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faith)에 집착하는 줄 알았던 남자가 사실은 페이스(Faith)에게 집착하던 거였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DLC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천하무적의 초인처럼 그려졌던 조셉을 한 명의 인간, 그것도 죄많은 인간으로 끌어내렸고, 무엇보다도 페이스(들)에 대한 뒷 이야기를 많이 알 수 있었네요.
단 뉴던 얘기는 사족 같았습니다. 뉴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뻔히 다 아는데, 조셉의 개인사나 더 보여주지...조셉이 실제로 예지 능력이 있다는 의미는 되겠습니다. 그 예지 능력이 정말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별개로 말이죠.
파 크라이 6의 각 DLC마다 '내면의 소리'에 해당하는 존재가 나오는데, 조셉의 '목소리'는 그중 가장 악질입니다...'시트라'는 말 그대로 바스의 기억 속에서 그를 심리적으로 학대한 누이이고, '폭군'은 페이건이 스스로를 비웃는 머릿속 짓궂은 소리인데, 조셉의 '목소리'는...조셉이 (자기의 말을 들어서) 벌인 모든 파괴와 죽음을 마땅한 것이라 정당화하고, 조셉이 자신의 죄 따위는 잊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부추깁니다. '목소리'가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면 정말로 신의 목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보통 생각하는 정의로운 신은 절대 아닙니다. 제 해석(그러니까 뇌피셜)은, 조셉에게는 예지 능력이 어느 정도는 정말로 있으나, 그것이 스스로의 욕망과 권력욕을 부추기는 악의적인 '목소리'로 발현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DLC에서 조셉은 존과 제이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사과 밖에 없습니다. 끝임없는 죄책감을 형제들에게 드러내죠. 반면에 페이스에게는...여전히 조종하고 통제하려 시도하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결국은 자신의 아내(첫 번째 페이스)를 대체하기 위해 여자들을 지속적으로 조종하였고, 더 복종적이고 통제가 쉬운 새로운 페이스를 찾을 때마다 지난 번 페이스를 제거해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셉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갔다'고 이야기하는 페이스의 목소리가 서너명 정도 되는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와 겹쳐서 울리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셉이 벌인 모든 일은 결국 잃어버린 가족을 되찾고 말겠다는 갈망,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완벽한 권능과 통제가 필요하다는 집착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의 환상 속에서 이 광인은 스스로를 죄악의 길로 이끈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반항하지만, 끝에 가서는 결국 '목소리'에게 굴복하여 다시 선지자 놀이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는 뉴던의 파국으로 이어지겠죠.
파 크라이 6의 모든 DLC는 앞으로 다가올 무언가에 대한 암시로 느껴집니다. 파 크라이 7은 지난 모든 파 크라이를 통합하는 파 크라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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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이 저지른 다른 악행들이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대량 살인 및 납치였다면, 페이스에게 저지른 짓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 오히려 더 소름끼치는 게 있습니다. 파 크라이 5의 이야기를 더 파고 싶은 사람이라면 할 가치가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파 크라이 5를 이렇게 만들지 좀"하는 생각도 종종 들곤 합니다. 파 크라이 5보다 이 DLC를 더 재밌게 한 듯... 전 페이건을 너무 재밌게 해서 조셉도 즐겁게 깼습니다. 매 DLC마다 노가다를 다시 해야하는 건 좀 별로지만(돈 버는 치트키 있으면 좋겠어요), 다른 무기와 특징을 들고 다른 성격의 최종전을 치르는 재미가 있네요. 특히 정신레벨 5는 도전하는 맛이 좋습니다. 저는 이제 바스 정신레벨 5만 남았습니다. | 22.03.07 00:3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