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 규제 정책 등을 발동 하며 한일 간 갈등 국면이 일본 불매 운동 등으로 이어진 가운데, 이 같은 불매 운동이 다시 반일(反日)운동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순 일본 제품 판매 및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일본 제품 배송 거부, 제품 안내 거부 등의 집단적 운동의 형태로도 나타나는가 하면, 일본의 더불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 그리고 강제 징용공 배상 문제 등에 대한 사죄와 규제 철회를 주장하는 정치적 집회 모습으로도 나타났다. 불매운동과 반일운동이 혼재 된 양상을 보이며 노조 및 시민 단체 운동 등으로 일파 만파 확산 되며 파급력이 높아 지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보이콧 재판’ 운동이었다. 지난 4일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가 이어지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및 누리꾼들은 SNS 등을 통해 ‘BOYCOTT JAPAN·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이미지를 올리며 ‘일본 불매 운동’의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이후 일본 제품명과 브랜드가 적힌 일명 ‘일본 불매 운동 리스트’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 됐고, 18일에는 일본 제품을 알려주고 이를 대체 할 수 있는 ‘노노재팬’ 사이트가 등장, 하루 만에 17만명의 접속자가 찾아 서버가 마비됐다. 17일에는 회원 수 133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일본 여행 카페 ‘네일동’이 활동을 중단하고 사이트를 닫았다.
최근 이 같은 ‘일본 불매 운동’은 더욱 정교화 되고 있는데, 일부 소비자들은 일본 제품 바코드 명이 45나 49로 시작하는 것을 들어 일본 제품 불매를 촉구하며 ‘49(사구)싶어도 45(사오)지말자’는 캐치프레이즈까지 동원됐다.
리얼미터가 17일 전국 성인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현재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54.6%로 였고, ‘현재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자 중 ‘66.0%’는 ‘향후 참여하겠다’는 답변을 내놔 전국민 10명 중 과반 이상이 ‘일본 불매 운동‘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6일부터 1인 릴레이 시위 시작됐다. 한낮 더위가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일본에 본사를 둔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대전 및 대구 등의 매장 앞에서 일부 시민들이 'BOYCOT JAPAN'거대한 플래카드를 들고 1시위를 시작 한 것 .이 같은 1인 시위는 20~21일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는 시민 수십명의 일본 불매운동 1인 시위로 이어졌다.
이처럼 온라인 및 1인 시위 등으로 이어지던 불매운동 흐름은 집단적 반일 운동 양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24일 오전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니클로 물품의 택배 배송을 거부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도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하며 '유니클로 배송 거부' 등 범국민적 반일 물결에 동참을 선언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유니클로는 전범기인 ‘욱일기’를 디자인으로 사용해온 대표적인 일본기업이며 불매 운동이 ‘오래 못 갈 것’이라고 우리 국민들의 투쟁을 깎아내린 기업”이라며 “유니클로 배송 거부 인증샷을 시작으로 실제 배송 거부에 돌입한다”고 배송 거부 운동 이유를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또 모든 조합원의 택배 차량에 '일본의 경제 보복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스티커도 부착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도 같은 날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마트 노동자 일본 제품 안내 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고객들에게 일본 제품이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해 안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대형마트 3사에 일본 제품 판매를 중단을 요구했다.
같은 날 오후(23일) 인천 남동구 구월 문화로 상인회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한다는 기자회견을 한 뒤 은색의 렉서스 승용차를 쇠파이프 등으로 부쉈다. 해당 차량은 송 모(47) 씨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직접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인회는 “일본의 경제보복은 강제징용 보상 문제에서 시작된 아베 정권의 치밀한 계산”이라며 “인천의 300만 시민과 15만 자영업자들은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할 때까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에는 민중 공동행동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1500여명이 일본대사관 맞은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 규탄 촛불 집회’를 열고 “아베 총리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흘린 피눈물의 역사를 모독하고 다시 역사전쟁을 하고 있다”며 “일본의 행동은 ‘경제보복’이 아닌 ‘경제침략’”이라며 “우리가 일본에 잘못을 해서 보복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형 욱일기(旭日旗)를 함께 찢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24일 같은 자리에선 제1397차 수요집회가 열렸는데, 이날 참석 인원은 평소 참석 인원 2배를 웃도는 7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아베는 반성하라’, ‘NO 재팬, 불매운동’, ‘정의는 승리한다’등의 푯말을 들고 “일본 정부는 범죄인정, 공식사과, 법정 배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을 넘어서 지방도 반일 운동 흐름은 거세다. 18일 세종시 유니클로 세종점 앞에서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관으로 열린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아베 정권의 비열한 경제보복을 규탄한다”며 “(일본의 행태는) 제국주의적 침략성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 22일 부산지역에서는 반일 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이 경찰에 연행 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반일행동 부산청년학생 실천단 소속 대학생 6명이 부산 개별적으로 신분증을 내고 출입증을 받아 도서관에 가는 것으로 꾸며 일본영사관에 진입했고, 영사관 마당에서 일본 경제보복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다 경찰에 ‘건조물 침입 등 혐의’를 받아 연행 됐고 23일 풀려났다. 이들은 준비한 플래카드와 구호 내용은 ‘일본의 재침략 규탄한다’, ‘경제 도발 규탄한다’, ‘아베는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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