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보다 내부에 정성을 기울인 ‘PC 엔진 미니’ 체험
'PC 엔진 미니'는 '닌텐도 클래식 미니 패밀리 컴퓨터'(약칭 패미컴 미니)에서 시작된 소형 레트로 게임 콘솔 복각판의 최신 기종에 해당한다. 패미컴 미니의 엄청난 인기로 이미 16비트 게임기인 '닌텐도 클래식 미니 슈퍼 패미컴'과 '메가 드라이브 미니', 아케이드(MVS) 기반의 '네오지오 미니', 32비트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까지 등장한 상태이다 보니, 어쩌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PC 엔진이 나오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PC 엔진 미니는 일본판을 기반으로 한 PC 엔진 미니, 북미판을 기반으로 한 '터보그래픽스-16 미니', 그리고 'PC 엔진 코어그래픽스 미니'의 세 가지로 구분되며, 단순히 외형이나 색깔만 다른 것이 아니라 수록 작품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구입할 때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구입한 것은 이 중 PC 엔진 미니로 패키지 내부에는 본체와 1개의 전용 컨트롤러, 그리고 HDMI 케이블과 전원용 USB 케이블이 동봉되어 있다. 패키지 뒷면에는 수록 타이틀이 나열되어 있는데, 일본판 타이틀이 34종, 북미판(터보그래픽스-16) 타이틀이 24종이다.
본체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본래 있어야 할 슬릿은 대부분 막혀 있는데다, HDMI 포트와 전원용 5핀 마이크로 USB 포트가 확장 버스 안에 있는데, 뚜껑이 그냥 빼는 방식이어서 성의 없이 대충 모양만 비슷하게 만든 느낌이다.
유일한 기믹은 전원 스위치를 켰을 때 파란 플라스틱 부품이 휴카드 슬롯 부분에 나와 걸리는 것을 재현한 정도이다. 물론 내부로 먼지가 유입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납득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메가 드라이브 미니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컨트롤러는 D 패드에 I과 II, SELECT와 RUN 버튼이 전부인 심플한 구조다. 터보그래픽스-16 미니와 PC 엔진 코어그래픽스 미니에는 연사 설정이 가능한 터보 패드가 부속되어 있으나, PC 엔진 미니에는 'PC 엔진 전용 패드'를 동봉한 대신 터보 패드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컨트롤러의 구조가 워낙 단순한데다 USB 타입 A 포트를 이용하고 있는 관계로 PC에 연결해보니 'PCEngine PAD'라는 명칭으로 인식되었다. D 패드가 축 대신 시야 조정 단추로 동작하며, 버튼 수가 4개 밖에 되지 않아 PC에 연결해서 사용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구입 후 처음으로 전원을 넣었을 때 만나게 되는 화면은 언어 설정인데, 비록 한국어는 없지만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에스파냐어의 8개 언어를 지원한다.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면 타이틀 메뉴 화면이 나온다.
설정에는 언어 설정 외에도 스크린 설정, 벽지 설정, 메인 프레임이 존재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4:3, 4:3 확대, 픽셀 퍼펙트, 풀 스크린, GT 모드의 다섯 가지 설정과 CRT 필터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스크린 설정일 것이다.
클래식 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CRT 필터는 GT 이외의 옵션에 대해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GT 모드의 경우 진짜 PC 엔진 GT 같은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게임 화면 영역이 너무 작다 보니 일시적인 흥미거리 수준에 머물 듯 하다.
CRT 필터
GT 모드
벽지 설정에는 게임 플레이 시 게임 화면 이외의 영역에 출력되는 이미지로 블랙 스크린을 포함하여 네 가지 설정이 있고, 메인 프레임은 PC 엔진과 PC 엔진 코어그래픽스를 선택하여 메뉴 화면의 배경 컬러 및 디자인을 변경하는 기능이다.
다시 타이틀 메뉴 화면으로 돌아와 우측 하단을 살펴 보면 설정의 오른쪽에 소트와 터보그래픽스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소트는 미디어 순(휴카드, CD-ROM2), 발매일 순, 알파벳 순의 세 가지 방식으로 정렬해줘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소트
터보그래픽스를 선택하면 화면이 일시적으로 블랙 아웃 되었다가 터보그래픽스의 컬러와 디자인으로 변경된다. 하지만 이 때는 메뉴 화면의 디자인만 바꿔주는 설정의 메인 프레임 선택과 달리 게임 목록이 변경되며, 모든 게임이 영어 버전이다.
터보그래픽스
게임 플레이 도중 세이브를 하려면 SELECT+RUN으로 세이브/로드 화면을 호출하면 되고, 최대 4개의 슬롯을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SELECT+RUN이 본래 리셋이었다는 것인데, PC 엔진 미니에서는 이 화면에서 다시 SELECT를 눌러야 리셋이 된다.
앞에서 본체의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는데, 반대로 내부에는 공을 들인 느낌이 역력하다. 게임 실행 시 휴카드와 CD-ROM2의 삽입 애니메이션 및 기동음을 그대로 구현하는 등 올드 팬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휴카드 게임과 CD-ROM2 게임 외에도 슈퍼그래픽스, 슈퍼 CD-ROM2, 아케이드 카드 대응 타이틀까지 섭렵하고 있으며, 일본판 뿐만 아니라 북미판 게임까지 포함하고 있다 보니 라인업 구성이 상당히 다채로운 것도 장점이라 하겠다.
도키메키 메모리얼
천외마경 II 만지마루
은하부경전설 사파이어
덧붙여 PC 엔진 미니를 위한 비기도 존재한다. 이를 통해 특별판이었던 '솔저 블레이드 스페셜 버전', 컬러와 BGM이 아케이드판에 가까운 '그라디우스 니어 아케이드', 그래픽과 효과음이 아케이드판에 가까운 '판타지존 니어 아케이드'를 즐길 수 있다.
타이틀 메뉴 화면에서 SELECT를 누른 채 북미판 '솔저 블레이드' 기동 (RUN이나 I)
타이틀 메뉴 화면에서 SELECT를 누른 채 일본판 '그라디우스' 기동 (RUN이나 I)
타이틀 메뉴 화면에서 SELECT를 누른 채 일본판 '판타지존' 기동 (RUN이나 I)
아래는 PC 엔진 미니에 수록된 타이틀 58종의 리스트이다. (알파벳 순)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