끌어안았고, 엽운주 역시 비연을 끌어내 그녀의 신체를 보호했다.
' 젠장. 천지무성세의 마지막 절초가 비연유성령(飛燕流星鈴)이라니. 섬뜩하기도 하지, 이런걸 가르쳤다고? 장문인이? 정말 자기자식이라고 각별하기도 하군. 조금만 늦었어도 비연 꼬마가 정체도 못 밝히고 죽을 뻔했잖아. '
당포의는 엽운주 쪽을 바라보았고,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그녀들을 안아들고 대회장의 바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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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라버니?
겨우 눈을 뜬 비연이 말했다.
"괜찮다. 별일 없었어. 넌 끝까지 잘했다. 누군가가 들을라, 조용히 말하거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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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아는?"
"당 대사형이 데려갔다. 부인에게 갔으니 별 일 없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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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무 매몰찼어?"
"대련이면 그정도는 해야지. 별 것 아니다."
"하, 하지만..."
"아직도 어리광 부릴 참이냐."
"......아니."
"그거면 됐다. 넌 당 소저를 상대로 잘해주었어. 잠시 쉬거라."
"......응."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좀 어떻습니까, 부인?"
쓰러져있는 묵령의 맥을 짚던 양유시가 당포의의 물음에 답했다.
"연속된 대련에 피로가 좀 있을 뿐입니다. 비연 소저께 받은 타격은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단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보니 격정적인 감정상태까지 몰린 듯 합니다. 그래도 금방 깨어날 것입니다."
"피로라... 그나마 다행이군."
그때 엽운주가 홀로 들어왔다.
"장문대리인은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곧 깨어난다고 하니 괜찮을거요. 그나저나 혼자 오신겁니까?"
"딱히 같이 올 필요는 없습니다만..."
"뭐, 그 말도 딱히 틀리진 않지만 말이지..."
둘은 쓰러져있는 묵령을 보았다. 그녀를 보다가 마음이 통한 둘은 얼른 자리를 빠져나와 잠시 전의 상황을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엽운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마지막에 당 소저의 그것, 혹시 대사형의 그것 아닙니까?"
당포의는 혀를 찼다.
"장문인의 말장난인 것인지... 설마 깃털(翎)을 방울(鈴)으로 바꿔 전수했을 줄은... 특히나 사람을 상대로 할 때는 나조차도 무슨 일이 벌어질 줄 모르는데 소사매가 사용하는 꼴을 볼 줄은 나도 몰랐소. 그쪽은 괜찮습니까?"
엽운주는 망설임 조차없이 대답했다.
"설명해놓았습니다. 아마 괜찮을 겁니다."
"그나저나 신기하군. 비연... 꼬마는 어쩌다가 몸이 그리 변했소? 아예 다른 사람이던데. 병의 완치와 관련이 있는게요?"
엽운주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병은 부인을 만나 일단 완치는 되었습니다. 대신에 원인도 모른채 이형(異形)의 몸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스스로가 조절이 가능한. 아마 이전의 몸으로 되돌아간다면 곧장 알아보실 겁니다."
당포의는 얼굴을 한껏 찡그리며 난생 처음보는 광경에 놀랐지만, 그나마도 다행이라 여겼는지 크게 한숨쉬며 안도했다.
"이형이라... 이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인가? 완치했다니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엽운주가 말했다.
"남은 과제는 이제 그녀들에게 맡기려하니 괜찮겠습니까?"
"지금 당장 밝히는 것이 아니면 나중에는 본인들이 받아들여야지요. 설마 장문인의 생존만큼의 충격이 더 있을 줄은 몰랐는데, 잘도 이를 숨기셨구려? 앞으로 어쩐다..."
"그녀가 원한 것이라 아는 이가 극히 적습니다. 그냥 모른채 다녀야지요, 대사형."
당포의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끄으... 잊고 있었건만, 낯뜨겁지도 않소?"
"부인도 당문인이 된 마당에 어떻습니까?"
"이놈의 가족들이 기어이 본협의 탄식을 불러오는구나. 아이고 두야."
머리가 우는 소리도 잠시, 그들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무슨 일인데 여기서 히히덕 거리는 것이냐, 당포의. 장문대리인은 어쩌고."
하후란과 위국, 용상이 다가왔다. 당포의는 그저 뒷머리를 긁적이며 뭐라 둘러댈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또, 또. 머리 굴리는 표정이 너무 적나라하지 않느냐."
당포의는 어린아이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게 보였소?"
"그대가 본녀를 납치할 때도 비슷한 모양새 였느니라. 데려는 가야겠고, 도통 따라가질 않으니 갈팡질팡하던 그 모양새. 다시 보니 역겨운 것은 그대로군."
그것을 들은 용상이 당황하며 밖으로 나올 말을 가까스로 속으로 삼켰다.
' 나, 납치?? '
당포의는 당황한 용상의 표정을 보고는 아차싶어 허둥대기 시작했다.
"어허! 나, 납치라니. 강호행의 동료로 삼아 같이 합세하여 극락좌사를 잡은 것 아니오??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피식.
"결국 고민해서 생각해낸 것이 두들겨 패서라도 억지로 데려가기였지? 결과만 보기좋게 포장만 하면 전부인 것이냐? 망할 놈. 그때의 본녀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내 앞에서 그 어리석은 표정은 더는 짓지 말거라. 눈꼴시렵다."
용상은 또다시 당황했다.
' 두, 두들겨 패?? '
"아으, 정말!!"
당포의는 서둘러서 머리 속이 복잡해 터질 것 같은 용상을 하후란에게서 빼와 자신의 곁에 두고는 그녀를 다독였지만, 알 수 없는 표정을 일관하여 그를 볼 뿐이니 의도치 않게 상황을 만든 하후란을 나무랐다.
"지금 그게 중하시오, 하후 소저? 소사매의 의중이 우선아니오, 우선!"
하후란은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래, 이 이야기는 이만하고. 이제 어쩔거요? 대회는 진행해야하지 않겠소? 이대로 가다간 어영부영 넘어가버리게 될텐데, 당문의 대사형으로서 뭐라도 좀 해보시오."
당포의는 그녀의 말에 일단 진정하고 어찌해야 할지 떠올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표정이 일그러지는 일행들을 뒤로 한채 어느덧 그들의 뒤에서 묵령이 양유시와 조운의 부축을 받고 다가왔다.
"어쩌긴요. 진행해야지요. 주최자가 이리 쓰러져있을 순 없습니다. 본녀의 몸은 이제 괜찮습니다. 타박상 뿐이니까요. 잠시 피곤했을 뿐이었습니다. 저도 설마 그정도로 비연 소저에게 집중하게 될 줄은..."
위국이 서둘러 묵령에게 다가왔고, 괜찮은지 의중을 살펴봤지만 그녀의 말대로 이상은 딱히 없어 안도했다.
"다행입니다. 걱정했습니다, 묵령 동생. 이제 잠시 쉬시지요."
"위국 언니, 혹시 다음 경기는...?"
위국은 인자한 미소와 함께 답했다.
"물론 본녀가 할 것입니다. 남아있는 소매와 함께 말이지요."
"내력은 괜찮으십니까? 이제 막 회복하셔서 대련 중에 해를 입으실까 걱정입니다."
"괜찮습니다. 확인만 할 것이니 염려마세요. 소매도 알아서 힘을 조절할 것이니, 본녀도 그저 당문의 일원으로 힘이 되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지켜봐 주시겠습니까?"
묵령은 위국의 손을 잡고 말할 뿐이었다.
"지난 날, 본녀를 거두어주신 은혜는 절대 잊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지켜봐야지요. 이 마저도 갚아야 합니다. 제가 재기할 수 있는 힘을 마련해주신 것은 다름아닌 국 언니 이니까요. 저의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툭툭.
"좀 보고 배우거라. 쯔쯧."
"으으..."
"당포의. 이따 본녀 좀 보시지요."
"하아... 내가 지은 죄가 많구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대회장에 자리를 잡은 위국과 우소매. 간만의 실전이라 긴장이 가득한 위국의 넓은 이마에는 피부결을 타고 땀이 흘러내렸고, 우소매는 가볍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위국은 비파를 고쳐잡은 뒤, 굳게 다문 입술을 열었다.
"그럼 시작해보자, 소매."
"괜찮겠어요? 이제 막 맥이 뚫렸을 텐데, 벌써부터 힘빼려는 건 아니에요?"
우소매는 걱정가득한 어투로 물었지만, 실상은 그녀의 되돌아은 힘에 기대가 가득했다. 위국은 편안한 미소를 유지하며 비파의 줄을 다듬고 조율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확인만 하려는거야. 내 몸도 직접 움직여봐야지. 실전감각이 필요해. 너도 이참에 해보고 싶은 것을 해봐. 참고로 너도 철비파공(鐵琵琶功)을 알 것이니 오히려 조심해야 할 것은 소매일걸?"
"후후. 그 이야기를 들으니 들끓으네요. 각오해요? 좀 세게 갈 거니까."
긴장이 되던 몸이 우소매의 도발 어린 말투에 살살 풀리기 시작하자 자신감이 점차 생기기 시작했다.
"바라던 바야!"
우소매는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만족을 하고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 음양결(蔭陽結)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어. 지금본매가 확인해야 할 것은, 설산무공이다. 설산무원공(雪山霧源功)의 이단아, 화인공(火人功). 분심화인(焚心火人)을 이제 제대로 부려봐야지. 저주를 힘으로 다스리는 거야. 할 수 있어. 나도 설산인이다! '
우소매가 가장 먼저 심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설산심법의 차가운 기운이 제일 먼저 몰아치고 이어서 심장을 포함한 오장육부가 불타오르는 작열의 고통이 이어지며 입에서 수증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설산심법(雪山心法). 화인(火人). 으으윽...!"
우소매의 차가운 기운의 설산심법과 억지로 풀어낸 뜨거운 기운의 분심화인이 겹쳐져 주변의 공기가 응결되어 수증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연막을 연상케하는 모습에 마치 구름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지만 잠시 다녀간 바람 덕분에 금새 흩어져 사라졌다. 위국은 우소매의 저주를 이겨낸 당찬 모습을 보고는 감탄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게 분심화인의 고통을 꺾어가며 만든 경지인거야? 작열에 고통스러워 보이지만 확실히 극복했구나?"
우소매가 말을 하려 입을 여니 그 안에서 수증기가 뿜어져나와, 마치 마인(魔人)이 된 것만 같았다.
"극과 극. 열기를 냉기로 중화시킨다. 분심화인의 고통을 어거지로 상쇄시키며 만들어낸 저만의 경지. 설산파의 사람이 되어서야 가능했어요. 이 경지를 더욱 고압축한다는 느낌으로 발전시키면 그것이 극의 조화, 음양결(蔭陽結). 오늘은 음양결의 단계가 아닌 설심화인(雪心火人)의 단계로 가볼게요. 국 언니도 철비파공(鐵琵琶功) 준비를."
위국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파의 한 줄을 부드럽게 튕겨내며 심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철비파공(鐵琵琶功). 현금어심법(玄錦魚心法)."
아름다운 비파의 선율이 대회장을 가득 메우며 하늘은 일렁이고, 나뭇잎이 결을 따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위국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이 비파의 울림에 맞춰 고동치니 점차 위국의 건강한 혈색이 고루 퍼지기 시작했다.
우소매는 듣기만해도 자신의 심법이 깨질까 두려워졌다. 음파공은 마음을 건들고, 머리를 조종하며, 내부를 어지럽게 만든다. 하지만 이를 분심화인의 불타오르는 작열통으로 상쇄시키고, 입술을 악물며 버텨냈다.
"...으윽. 과연, 내력이 조금이지만 돌아오긴 했군요. 비파의 선율을 듣기만해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좋은 승부가 될 것같아."
우소매는 귀를 막고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그녀보다 먼저 공격하는 길을 택했다.
휙! 휙!
우소매가 암기를 두어개 던지자 위국은 그녀의 손짓에 반응하여 재빨리 발을 딛어 경공을 펼쳤다.
"현어공답(玄魚恭踏)."
물고기가 물속에서 자신을 옥죄여오는 작살을 피하듯, 갑자기 솟구치는 듯한 특유의 리듬감으로 피하는 위국. 간만의 경공이라 발을 딛는 것이 다소 어색했지만,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돼, 됐어...! 철비파공의 무공을 쓸 수 있어...! 내력이 많지는 않지만 이걸로 가뿐하게 움직일 수 있어! 나도 드디어 이들에게 도움이...! '
위국의 기뻐하는 표정이 우소매를 비롯한 다른 인물들에게 보여졌고, 가뿐한 그녀의 움직임에 가능성을 눈여겨 볼 수 있었다.
우소매는 추가하여 몇 개의 암기를 그녀에게 던졌고 곧바로 위국은 현어공답의 경공으로 가뿐히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소매는 이번에는 그녀를 다루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우소매는 그대로 위국을 향해 뛰어들었고 패용하고 있던 목단검을 쥐고 그대로 찔러들어갔다. 위국은 그녀의 초식에 당황하지 않고 비파의 줄 하나를 튕겨 조그마한 풍압탄을 쏘았다.
퓍! 퓍!
마치 작고 가느다란 바늘같은 풍압탄을 쏘아내니 그 속도가 우소매마저 당황하게 만들었고, 늦을세라 몸을 비틀어 피해냈다. 하지만 생각이상으로 속도가 재빨랐고 완벽히 피해내지 못해 옷에 조그마한 구멍을 몇개 내버렸다.
퉁! 팅!
위국의 비파의 현이 다시한번 묵직한 음을 내며 공기를 압축시켰고, 두 번째 현이 이어서 튕겨지니 그것을 쏘아냈다.
"현어공수(玄魚功隧)!"
보이지 않는 한줄기의 파동이 궁을 벗어난 화살같이 빠르게 궤적을 그리며 우소매를 덮쳤다. 우소매 역시 놓치지 않고 반응해 장을 펼쳤다.
"설화쌍장(雪火雙掌)!"
그녀의 손에서 냉기와 열기가 뒤섞여 소용돌이치는 장이 쏘아졌고 그대로 위국의 현어공수를 집어삼킨 뒤, 위력이 반감도 되지 않은 상태로 돌진했다. 위국의 내력이 아직 미약하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이에 당황하지 않고 다가오는 쌍장을 향해 비파의 줄을 부드럽게 튕기며 자리를 고수했고, 다시 한 번 당기니 위국의 앞에 보이지 않는 막이 고요하게 펼쳐졌다.
"현어봉어경(玄魚鋒御鏡)!"
위국의 곁에 부드럽게 깔린 막은 마치 잘 닦인 거울마냥 설화쌍장을 그대로 튕겨버려 소매, 자신에게로 되돌렸다.
쐐애액!
"윽!?"
반사된 장이 우소매의 얼굴을 교묘하게 스쳐 지나갔는데 무슨 일인지 모를 속도 때문에 곧장 알아차리지 못했다.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평소와는 전혀 속도로 반사되어 도리어 자신의 무공이 반격해 들어온 것이다.
그나마 그녀의 무의식이 위험을 감지하여 옷의 어깨부분 만을 그을린게 천만다행이었다. 우소매는 위국의 철비파공이 자신의 것을 손쉽게 튕겨버리니 어느 정도의 공격으로 그녀를 덮쳐야 할지 고민에 빠져버렸다.
"공격한 것을 배로 되돌리는 절대거울의 방어. 철비파공의 정수였던가? 내력의 영향을 이리 적게 받고도 이정도라니."
슬슬 몸이 풀린 듯, 어깨를 둥글게 움직이던 위국이 대뜸, 비파의 목을 몽둥이 쥐듯 움켜잡고는 우소매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우소매는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철비파공의 또다른 정수는 비파에 실은 내력이 근접전에도 탁월한 힘을 보인다는 것을. 철비파공이 괜히 강철로 된 무거운 비파를 사용하는 무공이 아니었다. 음파공으로 다수의 적을 무력화시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적을 상대로 하여금 나약하게 보이도록 속여 끌어들이는 교악한 무공이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었다. 겉으로는 유려하고 가냘프게 보이는 철비파공을 가벼히 여기고 근접했다가 머리가 박살나 구전으로만 남겨진 용감하기 짝이 없는 자의 이야기를.
우소매는 자신이 아직 모든 것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평온한 위국을 보며 그녀가 괜히 현공문 장문인 직을 가졌던 것이 아님을 새삼스레 느꼈다.
"이거, 적당히 하다간 적당히로 끝나진 않을 것 같은데...?"
위국은 우소매를 바라보며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나의 내력의 깊이가 아직 깊지가 않아 방어도 겨우겨우 하는데, 역시 소매는 대단하구나. 이렇게 해도 내력의 기세가 전혀 줄어들지를 않다니. 내가 소매를 대적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
책과 음악을 즐기던 그녀의 상냥한 미소가 이리도 교활하게 보일 줄은 몰랐다. 마치 다가오라고 유혹해 오는데, 소리없는 단말마가 그녀의 얼마 없는 내력을 모조리 증발시키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우소매의 머릿속이 갈팡질팡했다. 일방적인 대련이 될 거라 걱정했던 우려가 이제는 더욱 그녀를 대적해보고 싶은 갈망으로 변모해버려 본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위국이 그녀의 고민에 나지막히 말했다.
"걱정말고 다가와, 소매. 나는 정말 괜찮아."
그녀의 꿀같이 달콤한 한마디에 우소매의 고삐가 기어이 풀려버렸다.
"그럼 이제부터 전력으로...!!"
월영전(月鍈傳) (32). 끝.
* 월영전에 등장하는 무공은 필자가 재해석한 것이 많고, 새로 만든 것이 많이 등장하니 이점 참고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