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문재인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를 비판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애 키우고 돈 쓸 곳이 많으니 더 일해야 하는데 나라가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의 발언은 업종별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적잖은 주 52시간 근로제의 경직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이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해 취업 자체가 힘들고 연애와 결혼은 꿈조차 못꾸는 많은 청년들에겐 와닿지 않는 발언이란 얘기도 나온다.
◆“젊은 사람들은 애들 키우고 돈 쓸 데 많으니 일 더해야”
황 대표는 이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기의 대한민국, 경제 위기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지금 이 정부 들어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인 것도 아직은 과도한 것 같다. 좀 더 일해야 되는 나라”라며 “발전해있지만 발전을 지속하려면 일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기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노사가 합의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특히 “이 정부의 문제는 주 52시간 지켜라, 안 그러면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나라는 세계적으로 없다. 과학기술 역량에 있어 밤잠 안 자고 해가며 연구 결과 만들어간 게 우리 성장 과정의 한 모습”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애들 키우고 돈 쓸데 많으니 일을 더 해야 하는데 그걸 막아버린 것”이라고 문재인정부의 주 52시간제를 비판했다.
황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언짢은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도 있었다. 30대 ‘워킹맘’ 이모씨는 “황 대표의 발언은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야근을 밥 먹듯 해도 애 하나 키우기 벅찬 요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아르바이트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26)씨도 “제대로 (힘들게) 일해본 사람들은 쉽게 저런 소리를 못한다”며 황 대표의 ‘청년 공감 능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6월 숙명여대 강연에서 ‘스펙’ 없이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로 자기 아들을 언급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황 대표는 “(아들의) 학점은 3점이 안 됐고 토익 점수도 800점이었지만 아주 큰 기업 5곳에 최종합격했다”고 말했다. 아들이 고교 영자신문반 편집장, 보건복지부 장관상, 조기축구회장 등의 경력 덕에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는 점을 소개하며 청년들이 진취적 자세로 노력하면 취업문을 얼마든지 뚫을 수 있다는 취지로 독려한 것이다. 하지만 ‘부모 후광’도 ‘빽’도 없이 취업 바늘구멍을 뚫고자 밤낮으로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대다수 청년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 발언이란 지적이 적지 않았다.
황 대표가 지난달 청년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자유한국당 청년 정책 비전 발표회’에서도 미숙한 진행이 도마에 올랐다. 행사가 오후 2시에 시작된 것을 놓고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한 청년창업가는 “청년들 목소리 듣겠다고 개최된 행사인데, 시간대가 오후 2시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하는 청년들 오지 말란 이야기”라며 “이런 기본적 디테일 하나 개선 안 됐는데 어떻게 청년 목소리를 듣겠느냐. 아직도 청년들을 그냥 부르면 오는 여의도 청년이나 금수저, 혹은 백수 청년들만 청년들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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