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쳐3가 젤다를 끝내가는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인생 넘버원 게임인 게이머 입장에서 글좀 써보려고요
참고로 위쳐3를 스팀판으로 구매하여 블러드앤와인까지 600시간정도 플레이했고 Cdpr에게 돈을 두번 주고싶어서 카드부록 붙어있는 플스판까지 구매할정도로 오래오래 즐겁게 했고 이후 1,2편 올클리어하고 소설(번역된게 6권중에 세권뿐 ㅜ)까지 죄다 읽어서 진짜 마니아라 하실정도 분만 아니라면 위쳐시리즈에 대한 이해도는 나름 있다고 자부합니다. 다만 드라마는 평이 좋지않고 구하기도 어려워서 보지 못했습니다
위쳐3 라는 게임의 최대 강점은 내러티브와 캐릭터 그 자체에 있습니다. 사전에 만들어진 캐릭터를 플레이함에도 게롤트라는 캐릭터가 세계관속에 대단히 모호한 도덕적 기준선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고(이는 게임디렉터의 공이라기보단 원작의 공이 큽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정의의 사도가 될수도있고, 동네잡배 양아치가 될수도 있고, 염세주의적인 방관자가 될수도 있는데 이 모든 선택지와 행위는 실제 플레이와 근접하게 맞닿아있기에 몰입감을 줍니다. 또한 여러가지 서사적 선택지가 치밀하게 사전에 구성되어있고 선택한 서사선택지에 대한 피드백이 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 확실하게 보여짐으로서 그 방대한 세계관에 내가 게롤트를 조작함으로서 진정으로 참여했구나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위쳐3라는 게임은 브오와 못지않은 세기의 대작이기에 수많은 장점이 있지만 저는 이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동/유사장르의 모든 게임을 통틀어 이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게임 역사상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젤다와 비교하셨던 분도 서사성을 언급하셨기에 이에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
젤다에는 분명히 이러한 요소가 없거나 약합니다. 서사는 용사가 마왕을 때려잡고 공주를 구출해 세상을 구한다.. 라는 스포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전형적이고 단순한 모험담에 지나지 않으며 링크는 성격과 설정이 임파나 프루아와 같은 링크를 직접 기억하고 있는 캐릭터들에 의해 사전에 고정되어있고, 기억을 잃었다곤 하지만 잃어버린 기억들은 전부 천편일률적이라 특기할 것이 없으며, 대사하나 없이 과묵한데다 서사적 갈림길이 하나도 없어서 우리가 링크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브오와는 위쳐3보다 못한 게임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젤다는 내러티브를 직접 구성해가는 재미보다는 사전에 구성된 내러티브 요소를 유저 마음대로 체험하고 재배치하는 플롯메이킹에서 대단히 훌륭하다못해 혁명적인 경지에 도달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위쳐3의 세계는 튜토지역인 백색과수원을 제외하고 우울한 늪지대인 벨렌과 리얼한 중세도시 노비그라드/옥센푸르트, 바이킹스러운 섬나라 스켈리게, 그리고 비지마 왕성과 투생공국등으로 쪼개져있고 쪼개진 범위 안에서 소서사를 작게작게 완성하여 큰 그림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구조를 갖습니다.(물론 벨렌과 노비그라드는 심리스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만 퀘스트와 내러티브의 동선상 그렇습니다) 고로 소서사->대서사로 이어지는 거대한 이야기 구조를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유저는 그렇게 완성되는 서사구조 그 자체를 뒤틀지는 못합니다
반면에 젤다는 중심 서사와 크게 관련없는 수많은 탐험 요소들을 세계관 곳곳에 미칠듯이 빼곡하게 박아놓았습니다. 플레이어는 한걸음 한걸음마다 흩뿌려져있는 수많은 탐험요소들을 의도한대로, 혹은 우연히 찾아내는데로 즐기고, 기억하며 그것들을 조립해 나만의 ‘행위적인 서사’를 만들어갑니다. 제가 사용한 행위적인 서사라는 용어는 말그대로 메타픽션적인 의미인데요, 게임 본연이 제공하는 서사가 단순하고 게임플레이에 간섭을 하지 않기에 유저가 직접 링크(저는 본작에서 제일 아쉬운게 성우녹음을 위해서 캐릭터 이름이 사전에 고정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가 되어서 수십시간이 지난 본인의 플레이 역사 자체를 되돌아봤을때 느껴지는, ‘플레이어의 서사’를 의미합니다. 이런 시점에 도달한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하이룰의 운명, 가논, 젤다 따위는 그냥 플레이어 개인이 쌓아놓은 거대한 행위서사를 마무리하는 디저트에 불과하게됩니다. 만약에 철저히 사전 구성된 서사에 집중하게끔 강요하는 형태의 게임이었다면 잡다한 모험요소는 그냥 억지로 플레이타임 늘리기용, 혹은 가논때려잡아야되는데 피통이 모자라서 억지로 해야하는 귀찮은 노가다에 불과했을 겁니다. 덧붙여 위쳐는 그 자잘자잘한 탐험 행위에 작은 소서사를 다닥다닥 붙임으로서 해결했던것이구요.
요약해보자면 위쳐의 서사는 플레이어가 감독하고 선택한 게롤트의 서사인 것이고 브오와의 서사는 링크를 통해 실현된 플레이어의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픈월드가 장르정의적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평범한 일자형 슈터같은것도 동선만 풀어주고 풀떼기좀 캘수있게 해주면 오픈월드가 되거든요(여기에 해당하는 예가 파크라이 시리즈가 있겠네요.. 비하는 아닙니다 3편은 나름 재밌게 했습니다) 오픈월드는 제작자의 철학을 게임에 녹여내는 한 방법일뿐이지 그 자체로 장르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젤다는 오픈월드라는 구조자체에 철학을 담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고 이를 위해 서사구조가 게임플레이를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소화한 결과물이 본작이 아닐까 싶기에 유일하게 오픈월드라는 단어를 장르를 정의할때 사용해도 되는 게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 인생 최고의 게임은 위쳐3고 누가 물어도 그렇게 대답할것이지만 브오와는 위쳐3와 비교되서 깍아내리기엔 너무나도 대단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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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저밑의 어떤 이상한 사람(?) 때문에 문득 이런 글까지 정리하신것 같은데... 애초에 저 사람은 뜬금없는 "서사성" 드립 말고도 "여성차별", "성희롱" 같은 마치 국내 "어느 집단" 과 비슷한 무리수 개드립까지 우기고 있는터라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줄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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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이네요. 아래의 글과는 상관없이 왜 사람들이 야생의 숨결을 즐겁게 플레이하고 수많은 이야기거리들을 양산해내고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본질을 짚으신 것 같습니다. 행위적인 서사 라는 표현이 이 게임을 설명하는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위쳐3를 해보진 않았지만 이 게임도 흥미가 가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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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로서 위쳐도 꼭 해봐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손을 못대고 있네요. 이 리뷰를 보니 나중에라도 꼭 해봐야 하겠습니다.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젤다에 관해서는 마지막 문단에 큰 공감을 합니다. 젤다 이전까지의 오픈월드라고 칭했던 시스템은 사실 20년전 했던 릴렌트리스2라는 명작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게임 배경이던 트윈선이라는 행성은 너무나 넓었고. 어디든 갈 수 있었으며 에피소드나 아이템을 얻는 순서도 플레이어가 택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충격이었고 정말 감동하면서 즐겁게 플레이 했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오픈월드에서 진일보한 진짜 오픈월드를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정말 즐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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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하개 반박하려고 썼다기보단 위쳐3랑 비교되서 언급되길래 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두 게임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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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저밑의 어떤 이상한 사람(?) 때문에 문득 이런 글까지 정리하신것 같은데... 애초에 저 사람은 뜬금없는 "서사성" 드립 말고도 "여성차별", "성희롱" 같은 마치 국내 "어느 집단" 과 비슷한 무리수 개드립까지 우기고 있는터라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줄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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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하개 반박하려고 썼다기보단 위쳐3랑 비교되서 언급되길래 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두 게임이라서요 | 18.03.02 19: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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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고있습니다. 딱히 저 이상한 사람(?)에 대한 반박을 떠나서 그와는 별개로 한번쯤 생각해보고 읽어볼만한 내용이었습니다. | 18.03.02 19: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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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1-2 순으로 했는데 1편은 솔직히 그냥 참고 했습니다 엔딩만 보려고요... 2편은 꽤 훌륭합니다 지금해도요 | 18.03.02 19: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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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역시 1은 참고 해야 하는군요......... 하악. | 18.03.02 19: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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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냥 1 2 3 하라고 권장하시고 싶으신가요? 굳이 시리즈를 다 도전한다면? | 18.03.02 19: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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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의 경우도 트리스 샤니 단델라이온 등등 반가운 얼굴들이 나오니 참고 하는 보람은 느꼈습니다만 게임 자체가 너무 평범한 2000년대 중반 서양 rpg라서 좀 그렇습니다 | 18.03.02 19: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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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까지 읽어서 온전히 마스터하시겠다면 1편까지 추천 아니라면 2편만 하시는거 추천요 | 18.03.02 19: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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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연대는 소설판 123456 다음 게임 123으로 딱 이어져서 완결이 납니다 다만 소설은 3권까지밖에 번역이 안되어있어서 기다리고 있어요 | 18.03.02 19: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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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 소설을 못 읽었는데.. 어떠세요? 소설 부터 읽을까요? 아니면 게임부터? ㅎㅎ | 18.03.02 19: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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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재미있긴 하나 게임 커뮤니티에서 권하기는 좀 거시기하니 게임2편을 추천드릴게요 3편이 재미있으셨다면 분명히 그만은 못해도 재미있을겁니다 | 18.03.02 19: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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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이브 연동은 크게 신경 안쓰셔도 되어요 재미있는 요소기는 하지만 직접 문답에서 선택해서 결정할수도 있는거라 | 18.03.02 19: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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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이네요. 아래의 글과는 상관없이 왜 사람들이 야생의 숨결을 즐겁게 플레이하고 수많은 이야기거리들을 양산해내고 경험을 공유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본질을 짚으신 것 같습니다. 행위적인 서사 라는 표현이 이 게임을 설명하는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위쳐3를 해보진 않았지만 이 게임도 흥미가 가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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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해보셨으면 꼭 해보시길 추천드려요 젤다에 필적할법한 게임입니다 | 18.03.02 19:5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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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로서 위쳐도 꼭 해봐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손을 못대고 있네요. 이 리뷰를 보니 나중에라도 꼭 해봐야 하겠습니다.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젤다에 관해서는 마지막 문단에 큰 공감을 합니다. 젤다 이전까지의 오픈월드라고 칭했던 시스템은 사실 20년전 했던 릴렌트리스2라는 명작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게임 배경이던 트윈선이라는 행성은 너무나 넓었고. 어디든 갈 수 있었으며 에피소드나 아이템을 얻는 순서도 플레이어가 택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충격이었고 정말 감동하면서 즐겁게 플레이 했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오픈월드에서 진일보한 진짜 오픈월드를 만나게 된 것 같아서 정말 즐겁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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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g나 고전 어드벤쳐장르는 언젠가 도전해봐야겠다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울티마 시리즈나 웨이스트랜드, 클래식 폴아웃같은 유명작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릴렌트리스라는 명작도 있군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도 감사합니다 | 18.03.03 08: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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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 18.03.06 10: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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