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그라비티, '라그나로크'로 장르·플랫폼 다변화
그간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이어온 ‘라그나로크’의 산실 그라비티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를 맞아 힘찬 재도약을 준비한다.
B2C관에 대규모 부스를 꾸린 것은 물론 MMORPG ‘라그나로크 오리진’, ‘라그나로크 X 넥스트 제네레이션’,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 미드가르드 크로니클’와 SRPG ‘라그나로크 택틱스’, 스토리 RPG ‘더 로스트 메모리: 발키리의 노래’, 방치형 RPG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 2’까지 신작 6종을 한꺼번에 공개한 것이다.
이에 그라비티는 14일(목), 지스타가 한창인 부산 벡스코 인근 센텀 프리미어 호텔에서 미디어 합동 인터뷰를 갖고 신작에 대한 소개와 출시 경위를 밝혔다. 현장에는 김진환 사업총괄 이사, 김종율 CTO, 정일태 팀장, 서찬호 PM, 최현진 기획팀장, 황승연 기획자 등 그라비티 개발 및 운영의 핵심 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 지난해 ‘라그나로크M’으로 ‘라그나로크’의 건재함을 확인했다. 1년이 지난 현재 IP 사업을 어떻게 정비하고 있나
: 그간 미흡했던 부분을 개선하고, 새롭게 서비스할 신규 IP도 검토하고 있다. 역량 있는 인재를 충원하여 안정된 서비스와 품질 좋은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 이제 그라비티는 게임 개발사보다 퍼블리싱 조직의 성격이 강해졌는데, 앞으로 개발사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 예전에는 그라비티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였다.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현재 준비 중인 신작들 중에는 100% 직접 개발작도 있고 협력 개발작도 있다. 우리가 다시금 게임 개발에 집중한다는 사실을 보다 많은 분들에게 알라고자 지스타에 나온 것이다.
● 그렇다면 지난해는 빠졌다가 2년 만에 지스타 B2C관 부스로 참가한 이유가 무엇인가
: 이만큼 다양한 작품을 준비하는데 2년이 걸렸다. 지난해에는 달리 소개할 신작이 없어 쉬어 가는 한 해가 되었다. 대신 게임 개발과 기존 작품의 안정적인 서비스에 집중했다.
● ‘라그나로크M’ 론칭 당시 목표를 앱마켓 1위라고 했는데 실제로 이뤄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가
: 그사이 목표가 바뀌었다. 꼭 넘어서고 싶은 회사가 생겼다. 중국의 가레나는 동남아부터 북미까지 해외에서 정말 사업을 잘 하더라. 이제는 그 가레나를 뛰어넘는 것이 그라비티의 당면 과제가 되었다.
● ‘라그나로크’ IP는 동남아에서 특히 강력한데, 그곳은 최근 중국 게임에게 한국 게임이 많이 밀리는 시장이기도 하다
: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의 성장 속도는 상상 이상이다. 그리고 그 시장이 성장하는데 ‘라그나로크’ IP가 기여한 바도 매우 크다. 국내의 경우 상위 1~3위 게임이 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지만 동남아는 1~3위 게임의 실적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당장 최근 론칭한 ‘라그나로크 택틱스’만 해도 실시간으로 순위가 변동될 정도니까. 중국과 경쟁이 심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따른 맞춤 전략으로 대응해갈 것이다. 가레나와의 특별한 콜라보레이션도 준비 중이다.
● ‘라그나로크’ IP를 게임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으로 확장할 계획은 없는가
: 사실 이미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 덜 알려졌나 보다. 그라비티 사업팀 내부에 이러한 부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팀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CJ E&M과 협력 중이기도 하다. 아직은 수익이 별로 없지만 지속적인 투자로 IP가 지닌 가치를 높여가고자 한다.
● ‘라그나로크’가 훌륭한 IP인 것은 맞지만 신작이 너무 집중된 느낌이다. 신규 IP에 대한 개발은 어느정도 이루어지고 있나
: 여러분이 많이 기억해주는 IP가 ‘라그나로크’인 것이지 그라비티에는 ‘드래고니카’나 ‘레퀴엠’, ‘에코’ 등도 있다. 이들 IP의 모바일 버전 혹은 웹 버전을 준비 중에 있다. 마지막까지 개발이 잘 이루어져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선보이고 싶다.
●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작품을 이렇게까지 동시에 여러 작품을 선보인다면 론칭 시기에 대한 고민이 뒤따를 듯한데
: 당연히 론칭은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같은 IP로 이렇게 다작을 하면 스스로 자폭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실제로 동남아 시장에서 론칭해본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가령 A라는 유저가 ‘라그나로크M’을 하다 ‘라그나로크 택틱스’가 나오면 갈아타는 것이 아니라 두루두루 함께 즐기는 양상을 보였다. 오늘 소개하는 여러 작품은 각 지역의 시장 상황에 맞춰 일정을 조율하려 한다.
● ‘라그나로크'의 3D화는 이미 ‘라그나로크M’에서 선보인 바 있는데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어떤 점에서 다른 건가
: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자면 첫 째가 퀄리티, 둘 째가 다중 서버, 셋 째가 여성향이다. ‘라그나로크M’의 경우 벌써 3년 전에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작품이다. 그간 유저들의 눈높이가 많이 올라간 만큼 보다 고품질의 신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직접 시연해보면 캐릭터의 이목구비와 표정 및 애니메이션의 섬세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라그나로크’면 전부 원작이 같다 보니 초반부가 비슷비슷해서 지겨울 수 있는데, 전개 측면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 ‘라그나로크 오리진’의 세계관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왕가에서 벌어진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며 과거에 있어선 일들을 차츰 알아가는 것이 메인 시나리오다.
● 중국 서비스의 경우 최근 판호가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해결된 상태인가
: 알다시피 중국 판호 이슈가 아직까지 해결되고 있지 않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중국서 먼저 론칭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에 서비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국내 론칭을 우선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론칭은 많아야 1년에 두 지역 정도로 점진적으로 나갈 것이다.
● 오리진은 기원이란 뜻인데, ‘라그나로크 오리진’이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 내부적으로 250개 가까운 제목 후보가 있었다. 그 가운데 최우선 순위가 ‘라그나로크 오리진’이었다. 이미 ‘라그나로크M’도 선보였지만 그 이상의, 현존하는 최신 기술을 활용한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담았다. 또한 게임 내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있기도 하다.
● 앞서 여성향 게임임을 강조했는데 여성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준비한 바가 있는지
정일태: 여성 유저들이 MMORPG를 쉽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플레이를 도와주는 요소가 많다. 또한 여성 유저가 좋아하는 카메라 촬영의 자유도를 크게 높였다. 무도회나 잡지 시스템처럼 독특한 콘텐츠도 다수 마련했다. 잡지 시스템의 경우 여성이라면 한번쯤 표지 모델이 되고 싶지 않을까 싶어서 기획해보았다.
● ‘라그나로크 택틱스’는 전략 게임인데 원작 IP의 어떤 부분에 주목하여 개발하게 되었나
: ‘라그나로크 택틱스’는 원작의 여러 개성적인 몬스터에 착안하여 개발하게 되었다. 자신의 몬스터를 진영에 배치하고 적과의 상성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태국에 우선 출시한 것으로 아는데 현지에서 ‘라그나로크 택틱스’의 인기가 어떤가
: 지난 11월 8일 태국 시장에 론칭했다. 현지 앱마켓에서 애플 2위, 구글 4위까지 달성했는데, 이 모든 성과가 론칭 후 나흘 안에 이루어졌다. 태국 유저들 성향이 워낙 PvP와 전략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라그나로크 택틱스’에 대한 기대가 컸고, 실제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라그나로크 X’까지 더하면 ‘라그나로크’ MMORPG만 4종인데 서로 어떤 차별성이 있는 건가
: ‘라그나로크 X’는 세계관을 바라보는 시점부터 차이가 난다. 다른 작품들은 과거의 판타지풍이 강했다면 ‘라그나로크 X’는 현대적인 시각을 적극 녹여냈다. 맵 전체가 놀이동산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의 일상적 취미를 게임에 녹였다. 낚시와 원예 등을 직업군으로 표현하고 이를 게임 콘텐츠로도 즐길 수 있다.
●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 론칭 인터뷰를 한지 1년도 안되었는데 벌써 2편이 발표되었다
: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계승하여 방치형 게임으로 잘 발전시킨 작품이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라면 ‘라그나로크M’을 방치형 게임으로 만든 작품이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 2’다. 이 작품의 경우 아직 기획 단계라 출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다. 지금 당장 1편에서 2편으로 갈아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 ‘발키리의 노래’는 스토리 RPG를 표방하고 있는데 정확히 어떻게 서사를 강조했다는 건가
: 과거 패키지 게임으로 나왔던 RPG스러운 연출을 적극 활용하여 스토리를 전달하려 한다.
● 그렇지만 최근 유저들은 스토리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 유저들이 스토리를 보면 게임 내 보상을 준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보다 서사에 집중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는 부제가 ‘미드가르드 크로니클’인 것을 보면 북유럽 신화와 같은 요소가 많이 나올까
최현진: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는 원작의 100년 전을 무대로 삼았다. 원작에선 잘 언급되지 않았던 신화적인 요소가 많이 나오는 것이 맞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가 어떻게 원작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 ‘라그나로크’ IP는 전투보다는 소통이나 생활 콘텐츠가 중요한데 액션 게임으로 기획한 의도가 무엇인가
: ‘라그나로크’ IP로 여러 게임을 만들다 보니 그 속에서 차별화를 갖추기 위해 그간 잘 다루지 않은 전투에 집중했다. 원작 유저들이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것은 맞지만 피드백을 받아보면 전투가 결코 낮은 비중은 아니었다. 그러면 조금 더 전투에 집중한 게임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어 시작한 작품이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다.
● 그라비티는 다년간 모바일 게임에 집중해왔는데, 갑자기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는 PC를 플랫폼으로 선택했다
: 액션에 집중한 게임성을 살리고자 횡스크롤 방식을 선택했고, 이러한 플레이가 어떤 플랫폼에서 가장 편안하고 재미있는지 고민한 결과가 PC였다. 요즘은 모바일로도 상당히 정교한 조작을 지원하지만 현실적으로 키보드를 따라갈 수는 없다. 그래서 개발자가 의도한 조작감을 그대로 전달하기에 PC가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바일 게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껏 그라바티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있어줬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이 단기적인 수익은 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PC, 콘솔 게임이 필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PC 게임을 충분히 잘 만들면 그걸 모바일로 이식하는 것은 쉽다. 앞으로 ‘라그나로크’ IP의 장르 다변화뿐 아니라 플랫폼의 다변화도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