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케나 : 브릿지 오브 스피릿 | 출시일 | 2021년 09월 21일 |
개발사 | 엠버 랩(Ember Lab) | 장르 | 액션 어드벤처 |
기종 | PS4, PS5, PC | 등급 | 12세 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Mustang |
지난해 6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최초 공개된 ‘케나 : 브릿지 오브 스피릿’(이하 케나)는 3D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주얼. 그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엠버 랩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은 타이틀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들이 분명했기에, 액션 어드벤처 장르를 즐겨 플레이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기대감을 받고 있었습니다.
비록 발매일이 몇 번 연기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게임은 꾸준히 개발되고 있었고 영화제 트라이베카에서는 원격 시연까지 진행하며 게임을 테스트하는 시간도 가진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21일. 케나의 정식 발매가 진행되면서 게임의 비주얼과 디자인 전반에 걸친 입증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스튜디오의 첫 작품이 그 가치를 보여주기 시작한 셈입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엠버 랩의 첫 타이틀은 스스로 자신있는 요소들의 변용과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질 수 있는 요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 시작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수려한 영상미를 바탕으로 작품이 구축되어 있고 이를 게임 플레이 메카닉이라는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구조입니다. 장르의 틀 안에서 완전히 새로운 특이점이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충분히 즐거이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비주얼 측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주얼 측면은 소위 그래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이기에 사용하고 있는 연출과 색감. 화면을 구성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케나를 플레이하면서 플레이어들은 우선, 게임의 색 사용이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케나에서 플레이어에게 이로운 요소들은 푸른색으로 표현됩니다. 주인공 케이나의 에너지 색은 물론이고 이로운 오브젝트가 빛날 때도 푸른색 빛이 점등됩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멀리서도 어떤 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지. 나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별도의 설명문이 없어도 게임 초반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레 전달하는 설계입니다.
대척점인 적들은 주로 붉은 색을 띕니다. 플레이어가 파괴해야 하는 요소들이 푸른색과 대비되는 붉은 색으로 표시되기에, 위협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하는 계기로 작동합니다. 어두운 환경에서 붉은 색은 눈에 띄기 마련입니다. 피하거나 무찔러야 하는 요소로 색상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여담이지만, 긍정적 인물이 부정적으로 변화했을 때에는 푸른 빛에 붉은 빛이 더해진 보라색의 색상으로 구분됩니다.
여기에 길을 안내하거나 특정 조건이 필요한 적들이 노란색으로 테마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적들의 몸 곳곳에 박혀있는 수정이 바로 예입니다. 즉각적으로 이용하기 보다는 한 번 생각을 하거나 추가적인 조작이 필요한 요소들 입니다. 적의 몸에 박힌 수정을 노리기 위해서는 화살로 공격하는 추가 조작이 이루어지고, 몸 속에 수정을 숨긴 적들은 폭탄을 던져 꺼내는 단계가 추가됩니다. 길을 인도하는 불빛 또한 이 과정에서 길을 생각해보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요.
색의 대비는 모험과 전투 양쪽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외 자연물은 녹색을 가지고 있으며, 인공물 또는 부패한 지역은 검은색과 회색 같은 무채색 계열로 구분됩니다. 명확한 색상의 대비는 조합되며 케나 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동굴과 같은 내부 환경을 보면, 무채색 사이에서 적과 이로운 오브젝트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를 개발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합니다.
중간 목적지에는 푸른색 불빛을 배치해 도달점임을 명시하고 있고, 저 멀리 거대한 꽃을 붉은 색으로 만들어 두면서 저기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색과 더불어 빛을 억제하고 있기에, 자연스레 플레이어의 동선을 유도합니다. 어두운 배경으로 빛의 유입을 줄이고 중요한 장소나 원경에 빛을 내리쬐는 표현입니다. 이를 통해서 일반적으로 사용할 만한 마커와 같은 시스템 없이도 진행 자체가 명확해집니다.
더불어 보스전이 주로 어두운 장소에서 이루어지기에 광원을 통해서 적과 플레이어의 액션을 대비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플레이어의 시선을 어디에 주목하게 만드는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기교가 들어있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구조가 대표적인 부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스의 시작점에는 푸른 색. 위험한 것에는 붉은 색. 도착점에는 빛을 비추고 있고요
색상의 사용과 함께 레터박스를 사용하는 연출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레터박스는 영상 연출과 함께 플레이어의 시선을 자연스레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화살에 부식령을 사용할 때의 연출을 보죠. 이는 특정 적에 쏘는 행위이기 때문에 발동 시에 상하에 레터박스를 붙이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위아래가 다소 좁아지면서 플레이어는 목표 지점에 있는 적에게 순간적으로 집중을 하게 됩니다.
보스 클리어 이후 레터박스는 영상과 플레이의 경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게임 내에 모든 시네마틱 영상은 16:9 비율이 아닌 21:9에 가깝습니다. 상하가 잘려있기에 플레이 상황과는 다르다는 구분을 주는 역할입니다. 가로의 비율이 늘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연출을 가로 중심으로. 위를 보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밑으로 크게 내려서. 필여적으로 원경으로 상황을 표현하는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각 챕터의 인물을 의미하는 가면과 주인공 케이나의 위치. 주요 NPC들이 극적인 상황에 머무를 때 모두가 같은 가로축에서 이루어집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중앙 즈음에 있는 주요 인물들이며, 양 옆에는 배경과 하늘을 아웃포커싱된 상태로 두면서 등장인물의 행동과 모습에 집중하도록 유도합니다.
레터박스의 활용은 더 격정적인 카메라 워크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영상 종료 이후 경계가 사라지고 다시금 16:9로 돌아오는 지점이 있습니다. 레터박스가 조금씩 사라지면서 플레이 시점으로 돌아오는 연출입니다. 시네마틱이라 생각했던 만족스러운 비주얼이 플레이로 직접 연결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케나가 보여주는 비주얼 그 자체에 감탄하게 만드는 역할로 작동합니다.
이외에도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미묘한 표정 변화와 움직임 등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업으로 삼았던 이들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픽사와 같이 데포르메된 캐릭터의 표정과 화면 연출 전반은 잔잔하면서도 쓸쓸한 케나의 감성을 표현하는데 적절하다고 하겠습니다.
비주얼 외적인 플레이. 즉, 전투와 탐험 부분에서는 일장 일단이 있습니다. 우선은 게임 전반적인 난도 구성과 탐험 구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잔잔할 것만 같은 비주얼과 달리, 노멀 난도인 ‘영혼 인도자’ 기준으로 꽤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액션 플레이를 다루는 전투에서 난도 조절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려볼 수 있습니다.
이는 영혼 인도자에서 바로 하위 난이도로 옮겼을 때, 게임 플레이가 너무도 쉬워지는 측면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쉬운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영혼 인도자와의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납니다. 최저 난이도와 영혼 인도자 사이가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난이도를 낮추면 보스나 적의 패턴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쉬워집니다. 반대로 영혼 인도자 기준으로는 전투 전반이 상당히 까다롭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케나의 전투가 어렵다는 인식에 가까워지는 것은 액션을 만들기 위한 자원 체계. 그리고 플레이어의 선택이 계속해서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케나에서 플레이어 할 수 있는 행동은 근접공격 / 활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 / 폭탄 / 돌진까지 네 개입니다. 근접 공격으로 시작해서 각 챕터마다 새로운 액션을 배우는 구조죠. 여기에 각 액션들과 특수 기술들은 용기라는 별도의 자원을 통해서 발동하게 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를 따지면 활이 빈도 수가 가장 많겠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용기가 적을 공격하는 행위로 채워진다는 점입니다. 즉, 전투 전반에 걸쳐서 적을 공격하는 행위에서 출발해 스킬을 사용하는 것 / 체력을 채워주는 오브젝트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하게도. 전투에는 이 용기를 채워주기 위한 일반 몬스터들이 등장한다는 말이 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케나의 전투를 복잡하게 만드는 데 한 몫을 거듭니다. 손이 무척이나 바쁜 게임인 셈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전투 흐름은 일반 몬스터 제압 - 용기 획득 - 조금 더 강한 몬스터의 등장과 전투라는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다수의 적이 등장한다는 점. 시야의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점을 생각하면, 전투 전반은 분명히 까다롭게 진행됩니다. 여기서 줄어든 체력을 용기 한 칸을 소모해 채울 것인지. 아니면 스킬을 사용하거나 주요 적을 부식령으로 메즈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하도록 유도합니다. 다수를 상대로 전투하는 경우가 많기에 여러움을 토로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챕터 마지막에 만나는 보스전은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일반 몬스터들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스킬로 해금하게 되는 기본 용기 1슬롯을 이용해 최대한 전투를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일반 몬스터들이 등장하지 않기에 용기 수급은 더 어렵습니다. 여러 적을 상대하기 편해지는 후반부에 이르면 일반 몬스터들이 없는 것이 더 까다롭습니다.
아름다운 비주얼과 달리 그 내부의 전투는 치열하기 그지 없습니다. 후반부에 진입할수록 전투는 테크닉의 영역에 가깝게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폭이 늘어남과 동시에 패링과 회피 등 지금까지 습득한 모든 것들을 쏟아 부여야 합니다.
첫 챕터 보스 부정한 타로에서 좌절했다면,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는 공격 말고 뛰고 쏘는 등, 더 힘들고 복잡한 액션을 요구하는 적들이 등장하거든요
이 과정에서는 패링의 중요성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보스가 가지고 있는 공격 중 일부는 패링을 통해서 더 많은 이득을 챙겨나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용기를 소모하지 않고 패링에서 이어지는 빈틈. 그리고 강력한 스킬을 적중시키기 위한 타이밍의 확보입니다. 다만, 패링 타이밍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판정이 생각보다 미묘합니다. 다른 게임이었으면 노멀 난이도인 영혼인도자에서도 이 정도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플레이어의 노력과 고민이 요구됩니다.
진행 과정에서 복합적인 움직임을 추구할 때도 있습니다. 나무 위 플랫폼에 적들이 스폰되고 이를 다 제거야 꽃을 없앨 수 있는 스테이지 정도가 되겠습니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적들이 다수 등장하며, 자칫하면 낙사할 수 있는 구간입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적을 없애는 것과 동시에, 플랫폼 사이를 건너며 위험한 공격을 피하는 움직임을 하게 됩니다.
사실, 패링을 쓰지 않고도 어떻게 클리어가 되기는 합니다. 제가 자주 안쓰고 클리어했거든요
공격하고 움직이고. 다각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구간도 자주 나옵니다
액션의 템포가 빠른 편이 아니기에, 이 과정 전반은 지극히 복잡해집니다. 개발진의 의도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받기 쉽습니다. 그나마 실패 이후 바로 직전 체크포인트에서 시작하는 구조이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큰 스트레스가 될 뻔 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게임으로 분야를 바꿔서 만든 첫 게임 타이틀임에도 전투 시스템 전반은 잘 맞물려 있습니다. 크게 어색함 없이 진행되고 패턴과 자신의 자원을 고민하는 과정도 거치게 됩니다. 다만, 약간의 어설픔이 보이는 것도 이 전투 부분입니다. 액션 측면에서 명백한 아쉬움이기도 합니다. 난도 조절의 아쉬움과 더불어 기술 능력 간의 효력 조절이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후반부에 습득하게 되는 부식령 폭탄의 성능이 너무도 좋거든요.
일정 범위의 적을 대상으로 시간을 멈춰버리는 부식령 폭탄은 습득 직후부터 최종 시점까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사실 다른 기술에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일반 근접 공격의 공격력이 생각보다 높고 속도가 다른 공격보다 빠르기에, 부식령 폭탄은 무조건 사용하게 되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일부 보스의 패턴에 따라서 다른 공격과 액션을 조합하도록 만들어 두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다른 기술보다 더 많은 가치를 갖습니다.
보스도 일반 적도 다 정지시키는 부식령 폭탄, 정말 최고야!
탐험 측면에서는 고민할 만한 퍼즐 디자인과 각 구역의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케나는 마을을 중심으로 동/서/북까지. 크게 세 개의 테마로 월드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각 레벨들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장소이자, 해당 기술을 중심으로 플레이를 확장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첫 챕터에서는 활을 발사하는 것을 배우고 보스전이나 탐험까지 이를 활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폭탄이 퍼즐을 풀어나가기 위한 중요 도구로 사용되고요.
퍼즐 자체의 완성도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힌트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조금만 고민을 해보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수준에서 과제가 주어집니다. 테마에 따라서 각 능력이나 액션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챕터에서 만나게 되는 퍼즐 하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챕터에서 습득한 폭탄을 이용하는 구조인데,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아닙니다. 플레이어는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부식령을 소환해 조작하고 폭탄으로는 부식령이 지나가기 위한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폭탄으로 길을 만들었을 때에는 제한 시간이 주어지기에 빠르게 길을 건너야 하죠. 여기서 적이 등장하며 부식령의 길을 막으므로, 문을 여는 스위치를 누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생각을 해야 합니다.
퍼즐의 구성은 다양합니다. 근접해서 풀어내는 것은 물론, 원거리로만 해결하는 경우도 나옵니다
이외에도 폭탄을 연속으로 던져 길을 만든다거나. 꽃에 화살을 날려 이동하는 등 복합적인 퍼즐들이 사용됩니다. 부식령을 이용해 오브젝트를 조종하는 것이 전제이므로, 캐릭터의 위치를 먼저 설정하고 부식령을 조작하게 되는 퍼즐들도 있습니다. 초중반 플레이 이후 새로이 주어지는 액션의 순서와 형태를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게임 후반부까지 퍼즐을 제시하는 설계입니다.
단계적으로 밟아 나가는 퍼즐 구성은 개발진이 개발 과정에서 꽤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짐작케 합니다. 챕터의 시작 부분에서 만난 퍼즐은 진행을 하면서 조금씩 복잡해지고 새로운 활동과 피드백을 더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이전에 해결했던 경험을 떠올리고, 어떻게 해야만 이번 퍼즐을 풀어낼 수 있을지를 추론하고 실행하게 됩니다. 이는 마커나 설명문 없이 행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이채를 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어떻게 부식령을 사용할 것인가. 이것이 주요 포인트입니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의 위치와 명령 순서를 고민하게 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PS5 기준으로 힌트를 진동으로 준다는 점입니다. 표식이나 텍스트가 아니라 컨트롤러의 진동으로 다음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힌트 혹은 부식령이 숨겨진 위치 근처에 도달했을 때, 플레이어는 손바닥을 작게 ‘통-통-’하고 울리는 진동을 받습니다. 거기서 주위를 둘러보면,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한 단서들이 눈에 띄도록 기획되었습니다.
마지막 챕터의 퍼즐을 예로 들겠습니다. 해당 퍼즐은 차원문을 열기 위해서 수정을 순서대로 활로 쏴야하는 구조입니다. 챕터 시작 부분에서는 별자리가 순서를 표기하고 있지만, 중간에 만났을 때에는 별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대신, 부식령이 옮길 수 있는 커다란 돌 하나가 눈에 띌 뿐이죠.
이제 플레이어는 돌을 옮기기 위해서 근처로 다가갑니다. 바로 이 때, 진동이 손을 통해서 전달됩니다. 무언가 힌트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난간으로 올라가기 위해 돌을 옮긴 뒤에는, 그 밑에 어떤 제단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제단에 가까이 갈 수록 진동이 조금 강해지기도 하죠. 이 위에서 플레이어는 뒤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시선을 문으로 옮겼을 때, 수정 위 하늘에 별자리가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보는 위치와 각도가 달라져야만 드러나는, 숨겨진 단서입니다.
이후에는 제단의 위치를 찾는 과정이 추가 목표로 변경 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점프를 하거나 부식령으로 돌의 위치를 옮기거나. 돌진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등 파생되는 액션과 해결 방법을 더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 어떤 텍스트도 지시사항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진동에서 출발한 작은 피드백으로 해결 과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개발진이 많은 고민을 했음을 짐작케 합니다.
진동을 통한 추리와 상상을 잘 이용한 사례
설명을 최소화한 모험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부식령. 그리고 부식령이 착용하는 모자와 이를 구매하는 데 사용되는 자원을 보상으로 얻게 됩니다. 이러한 보상은 부식령을 꾸미는 정도에만 그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확실한 아쉬움입니다. 플레이 전체를 두고 봤을 때에는 큰 의미가 없고 활용할 이유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집할 수 있는 요소를 배치한 것은 흥미롭지만, 거기서 얻은 부산물의 의미가 거의 없습니다. 약간의 귀여움 정도에 그치고, 잘 눈에 띄지 않는 부식령의 모자만을 설정할 수 있을 뿐입니다. 주인공 케이나의 옷이나 지팡이의 장식품을 설정할 수 있었다면, 더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더 많은 수집품을 챙기고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물건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부식령은 물론, 스킬을 해금하는데 사용하는 카르마도 넉넉하게 주어집니다. 플레이 과정에서 빠듯하거나 모자란다는 느낌을 받기 보다, 게임의 마무리 부분에 가면 모든 기술을 해금하고 남을 정도의 자원들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는 게임 전체에서 케이나가 사용하는 액션의 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중반 정도만 되도 거의 다 배우게 되어있거든요.
기술을 다 해금하고도 한참 남아버리는 카르마와 부식령들
해금 가능한 액션 및 스킬의 종류는 도합 18개. 여기에는 화살의 수를 늘려주는 것부터 보호막의 양. 폭탄 개수 등이 자리하니, 액션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전부 자연스레 레벨을 올릴 수 있기에 수집물을 찾는 과정 자체가 더 의미를 잃게 됩니다. 과정 자체는 잘 꾸려졌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의 부여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물론, 무언가를 수집하기 위한 퍼즐 자체가 번거롭게 느껴지는 플레이어들도 있을 것이라 봅니다. 케나의 퍼즐은 직관적이기 보다는 예상 외로 고민을 해야 하는 지점들이 있으니까요. PS5의 경우 여차할 때 공략을 도움받을 수 있는 요소도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더 원활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귀엽기는 한데, 어디 쓸 데가 있냐고 물으면...?
정리하자면, 케나 : 브릿지 오브 스피릿은 전형적인 틀 안에서 어떤 시도를 할 것인가에 대한 결과물입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엠버 랩은 자신들의 첫 게임을 만들며 고민했던 것들을 내부에 꽉 눌러 담았습니다. 정해진 방향으로만 게임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외적으로 눈여겨볼 부분들이 충분합니다. 비주얼과 연출 측면은 물론이고, 케이나라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담을 수 있는 묘사들. 부식령이라는 존재를 활용한 액션과 메커닉 등 적어도 허투루 설계된 작품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비주얼과 감성의 영역에 더 가깝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평가하고 싶은 케나의 특징은 여기에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게임으로. 표현의 양식이 달라졌을 뿐, 엠버 랩이 이전부터 보여준 연출과 방향성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후속작이 나올 것인지. 아니면 다른 작품이 나올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첫 시도였다고 봅니다.
약 10시간 정도 이어지는 게임 내부의 장면들. 그리고 뛰어난 아트웍과 비주얼. 하나의 방향에서 견고하게 짜여진 전투 시스템과 월드 디자인을 생각하면, 액션 어드벤처 장르에서 눈여겨볼 만한 즐거움을 준 타이틀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게임 개발사 엠버 랩의 잠재력을 입증한 첫 번째 발걸음은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인 결과물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작성 및 편집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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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보면 자꾸 디즈니 애니메이션 생각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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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이상으로 괜찮게 나와서 재밌게 했음 난이도 트로피만 없었어도 플래티넘 달렸을텐데 수집요소랑 좀 빡빡한 전투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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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요소 일일히 찾으면서 들쑤시고 진행하면 플탐 10시간도 훨씬 넘는데, 수집할 이유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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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음 :)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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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저지먼트 다 끝내고 뒤늦게 시작했는데, 첫 느낌은 힐링 게임인 줄 알았는데 하면 할 수록 은근 난이도 어려워서 놀랬던 게임. 컷씬에선 30프레임인것도 아쉬웠던 부분 중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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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쩌라고요 | 21.10.04 15: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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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지났는데 할만하던가요? 참고로 생선 싫어함 | 21.10.05 14: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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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그거 너무 아쉬워요. 본겜은 100프레임 넘게 나오는데 | 21.09.30 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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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케나 아님? | 21.10.01 09: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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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케나라서 주인공 이름이 케나구나 싶었는데 게임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말하는거나 캐릭터 육성창에도 케이나 라는 이름이 제대로 명시되어있더라구요ㅋㅋ | 21.10.01 10: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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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하면서도 이름은 생각도 안해봤네요 ㅎㅎ | 21.10.01 10: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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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난이도 레벨디자인 디자인이 좀 미숙하죠. | 21.10.11 03:5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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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받을 말만 골라서 하는군 | 21.10.04 23: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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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끝내 주지 않고 재미 있고 플탐 긴 편이고 게임 안해본티 팍팍 나고 관종이시내요..^__^ | 21.10.09 23: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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