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을 투입해 설립한 출자·출연기관에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월급을 지급한 사례가 적발됐다. 근로감독 대상에 오른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10곳 중 8곳 이상은 각종 수당을 비정상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광역자자체 출자·출연기관 43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은 지자체가 지역 경제 발전이나 연구·문화·장학 등의 목적으로 자본금 전액 또는 일부를 출자·출연한 주식회사나 재단법인이다. 컨벤션센터, 연구원, 문화회관 등이 해당한다.
이번 근로감독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고용부는 “그동안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의 부적정한 인사노무 관리가 지적돼 실태 파악 차원에서 부·울·경 지역 기관을 감독한 결과, 다수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며 “다른 지자체 기관에서도 유사한 위반사항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전국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근로감독 결과 43개 기관에서 총 203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연장근로수당 등 체불금액은 17억원에 달했다.
43곳 중 3개 기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A기관은 기간제 노동자 18명에게 최저임금액 미포함 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월급을 지급해 총 2300여만원의 체불이 적발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상여금은 최저임금 대비 25% 초과분만 최저임금에 산입되는데, 상여금 전부를 최저임금으로 포함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본래 받았어야 할 기본급이 줄어든 것”이라며 “적발된 기관에서 미포함 수당을 의도적으로 산입시켰다기보단, 무지에서 비롯한 실수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43곳 중 86%인 37개 기관에서는 연장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32개소에선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들에게 공무원수당규정을 적용해 연장근로수당 지급 시간, 금액 등을 정해놓고 초과분에 대해선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기관은 사전에 연장근로수당 상한액을 40만원으로 정해놓고 초과 연장근로는 무시하는 방식으로 총 1억3000만원을 체불했다. C기관은 연장근로시간 20시간 초과분 1억2000여만원을 체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은 시간외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는 근무시간이 제한돼 그 이상의 근무에 대해서는 수당을 받을 수 없지만, 기관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므로 해당 사항이 없다.
연차휴가수당을 부적정하게 지급한 9개 기관도 드러났다. D기관은 사전에 연차휴가 보상일수를 5일로 정해놓고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보상 7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못 쓴 휴가에 대해서는 보상해줘야 하는데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밖에 4곳에서 정규직에게 지급하는 가족수당, 식대 등을 기간제 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등 비정규직을 차별한 사례가 확인됐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에 포함되지 않은 지자체 기관 중 일부를 선별해 근로감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전국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은 총 553개소다. 고용부는 “감독 결과를 종합하면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은 전반적으로 인사노무 관리가 미흡했다”며 “기관장의 관심 부족, 업무 담당자의 낮은 이해도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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