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일 초선 박완수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사무총장은 당의 조직과 예산을 관리하고 사무처를 관장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다. 사무총장은 특히 내년 총선에서 공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다. 이 때문에 통상 3선 이상의 중량감 있는 인사를 앉히는데 초선인 박 의원 임명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박 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와의 ‘악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황 대표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홍 전 대표를 견제하는 차원의 성격이 포함된 인선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2014년 경남지사 경선, 피 튀기는 공격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인 박 의원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창원시장을 지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직을 사퇴한 뒤 경남지사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이때 박 의원은 홍 전 대표와 경쟁했다. 당시 홍 전 대표는 현역 경남지사였다.
홍 전 대표가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었기에 박 의원은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경남지사를 도전하려던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창원시장 선거 출마로 돌리고 박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시 박 의원은 도지사 출마선언 때부터 홍 전 대표를 향해 ‘진주의료원 폐업은 아집과 독선이 가져온 결과이자 정치적 도박행위’, ‘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실험’, ‘독단과 불통의 도정이 불신과 혼란만 불렀다’ 등 강한 표현을 써가며 맹공을 퍼부었다. 당시 홍 전 대표는 “박 의원이 통합진보당 경선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맞섰다.
박 의원은 또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홍 전 대표는 경남지사 자리를 대권의 발판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권에 도전할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며 “도정의 연속성이 담보돼야 경남이 발전할 수 있다. 도정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지사가 정치적 사심을 버려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홍 전 대표는 이후 임기 도중 조기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8년 경남지사 후보 놓고 “출마해라”, “안 나간다”
홍 전 대표와 박 의원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전 대표는 경남지사 선거에 박 의원이 나서주길 기대했다. 홍 전 대표는 “개인적으로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도 당선 가능성이 있다면 전략공천을 하겠다”며 “경남지사를 할 때 극렬하게 대립하며 두 번이나 경선했던 사람도 불러 ‘경남지사로 뛰어달라, 당신이 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박 의원을 전략공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속내를 표현을 한 셈이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지난해 연 초 “어려운 시기여서 제대로 된 후보를 내야 한다”며 “중앙정치한 지 1년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또 도지사를 하려는 것은 어렵다. 국회의원 본분에 충실하겠다”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결국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로는 김태호 전 지사가 나왔고, 본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경수 지사에게 패했다.
◆홍준표 “쇄신 아니라 쇄악” 지적…‘친박 친정 체제’
박맹우 전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이 총 사퇴를 선언한 지 4시간 만에 황 대표는 사무총장 및 여의도연구원장 등에 새 인물을 기용했다. 최근 당 쇄신을 강조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세연 의원도 이날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쇄신(刷新)이 아니라 쇄악(刷惡)”이라며 “김세연 의원을 쳐내고 친박 친정 체제를 만들었으니 이러다가 당 망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에 대한 반응은 있지만 정작 사무총장 관련 언급은 없었다. ‘친박 친정 체제’라는 표현으로 대신한 셈이다.
박 신임 사무총장은 경남 창원 의창을 지역구로 둔 초선 의원으로, 창원시장 시절인 2009년 창원지검장을 지낸 황 대표와 인연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 대표적인 ‘친황 인사’인 셈이다. 홍 전 대표와 악연인 친황 인사를 내세워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황 대표가 쇄신과 통합을 이루겠다고 했지만 홍 전 대표 표현이 더 정확해 보인다. 홍 전 대표가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한국당 공천을 받기는 더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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