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팬덤이 기다려온 ‘연운’, 현지화 품질 기대해도 좋다
올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넷이즈 에버스톤 스튜디오 ‘연운(燕云)’이 차주 15일(토) 글로벌 론칭을 앞뒀다. 중국 오대십국 시기를 배경으로 한 ‘연운’은 검, 창, 언월도는 물론 우산, 부채까지 여러 무기와 태극, 사자후, 합마공 등 유명 무술을 총망라해 무협 팬덤의 기대를 모아왔다. 당대 최고의 도시인 개봉 일대를 고스란히 옮겨와 크고 작은 콘텐츠로 채운 오픈월드 역시 그간 많은 유저가 바라마지않던 요소다.
특히 한국의 경우, 김용 ‘영웅문’으로 대표되는 정통 무협부터 최근 웹소설에 이르기까지 무협을 향한 애정과 이해도가 꾸준히 높은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이에 7일(금), ‘연운’ 퍼블리싱 총괄 에릭 정(Eric Zheng)이 직접 한국을 찾아 뭇 매체와 묻고 답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내 홍보 담당 이세영 이사 역시 배석했는데, 최근 넷이즈가 국내 대리인 지정제를 준수함에 따라 그가 한국 퍼블리싱 총괄을 겸하게 됐다.
※ 지난 7월 인터뷰와 겹치는 내용은 제외했습니다. 당시 발행된 프리뷰를 통해 보다 자세한 시스템 및 콘텐츠를 확인 가능합니다.
넷이즈 한국 홍보 총괄 이세영 이사(좌), '연운' 퍼블리싱 총괄 에릭 정(우)
● ‘연운’ 개발진이 생각하는, 추구하는 무협(武俠)이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에릭 정: 무협의 본질은 크게 세 가지로 답할 수 있을 듯합니다. 첫째는 서사입니다. 자신의 신념과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어쩔 수 없이 패배와 상실을 겪으면서 거기서 또 성장하는 굴곡진 얘기이죠. 둘째는 역시 무술입니다. 전통적인 중국의 무기들과 관련 문헌을 많이 참고했어요. 셋째는 전체적인 분위기랄까, 무협 특유의 환경을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옛 명화 등을 보며 당시 모습을 복원한다는 감각으로 배경을 만들었습니다.
● 앞서 글로벌 파이널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그 중 한국 유저들의 주된 피드백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에릭 정: 일단 한국 유저 여러분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굉장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주셨거든요. 다만 아무래도 현지화 관련으로 부정적인 피드백도 적잖았는데요. 이 부분은 론칭 빌드서 최대한 개선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했습니다.
● 무협이란 장르 자체가 여러 고유 명사를 쓰는지라 타국어로 번역하기 어렵고, 자칫 곡해될 우려가 클 듯한데요
에릭 정: 일단 론칭 시점에 모든 자막 및 시스템 UI 등 개선 사항이 적용될 겁니다. 다만 현지화 품질은 단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커뮤니티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론칭 후에도 한국 유저 여러분과 계속 소통하며 꾸준히 번역을 고칠 계획입니다. 또한 무협의 고유한 표현 가운데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싶은 요소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호로 교체했습니다. 가령 시진(時辰, 1시진 = 2시간) 같은 경우 글로벌 버전은 시간으로 바꿔 나갑니다. 이와 별개로 타국가 유저들끼리 소통하기 쉽도록 게임 내에 번역 시스템도 마련돼 있습니다.
● 중국 및 주변국 정세가 굉장히 혼란했던 오대십국 시기와 연운 16주라는 소재로 인한 게임 외적인 이슈는 없을까요
이세영: 그와 관련해 발생할지 모를 이슈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한국 유저 여러분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겁니다. 넷이즈는 어떤 문화, 정치, 외교적 이슈와 무관하게 전세계 유저 여러분께 순수히 게임을 통한 즐거움을 드리고자 ‘연운’을 개발했습니다.무협은 지역과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아온 장르이니까요.
● 무협서 쓰이는 십팔반병기(十八般兵器)란 표현이 있죠. 현재 7종의 무기가 있는데 앞으로 더 추가될까요
에릭 정: 물론 앞으로도 새로운 무기가 추가될 겁니다. ‘영웅’, ‘와호장룡’ 등 여러 명작에 참여한 둥웨이(Stephen Tung Wai) 감독께 지도를 받으며 굉장히 공들여 개발 중입니다.
● 무술의 기본은 역시 권(拳)일 텐데요. 따로 무기를 쓰지 않고 자신의 수족만으로 싸운다는 선택지가 없어 아쉽습니다
에릭 정: 권사에 대해선 어떤 동작을, 어떻게 구현할지 계속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개발이 진행 중이란 점은 확실히 답하겠습니다.
● 사용되는 키가 굉장히 많음에도 컨트롤러 조작이 무척 편했습니다. PC, 콘솔, 모바일까지 각 플랫폼에 맞춘 UI/UX 역시 인상적입니다
에릭 정: 감사합니다. 어떤 플랫폼으로 ‘연운’을 즐기느냐에 따라 플레이 경험이 좌우되지 않도록 무진 애썼거든요. 다행히 사내에 각 플랫폼별 전담 조직이 갖춰져 UI/UX를 맞춤 설계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최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바일서도 최대한 좋은 그래픽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요. PS 버전의 경우 소니 측과 긴밀히 협력 중이기도 합니다.
● 최근 세계적으로 AI가 화제입니다. ‘연운’은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기 바랍니다
에릭 정: AI는 첫째로 유저와 NPC가 긴밀한 관계를 맺도록 도와줍니다. 만약 어떤 NPC가 여러분과 서로 친하다고 여긴다면 선물을 보내오거나 보스 공략의 비밀을 알려줄 겁니다. 반대로 관계가 험악할 경우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아 공격해오거나 여러분의 범죄를 관에 신고할지 모릅니다. 둘째로 유저와 무관한 NPC끼리 상호작용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NPC가 저 NPC의 물건을 훔쳐 유저가 그에 개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싱글플레이 중심의 메인 스토리 외에 멀티플레이를 통한 크고 작은 소셜 콘텐츠도 지원합니다. 이러한 구조를 취한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에릭 정: 중국에는 ‘사람이 있는 곳에 강호가 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모이면 긍정적인 관계도, 부정적인 관계도 발생하죠. ‘연운’을 통해 두 가지 관계를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친한 동료들과 힘을 합쳐 강력한 보스를 물리치고 마작이나 낚시로 소일해도 좋습니다. 경쟁 중인 이들과는 다대다 혹은 일대일 PvP가 가능하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강호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기획 의도입니다.
● 코스튬으로 수익을 내는 BM(수익화 구조)입니다만, 앞으로 타사 IP와 콜라보를 할 때 무협 특유의 분위기를 헤치진 않을까요
에릭 정: 물론 유저 여러분 스스로 좋아하는, 취향에 맞는 모습으로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는 건 중요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오대십국 시기인데 캐릭터가 청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일은 없을 겁니다. 타사 IP와 콜라보의 경우 최대한 ‘연운’ 세계관에 어울리는 작품을 고르거나 달리 풀어낼 방법을 찾겠습니다.
이세영: 인기 IP와 콜라보를 하면 매출이 확 뛰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수익보다 중요한 건 그 게임이 지닌 본질이라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넷이즈가 운영 중인 게임들 대부분이 No P2W(Pay To Win)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행보가 한국 게임사들에게 뭔가 시사점을 주는 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 10월 중순에 사전 예약 500만 돌파를 발표했는데, 지금은 얼마나 되나요. 또 중국 외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가 기대되는 곳은 어디인가요
에릭 정: 우리는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 반드시 어떤 상업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목표 삼지 않습니다. 최대한 많은 유저 여러분께 사랑받는 데 집중하죠. 중국 외 지역의 경우 어떻게 우리 문화를 더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요. 무협은 전세계적으로 폭넓게 사랑받는 장르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무협 장르와 오픈월드를 제대로 융합시킨다면 성과를 자연스레 따라오리라 믿습니다. 물론 당장은 현실적으로 무협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성과가 잘 나오겠지요.
이세영: 곧 따로 발표하겠지만 현재 사전 예약 700만 돌파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글로벌 론칭까지 천 만 달성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모바일이 아닌 PC, 콘솔 게임으로서 굉장히 유의미한 수치라고 자부합니다.
● 중국은 작년 12월 서비스를 개시했으니 글로벌과 1년 가량 간극이 존재합니다. 금번 론칭 빌드는 최신 버전인가요
에릭 정: 중국 버전을 바탕으로 하되, 앞서 언급했듯 시진을 시간으로 바꾸는 등 조정이 가해진 별개 빌드입니다. 향후 3개월 간격으로 진행될 시즌 업데이트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시길. 새로운 지역과 무기 등을 꾸준히 추가할 계획입니다.
● 글로벌의 경우 지역마다 기념일이 다를 텐데 각기 특화된 이벤트를 준비 중인가요. 또는 고유 코스튬이 나올 수 있을까요
에릭 정: 각 지역에 맞춰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진행할 겁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앞으로 시장의 실질적인 요구를 살펴 반영하고자 합니다.
이세영: 재차 말씀드리지만 국내 정서상 불편할 만한 요소는 피하고, 유저 여러분이 특별히 선호하는 건 챙겨가려 합니다. 가령 국내의 경우 할로윈 이벤트를 기획할 때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겠죠. 그런 부분을 항상 고민하며 더 큰 즐거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지난 7월 인터뷰 당시 중국어에 이어 영어 더빙을 최우선 작업할 예정이라 들었는데, 금번 론칭 빌드서 선택 가능한가요
에릭 정: 영어 더빙을 최우선 작업한 건 맞습니다만, 앞으로도 시장 수요가 충분하다면 더 많은 언어를 지원하려 합니다.
● 종합적으로 ‘연운’이 한국, 나아가 글로벌 유저에게 가장 소구할 만한 매력은 무엇인지 퍼블리싱 총괄께 직접 듣고 싶습니다
에릭 정: 다소 추상적인 답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무협이란 장르를 통한 연대의 가치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글로벌 파이널 테스트서 한국, 일본, 미국의 무협 팬들이 한데 모여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크게 감동받았습니다. 우리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가 바로 여기 있구나 싶었어요.
이세영: 먼저 BM을 꼽고 싶습니다. 보다시피 이렇게 좋은 게임이 No P2W입니다. 과금에 집착하는 국내 시장서 뭇 유저의 권익을 최우선시해 착한 BM을 내놓은, 이 진정성을 유저 여러분이 꼭 알아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무협 좋아하는 분은 아시겠지만 ‘영웅문’이나 ‘천룡팔부’ 같은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머릿속에 그렸던 장면들이 정말 제대로 구현된 게임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제 ‘연운’을 통해 무협의 정수를 느끼길 바랍니다. 끝으로 최근 AI가 굉장히 화두인데요. 중국 대표 게임사인 넷이즈가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제 일주일 뒤면 ‘연운’ 글로벌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오랫동안 본작을 기다려온 뭇 유저에게 인사를 남겨주세요
에릭 정: 오랫동안 ‘연운’을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 역시 ‘연운’의 세계에서 한국 유저분들과 만나길 굉장히 고대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이 게임을 통해 여러분이 꿈꾸는 무협의 즐거움을 찾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세영: 국내에 저를 비롯해 무협을 정말 사랑하는 다양한 연령대 팬이 많습니다. 무협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줄 고품질 게임이 나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음을 통감하실 겁니다. ‘연운’은 무협을 향한 사랑과 긍지를 갖고 전세계에 그 정수를 전하고자 진정성을 갖고 만들었습니다. 혹여 무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매력을 느낀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