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이트의 모든 곳에서 시끄러웠고요, 사실 다른 모든 사이트도 시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이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기도 지루하실 것으로 압니다만, 개인적으로 너무 응어리진 바가 많아 굳이 이야기를 꺼내고자 합니다.
이 사건을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한 성우가 메갈리아(정확히는 메갈리아4라고 합니다만, 크게 다르진 않았습니다.)을 두둔했고, 이에 따른 유저의 반발, 성우 교체, 작가 및 예술 문화계 전반의 사람들의 보이콧, 그에 따른 커뮤니티사이트들의 실망으로 이어집니다.
요 며칠간 참 많이 우울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던 작품을 만드는 분들이셨거든요. 이전에 진격의 거인 우밍아웃이나 페르소나 욱일기 논란 등의 경우를 통해 상당히 큰 상실감을 느껴야 했습니다만, 최소한 국내 작품에서 그런 것을 느낄 일은 없을 줄로만 믿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모든 제작자 분들(통칭해서 제작자라고 하겠습니다)께서 메갈리아가 보여주는 모습들을 지지한다고 생각하면 그럼 대체 난 무엇을 봐야 하는가, 애초에 무엇을 보고 누리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저 모든 사람들이 다 메갈리아를 지지한다니 차라리 내가 잘못된건가 하는 식으로 오만 잡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말씀드립니다만, 이번 논란 속에서 넥슨을 보이콧하신 이 모든 제작자분이 메갈을 직접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성우분이 메갈을 한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네이버 댓글란 같은 곳에서는 ‘메갈하는 작가’라는 식으로 부르지만, 실제로 그쪽 용어를 많이 쓰셨던 분도 계시지만, 일단은 메갈을 한다고 단정짓지 않고 이야기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다 해도 상관이 없고요.)
하여간 수많은 분들이 넥슨 보이콧을 선언하셨고 다종다양한 유형의 분들이 계십니다. 이에 대해서 대충이나마 분류를 해보았습니다.
1.페미니즘을 막아서는 안된다.(=메갈리아는 페미니스트이며 이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이다)
2.메갈은 좀 그렇지만 저 티셔츠의 문구는 나쁘지 않다(=넓은 의미로 보면 저 사람의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
3.메갈은 확실히 일베만큼 난폭한 행동을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긍정적이다.
4.메갈은 확실히 일베급 집단이 맞지만 그럼에도 상관이 없다
위의 1~4까지를 관통하는 주제는 ‘메갈리아는 페미니스트인가’,‘메갈리아의 해악은 어느정도인가’ 정도가 될듯합니다.
1번 같은 경우에는 ‘메갈리아’와 ‘메갈리아4’의 차이점을 주로 지목하면서 이야기 합니다. 메갈리아4는 워마드가 떨어져나오는 과정에서(?) 정화되었거나 거의 깨끗해서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지요. 그러나 단순히 공지 안에도 한ㅁㅁ의 번식을 막는다거나, 악플 가해자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해줄 예정이라는 말은 위에서 주장한 순수성을 믿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분들하고 그냥 페미니스트로만 이해하신 분들하고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만요.
2번같은 경우에는 티셔츠 문구였던, ‘여자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가 맞는 말이지 않냐면서 이야기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단순하게 티셔츠사건으로만 이해하신 분도 있고요, 메갈리아지만 저 말은 맞지 않냐는 분도 있었지요. 여기서는 그 티셔츠로 인해 모인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게 되는가가 다시 불거지게 되었습니다. 그 수익금이 메갈리아를 폐쇄한 페이스북을 고소하는데 쓰인다거나, 마인드C 작가의 악플가해자를 지원하는 비용으로 쓰인다는 이야기였지요. 어떤 분께서는 변호사를 자처하며 허위사실이라고 말하셨습니다만 관리자분께서 그런 사람에게 비용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신 시점에서 이야기는 끝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정말로 설령 순수한 목적으로 티셔츠를 입은 것이라 해도 그 내막을 알면 용인할 수가 없었지요.
3번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뻔뻔한 논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메갈이 하는 짓은 일베급이지만 페미니즘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실제로 실천하는 페미니즘이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만, 메갈리아를 일베로 페미니즘을 보수로 바꿔도 말이 성립한다는 시점에서 말이 참 비겁하다고 느꼈습니다. 황준호 작가와 정의당 문예위(정의당과 정의당 문예위를 한통속 취급하지는 않겠습니다)의 주장도 이러한 맥락이지요.
4번...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할말을 잃었습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해츨링씨가 이런 주장을 펼쳤지요.
우선 팬텀클로 씨의 경우 가장 먼저 1번 주장 ‘페미니즘을 핍박하는가’에서 ‘메갈은 아니지’로 입장을 선회하셨습니다. 가장 빠른 입장선회였고, 가장 군소리 안 들은 경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급격하게 안좋은 느낌을 받아 입장철회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제가 궁예는 아니니까 뭐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리고 해츨링씨의 ‘설령 메갈이 아니라 일베더라도 보호받아야 한다’의 주장같은 경우에는요, 솔직히 이정도쯤 되면 뭐라 할 말을 잃습니다. 설득을 포기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뭐, 제 동생 또한 비범한 도덕관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이해는 할 수 있습니다. 이 분께는 진짜로 그게 아무 상관이 없을겁니다. 커뮤니티의 많은 분들이 ‘그럼 나치도 상관 없는거냐’라고 하셨는데요, 아마도 높은 확률로 상관 없다고 말하셨을걸요. 그냥 그런 도덕관을 가진 사람인거에요. 다만 문제는 그 도덕관에 있습니다. 자신의 도덕관이 그렇게까지 특이하다면 적어도 그것을 인지하셨어야만 합니다. 자신의 도덕관을 다른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요. 그렇지 않고 그냥 말을 하니 사람들이 기가 차고 할 말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정의당 문예위의 입장은 정치적이나 사상적인 이유로 직업을 잃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졸렬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요, 근근히 터지는 일베인증사건에서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어떠한 정치적, 사상적인 이유로도 직업을 잃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주장이 붕괴가 됩니다. 즉 ‘일베는 용인할수 없지만 메갈은 용납이 된다’라는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메갈이 일베하고 뭐가 달라서 감싸느냐’라는 거센 비난을 하였고요.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아직 정의당의 본체(?)에서는 이런 입장이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진보정당 정의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환멸을 지우기는 힘드네요..
그리고 황준호 작가의 논리입니다만, 제가 이번 사건에서 보았던 것중에서 가장 졸렬하고 비겁한 논리였습니다. 다음은 사과글 내지는 해명글이랍시고 올린 글입니다.
[1. 패미니즘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거론 된 지 얼마 안 돼서 우당탕탕 하는 모습, 이것은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이럴 때 흥분해서 싸우면 -2점이지만 소통하고 토론하면 +2점. 즉 +4점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2. 취지는 이런 좋은 취지였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글 써서 많은 분들 불편하게 해드렸네요.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트윗 지워봤자 어차피 캡쳐도 돼 있을 테니까 안지우도록 할게요. 이제 헛소리 안하고 만화 열심히 그리겠습니다. ㅠㅠ]
메갈리아의 만행을 필연적인 충돌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모습에서 한번 실망했고요, 그 다음의 주장도 웃겼습니다.
[ 보수주의적인 시각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거론 된 지 얼마 안 돼서 우당탕탕 하는 모습, 이것은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이럴 때 흥분해서 싸우면 -2점이지만 소통하고 토론하면 +2점. 즉 +4점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라고 일베를 쉴드쳤다고 치환해보시면 논리가 얼마나 옹졸하고 웃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일 웃긴건 이것을 사과문이라고 내건 뒤에 빠져나갔다는 점입니다. 이후 네이버 카페에서의 논란도 한번 더 불거졌고요. 뭐 어쩌겠습니까? 이분한텐 메갈은 곧 죽어도 페미니즘인 것을.
다음으로는 일단 커뮤니티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약간 했습니다.
사람은 마음이 되게 간사해서 상대방을 스테레오타입의 악당으로 만드는 것을 되게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옹호자들을 상당히 평면적인(?) 악역으로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옹호하는 여작가들은 ‘메갈을 하는 것이 확정’이고요, 그를 지지하는 남자들은 ‘어떻게든 함 대주는거 받아먹을려고 추잡하게 ㅁㅁ하는 남자’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또 실제로 ‘난 관종이다’라고 말하는 분도 계셨지만 다른 분들도 덤터기 씌워 관종으로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는 그렇게까지 단순하진 않습니다. 여자 옹호자들은 무조건 메갈을 하는 것은 아니고 남자 옹호자들은 무조건 발정난 자칭 페미니스트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당연히 ‘전원이 관종이다’ ...라고는 말할 수는 없고요. 오히려 저는 그렇지 않음에도 메갈리아를 지지했다는 점이 마음에 더 충격이었습니다. 정말로 정의롭다고 믿고 있는 점이요. 그러므로 저희들은 메갈을 하지 않음에도 쉴드를 치는 것을 비판해야 마땅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생각난 것은 서나래, 마인드C, 레바 등의 메갈 피해자들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마인드C작가의 어시스턴스가 메갈이라는건 가히 ‘캡틴아메리카 75주년 기념코믹’만큼이나 충격적인 사실이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이런 커뮤니티가 너무 쉽게 이런 작가들을 거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그 세 작가의 심정이라거나 발언같은 것은 듣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이름을 빌어서 메갈리아를 저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이번에 저쪽에서 자연주의 성우를 빌미로 여혐 논쟁을 꺼낸것처럼요. 사실 저 세 작가분께는 위로의 말만을 드리면서 본인이 참전하지 않는 이상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다고 메갈리아에 대한 항의나 공격의 근거가 부족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니까요.
이상이 제가 이 이틀간 느낀 점이었습니다.
(IP보기클릭)124.58.***.***
(IP보기클릭)121.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