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MLB·CPBL가 한 자리에, ‘판타스틱 베이스볼’ 열띤 개막
바로 내일(23일), 2024 KBO 리그가 개막한다. 작년 한국 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LG 트윈스를 상대로 에이스 류현진이 12년 만에 복귀한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 포문을 연다. 이에 서울시 체육시설 관리사업소는 주말 양일간 잠실종합운동장에 약 5만 명이 운집하리라 보고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했다. 그렇다 보니 인파가 몰리는 직관보다 ‘집’관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잖은데, 그런 분들을 위한 또 다른 좋은 선택지가 있다.
으레 KBO 리그 개막 즈음이면 뭇 야구 팬을 겨냥한 신작 게임 혹은 대형 업데이트가 나오기 마련. 지난 21일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판타스틱 베이스볼’ 역시 그러한 작품 중 하나다. ‘마구마구’ 핵심 개발진이 모여 2022년 창업한 라운드원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위메이드가 제공 및 운영을 담당한다. 환상적이란(Fantastic) 제목처럼 KBO뿐 아니라 MLB와 CPBL까지 세 글로벌 리그를 통합한 세계 최초의 모바일 야구 게임이다.
'마구마구' 핵신 개발진이 만든 신작 야구 게임 '판타스틱 베이스볼'
세 개 리그, 수십 개 팀, 수백 명의 선수
‘판타스틱 베이스볼’은 기본적으로 선수 카드를 모아 최고의 라인업을 갖춰가는 매니지먼트 게임이되 직접 조작 역시 상당히 중요하다. 우선 리그 및 선호 구단을 정하고 거기서부터 팀빌딩을 시작하자. 이 장르의 팬이라면 알다시피 스포츠 게임은 팀 라이선스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본작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북미 MLB와 대만의 자랑 CPBL 선수들이 KBO와 함께 경쟁한다는 게 자못 매력적이다.
KBO는 본작의 홍보 모델인 김혜성 선수가 뛰는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를 포함하여 10개 팀. MLB는 뉴욕 양키스를 위시한 아메리칸 리그와 LA 다저스 등 내셔널리그가 각 15개 팀. CPBL은 푸방 가디언스와 웨이취엔 드래곤스까지 6개 팀이 출전한다. 만약 KBO로 게임을 시작했더라도 언제든 자유롭게 리그 및 선호 팀 변경이 가능하니 너무 고민하지 마시라. 다만 각종 모드 성적처럼 일부 데이터는 리그마다 별도 적용된다.
한국 KBO, 북미 MLB, 대만 CPBL을 아우르는 말 그대로 판타스틱 리그
선수 라인업은 투수진과 타선으로 나뉜다. 투수진은 5선발, 7불펜이며 타선은 스타팅 9명, 백업 5명으로 구성된다. 원하는 선수 카드를 눌러 멋진 사진은 물론이고 포지션과 2023 성적, 키와 몸무게, 타격손과 투구팔, 주요 능력치를 확인하자. 투수는 구위, 제구, 체력, 구종, 멘탈을 보고 타자는 컨택트, 파워, 수비력, 송구, 주루를 따진다. 더 파고들면 컨택트 하나에 vs 좌, vs 우, 선구안, 타석 인내심 등 세부사항이 굉장히 많다.
이처럼 세밀한 옵션은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으로서 큰 장점이지만 자칫 초심자의 흥미를 꺾을 우려가 있다. 누구나 분석가마냥 선수 능력치를 다 뜯어보며 즐기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판타스틱 베이스볼’은 현재 내 팀의 경기력과 부족한 점을 간략히 요약, 분석해주는 리포트와 주요 선수를 제시하는 가이드가 존재한다. 그마저 귀찮다면 능력치 우선, 선호 팀 우선, 추천 라인업까지 세 가지 중 하나로 자동 설정도 가능하다.
원한다면 깊이 있는 매니지먼트도, 간편한 자동 설정도 모두 가능하다
매니지먼트와 선수 플레이의 재미를 동시에
어느정도 라인업이 정돈됐다면 승부에 나설 차례다. 현재 ‘판타스틱 베이스볼’에 마련된 콘텐츠는 싱글플레이, 챌린지, 슬러거 쇼다운, PvP 쇼다운, PvP 시즌모드 그리고 친선경기다. 2024 KBO 리그 개막에 맞춰 23일 해금되는 PvP 쇼다운 외에는 지금 바로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 가운데 싱글플레이는 미리 준비된 NPC 팀을 차례로 꺾으며 비교적 쉽게 선수 카드팩 확보가 가능하니 가장 먼저 도전하길 추천한다.
상술했듯 ‘판타스틱 베이스볼’는 매니지먼트 성격이 강한지라 경기 전반을 손수 플레이하지 않는다. 경기가 시작되면 정용검 캐스터와 김선우 해설위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9회 말까지 모든 상황이 실책, 병살, 야선, 삼진 등 결과만 표시된다. 최대 5배속을 지원하므로 경기당 소요 시간은 1분이 채 안 될 정도다. 그 후 MVP 선수와 득실점, 안타, 희타, 도루, 홈런 같은 수치들을 통해 내 팀의 전력을 재고할 따름이다.
싱글플레이는 매니지먼트에 무게가 실려, 경기 진행을 지켜보는 방식
물론 ‘판타스틱 베이스볼’이 선수로서 게임 플레이를 완전히 배제했다는 건 아니다. 경기 도중에 주어지는 공수 미션서 3D로 재현된 선수와 경기장을 구경하고, 타석에서 짜릿한 손맛도 맛볼 수 있다. 미션은 출루에 성공하세요, 안타나 사사구를 허용하지 마세요 등이다. 사실 승패는 거진 팀 오버롤에 좌우되므로 미션을 실패하거나 거부해도 문제는 없다. 그래도 누적된 미션 포인트에 따라 뽑기권을 주니 최대한 도전하기 바란다.
야구는 역시 직접 공을 던지거나 쳐야 즐겁다 싶다면 싱글플레이 외에 다른 모드도 많다. 슬러거 쇼다운은 지정된 투수를 상대로 몇 타간 홈런을 쳐 합산된 점수로 경쟁하는 식이다. 챌린지는 NPC 팀과 공수를 주고받는 가운데 특정 조건을 완수해야 한다. PvP 역시 공수 중심인데 상대가 진짜 사람이란 게 다르다. 당연히 제구 시 심리전이 NPC와 훨씬 쫄깃하다. 다만 매칭풀이 부족할 때 NPC로 대체되는지 확인하진 못했다.
슬러거 쇼다운, 챌린지 등은 공격 혹은 수비 상황에서의 실력이 중요하다
공수에 따른 기민한 판단과 순발력이 필요
그러면 ‘판타스틱 베이스볼’서 공격과 수비는 어떻게 진행될까. 우선 상술한 라인업 설정 때 미리 적절한 타순을 고른다. 다음으로 공격 시 좌타, 우타 선수가 타석에 서면 곧 4칸으로 구획된 스트라이크존이 나타난다. 여기서 바람 방향, 세기와 양 선수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결국 잘 예측하고 잘 때리는 게 핵심. 일반 타격 외에 파워 스윙, 번트도 가능하니 경기 현황과 상대 투수를 고려하여 대응방침을 정하도록 하자.
수비 시 투수의 경우, 타자보다 고려할 사항이 더 많다. 스크라이크존 어디에 공을 꽂아 넣을지 심리전은 양자가 비슷하나 투수는 구종까지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빠르고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 땅볼로 유도하는 싱커, 흔히 변화구로 알려진 슬라이더, 비교적 느린 직구 체인지업 가운 하나 혹은 고의사구를 선택할 수 있다. 단 고의사구는 4번까지만. 현실과 마찬가지로 폭투도 가능한데 페널티를 받으니 주의하는 게 좋다.
쫄깃한 심리전과 손맛이 공존하는 선수 플레이, 실시간 PvP가 백미다
보통은 선수 능력치가 높게 책정된 구종을 던지겠지만 그 판단은 저마다 다를 터. 실제 야구와 마찬가지로 게임에도 감이 작용한다. 무엇보다 제구 시간을 아주 잠깐밖에 주지 않는지라 재빨리 판단해야 한다. 제구와 타격 모두 타이밍에 맞춰 화면을 누르는 방식인 만큼 순발력도 받쳐줘야 하고. 이처럼 뇌지컬이자 피지컬 게임으로서 면모가 도드라지는 모드가 PvP로, 교묘한 제구에 농락당해 삼진 되면 혈압이 수직 상승한다.
이외에 주루와 유격수, 외야수는 알아서 진행되나 공격 시 도루 여부, 수비 시 1루 견제는 직접 가능하다. 여러모로 야구 게임서 기대할 만한 요소는 다 넣은 듯한 구성이다. 끝으로 선수 육성은 XP와 G, 스페셜 훈련권을 사용하며 단방향 강화라 딱히 어려울 건 없다. 트레잇이란 추가 능력치를 달아주는 정도. 선수를 스카우트하거나 방출할 수도 있는데, PP를 얻거나 잃는 구조로 당연히 고등급일수록 요구량이 엄청나다.
카드팩을 통한 선수 획득 외에도 스카우트로 영입하거나 방출이 가능
레드 오션인 야구 게임계, 다크호스 될까
정리하자면 모처럼 훌륭한 그래픽과 깔끔한 UI/UX로 매니지먼트 및 선수 플레이를 두루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 스포츠 게임이다. 다만 이미 국내외 앱마켓서 자리 잡은 야구 게임의 타줏대감들도 시즌 특수를 누리려 준비 중임을 잊어선 안 된다. 대부분 콘텐츠가 그러하듯 게임도 어지간한 장점보다 친숙함이 우선시된다. 뭇 유저가 그간 손에 익은 작품 대신 ‘판타스틱 베이스볼’을 선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아무리 라운드원 스튜디오가 ‘마구마구’ 핵심 개발자로 구성됐어도 ‘판타스틱 베이스볼’이 신생 IP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KBO뿐 아니라 MLB, CPBL 라이선스까지 섭렵하는 승부수를 던졌으리라. 여기서 그치지 말고 꾸준한 업데이트로 더 많은 라이선스를 끌어와 진정한 판타스틱 리그로 거듭나길 바란다. 더불어 위메이드 운영에 대한 일각의 우려까지 떨쳐낸다면 야구 게임계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모르겠다.
론칭 기념 방송에 키움 김혜성, 롯데 박세웅 등 인기 선수가 함께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