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결투장' 느낌 잘 살렸다, 대전 액션 게임 'DNF 듀얼' 체험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총 3일 간 진행된 1차 오픈 베타 테스트를 통해 만나본 DNF 듀얼은 여러 모로 놀라운 게임이었다. 막연하게 던파 IP를 활용해 만든 평범한 대전 게임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원작의 결투장을 느낌을 잘 살린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원작 계승, 결투장 느낌 잘 살렸다
DNF 듀얼에는 1차 테스트 기준 버서커, 이단심판관, 그래플러, 스트라이커, 레인저, 히트맨, 드래곤 나이트, 뱅가드, 쿠노이치, 크루세이더 등 10명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다. 먼저 기술표를 살펴보자. (DNF 듀얼 모든 캐릭터 별 커맨드)
버서커 기술표
기술은 크게 특수 기술, MP 기술, 각성기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모든 기술은 방향키 + 버튼으로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 돼 있다. 캐릭터에 따라 버튼을 짧게 누르는 것과 길게 누르는 것의 성능 차이가 달라지는 기믹도 존재한다.
특수 기술은 기술 사용에 MP를 소모하는 MP 기술과 다르게 자원 소모 없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주로 상대방을 압박할 때 사용하게 된다. MP 기술은 사용 시 일정량의 MP를 소모한다. MP가 고갈된 상태라면 기술이 발동되지 않으니 항상 MP 잔량을 체크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
MP 기술이 특이한 것은 같은 기술이라도 커맨드가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커맨드는 특수 기술과 비슷하게 방향키 + 원버튼으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 돼 있다. 반면 두 번째 커맨드는 대전 격투 게임에 익숙한 유저라면 '드디어 커맨드다운 것이 등장했군.'라고 생각할 법한, 복잡한 방향키 조합 형태를 띄고 있다.
첫 번째 커맨드와 두 번째 커맨드 간 차이는 무엇이냐면 바로 'MP 회복 속도'다. 원작 던파에서는 스킬창에 등록해서 사용하지 않고 커맨드로 기술을 사용할 경우 마나 소모가 줄어드는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DNF 듀얼도 그러한 설정을 적절하게 계승했다. 복잡한 커맨드로 MP 기술을 사용하면 GOOD이라는 문구와 함께 기술 사용에 소모한 MP가 약간 빠르게 회복된다. 단적으로 보면 미세한 차이지만 후술할 MP의 역할을 생각하면 나름 유의미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커맨드 입력의 MP 회복이 더 빠른 것을 볼 수 있다.
DNF 듀얼에서 기술을 사용할 MP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격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도 같다. 기술표만 봐도 알 수 있듯, 기술 종류가 적은 편이라 반드시 MP 기술을 섞어야 제대로 된 콤보를 만들 수 있다. 사실상 MP가 없는 상태에서는 화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MP를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자연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다. 두 번째, MP를 사용하지 않는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 '컨버전'을 사용해 '흰대미지'를 MP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중 컨버전은 굉장히 흥미로운 요소다. 컨버전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흰대미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흰대미지'는 가드 시 발생하는 대미지로, 일명 '가뎀'이다. '붉은 대미지'와 다르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회복된다. 컨버전은 이 '흰대미지'를 소모하는 대신 MP를 얻을 수 있다. 회복량은 소모한 흰대미지에 비례한다. 컨버전 시 '모션 캔슬'이 가능하기 때문에 강제 연결에도 사용된다. 잘만 사용한다면 MP가 없어도 순식간에 공세로 전환할 수 있다.
MP 회복에 모션 캔슬까지 가능한 '컨버전'
'각성기'는 발동 중 아무런 보호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이 까다롭다. 라운드 마다 HP가 일정 수치 이하가 됐을 때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는데, 발동 도중 일반 공격이라도 한 대 맞는 순간 그대로 끊긴다. 만약 맞추지 못할 경우 긴 경직이 있기 때문에 딜레이 캐치를 당하기도 쉽다. 그러다 보니 단일로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고, 보통 콤보 중간에 우겨 넣어서 확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노리게 된다.
각성기 사용 시 배경에 무색큐브 모양이 떠오른다. 세세한 곳도 신경썼다고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다.
스트라이커의 '극진: 패황단공권', 보통 콤보 중간에 우겨 넣는다.
대전에서 중요한 것은 MP의 흐름이다. MP가 여유롭다면 공격적인 플레이를, MP 부족하다면 자연스럽게 소모한 MP를 회복할 때까지 방어적인 플레이에 전념하게 된다. MP를 공격권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어떤 의미로는 '반턴제'에 가까운 전투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승패는 현재 가진 MP로 상대에게 얼마나 유효타를 줄 수 있고, 소모한 MP를 회복할 때까지 얼마나 잘 버티느냐에 따라 달렸다. 물론 양측이 비슷한 수준의 실력일 경우 이야기이며, 실력 차이가 많이 난다면 '공격을 적중 시킬 시 MP 회복' 때문에 공격권이고 뭐고 그냥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끝난다.
MP를 활용한 공방이 승패를 가른다.
HP는 없지만 MP는 꽉 찬 스트라이커와 HP는 꽉 찼지만 MP는 없는 이단심판관의 대비가 웃프다.
반턴제에 가까운 전투 방식,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원작인 던파가 이 반턴제에 가까운 전투 방식으로 대전을 펼친다. 스킬을 쏟아 부어 콤보를 넣고, 핵심 스킬의 쿨타임이 돌 때까지는 버티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DNF 듀얼은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가 아닌가에 따라 공수가 전환되고, 복잡한 커맨드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이득을 가져갈 수 있다는 원작 특징을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겠다. 던파가 이렇게 대전 액션 게임에 어울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
즐기는 법이 각자 다른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대전 액션 게임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기술을 표현하는 형태만 다를 뿐 모든 캐릭터가 즐기는 방식이 유사하느냐, 아니면 캐릭터마다 즐기는 방식이 아예 다르냐다. 대표적인 예로 전자는 '철권'이 있고, 후자는 '길티기어'가 있다. DNF 듀얼은 후자에 속한다. 캐릭터마다 즐기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버서커, 이단심판관, 그래플러, 스트라이커, 레인저, 히트맨, 드래곤 나이트, 뱅가드, 쿠노이치, 크루세이더 등 10명의 캐릭터는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캐릭터마다 할 수 없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명확하고, 애초에 캐릭터 특성에 맞는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플레이 방식이 전혀 다르다.
예를 들면 이단심판관은 '깔아두는' 기술이 핵심이다. 화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차륜형'을 설치해 필드를 압박하고, 궁지에 몰린 상대의 헛점을 노린다. 버서커는 공수전환이 뛰어나다. HP를 소모해 공격 성능을 강화할 수 있고, 입힌 대미지에 따라 HP를 회복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난타전에서 유리하다. 크루세이더는 방어력과 가드 브레이크 내성, 흰 대미지 회복 속도가 향상되기 때문에 공격을 막으면서 상대의 실수를 캐치해내는 '깎아내기' 플레이가 가능하다. 스트라이커는 특수 캔슬이 가능하고, 1번의 공격으로 주어지는 최소 대미지가 증가해서 빠르고, 쉽고, 강한 콤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견고한 방어로 깎아내기 플레이가 가능한 크루세이더
특수 캔슬 특성 덕분에 버튼 연타만으로도 멋있는 콤보를 완성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냐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답하고 싶다. 시스템 자체는 복잡한 커맨드가 없어 단순 버튼 연타만으로 화려한 콤보를 연출할 수 있고, 공격은 대부분 하단 방어로 막을 수 있어서 일단 앉고 보면 안전하기에 나름 입문하기 쉬운 초보자 친화적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설명이 없다시피한 불친절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번 DNF 듀얼 테스트 진행 방식은 굉장히 이상했다. 연습모드, CPU 대전 등 게임에 대해 천천히 알아갈 수 있는 요소가 전무했고, 오로지 온라인 매치만이 존재, 랜덤으로 생성하고 발견할 수 있는 룸을 통해 생판 모르는 타인과 함께 부대끼며 배워야 했다.
이번 테스트는 CPU 대전, 연습모드가 없고 오로지 온라인 플레이어 매치만 있었다.
방에 들어가 오락기에 두 명의 플레이어 마주 앉으면 그때서야 드디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DNF 듀얼은 조작이 쉬울 뿐이지 장풍 판정 기술, 장풍 무시 기술, 슈퍼 아머, 반격기 등 상황에 따라 구분하고 사용해야 할 특수한 기술이 생각보다 많다. 육안상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튜토리얼, 도움말 등을 통해 알려주거나, 아니면 연습을 통해 배우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이번 테스트에서는 그런 배려가 전혀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커맨드에 따라 MP 회복 속도가 다르다는 것도 사실 따로 알려주지 않는다.
대전 게임에서는 "모르면 맞아야지"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듣는 사람에 따라 꽤나 불쾌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인데, 대전 게임의 현실을 무엇보다 정확히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 모르면 맞아야 한다. 이 같은 불친절함은 대전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 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부분인데 간과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부분이며, 겨우 1차 오픈 테스트이기 때문에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스트라이커의 MP 기술 '철산고'는 장풍 기술을 무시한다.
캐릭터 밸런스는 어느 정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특히 조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진 캐릭터는 이단심판관과 크루세이더가 있다. 두 캐릭터 모두 콤보 한 번으로 상대를 빈사로 몰아 넣을 수 있는 강력함을 자랑한다. 특히 이단심판관의 '차륜형'은 어떤 의도로 만든 스킬인지 궁금해질 정도다. 필드의 절반을 차지하며 3초 동안 유지되는 차륜형을 바라볼 때면 많은 생각이 들게 된다. 고수들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필자 같이 공수전환이 서투른 초보자에게는 두려운 존재임은 분명하다.
크루세이더에게 빈틈을 보인 순간 공놀이가 시작된다.
이단심판관의 차륜형, 무시무시한 위력과 범위를 자랑한다.
DNF 듀얼은 원작의 특유의 느낌을 좋은 방향으로 잘 살렸다. 던파를 대전 액션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에 120% 화답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네오플이 십수 년 간 다져온 던파의 캐릭터성에 아크시스템웍스 특유의 시원시원한 그래픽과 액션이 더해져 새로운 형태의 대전 액션 게임이 탄생했다. 던파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 던파에 대해 모른다고 해도 대전 액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깔아두기'와 '니가와'가 당연한 게임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대전 게임의 어둠(?)에 익숙하지 않다면 추천하기 어렵다.
DNF 듀얼은 2022년 여름 중 출시 예정이며, PC, PS4, PS5 플랫폼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