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최된 닌텐도 3DS 체험회를 통해 발매 약 50여 일을 앞두고 닌텐도의 신형 휴대용 기기인 닌텐도 3DS를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며 닌텐도가 휴대용 기기의 제왕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닌텐도 DS의 후속 기종을 체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가며 기다리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행사 마지막 날인 1월 10일의 경우 엄청난 강풍을 동반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이 모였습니다. 도쿄 게임쇼처럼 세 개의 홀을 빌린 대규모 행사는 아니고 거창한 신작 발표회가 아닌 말 그대로 새로운 기종의 체험회이기에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담담한 분위기의 행사였습니다. 코스튬 플레이 행사나 현란한 복장의 도우미, 수많은 광고지 대신 닌텐도 3DS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체험이 자리했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도 아침부터 대성황. |
프레젠테이션이 없을 때는 쉼터가 된 스테이지. |
기존 DS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연예인을 기용해서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한 다음의 반응을 담백하게 담아낸 모습은 체험회장에서 계속 흘러나오던 닌텐도 3DS의 소개 영상과 TV CF에도 그대로 사용되었고, 게임 화면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TV CF는 입체 영상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라인업은 닌텐도의 인기 시리즈물의 후속작이나 리메이크 작품이 중점으로, 서드 파티 역시 자사의 시리즈물과 입체 영상 요소를 결합한 작품을 주로 선보였습니다. 이번 체험회에 플레이 가능 버전으로 출품된 타이틀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본체와 함께 동시 발매되는 타이틀이거나 앞으로 이런 식으로 제작될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타이틀 정도로, 10개 약간 넘는 수준의 타이틀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체험회 한쪽에 닌텐도 3DS를 넣어놓고 입체 영상 전시 코너로 만들어서 30여 편이 넘는 타이틀을 입체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게임 화면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닌텐도 3DS의 TV CF. |
입체 영상을 실기로 감상할 수 있었던 코너. |
비단 게임 업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입체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대세가 된 듯합니다. 특히 영화 아바타의 세계적인 대성공 이후 많은 영화가 앞다투어 3D 입체 방식을 도입했으며, SCE의 경우 PS3용 게임에 적극적으로 3D 입체 옵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닌텐도 3DS의 경우 지금까지 접할 수 있었던 3D 입체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3D 안경 없이 맨눈으로 3D 화면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부터 3D 입체 화면을 감상하는 방법은 몇 가지 있지만 닌텐도 3DS의 독특한 입체 구현 방식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지난 95년 듀얼 디스플레이 방식을 사용해 입체적인 화면을 구현해낸 닌텐도의 버철 보이가 다시금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체험회 이전에는 특수 안경 없이 맨눈으로 보았을 때 얼마나 입체 영상을 인식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봤을 때의 감상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게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의외로 깊이 있는 화면을 감상할 수 있었고, 평소 안경을 끼고 다니기에 별도의 거추장스러운 안경 없이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편리하게 느껴진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입체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본체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시력에 따라 거리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화면이 약간 틀어지면 수시로 초점이 흐려졌다 다시 초점이 돌아오는 것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화면이 흔들려 초점이 흐려지더라도 딜레이 없이 바로 입체 영상으로 바뀌는 것은 꽤 신기한 체험이었습니다.
지난 2010 E3에서 공개된 닌텐도 3DS. |
별도의 안경 없이 맨눈으로 3D 화면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 |
조금 신경 쓰이는 것은, 게임에 따라서 눈이 쉽게 피곤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 화면에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다수의 오브젝트들이 등장하는 경우는 위치에 따라 몇몇 부분이 심하게 깜빡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양쪽 눈의 시력 차가 심하게 나는 사람은 제대로 된 입체 화면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안경을 통해 교정된 경우라면 아무런 문제 없이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최초로 본격적인 입체 영상을 도입한 기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도 충분히 신선하고 만족스러운 화면을 보여주었다는 인상입니다. 닌텐도 3DS는 기대한 것보다 훨씬 제대로 된 입체 영상을 보여주었으며, 실제로 화면을 보기 전과 보기 후의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여러 연출을 통해 평면의 게임 화면에서 입체적인 표현을 나타내는 것과는 달리 닌텐도 3DS의 입체 영상은 말 그대로 눈 앞에 튀어나오는 듯한 입체 영상을 구현해냈고, 이 두 개의 차이는 생각 이상으로 큽니다. 물론 약간은 실험적인 시도라 할 수 있고, 그냥 폴리곤으로 제작된 기존의 게임을 하던 유저도 체질에 따라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아직은 초기 단계의 입체 영상 구현은 더더욱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닌텐도 3DS에는 3D 볼륨 버튼을 채택해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입체감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서 유저의 선택사항으로 남겨두었으며, 어린이 게이머를 위해 부모가 직접 설정할 수 있는 사용 제한 기능도 집어넣었습니다.
홈페이지는 물론 체험회에서 나눠주는 광고지나 주의 문구 배너 등을 통해 입체 영상을 감상할 때의 주의사항과 금지 사항 등을 쉬지 않고 관람객들에게 주지시킨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과거 광과민성 발작 사태를 SFC 시절과 포켓몬스터 시절 두 번이나 겪은 닌텐도여서 그런지 입체 영상이 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매우 강조하고 있으며, 실제로 체험회에서 어린 아이가 플레이하려고 하면 보호자 바로 옆에 도우미가 붙어서 무조건 2D 모드로 플레이하게 했습니다. 워낙 조심스러운 태도 덕분인지 게임으로 치면 전투 도중 매 턴마다 회복약을 빠짐 없이 먹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그 외에 체험회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아예 계단이니까 발조심하세요"라고 외치는 전담 도우미가 따로 있었을 정도).
입체감 있는 영상을 보여준 스네이크 이터 3D. |
어린이는 무조건 2D 화면으로 플레이하도록 양해를 구하기도. |
닌텐도 일본 홈페이지에는 3D 영상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사용상의 주의점에 대해서도 미리 언급해두고 있다.
3D 카메라 기능이나 Mii를 활용한 여러 부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닌텐도 3DS의 HOME 메뉴는 게임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도중 HOME 버튼을 불러서 불러올 수 있는 방식입니다. 네트워크 기능이 강화되어서 슬립 모드(전원을 켠 상태로 폴더를 닫으면 전환) 상태에서도 닌텐도 3DS는 활발한 활동을 합니다. 지나가면서 Wi-Fi 억세스 포인트나 다른 3DS가 있으면 통신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다른 플레이어와 스쳐 지나가면 자동으로 인공지능 배틀을 하기도 하고 Mii 캐릭터를 교환하기도 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료 소프트웨어나 3D 영상을 다운받는 기능도 존재합니다.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을 수도 있으며, 이러한 소프트웨어 중에는 게임 보이용 타이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 닌텐도 DS 시리즈는 GBA 시리즈가 몇 가지 모델을 내놓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2004년 최초로 발매된 닌텐도 DS에서부터 2006년에는 무게와 크기를 줄이고 간결한 디자인과 개선된 액정의 닌텐도 DS Lite, 2008년에는 액정 화면을 약간 키우고 GBA 슬롯을 없애는 대신 카메라와 외부 메모리 슬롯을 채택하고 DSi 웨어 구동이 가능해진 닌텐도 DSi, 그리고 2009년에는 액정 화면을 4.2인치로 대폭 키운 닌텐도 DSi LL까지 1~2년 주기로 외형이나 일부 성능을 개선한 닌텐도 DS 시리즈를 꾸준히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네 기종 전부 기본적인 성능은 같기에 DSi 웨어 전용 타이틀을 제외한 일반 패키지 게임은 모든 기종에서 동일하게 구동할 수 있었으며, 한국 시장에도 닌텐도 DS Lite와 닌텐도 DSi 두 기종은 2007년과 2010년부터 각각 정식 발매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들 두 기종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발매 당시부터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큰 화제를 낳으며 짧은 시간 내에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직 닌텐도 3DS의 한국 발매 시기는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았으며, 닌텐도 DSi LL이 미발매 상태인데다 DSi를 정식 발매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향후 어떤 식으로 닌텐도 3DS의 발매가 이루어질지는 모든 것이 미정인 상태입니다.
최초로 출시된 닌텐도 DS. |
가장 대중적인 버전이었던 닌텐도 DS Lite. |
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도 정식 발매된 닌텐도 DSi. |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닌텐도 DSi LL. |
본체의 디자인이나 각종 기능은 기존 닌텐도 DS의 느낌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폴더식 디자인에 두 개의 스크린, 하단에는 터치 스크린을 채용해서 터치 입력이 가능하며 마이크 입력 역시 여전히 가능합니다. 닌텐도 DSi부터 사용된 카메라 기능은 바깥쪽에 스테레오 카메라를 배치해서 3D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으며, 안쪽에도 카메라를 하나 더 넣어서 플레이어의 사진을 화면을 보며 찍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일단 닌텐도 DS 시리즈의 하위호환이 가능한 기종인 만큼 기존 시리즈의 모든 기능은 그대로 다 집어넣었고, 전체적인 그래픽 처리 능력의 향상과 입체 영상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은, 고급형 닌텐도 DS라는 표현도 그리 틀린 표현은 아닐 듯합니다(물론 가격도 매우 고급스러워졌습니다).
외관 자체도 굉장히 고급스러워진 느낌입니다. 2월 26일 발매 시에는 아쿠아 블루와 코스모 블랙 두 색상으로 출시되는데, 특히 코스모 블랙은 실제로 보았을 때는 고급 기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휴대용 기기에 유광을 사용하는 건 지문 때문에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은은한 펄 느낌을 활용해서 지문이 묻어도 그리 티가 나지 않고 전체적으로 중후한 색상으로 처리되었습니다. 닌텐도 DS Lite나 닌텐도 DSi가 약간은 장난감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면 이번 닌텐도 3DS는 그런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게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홍보 영상을 통해서는 3D로 즐기는 닌텐도 DS라고 홍보할 정도로 기존 DS 시리즈의 최신 버전이라는 위치인 만큼 외관 자체도 꽤 신경을 쓴 듯합니다.
실제 제품을 보면 이래서 지문이 묻어도 유광을 고집하는 건가 싶기도. |
상단 스크린과 하단 스크린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기존 DS 시리즈와 동일하지만 각 스크린의 크기와 비율이 달라진 것도 특징입니다. 이전 시리즈는 모델마다 사이즈의 차이는 있어도 동일 모델에 한해서는 두 개의 스크린이 각각 동일한 사이즈와 비율이었지만, 닌텐도 3DS의 경우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상단 스크린은 400×240 해상도의 와이드 비율이며, 터치 조작이 가능한 하단 스크린은 기존 DS 시리즈와 동일한 320×240 해상도입니다. 상단 스크린의 경우 2D 표시 화면일 때는 400×240 해상도로 작동하고 3D 표시 화면일 경우 800×240 해상도로 처리해서 각각 다른 화면을 좌우로 나누어 입체 영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2D 표시 화면일 경우 훨씬 작은 해상도를 처리하는 만큼 남는 처리 능력을 사용해 안티 얼라이징을 적용하거나 프레임도 부드러워집니다. 2D 화면과 3D 화면이 전환될 때도 딜레이 없이 바로바로 처리되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아래위의 스크린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은 이전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돌았던 소문이긴 한데, 닌텐도 3DS로 게임을 플레이했을 때 의외로 화면의 크기나 비율이 달라진 점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입체 영상 기능으로 인해 상단 스크린은 완전히 메인 스크린으로, 하단 스크린은 부가적인 스크린으로 독립되어 자리 잡은 인상이었습니다. 하단 스크린이 감압식 터치 방식이 아니라 정전식 터치 방식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냥 감압식 터치 스크린이었습니다. 정전식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볼펜이나 손톱 등으로 화면을 클릭할 때마다 옆에서 지켜보던 도우미 언니가 남의 속도 모르고 자꾸 전용 터치팬으로 터치하라고 내밀며 눈치를 주긴 했지만 어쨌든 감압식 터치 스크린이었습니다.
실제로 발매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패키지 디자인. |
버튼부 역시 기존 DS 시리즈와 거의 같은 형식이지만 많은 변경점이 존재합니다. 일단 십자 방향키의 위치를 내리고 그 위로 슬라이드 패드를 붙여서 아날로그 스틱의 느낌으로 조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크기는 조금 크게 느껴지지만 조작감 자체는 매우 좋은 편으로, 격한 입력이 필요한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도 그럭저럭 괜찮은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십자 방향키와 A/B/X/Y 버튼의 디자인이나 클릭감 자체는 기존 시리즈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양손의 검지로 누르는 L/R 버튼은 크기가 약간 줄어들고 얕은 느낌이 되어서 호불호가 갈릴 듯한 인상입니다. 파워 버튼은 A/B/X/Y 버튼 입력부 하단에 위치하며, 셀렉트/스타트/HOME 버튼은 터치 스크린 하단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닌텐도 3DS에 추가된 HOME 버튼은 게임 도중에 누르면 닌텐도 3DS의 기동 메뉴를 띄우는 역할을 하는데, 게임을 굳이 끄지 않더라도 일시 중단 기능을 사용해서 인터넷 사용을 하거나 간단한 메모를 하는 등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상단 폴더의 오른쪽 면에는 3D 볼륨 버튼이 슬라이드 방식으로 붙어 있어서 3D-2D 표시 화면을 전환하거나 지원하는 게임에 한해서 입체 영상의 깊이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발매 패키지는 닌텐도 3DS 본체를 포함해서 전용 충전대, 어댑터, 터치펜 하나, 2GB SD 메모리 카드 하나, AR 카드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용 충전대를 기본 포함한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부분이지만 잃어버리기 쉬운 터치팬이 하나만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사진으로 볼 때는 너무 크게 느껴지고 무겁지 않을까 생각되었지만 실물을 만져보았을 때는 적당한 크기에, 약 235g의 무게도 심하게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DSi는 214g, DSi LL은 314g). 25,000엔이라는 가격은 꽤 비싼 축에 들어가지만 입체 영상을 체험할 수 있는 신형 기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납득되는 가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물론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좋긴 하겠죠). 다만 배터리 시간은 무시하기엔 조금 힘든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닌텐도 3DS 전용 소프트웨어를 돌릴 때는 3시간에서 5시간, 하위호환 기능을 이용해서 닌텐도 DS 시리즈의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면 5~9시간 정도 플레이할 수 있는데, 확실히 기존 DS 시리즈처럼 부담 없이 플레이할 만한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조금 크지 않나 생각됐지만 조작감이 좋았던 슬라이드 패드. |
충전용 거치대는 별도 판매가 아니라 기본 패키지에 포함. |
닌텐도 3DS는 말 그대로 3D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기기입니다. 앞서 그래픽 수준이 어떻고 프레임이 어떻고 체험회 프리뷰를 쓰긴 했지만 체험회에 온 관람객들의 반응을 보면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입체적인 영상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무척 신기해 하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픽을 중시하는 유저가 아니라면 그냥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이었고, 입체 영상의 파괴력은 닌텐도 DS의 터치 스크린이나 닌텐도 Wii의 동작 인식보다 더 더 강하게 어필하는 듯합니다.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휴대용 기기와 겹치는 부분이 발생하지만, 닌텐도는 아예 3D라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기존의 휴대용 게임기나 스마트폰과는 다른 또 하나의 시장을 만들어낸 느낌입니다.
닌텐도는 기기의 성능을 올린 신형을 내놓는 것이 아닌, 이전 게임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참신한 성능을 활용해서 최근 수년 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며, 휴대형 게임기는 물론 거치형 게임기에서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해왔습니다. 두 개의 화면과 터치 스크린을 활용한 닌텐도 DS 시리즈는 우리나라에까지 게임기를 지칭하는 대명사를 닌텐도라고 재인식하게 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으며, 플레이어의 동작을 인식해서 직관적인 조작과 새로운 형태의 게임 플레이를 가능케 한 닌텐도 Wii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360과 SCE의 PS3를 제치고 닌텐도로 하여금 휴대형과 거치형 게임기 모두 1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해주었습니다.
동작 인식 조작 시스템을 선보인 닌텐도 Wii. |
터치 시스템과 듀얼 스크린을 채용한 닌텐도 DS 시리즈. |
다만 이러한 성공의 뒤편에는 서드 파티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기 힘든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닌텐도 DS와 Wii가 엄청난 기세로 세력을 확장할 때도 서드 파티가 특징적인 입력 시스템을 잘 살려내 제작한 게임은 생각만큼 찾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드웨어 발매 초기 테스트용 성격이 강한 타이틀을 간 보듯 투입했다 철수한 경우도 있는가 하면 단순히 하드웨어 판매량을 믿고 뛰어들어 리메이크작이나 성의 없이 제작한 타이틀을 내놓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른 기종도 이러한 경향은 있지만 DS나 Wii는 특히 심한 느낌이었습니다. 닌텐도의 하드웨어는 닌텐도 게임만 팔린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이전에 서드 파티에서 정말 많이 팔리고 인기를 끌 만한 타이틀을 제작했는지를 반문하는 유저도 많습니다.
닌텐도는 DS와 Wii를 출시하면서 제작사로 하여금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바탕을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판매하면서 충분한 시장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발매된 서드 파티의 라인업을 보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하드웨어가 나오는 마당에 굳이 지저분하게 어느 쪽의 책임이 더 큰가를 따지고 싶진 않지만 닌텐도 3DS는 DS나 Wii보다 허들이 더 높은 하드웨어가 될 수 있기에 기대가 되는 한편으로 걱정도 됩니다. 물론 닌텐도에서 제작하는 타이틀만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 많고, 닌텐도가 제작하는 타이틀은 대부분 해당 하드웨어의 기준선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해왔습니다. DS와 Wii를 통해 거치형과 휴대형 기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면, 닌텐도 3DS에서는 닌텐도의 주도로 각 서드 파티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닌텐도의 하드웨어는 닌텐도 게임만 팔린다는 말도 있지만 닌텐도 게임 만한 재미를 주는 게임도 없는 게 사실. |
PC 게임 업계와 달리 몇 년 동안 기기 성능에 큰 변화 없이 버텨야 하는 비디오 게임 업계는 새로운 기기가 발매되면, 이전 콘솔의 황혼기에서 다시 활기가 돌아오는 독특한 사이클이 존재합니다. 닌텐도는 그래픽이 라이벌 기종보다 좋지 않더라도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참신한 시도는 얼마든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을 DS와 Wii를 통해서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닌텐도 3DS를 통해 새로운 입체 영상 요소와 보다 강해진 그래픽 처리 능력, 그리고 풍부해진 미디어 용량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수년 간 비디오 게임 업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닌텐도의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3DS가 기존의 듀얼 스크린 + 터치 스크린 요소와 함께 3D 입체 화면이란 참신한 요소를 결합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그리고 어느 정도 정체된 듯한 느낌의 비디오 게임 하드웨어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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