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어릴 적 꿈꾸던 미래의 SRPG를 직접 만들다, 유니콘 오버로드
수많은 게임이 발표되고 시연된 TGS 2023서도 가장 이채로운 작품을 꼽으라면 ‘유니콘 오버로드’ 아닐까. 국내에는 ‘오딘 스피어’ 같은 사이드뷰 액션 게임이 더 잘 알려진 바닐라웨어 최초의 SRPG로, 옛 명작들을 향한 헌사와 같은 기획을 전매특허 아트웍에 힘입어 아름답게 그려냈다.
노기사가 길러낸 망국의 왕자가 왕국을 재건하고자 싸우는 중후한 군담극, 드넓은 필드를 누비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자유도, 무려 60명이 넘는 매력적인 동료들, 전략성과 편의성을 모두 잡은 독자적인 전투 방식까지. 정통파를 추구하면서도 결코 새로운 시도에 게으르지 않은 모습이다.
이외에도 전세계 게이머와 어느 쪽이 더 최강의 부대인지 겨루는 온라인 대전 모드가 존재하고, 호화 사양의 모나크 에디션을 위한 오리지널 카드 게임이 만들어지는 등 게임 안밖으로 무척 공들인 태가 난다. 실제로 ‘유니콘 오버로드’는 아틀러스 X 바닐라웨어 2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금번 TGS를 통해 게암의 전반적인 시스템 및 콘텐츠는 윤곽이 잡혔다. 하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적잖고 그 이면의 개발비화도 궁금하다. 이에 바닐라웨어 노마 타카후미 디렉터, 나카니시 와타루 메인 플래너와 아틀러스 야마모토 아키야스 프로듀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틀러스 X 바닐라웨어 타이틀을 뒤에서 지탱해온 야마모토 아키야스 프로듀서
● 아틀러스 X 바닐라웨어 20주년 기념작인데, 특별히 준비해둔 작품인지
야마모토: 노린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20주년과 출시 타이밍이 맞아버린 경우다.
나카니시: ‘유니콘 오버로드’ 기획서를 처음 만든 게 2014년 3월 7일이었는데 우연찮게도 딱 10년만에 발매하게 됐다(※ 2024년 3월 8일 예정). 다만, 10년동안 계속 본 작품을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니고 그 사이에 이런 저런 타이틀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가, 2016년경부터 ‘유니콘 오버로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한국에서 바닐라웨어라면 역시 ‘오딘스피어’ 같은 사이드뷰 액션 RPG가 유명한데
노마: 어린 시절, 그러니까 1990년대에 SRPG를 많이 즐기며 자란 터라 그 영향을 받은 게 크다. 게이머 여러분들 또한 이 시대의 SRPG가 가진 중후한 분위기나 전술성을 즐길 수 있는 SRPG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유니콘 오버로드’를 개발했다.
야마모토: 우리 셋 다 SRPG를 정말 좋아한다. 90년대만 해도 개성 넘치는 SRPG가 정말 많았다. 그런데 작금의 SRPG는 특정 시스템에 편중되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는 슈퍼 패미컴과 PS1의 시대였는데, 슈퍼 패미컴까지만 해도 많았던 SRPG가 PS1로 넘어가며 확 줄어들었다. 왜 그럴까 생각하니 3D 게임은 캐릭터나 오브젝트 묘사에 연산이 너무 많이 필요해서 싶더라. 그렇다면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들이 원하는 SRPG는 나오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이 장르에 굶주린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의기투합했다.
● 90년대 SRPG를 많이 즐기며 자랐다고 했는데, 특별히 영감을 받은 고전이 있다면
야마모토: 왕년의 명작들로부터 부분적인 모티프를 얻기는 해도 어느 특정 작품으로부터 강한 영감을 받진 않았다. 앞서 말했듯 90년대는 정말로 많은 업체가 다양한 SRPG를 내놓아서 그 분위기 자체가 정말 즐거웠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그처럼 수많은 작품들의 좋은 요소가 공존하는 게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던 SRPG가 ‘2020년대에 나온다면 이럴 것이다’는 이상을 추구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 비선형적인 구조라 이해했다. 필드 탐색 와중에 메인 스토리는 어떻게 진행되나
노마: 정정하자면 비선형적인 구조까진 아니다. ‘유니콘 오버로드’는 하나의 큰 목적이 존재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구조다. 다만 옛날 게임처럼 꼭 스토리 흐름 상 반드시 특정 장소에 이동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내가 왜 여기서 이러는가 그 설명에만 스토리를 집중하는 건 재미없지 않나. 전개되는 흐름을 납득하기 힘든 경우도 있을 테고. 큰 목적이 존재하되 거기로 향하는 과정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무언가를 하는 이유도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로 만들고 싶었다.
야마모토: 게이머 여러분이 자신의 의사대로 행동하고, 거기서 일어나는 이벤트에 도전할지, 도전하지 않을 지 선택할 수 있다. 그런 높은 자유도가 본작의 키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 트레일러에선 산맥도 바다도 녹지도 설원도 보인다. 여러 맵으로 분절된 형태인지
나카니시: 하나의 큰 대륙으로 별도의 로딩없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요정의 나라, 수인의 나라, 천사의 나라 등 다섯 국가가 모두 이어져 있는 굉장히 넓은 맵이다. 바다의 경우 배를 타는 기능은 없지만 항구간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 60명 이상의 동료가 등장한다고 언급했는데, 어떠한 방식으로 아군에 합류하는 건가
나카니시: 필드에서 배틀 스테이지를 공략하거나 각종 이벤트의 결과로 동료가 합류하기도 한다.
● 홍보 문구가 ‘유대와 사랑의 환상전기’다. 60명이 넘는 동료 중 미인도 많던데 혹시…
노마: 그 부분은 앞으로의 정보 공개를 기대해주면 감사하겠다.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테니(웃음).
● 특히 주인공 어레인의 어머니이자 여왕으로 등장하는 일레니아가 예쁘다고들 난리다
노마: 그것 참 고맙지만(웃음), 아직 소개를 다 안 했을 뿐이지 일레니아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주 많다. 등장인물이 100명이 넘고 그 가운데 동료가 되는 게 60명 이상이니까. 앞으로 나올 캐릭터 소개를 모쪼록 기대해줬으면 한다.
● 60명이나 되는 동료를 전부 사용할 수 있을까. 한 전투서 최대 몇 명이 출전하는지
나카니시: 최소는 부대당 2~3명이지만 동료가 늘어나고 전력을 확충하면 최대 5명이 일개 부대를 이룬다. 한 전투에 10개 부대가 출전할 수 있으니까 최종적으로는 총원 50명으로 싸울 수 있다.
● 부대 편성 시 전, 후열이 존재한다. 중갑병이 전위에서 아군을 지키거나 하는 식인가
나카니시: 그렇다. 어느 병종을 전열에 두느냐 후열에 두느냐에 따라 활약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큰 방패를 가진 튼튼한 전사는 앞줄로 향하고, 몸이 가벼워서 회피능력이 뛰어난 캐릭터도 전열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마법사 같이 공격에 취약한 캐릭터는 후열에 있는 편이 안전하다.
● 중갑병은 마법으로 부수고 비행계는 궁수로 공략하는 등 병종간 상성이 존재하나
야마모토: 기본적으로 병종의 상성이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포인트가 된다. 하늘을 나는 적에게는궁수가 강하고, 물리방어에 뛰어난 적에게는 마법 공격이 잘 듣고…. 이런 식으로 이른바 시뮬레이션 RPG에서 약속처럼 되어 있는 ‘상성’ 시스템이 기반이 되어있다.
● 혹시 종족에 따라 병종이 고정되는 건가. 수인은 다 창병이고 천사는 다 비행계거나
나카니시: 캐릭터 별로 병종이 고정되어 있는 형태다. 예를 들어 수인 캐릭터 중에는 검으로 싸우는 자도 있지만 마법으로 후방을 지원하는 자도 있다. 천사가 전원 비행계인 건 분명하다.
● SRPG라면 역시 턴제 아닌가. 이처럼 실시간-정지 전투 방식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노마: 내가 그런 게임을 하고 싶으니까(웃음). 개인적으로 RTS를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은 그런 요소를 RPG에 도입하는 경우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대부분 헥스 보드에서 턴제로 싸우는 식이다. 그래서 다시금 RPG와 RTS가 결합된 게임성을 부활시키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도입했다.
● 전투 장면을 보면 부대마다 크게 숫자가 적혀있다. 레벨이나 머릿수는 아닌 듯한데
나카니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해당 부대의 교전 가능 횟수 즉 스태미나다. 주력 부대 하나에 집중하는 걸 방지하고자 횟수 제한을 뒀다. 이 수치가 0이 되면 싸울 수 없게 되고 ‘휴식’을 취해서 스태미나 회복을 기다려야만 한다.
● 교전 가능 횟수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누굴 돕는 비전투 행위는 할 수 있는지
나카니시: 안된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고, 그동안 무방비 상태가 되므로 무척 위험하다. 따라서 그런 상태가 되지 않도록 여러 부대를 골고루 운용하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된 부대를 다른 부대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 교전 장면이 아무리 멋져도 매번 보기는 힘든 법이다. 편의기능을 지원하는가
나카니시: 교전 상황을 빠르게 확인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가속 기능을 지원한다. 혹은 아예 스킵하고 전투 결과만 보는 것도 가능하다.
● 영상을 보니, 이벤트나 퀘스트 보상으로 쌓이는 명성 수치가 중요한 듯한데
나카니시: 앞서 설명했던 부대 편성 시 최대 인원을 늘리거나 모험의 무대를 넓히는 등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을 위해서는 명성 C랭크 이상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 바닐라웨어의 전매특허인 호화스러운 음식, 이번에도 중요한 요소가 될지
노마: 음식에 대해선 아직 밝힐 수 없다. 그저 ‘먹으면 좋은 일이 있다’고만 해두겠다(웃음).
● 캐주얼, 택티컬, 익스퍼트 세 가지 난이도를 지원한다. 이에 대해 소개해달라
야마모토: 평소 SRPG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거나, 캐릭터나 스토리를 중심으로 즐기고 싶다면 CASUAL. 평소 JRPG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TACTICAL. 전략 게임의 마니아라 자부한다면 EXPERT로 즐겨주기 바란다.
● 좀 더 구체적인 차이가 궁금하다. 전투에서 쓰러진 동료가 완전히 사망한다든지
나카니시: HP뿐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데, 그렇다고 패배한 동료가 사라지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EXPERT로 시작했더라도 플레이 도중에 너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TACTICAL이나 CASUAL로 조정할 수 있으니 안심하시라.
● 온라인 대전 모드가 존재한다. PS+나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가입을 요구하는가
노마: 가입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 끝으로 ‘유니콘 오버로드’를 기대하는 한국의 뭇 게이머에게 인사 부탁한다
노마: “한국 게이머 분들은 PC 게임을 많이 즐긴다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이번에 온라인 대전 모드를 통해 한국에서도 활발히 플레이하는 그런 작품이 되면 좋겠습니다.”
나카니시: “SRPG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야마모토: “앞서 ‘13기병방위권’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게이머 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유니콘 오버로드’도 뜨겁게 성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쪼록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