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펜슈타인 Ⅱ: 더 뉴 콜로서스의 연민과 잔혹함을 살피다-애덤 스미스
울펜슈타인Ⅱ: 더 뉴 콜로서스는 전작처럼 피와 내장, 그리고 따뜻한 감성을 담은 듯하다. 전작에서 그 시도가 성공했듯이 말이다. 베데스다의 CEO 피터 하인즈는 이를 두고 "개쩐다(Fucking bananas)"고 표현했으며, 이는 곧 나치가 세계를 지배하는 대체역사에서 액션만이 아닌 인물과 설정을 독특하게 일궈내고 다루기 때문이었다. 얼핏보면 유치해보인다. 울펜슈타인은 구려빠진 B급소설에나 나올 법한 징그러움으로 무장했으나, 그 안엔 인간성과 그 상실감이란 무엇인가를 다룬다.
게임 시작부터 우리의 주인공인 블라즈코윅즈는 휠체어 신세다. 뉴 오더 엔딩에서 만신창이가 된 뒤 5개월 동안 사경을 헤맸으며, 간신히 생지옥으로 돌아왔다. 저항군의 본부로 삼은 초대형 유보트 '에바의 망치'에서 치료 받는 중이었지만, 뭔 일인지 나치들이 쳐들어와 깽판을 치고 있다. 나치놈들은 전작에서 만났던 프라우 엥겔의 지휘로 당신을 사로잡으러 왔으며, 프라우 엥겔은 당신을 못잡아먹어 안달이다. '테러 빌리' 로 익히 알려진 당신은 이제 어떤 시련을 마주할지 모른다.
어째 B.J.는 자신의 전우가 눈앞에서 죽는 운명을 자꾸만 맞이한다. 하지만 그의 사전에 항복이란 없다. 무슨 일이 닥쳐오던 그는 반드시 돌아와 쳐부숴버릴 것이며, 또한 더는 무고한 죽음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도 나치를 도륙하는 것이다.
상처받고 망가진 '테러 빌리'라도 나치에겐 여전히 위험분자다. 게임 속 컨트롤은 끝내준다. 이 부분에서 B.J.는 한손으로 기관단총을 들고 총탄세례를 퍼부으며, 벽을 지나 승강기를 타고 내려와 나치의 뒤통수를 친 것은 매우 훌륭했다. 때로는 휠체어를 타고 나치의 뒤통수를 잡아 뭉개버릴 수도 있다.
삐걱대는 휠체어를 타고 암살이라. 징그럽고 유쾌하며 잔혹한 희열이 기다린다. 나치 놈들이 한창 테러 빌리의 괴소문을 두고 떠들 무렵이다. B.J.가 수 천명은 죽였을 거라고 무서움에 떨며. -이들은 B.J.가 한바탕 쓸고 지나간 구역의 뒷정리를 맡은 친구들이었다-그러자 딱! B.J.가 나타난다. 예전처럼 박진감 넘치진 않지만 여전히 무자비하다. B.J.는 복수심에 불타는 사도다. 날개가 부러졌지만 여전히 그 복수심만은 한결같은 천사다.
B.J.는 거의 초현실적이다. 전장에서 입은 수많은 상처와 그 다음 벌인 수술 때문에 걸레짝이 됐는데도, 온세상에 아직 나치가 활개치기에 이 남자는 일어선다. B.J.가 쓰러지면 모든 게 끝이니까. B.J.가 쓰러지면 레지스탕스의 희망 그 자체가 꺼지는 것이다. 더욱이, 그 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인물들을 보자면, B.J.가 죽거든 이들은 곱게 죽기도 틀렸다.
울펜슈타인의 핵심인 코미디와 고어-잔혹한 폭력은 분명 서로 불협화음을 일으켜야 마땅하나, 오프닝 씬만 보면 그럭저럭 괜찮게 작동한다. 울펜슈타인 세계관의 갈렌 어소(스타워즈)-셋 로스가 막 깨어난 B.J.에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할 무렵, 창 건너편에선 나치 두 명이 터져죽는다. 프라우 엥겔이 지난 다섯 달 동안 어떻게 들쑤시고 다녔는지 셋 로스가 한창 설명하는데, 폭발하는 전기 장벽이 나치를 아름답게 회치는 것이다. 이렇게 엇갈리는 대화와 배경 속의 개죽음은 훌륭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쳤다. 이 장면은 울펜슈타인의 정수를 담는다. 세상은 미쳐돌아가고 온통 피바람이 부니-사람들은 호탕하게 웃어넘기거나 지독히 절망할 뿐이다. 그리고 그 사이엔 연민이 섞여들어 모든 것을 하나로 잇는다.
죽음의 수용소와 전체주의, 인종차별, 편견, 기계의 전능함이 공포로 세상을 지배하는 이 시대에 연민은 뭔 얼어죽을 연민이란 말인가? 우스꽝스럽게 과장된, 믿기 힘든 잔혹함 속에서 레지스탕스가 의거를 벌이는 이 와중에? 이는 B.J.가 다시 살아나 임신한 아내와 재회하고, 그러니 앞으로 이 잔혹한 세상을 자기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도록 일어서야 하기 때문에, 비정상의 정상화로 인류를 되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 가치가 달렸기 때문이다. 불쌍하고 가련히 여기는 연민이란 고통받는 약자를 해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유보트의 컷씬은 가장 훌륭하게, 울펜슈타인 세계관의 인물들이 가진 개성을 놀랍게 펼쳐냈다.
프라우 엥겔의 딸인 시그룬 엥겔은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뚱뚱하고 우스꽝스런 몰골의 영애는 위태롭게 어머니 곁에서 보좌한다. 프라우 엥겔은 딸에게 케이크 좀 작작 먹으라며 질책하고 역겨워한다. 여기서 연민은 다시금 작동하는 것이다. 프라우 엥겔과 새 질서(The New Order-newregime)로 다잡아진 이 시대에 시그룬은 시대상에 맞지 않기에 도태되어야 할 종자다. 아리아인의 불명예스런 표상이다. 구박과 학대를 받는(정신적으로 지금은 말이다) 이 여성은 어머니에게 이런 불합리함을 따지는, 나아가 위대한 제국(Reich)의 사상에 의문을 던지는 첫 나치가 될지도 모른다. 하나이자 모두로 획일된 제국민들의 조롱을 받으며.
난 지금 시그룬을 두고 농담하는 게 아니다. 정말 숨은 영웅으로 등장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울펜슈타인의 미덕이다.
레지스탕스 일원들은 나치에게 자비없이 맞선다. 왜냐하면 그저 피부 색깔이 나치와 다르기 때문에(J, 봄바테, 아프로 흑인 여성), 신앙이 다르기 때문에(다트 이슈드), 사상이 다르기 때문에(호튼), 육신이 온전하지 않기 때문에(맥스 하스), 아니면 단순히 맞서야만 하기에 맞선다.
B.J.는 금발벽안에 우월한 체격이라는, 그 놈의 '훌륭한 아리아인의 표상' 때문에 전우들에게 자신이 나치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역설적이다. 그 생김새 때문에 나치가 칭찬하고 받아들였듯이, 저항군도 그를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취급하고 경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B.J.는 이해한다. 금발벽안이라는 상징 자체가 레지스탕스에게 나치라는 낙인으로 교육받고 받아들여질 뿐이니까. 물론 레지스탕스도 이에 관대한 B.J.를 증오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레지스탕스는 그저 이 남자가 정말로 우리편인지, 사심 없이 우리와 함께 싸울 전사인지 확인해야만 했을 뿐이다. 더 뉴 오더에서 프라우 엥겔이 인종차별적인 사상으로 B.J.를 호의적으로 대한 것과 겹치는 장면이다. 반면, 이땐 편견이 씻겨나간 연민이 이겼다.
난 개발사인 머신 게임즈가 나치 치하의 미국을 적나라하게 묘사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벌써 거리를 쏘다니는 KKK단원과 그 뒷배인 나치를 봤잖은가? B.J.와 전우들은 스바스티카와 토텐코프와 같은, 미국의 일그러진 상징을 뭉개버릴 것이다.
나는 이 게임을 조금 플레이 해봤지만 넘쳐흐르는 상상력과 어우러진 잔혹한 기쁨-아름다운 처형을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잔혹한 세상에서 나타나는 영웅주의였다. 전쟁의 공포와 상흔에서 벗어나 살아남고자 연민을 품는 영웅주의말이다. 이 가상한 대체역사물은 우리로 하여금 정말로, 이런 역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실감을 들게 한다.
울펜슈타인Ⅱ: 더 뉴 콜로서스는 2017년 10월 27일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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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더 뉴 오더가 B급 감성을 품었음에도 진지함과 코믹함이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군요. 적어도 제겐 그랬어요. 다른 분들은 오글거린다며 호불호가 갈렸지만.
더 뉴 콜로서스가 B급 감성을 유지하면서, 이번엔 오글거리지 않는 연민과 유쾌함을 담아낼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럼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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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펜슈타인 하다보면 진짜 살아남고자하고 전쟁의 공포를 느끼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나찌같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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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둠가이의 조상이니 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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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나치 죽이나요 그럼 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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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변함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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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쓰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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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나치 죽이나요 그럼 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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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휠체어 ㅋㅋㅋㅋㅋㅋ | 17.06.28 14:2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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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펜슈타인 하다보면 진짜 살아남고자하고 전쟁의 공포를 느끼는 건 주인공이 아니라 나찌같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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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쓰껌! | 17.06.28 14:31 |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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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여사
저도 고역입니다 ㅋㅋㅋㅋ | 17.06.28 14:3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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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죠 | 17.06.28 14:3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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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둠가이의 조상이니 뭐 ㅋㅋ | 17.06.28 14:3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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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아프리카가 완전 망할때쯤 죽을꺼 같네요 | 17.06.28 14:4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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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부트되면서 더이상 조상이 아니게 되버렸...ㅠㅠ; | 17.06.28 14:4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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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봐요 ㅋㅋㅋㅋ | 17.06.28 14:3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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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드 테크 6! 텍스쳐 팝인도 많이 개선되겠지! | 17.06.28 15:1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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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작 암시는 이미 있었죠. 극적인 헬기 소리... | 17.06.28 15:3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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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드러난 몸상태 꼬라지보고 답도 없다 생각했는데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나치 조지던 주인공이라 역시 다르군요 ㅋㅋ 괜한 걱정을 한듯 | 17.06.28 15:3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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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가 낙지 요리사! | 17.06.28 16:0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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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그 뒤를 따르며... | 17.06.28 16:2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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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갓겜이었슴다~ | 17.06.28 16:5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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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변함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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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귀환ㅋㅋ | 17.06.28 17:4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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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훌륭하게 부활했죠. 굳! | 17.06.28 18:49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