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반복재생입니다.
처음 제가 이 게임을 봤던 때가 스팀 게임 추천에 얼리 엑세스 중이었던 엔더 릴리스가 떴을 때였습니다. 소개 영상에서 드러나는 분위기와 전투를 보니 대충 '모에로운 할로우 나이트'를 생각했었고 그대로 잊고 있었네요.
그러다가 이 게임이 정발되었다고 메일로 알려오길래, 마침 아스탈론이라는 매트로바니아를 하나 끝낸 참이라서 한 번 해봤는데,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게임이었고 덕분에 즐거운 주말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게임 자체는 매트로바니아 기반에 다크 소울식 내러티브를 섞었습니다. 오염으로 멸망한 왕국을 배경으로, 오염에 침식된 불사자와 백무녀라는 설정은 게임 내에서 재생하는 적들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폐허가 된 마을, 무너진 성등은 세계관의 쓸쓸함을 잘 보여주고 항상 쏟아지는 '죽음의 비'는 게임 내 음울함을 고조시킵니다. 이렇게 완성된 거시적인 배경 속에서 보스와의 전투 후 흘러드는 기억, 군데군데 놓여진 쪽지를 통해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게 개인에게 어떤 비극이었는지에 대한 미시적인 배경을 채워나갑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분위기를 살려주는 Mili의 서정적인 사운드트랙으로 게임의 서사를 완성합니다.
이런 다크 소울식 서사성은 어디까지나 스토리나 배경에만 작용하더군요. 우선 전투를 보자면, 몬스터의 공격 타이밍은 눈빛이 붉게 반짝이는 걸로 쉽게 확인이 되고, 상성에 맞춘 스킬로 손쉽게 공략이 가능합니다. 즉사나 큰 데미지를 입히는 트랩의 부재 덕에 아노르 론도의 대궁 은기사마냥 까다로운 지형과 조합된 전투도 거의 없고요. 물론 까다로운 몬스터가 없다는 말은 아니라서, 전투의 적절한 긴장감은 유지가 됩니다.
갓전사 갓갓갓노전사 겔로드나 목 없는 기사처럼 좋은 스킬을 초반에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난이도 하락에 기여를 합니다. 거기에 죽어도 패널티라는 게 기껏해야 한두 칸 전에 있던 쉼터에서 다시 부활하는 정도라서 죽음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덕분에 '탐험하면서 얻은 스킬로 못 가던 곳을 가고, 비밀을 찾아 아이템을 얻는' 매트로바니아의 재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수집품을 전부 모으면 맵 색깔을 다르게 표시하는 것, 월하의 야상곡 스타일의 맵 표기법에서 탈피해서 각 맵이 어디와 이어져 있는지 보여주고, 그 입구의 대략적인 위치를 맵에 표기한 것은 아주 칭찬할 만하다고 봅니다. 덕분에 길 찾는 스트레스가 획기적으로 줄었어요. 물론 '아 씨 여기 있다는데 어디지?' 하는 스트레스는 여전했습니다 ㅋㅋ...
단점이라면 전투에 있어서 타격감이 조금 부족했던 게 있었습니다. '잔잔한 타격감'이라고 해야할지 ㅋㅋ;; 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모션이 약간 종이인형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는데 특히 겔로드가 좀 아쉬웠습니다.
그거랑 보스랑 관련된 문서 중에 몇몇개는 기왕이면 보스 잡기 전에 얻을 수 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네요.
마지막으로 사소한 거지만 감마값 설정 가이드가 좀 잘못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왼쪽의 백무녀가 보이는 정도로 감마값을 조절하라길래 다른 게임에서 하는 것처럼 겨우 보일 정도로 조절했더니 너무 어두워서 몇몇 맵에선 진행이 안되더군요 =-=...
아무튼 적당한 전투 난이도 + 견딜만한 길찾기 스트레스 덕분에 자연스럽게 100% 클리어를 목표로 했고, 결과적으로 매우 충실한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네요. 매트로바니아를 좋아하는 분들께 권할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냥 움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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