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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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원정대 하편.
지난 시간에는 게임의 전체적인 인상에 대한 감상이었다면 이번에는 이야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해보고자 한다.
사실 플레이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딱히 지적할 것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었으니까.
* 인류의 최대 수명을 깎는 페인트리스의 저주를 풀기 위해 33번째 원정대가 출발하는 게 기본 골자다.
* 모험, 탐험, 희생, 동료애, 인간 찬가 등의 키워드로 진행되던 게임은 2부, 3부를 지나면서 새롭게 전환된다.
* 이 세계가 사실은 페인터라는, 일종의 마법사들이 그린 세상이라는 것.
페인터라는 일종의 마법사 가족에게 화재라는 비극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아들이 사망하고 막내딸은 큰 화상을 입는다.
절망에 빠진 어머니는 아들이 그렸던 그림 속 세계로 은둔해버렸고 아버지는 아내를 그림 세계에서 꺼내기 위해 고군 분투하게 된다.
저주, 원정대, 마법, 몬스터 등 세계관의 모든 요소는 이 페인터 가족의 비극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 결말에 가서는 이 매혹적인 감옥을 소멸시킬지, 유지할지 결정하게 된다.
뭐... 양 쪽 다 의견에 일리가 있기는 하다.
소멸시키기엔 그림 세계 주민들은 의미를 잃어버리고,
유지시키면 페인터 가족의 비극은 해결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 그려진 세계의 주민들.
유저가 몰입한 원정대의 의견은 묵살된다는 것.
전개의 축이 페인터 가족으로 완전히 옮겨지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는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플레이어는 원정대의 일원으로서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다.
투표를 시작하는데 투표권이 없다.
* 동기부여를 제공했던 주인공 구스타프는 죽어버리고, 2막부터는 베르소라는 캐릭터가 중심이 된다.
그림 세계를 소멸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의 정체는 페인터 가족의 아들로, 원본은 이미 화재로 사망했다.
이를 참지 못 하고 어머니가 새로 그려낸 일종의 가짜다.
그려졌다고는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고통 받는 걸 원치 않으며, 영원한 삶에 지쳐 있는 상태.
자신은 불멸이지만 주변 사람은 불멸이 아니니까.
이 정체는 나중에 가서야 밝혀지기 때문에 플레이 하는 대부분 의문이 따라붙게 된다.
워낙 숨기는 게 많기 때문에 정을 붙이기가 힘들다.
구조 자체가 주인공에 어울리는 형태가 아니야.
주인공으로 쓰려면 이런 구조여서는 안 되고.
* 비록 그려졌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그려진 세계를 대변할 수 없다.
그가 그림 세계를 파괴하려는 이유는 본인의 불멸의 고통을 끝내는 거고, 다른 하나는 가족의 비극을 끝내기 위해서니까.
그려진 인물이지만 원본 가족에 대한 애정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내부인보다는 외부인에 가깝다.
애초에 설정이 입체적인 거지 그 입체적인 면모를 잘 묘사한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라는 놈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저 숨기기만 하는데 어딜 보고 입체적이라고 해야 할까?
* 그림 세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마엘이라는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시작부터 원정대와 함께 한 인물이지만 그 정체는 화재로 화상을 입은 페인터 가족의 막내딸이다.
아버지를 돕고 어머니를 꺼내기 위해 그림 세계로 들어갔으나 페인터 능력이 약해서 그림 세계로 동화되어버렸던 것.
후반에 가서는 마엘이 아닌 페인터 가족의 막내딸, 알리시아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기 때문에 이 역시 내부인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내부인은 게이머, 게임을 플레이 한 바로 우리인데 말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캐릭터가 없다.
* 등장 인물 중에는 비극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페인터 가족, 그려진 페인트 가족, 원정대까지.
모두가 비극을 피할 수 없으나 오직 원정대만이 발언권과 비중마저 빼앗긴다.
그건 결국 균형이 안 맞는 것 아닐까?
* 균형이 안 맞는 게 하나 더 있는데, 엔딩이다.
그림 세계를 소멸하고 현실로 돌아오는 엔딩은 따스한 색감과 아련한 느낌을 선사한다.
희망적이진 않지만 상실의 슬픔을 아름답게 묘사했다.
페인터 가족들은(심지어 그려진 베르소조차) 저마다 잔혹함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잊고 마냥 아름답게 묘사를 해버리는 것이다.
양면성과 가족의 이야기는 애시당초 맞물리지도 않는다.
* 반면 그림 세계를 유지하는 엔딩은 왠 공포 연출을 넣었다.
흑백에 기괴한 사운드까지.
묘사가 불균형하다.
* 그림 세계를 소멸하는 엔딩도 이상한데 이런 표정 묘사를 넣었다.
물론 자기들 의사를 묻지도 않고 소멸시키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하긴 한데...
그걸 잘 알아서 저렇게 표정 묘사를 잘 하는 양반들이 왜 유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느냐 이거지.
* 33 원정대의 스토리는 게임에서는 가급적 안 쓰는 게 좋은 방식을 채택했다.
궁예질을 하자면 작가가 업계 사람이 아니라서 그랬던 것 같다.
쓰는 사람이야 전지적인 시점으로 몰입을 하겠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은 일부에 집중한다.
페인터 가족의 이야기는 플레이와 하등 상관이 없는 외부인인데 게이머를 몰아내고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떡하니.
이 이야기가 정말 아이러니한 건, 직접 플레이 하는 것보다는 유튜버가 재구성 하는 게 더 몰입에 좋다는 게 문제다.
베르소의 이야기? 절절하지.
문제는 그건 이야기를 곱씹었을 때의 이야기고, 이제 막 게임을 할 때는 아니라는 거다.
마치 다크소울의 시프처럼.
다크소울의 시프를 처음 상대할 땐 그냥 존나 크고 존나 센 늑대구나 싶었을 거다.
막상 싸울 때는 별 생각 없었겠지. 나중에 위키에서 읽고 감동하는 식이다.
* 물론 2회차를 한다면 베르소라는 캐릭터를 잘 이해할지도 모른다.
애초에 게임 구성 자체가 2회차가 아니면 뭔 말인지, 뭔 상황인지 모를 요소들이 너무 많으니까.
이 때문에 전개가 지루하다는 의견도 종종 있을 정도.
2회차 하다 보면 베르소가 이해 되고, 애정이 붙을 수도 있지.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이야기 속에 원정대의 자리가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 파크라이5, 매스이펙트3.
스토리로 큰 논란이 되었던 게임들이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게임을 사고 몇 십 시간을 투자한 게이머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 다 게임성은 좋다는 공통점 또한 있다.
다만 저 게임들은 시리즈가 이어지며 팬덤과 원기옥이 모아진 결과고,
33 원정대는 첫작이라는 차이가 있겠다.
그나마 원기옥이 덜 모여서 논란이 덜 된 거지.
* 게임을 하다 보면 그려진 클레아라는 캐릭터가 나온다(직접 찾아가야 한다).
30분 동안 눈물의 패리를 하면서 겨우 겨우 간신히 깬 희대의 ㅆ년 보스다.
마엘의 언니인데, 그림 세계에 있을 시간이 없던지라 그려진 클레아를 세뇌해서 대신 강제로 몬스터를 찍어내게 한다.
게이머에 대한 취급이 이와 같다.
그렇다면 개발자들은 클레아일까?
* 최소한.
그림 세계를 유지하는 엔딩에서 그 공포 연출은 안 넣었어야 했다.
게임 하는 사람들이 애도 아니고, 이게 온전한 해피 엔딩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텐데.
노골적으로 틀렸다는 식의 연출은 우아하지 못 하다.
이래버리면 선택지가 아니라 객관식 문제가 되어버리니까.
* 결국 게임을 돈 주고 사서 시간을 투자한 게이머를 위한 자리는 없는 이야기였다.
적어도 이야기는 그렇다.
이야기는.
* 게임 캐릭터가 겪게 되는 상실을 유저가 온전하게 느끼기 위해 일종의 장치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대부분의 유저는 그 장치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유저들이 충격과 상실을 느낀 게 사실이다만, 이건 성공이 아닌 실패다.
베르소 가족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는 사람들조차 탐험과 희생, 인간찬가로 이루어진 원정대 설정이 더 매력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별 것도 아닌 비밀을 감추기 위해 전개도 루즈해졌고.
그러니 실패다.
상실을 느끼도록 상실감을 주는 것과 자리를 빼버리는 건 다른 문제다.
일하러 갔는데 책상이 빠져 있으면 상실감을 느낄까?
충격과 배신감, 분노를 느끼겠지.
* 머리 밖으로 나온 이야기는 결국 전달과 공감의 목적이 있다.
그냥 기록이라는 거 자체가 그렇다.
이는 소설, 만화, 영화, 게임 등등 모두 그렇다.
하지만 가끔 어떤 사람들은 공감을 상실하고 전달에만 목적을 두기도 한다.
조커는 없다던 조커2가 그랬고, 소통의 단절을 말한답시고 대사를 뭉개버린 우상이 그렇다.
영원한 하루가 반복된다며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틀어주던 어떤 애니도 있었지.
다른 예시로 영화 셔터 아일랜드가 있다.
형사인 줄 알았던 디카프리오가 사실은 자기 가족을 죽인 살인자고 섬에서 펼쳐지던 수사극은 그의 정신 치료를 위한 거대한 연극이었다는 내용.
함께 본 친구들과 나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디카프리오가 그럴 리가 없다며 열변을 토했었다.
영화가 친절하게 제시한 진실을 거부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한 셈이다.
그것도 결국 디카프리오에게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던 반응이다.
영구도 아니고, 다짜고짜 조커 없다고 하는 조커2랑은 다르다.
33 원정대는 어느 쪽일까?
글쎄...
* 이게 뭐 두 어 시간 하는 거라면 모를까, 나 같은 경우는 클리어 하는데 48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중 절반 정도 한 걸 장치로 쓴 거니까 잊어 하는 건 강압적이다.
게임에서 주인공 교체는 신중해야 한다.
게임이니까.
각자의 입장이 충돌하는 게 아니라 내 입장만 쏙 빼고 자기들끼리 투표하는 건 부정 투표니까.
블리자드가 스타2 자유의 날개 캠페인을 만들 때 주인공이 실패하는 미션을 넣으려 했었다.
다만 내부 회의를 통해 무산 됐는데, 그 이유는 주인공이 실패하고 유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건 게임에 어울리는 전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타2 발매일이 2010년이고 이 일은 그보다 더 오래 전에 있었을 것이다.
게임에 쓰이는 이야기라면 유저를 위한 자리는 마련 되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말이다.
선택지든, 전개 방식이든 뭐든.
애초에 상실의 아픔과 양면성, 상실을 딛고 나가는 것 등은 굳이 이런 가상 세계 드립을 치지 않아도 전개할 수 있다.
충분히.
게임 전체는 JRPG에 대한 헌사면서 왜 JRPG가 뻔질나게 하는 인간 찬가는 쏙 빼놓은 건지.
* 요는 너무 꼬았다는 거다.
베르소는 소멸이 목적인데 어째서 지나치게 원정대와 정을 나누는 건지.
로맨스 선택지는 왜 있는 건지.
어색한 관계 레벨은 굳이 왜 집어넣었는지.
그림 세계가 위험하다는 걸 계속 상기시켜놓고는 위로한답시고 마엘한테 넌 딴 그림 그릴 수 있어 라는 대사는 왜 치는 건지.
그런 새끼를 왜 주인공 자리에 앉힌 건지.
그려진 인간인데 왜 그려진 가족보다 원본 가족에 더 집착하는 건지.
영혼 조각 설정은 또 뭐고.
왜 3막의 중요한 부분은 사이드 컨텐츠로 빼버렸는지.
왜 원정대는 도구로만 그쳐야 하는지.
상상의 여지도 아니고 입체적인 것도 아니다.
너무 꼬여 있다.
이야기가 여지를 남기는 것과 여지를 남기기 위해 고의적으로 꼬는 건 별개의 문제다.
* 마무리 하려다가 또 급발진 해버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게임이었다.
그냥 좀, 아쉬웠을뿐이다.
가상 세계라는 건 소재가 그림이라 특이한 것 뿐 이미 뻔질나게 본 거고.
게임은 또 너무 잘 만들었거든.
결국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리고야 말았다.
그냥, 크게 바라는 건 없다.
다음에는 우리를 위한 의자가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특징 : 프랑스에서 보낸 JRPG에 대한 헌사.
* 단점.
납득할 수 없는 급진적인 스토리 전환.
흥미로운 플레이와 달리 느린 이야기 전개.
패시브 세팅이 번거롭고 복잡한데 로드아웃이 없음.
어색하게 붙여 놓은 친밀도 시스템.
지루한 야영지 파트.
길과 길이 아닌 곳의 구분이 모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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