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에 참가하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케이티위즈파크에서 훈련 장소로 이동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대표팀 선발 때 불거진 병역 관련 논란 때문에 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싸늘했다. 대표팀 선발의 논리가 ‘금메달을 따기 위한 최선의 전력 구성’이었기 때문에 한 치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웃음조차 띨 수 없었다.
대표팀 선동열 감독 역시 입을 굳게 닫았다. 1차전 선발도 공개하지 않았다. 돌다리도 두드리겠다는 뜻이었지만, 대표팀과 팬들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금메달을 따고도 박수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야구 대표팀 감독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서는 일도 생겼다.
프리미어12에 참가하는 야구 대표팀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공을 들였다. 당시와 대회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대표팀과 팬들 사이에 멀어진 거리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팀을 이끄는 김경문 감독은 지난 16일 대표팀 훈련을 이끌면서 “우리 아들이 서른이 넘었다. 이제 아들뻘 선수들과 함께 팀을 이뤄야 한다”면서 “이제 세월이 흘렀고 시대가 바뀌었다. 내가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덧붙인 말은 “내가 개그맨이 되겠다”였다.
김 감독은 ‘카리스마 형’ 감독으로 구분된다. ‘용장(勇將)’이었다.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스타일이었다. 김 감독이 달라졌다.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 전체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팀 전체가 하나로 뭉치는 ‘팀 응집력’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지만, 대표팀과 팬 사이의 거리를 다시 가깝게 만들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훈련 집중’을 위해 인터뷰 사양은 물론 더그아웃 취재도 제한했던 지난 대표팀과 달리 김 감독은 먼저 나서서 대표팀의 세세한 움직임과 분위기를 직접 전하는 중이다. 선수들의 인터뷰 역시 적극 지원한다. 대표팀의 한 선수는 “김경문 감독님과 함께 지내는 건 처음인데, 소문으로 듣던 것과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야구 인기 부활’이라는 책임감이 김 감독의 어깨 위에 더해졌다. 김 감독은 “이번 프리미어12를 통해 야구팬들의 관심을 다시 모으는 것은 물론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해야 한다”면서 “내달 1일 푸에르토리코와의 1차전에서는 새 얼굴들이 많이 경기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근함을 바탕으로 한 소통이 키워드다. 호랑이 감독의 ‘개그맨’ 선언은 대표팀 내 소통과 이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이 야구 인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길이라는데 공감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